Editor's Note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21세기 들어 약화된 자국의 대미 핵 억제력 강화와 최소억제 확보를 위해 핵탄두 및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과의 핵 격차를 좁히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핵 군비통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저자는 미중 간 전면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양자간 최소한의 핵균형과 핵안정성을 담보할 대화와 제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냉전기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신 뉴스타트 조약을 통해 ‘상호확증 최소억제’를 확보하고 재래식무기와 핵무기 역량을 통합한 ‘상호통합억제’를 추구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I. 미중 핵 전력과 핵 경쟁

 

 

1) 불균형의 미중 핵전력 실태

 

현재 중국의 핵 전력은 미국에 비해 양적, 질적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열세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6,0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중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약 35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하며 절대적인 핵 무장력에서 15분의 1에 못미치는 열세를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 같은 NPT 비가입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배제하지 않고, 또 자국에 핵공격이 아니라도 동맹이나 자국에 심대한 안보위협이 있을 경우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매우 공세적인 핵전략을 채택하고 있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22). 실제 미국은 6,000여개의 보유 핵탄두 중 2,200여개의 핵탄두로 무장한 700여기의 전략 미사일을 언제나 발사 가능하게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핵미사일 개발이후 자신들이 핵 공격을 받기전에는 핵을 사용하지 않는 다는 핵선제불사용(No First Use)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핵전략도 최소한의 억제력만을 추구한다는 최소억제(Minimum Deterrence) 전략을 고수해오고 있다 (Liping 2021).

 

중국은 단지 양에서 뒤쳐질 뿐 아니라 무기체계의 질적인 면에서 더욱 심각한 열세를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핵미사일(Strategic Bomber)의 3축 체제로 구성된 핵전력을 보유하고 지상, 해상, 공중에서 언제든 발사가능한 상태로 팽팽한 핵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이 보유한 대부분의 전략 핵 무기는 수십기의 지상발사 기반의 대륙간 탄도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나마도 평시에는 이들 핵무기들을 분리하여 보관하고 있어 실제 비상시 적의 핵 선제공격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tokes 2010).

 

      그림 1. 전 세계 핵탄두 현황                           그림 2. 핵탄두 보유 형태

       

 

위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자료에 나와 있듯이 2022년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2000여개에 달하는 핵탄두가 언제든 발사가능한 상태로 배치되어 있는 것과 대조된다. 중국은 350개의 핵탄두가 실전 배치된 것이 아니라 예비 보유 전력으로 표시된 이유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만일의 경우 미국의 위협과 간섭을 억지할 핵 억지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현재 미중 경쟁이 가속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대만 해협에서의 충돌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유사시 미중 군사충돌이 있을 경우 중국은 미국의 핵위협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2) 미중 핵 경쟁 전망

 

향후 10여년간 중국은 우선 절대적 핵무기수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더 많은 핵탄두 생산과 미사일 개발에 노력할 것이다. 중국의 전략 핵 탄두수는 2030년까지 1,000여개, 2035년까지 1,50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중국은 2030년에서 2035년까지 최대한 미국과의 핵 격차를 줄이고 미국에 대한 실질적 그리고 최소한의 필요한 핵억지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동시에 절대적인 양에서의 격차 좁히기와 더불어 질적인 면에서의 억지력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U.S.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21).

 

시진핑 주석은 집권 2기를 시작한 2017년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 보고에서 2050년까지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인민해방군은 2020년까지 기계화와 정보화를 실현하고 2035년까지 국방 및 군대 현대화를 달성하며 2050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3단계 시간표를 제시했다. 이후 중국군은 시 주석의 ‘강군몽’(강한 군대를 갖겠다는 꿈) 실현을 위해 군 현대화에 본격 나서게 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30년 안에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세계 일류 군대를 건설하라는 시 주석의 명령에 따라 대규모 인사 개편과 장비 현대화에 본격 착수하였다. 시 주석은 전투력 강화의 핵심은 기술력에 있으며, 인민해방군은 정보기술과 현대전 전략을 향상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고위급 장교 인사 개편과 민간-국방 분야 통합, 국경지대 수비 능력 강화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일류 군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데는 커져가는 중국의 안보 불안이 깔려 있다. 중국의 군사전문가들에 의하면 냉전이 끝나고 수십년 평화가 이어졌지만 이제 중국은 여러 안보 불안에 직면해 있다. 시 주석과 중국 지도부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군의 전투력은 아직 미국 같은 초강대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21세기 들어 현저히 약화된 자신들의 최소 핵억지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것은 당장 양적인 면에서 10배넘는 차이를 보이는 핵 탄두 수에서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으로 진행될 것이다. 동시에 이동식 고체기반 대륙간 탄도탄, 전략 핵잠수함과 폭격기 등 3축 체제의 완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22년 미국방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300개의 새로운 고체 기반 대륙간탄도탄을 보관 발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수직형 사일로 기지를 3곳에 나누어 건설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핵탄두 350개를 넘어서 400개가 넘는 핵탄두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35년까지 중국군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완성한다는 계획하에 그때까지 1,500개의 핵탄두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Secretary of Defense 2022). 양적인 확대와 더불어 중국은 5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다탄두 대륙간탄도탄의 개발배치와 더불어 이들을 이동식 차량이나 기차, 그리고 수직형 사일로에서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또한 6대의 Jin 클래스 전략 핵미사일 잠수함 배치에 이어 및 새로운 전략 핵폭격기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Secretary of Defense 2022).

 

II. 21세기 미중 핵 충돌위기

 

 

1) 대만 사태와 미중 핵 충돌위기

 

미국과의 절대적인 핵 격차를 좁히기 전까지 중국이 적극적으로 핵 군비통제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미국 정보 당국에 의하면 중국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핵 무기 보유량 증가와 플랫폼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핵 무기 비축을 적어도 2배로 늘릴” 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ecretary of Defense 2020). 특히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중국 공산당과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과 대만관련 미국 지도부의 강경한 태도,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와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단합 등을 보며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Gale 2022).

 

중국은 현재 최소억제(Minimum Deterrence) 전략을 채택하고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과 비핵국가에 대한 핵무기 불사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Information Office 2006). 미국은 본토와 동맹국에 대한 심대한 위해나 위협이 있을 경우 재래식 공격의 경우에도 필요시 핵 사용을 공언한다. 나아가 핵비확산조약 (NPT)에 가입하지 않은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불량 국가에도 필요시 핵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공세적인 핵독트린을 천명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급격한 군사경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보인 냉전 시대 스타일의 핵 경쟁과 대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경우 상호 오판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이 심각한 현실이다. 냉전 기 미소간 핵 군비통제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통해서이다. 동맹국 쿠바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배치된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에 미국이 해상봉쇄를 감행하면서 미소 양국은 핵전쟁 직전까지 이르는 냉전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였다. 미국과 소련은 이후 핫라인과 군비통제를 통해 핵무기에 대한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였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의 역할에 대한 중국의 의도는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핵 무기 통제 협상에 참여하는 대신, 워싱턴이 먼저 핵 무기 재고를 감소시키기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미중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지만 대만 사태로 인한 양측의 군사충돌이 예상되기도 한다. 문제는 대만 해협과 같은 사태 발생시 미중 간 전면 군사충돌은 물론 이과정에서 오판으로 인한 핵전쟁의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유사시 미중 간 전면 핵전쟁으로 발발하지 않기 위한 상호 핵독트린에 대한 논의와 교전수칙 등 예비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대만 해협에 증파될 미국의 전략 자산 중 핵잠수함이나 핵폭격기의 운영에 관한 암묵적, 공식적 레드라인의 설정이나 중국의 대만해협 봉쇄 시 해상에서의 교전수칙이나 가이드라인이 논의 될 수 있다. 물론 중국 역시 대만 사태 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처럼 자신들이 보유한 핵무기의 사용을 배제하는 no first use 독트린의 재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은 전략가들은 여전히 미국에 직접적인 국가안보상의 위협이 아닌 한 중국 근해에서의 군사충돌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군사작전은 매우 공격적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군사전략에 의하면 핵전쟁이 아닌 재래식 전쟁의 경우 초기 주도권을 잡는 것을 강조한다. 그 결과 전쟁초기에 사이버전쟁이나 미사일을 강력하고 빠르게 혹은 선제적으로 사용할 것을 제시한다 (Laird 2017). 그 결과 예상치 못한 확전이 오히려 미국의 개입을 촉진할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현대전에서 재래전과 핵전쟁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전략서들은 현대전에서 우주영역의 지배를 강조하면서, 개전 초기 미국을 포함한 상대국의 위성에 대한 공격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런데 미국의 위성들은 재래식 미사일이나 항공기 뿐 아니라 핵무기에 대한 주요한 지휘통제 및 초기 경보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의 위성공격이 재래식 전력 약화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같은 조치가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핵공격을 하기위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의 개전 초기 위성 공격이 미국의 핵전력을 심각히 훼손하는 조치로 오인되며 미국의 핵선제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비슷한 핵과 재래식 전력의 연루 위험이 거꾸로 적용될 수도 있다. 중국의 핵전력을 담당하는 인민로켓부대의 경우 여단급으로 구성된 재래식 미사일과 핵미사일 부대로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사용하는 이동식 플랫폼이 같은 공급과 군수 보급망을 사용함에 따라 전시에 복잡한 이동이 생길 경우 그 구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핵잠수함 전력도 재래식 잠수함과 같은 상호 통신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군 미사일의 가장 주력인 DF-21이나 DF-26과 같은 중거리 미사일의 경우 재래식과 핵 탄두를 같은 미사일에 탑재하여 사용한다. 즉 실전상황에서 이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일부 미사일은 실제 훈련에서 재래식과 핵미사일을 번갈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였다 (LaFoy and Pollack 2020).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재래식 미사일이나 잠수함 전력에 대한 공격이 결과적으로 핵미사일과 동일한 사령부나 지휘통제 시설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져 중국의 핵전력을 심각히 손상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이 경우 중국 지도부가 자신들의 중거리 핵미사일이나 핵잠수함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실제 미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지역 작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중국의 중거리 핵 전력에 대한 공격의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설사 미국이 그러한 작전을 실행에 옮기지 않더라도 중국입장에서 그러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더 늦기 전에 먼저 핵전력을 사용하는 압박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러한 양측의 딜레마는 전시에 나타나는 전쟁의 안개, 불확실한 정보환경, 그리고 신속한 결심의 압박 등에 의해 더욱 악화될 것이다.

 

2) 신군사기술과 미중 전략 경쟁

 

21세기 미중 군비 경쟁은 냉전시기 핵무기 경쟁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신무기와 새로운 영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들 신기술의 등장은 냉전시기 재래식 무기와 영역의 우위를 상쇄하고 동시에 이들 재래식 분야와 결합하면서 복합적인 군비경쟁의 양상을 나타낸다. 특히 냉전시대 전략 무기를 대표하는 핵무기와 이들 신기술의 결합은 21세기 핵군비 경쟁의 위험성과 군비통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재래식 군사력 격차를 상쇄하기 위해 이들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무기체계와 전략개발에 힘쓰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민군융합(Military Civil Fusion: MCF)을 통해 대미(對美) 군사력 열세를 극복하고자 AI·우주·사이버·무인기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U.S.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22).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7년 19차 당대표자대회에서 “군사 지능화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사이버 정보체계에 기초한 합동작전 및 전역작전능력을 향상할 것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이 군사분야에 미칠 중대한 파장을 과학적으로 예견하고 군사이론을 혁신하며 신형 무기장비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ania 2019). 시진핑 시기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 방향은 한마디로 ‘지능화(知能化)군’ 건설이다. 이를 위해 중국군은 전략지원부대를 창설했다. 전략지원부대는 정보정찰·위성관리·전자대항·네트웍 공격 및 방어·심리전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중국은 전략지원부대를 중심으로 민군융합의 노력을 통해 무인·무형·무성·무경계로 표현되는 미래전을 대비하고 있다.

 

중국은 군민융합을 통해 미국에 비해 열세에 있는 분야를 극복하는 한편, 미국 군사력의 허점을 공략할 수 있는 최첨단 분야를 개발코자 한다. 중국이 중점을 두는 분야는 AI·우주·사이버·심해능력이다. 그 첫째로 AI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능화를 추진하는 핵심역량이다. 수십억 개의 빅데이터 분석과 자가학습 능력을 갖춘 AI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무인 자동무기 개발 뿐 아니라 미래 지능전 시대에 대비해 군의 구조와 전술까지 혁신하겠다는 전략이다. 시 주석은 2022년 자신의 3연임을 결정한 20차 당대회 연설에서 차세대 AI 기술을 활용한 지능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Epstein and Nelson 2022). 중국 국무원은 2030년 AI 최강국을 목표로 한 차세대 AI 발전계획에서 “중국은 모든 유형의 AI기술을 고도화해 신속하게 국방혁신 분야에 편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5G 시대를 미국보다 먼저 선도함으로써 군사분야에서도 첨단 지능군대를 달성하고자 한다.

 

둘째, 우주분야이다.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정찰감시·위성통신·위성항법·기상학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유인 우주비행과 무인 로봇의 우주 탐사도 포함된다(Burke 2019). 중국은 우주 비행체·발사대·지휘통제·데이터 다운 링크 등과 관련된 분야의 기반을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지와 기반시설들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위성의 수량을 극복하기 위해 위기 또는 갈등 시 적의 우주 위성을 거부하고 억제하기 위한 대(對)우주 타격 능력을 다방면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상기반 대(對)위성요격 능력 향상과 우주기반 위성을 활용한 적 위성요격 능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Davenport 2019).

 

셋째, 사이버 분야이다. 중국은 1990년대 초 미국의 걸프전 결과를 분석 평가하면서 군사영역에서의 첨단과학기술과 사이버전 능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월등히 앞서 있는 미국의 정보전자전 능력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이버전 능력 향상을 통해 미국의 정보전자전 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2016년에 신설된 중국군 전략지원부대의 네트웍 및 정보전부대는 적국의 정부기관·군부대는 물론이고 해외대사관 및 과학연구기관 등을 목표로 트로이목마 바이러스 등을 주입시키고 중계소 탈취를 통해 적의 정보전자전 체계를 마비 혹은 무력화시키는 작전능력을 확보코자 한다 (Dyer 2019). 즉 정보전자전에서 앞서 있는 미국의 급소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넷째, 무인기를 활용한 작전능력 향상이다. 예를 들면 중국은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해군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해군전력의 작전을 방해할 수 있는 심해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중국은 국가주도로 심해 지형관측 및 광물자원 탐사용 무인잠수정 ‘치안룽’을 개발하였다. ‘치안롱’은 동력 없이 잠수와 부상이 가능하고 4,500미터 해저의 다양한 탐사활동 및 돌발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중국은 애초 민간 탐사용으로 개발된 무인잠수정을 활용하여 미국과의 해군력에서 가장 취약한 것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및 항모전단에 대한 군사 작전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utton 2023; Panneerselvam 2023).

 

중국은 미국의 대규모 해상작전 능력에 대항하여 3대의 항공모함을 건조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성능이나 운영면에서 냉전시대를 통해 10여대의 막강한 항공모함 전단을 구축한 미국의 축적된 기술과 작전능력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다. 문제는 대만 사태를 포함하여 향후 예측되는 중국의 군사상황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 중국대륙 연안의 해양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압도적인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 핵잠수함을 앞세운 미국 대양해군과의 전쟁에서 중국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질 수 있다. 즉, 당장 양적인 면에서 미국의 해군전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므로 심해작전능력 향상을 통해 미국 해군전력의 행동과 작전을 방해하거나 거부하려는 의도가 있다 (Radio Free Asia 2022)이 과정에서 중국의 신군사기술을 활용한 거부전략이 미국의 핵자산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신기술을 활용한 군사작전이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의 구분을 어렵게 하면서 21세기 미중 전략경쟁이 냉전시기에 비해 더욱 위험한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

 

III. 21세기 미중 전략 핵경쟁 관리: 신(新)뉴스타트(New START)

 

 

앞서 논의된 미중 핵경쟁의 불안정성과 현재의 불안한 지역정세를 감안할 때 미중간에 최소한의 핵균형과 핵안정성을 담보할 대화와 제도 구축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미소간 냉전시기 핵군비통제 경험을 살려 미러간 냉전이후 핵군축과 안정성을 담보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START)을 미중 사이에도 새로이 추구해야 한다. 1991년 7월 조시 부시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만나 START 체결하고 ICBM과 SLBM, 전략폭격기 등의 핵투사 수단과 핵탄두의 상한선에 대한 합의는 물론 서로의 핵무기에 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교환하고 협정 이행에 따른 상호검증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합의하였다. 양국은 2010년 추가로 핵무기 감축을 합의하는 뉴스타트(New START) 조약을 체결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미소 간 모델을 발전시킨 신 뉴스타트(New START, 신 전략무기감축협정) 조약을 추구하여 21세기 핵균형과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양국의 핵군축을 위해서는 핵탄두 숫자의 상호 감축은 물론, 상대방의 핵무기 및 운반체계를 정찰 감시하고, 이를 초정밀도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군사 강대국들은 정밀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바, 만약 정밀도에 대한 제한이 없다면, 제 1격으로 인한 상대방의 핵무기 제거가 가능하다는 의구심이 증대될 것이다. 감시 정찰 기능은 우주 공간 및 사이버 기술과 연결되기 때문에 향후 미중 간의 핵 군축은 사이버와 우주 영역에서의 군사 기술의 투명성 증가 및 상호 감축의 기준 마련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중간 불안한 핵경쟁을 안정시킬 ‘상호확증 최소억지’를 확보하고 동시에 신기술의 등장으로 불안정한 재래무기와 핵무기의 ‘상호통합억제’를 추구해야 한다.

 

1) 미중 상호확증최소억지 (Mutually Assured Minimum Deterrence: MAMD) 확보

 

냉전기 미소 전략 핵경쟁은 서로의 2차 핵보복능력을 기반한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의 기제로 억지의 안정성이 유지되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21세기 미중 핵경쟁은 미중간 핵억지력의 불균형과 핵과 재래식 무기의 복합 불균형이라는 이중의 불안하고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현재 미중 신냉전 혹은 냉전 2.0 (Cold War 2)은 미소의 냉전에 비해 더욱 불완전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우선 중국과 주변국 들과의 분쟁 가능성이 높아 지면서 이들 주변국과 직 간접으로 군사협력을 추구하는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해협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냉전 시기 미소 양국은 핵무기로 인해 상호확증파괴라는 공포의 핵균형이 작용하면서 미소 양진영 사이의 군사충돌이 미소간의 직접적인 전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제어하는 근본 기제가 작동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쿠바에 배치된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을 놓고 미소 양측이 군사충돌의 일측 촉발의 위기에 직면하여 극적인 외교적 타협을 이끌어 낸 것이다.[1]

 

현재 미중 간에는 그러한 확증된 상호 핵억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중국이 35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하며 상징적인 최소 억제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미국 핵 전력과의 압도적인 양과 질의 차이로 인해 미중의 핵균형은 크게 불안정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러한 점은 중국 스스로가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구축해온 미사일 방어체제와 최근의 핵 공격 관련 기술발달로 인해 21세기의 핵균형이 오히려 더욱 불안해지며 미국의 핵전략이 유사시 중국은 물론 러시아 등의 기존 핵국가를 압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ieber and Press 2017).

 

미중 핵전쟁 발발 시 미국은 샌프란시스코와 알래스카의 대륙간탄도 미사일방어 체계와 일본과 괌을 중심으로 운영중인 해상기반 이지스 미사일 방어를 통해 대부분의 중국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미국의 우세한 정찰위성과 스파이 드론 등을 통한 1차 공격만으로도 중국의 거의 모든 미사일을 실질적으로 파괴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신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미국이 구축한 미사일 방어 체계로 인해 중국의 2차보복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냉전시대의 상호확증파괴와 같은 핵균형이 부재한 상태에서 미중 핵경쟁의 불균형과 위험이 증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대만이나 여타 유사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강력한 핵 능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군사개입을 할 것으로 우려한다. 그 경우 중국은 미국의 우세한 재래식 군사력은 물론 핵 위협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핵 격차를 좁히기 위해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현재 추세로라면 중국은 2030년에서 35년까지 최소 1,000에서 1,500개의 핵탄두 확보는 물론 전략핵잠수함은 물론 현존하는 대륙간탄도탄의 성능개량, 전략핵폭격기 배치 등을 통해 핵3원체제 완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에 대한 최소한의 실질적 확증된 핵 억제체제를 갖추기 위한 조치이다.

 

문제는 향후 10년간 중국이 원하는 상호확증최소억지를 갖추기까지 여러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 중 미중은 서로의 핵균형안정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통과 위기관리를 위한 대화와 통제 장치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향후 10년간 서로가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최소확증억지(Mutually Assured Minimum Deterrence)의 조건과 기술적 범위에 대한 양국의 진솔한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

 

미중은 당장 시급한 현재의 핵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상호 불균형한 핵전력이 언제 어떠한 조건에서 중국이 실질적 최소 핵 억지력을 갖게 될지,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양측이 어떠한 상호신뢰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뉴 스타트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대만 사태나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의 위기 관리 시스템 구축 군비통제의 논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미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미사일 방어의 전개를 한반도나 일본과 같은 동맹을 포함한 지역차원에서 중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첫째, 이를 위해 먼저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핵선제 불사용(No First Use)을 선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이 이미 핵선제 불사용을 천명해온 것을 중국에 대응확인 함으로써 최소한 미중간에는 핵선제불사용을 상호 확증하고 서로에 대한불신의 고리를 풀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이 현재 압도적인 미국의 핵전력과 미사일 방어에 의해 미국이 선제핵공격을 할 경우 중국의 핵억제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을 제거하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동시에 이를 빌미로 중국이 혹시라도 지역분쟁이나 여타 군사위기 상황에서 중장거리 핵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미중 사이의 상호 불신을 완화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상호 군축도 필요하다. 만약 발달된 미사일 방어 체계로 상대방으로부터의 핵 공격 취약성이 약화될 경우, 상호 확증 파괴의 가설은 무너지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급속도로 발전할 인공지능이 핵지휘통제 체제와 연결될 경우 ‘핵전쟁의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동인식을 기반으로 한 신중함과 공포의 균형 전제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현재 미사일 방어는 북한이 유사시 미국에 대해 발사할 수 있는 최대수의 미사일을 모두 격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10여발 정도의 북한 미사일 공격을 상정한 미국의 방어체계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선제 핵공격시 생존한 중국의 2차 핵보복 숫자와 유사하다. 미국의 대북 미사일 방어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다. 향후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될수록 미국의 미사일 방어 대응 능력 또한 강화될 것이다. 이것은 다시 중국의 의구심과 불안감을 강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위해서는 먼저 미중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공동 평가와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중국은 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양측 전문가들이 솔직한 의견교환을 통해 북핵 위협의 객관적인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북핵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둘러싼 상호불신과 신뢰를 구축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를 위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중의 공동평가를 함께 도와 대화의 기회를 마련하고 중간역할을 한다면 중국의 참여 의사를 더욱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의 성격과 범위, 그리고 중국은 이에 대한 어떠한 상응한 조치를 통해 서로의 전략 핵균형을 안정화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하다. 특히 여기에는 미국 본토를 중심으로 한 미사일 방어체계는 물론 일본이나 한국에 배치되거나 이들 국가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가 미중의 전략 핵균형에 미치는 영향과 조율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미중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의 국가들 사이의 양자,혹은 삼자, 그리고 다자간의 다양한 형태의 논의과정도 유효할 것이다.

 

2) 신기술 기반 재래무기와 핵무기의 상호통합억제

 

중장기적으로 미중 핵경쟁의 관리와 통제를 위해 21세기 신기술과 핵무기를 결합한 “상호통합억제(Mutually Integrated Deterrence: MID)의 조건과 영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즉 현재 급속히 나타하고 있는 신기술이 지금까지의 전통적 핵억제의 조건과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상호 소통이 동시에 이루어 져야 한다. 즉 21세기 신기술의 적용으로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이들 간의 연루위험(entanglement risk)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냉전시기 핵에 의한 상호억제를 넘어서 핵과 재래식무기 혹은 신기술이 함께 통합된 형태의 상호억제에 대한 접근과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미중 간 첨예한 상호작동이 전개되는 사이버전에 이어 우주기반 무기나 자율무기 사용에 대한 국제적 규범이나 제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미중 간에라도 이들을 통제하고 레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는 논의가 요망된다. 특히 이러한 무기체계가 핵무기의 사용과 연관되어 있는 분야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상대방의 재래식 군사작전 방해나 교란을 위한 대위성 공격은 핵무기의 발사나 통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분이나 교전 수칙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잡지에 의하면 현대국가 간의 대규모 전쟁이 다가오고 있으며,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강도 전쟁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전쟁을 통해 드론, 위성, 인공지능 등의 놀라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정보 수집과 처리가 가능해졌다. 이에 미래 전쟁에서는 정보 수집과 처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유럽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의 미래 전쟁에서도 새로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의 경우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싸울 경우, 초기 위성을 통한 정보전의 중요성에 의해 양국은 우주에서 서로 공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조기 경보 및 지휘 및 통제 위성이 비활성화될 경우 핵 에스컬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중을 필두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군사분야의 적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를 들면 AI 시스템이 경쟁자의 네트워크와 데이터 센터에 침투하여 알고리즘을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파손할 수 있다고 예상된다. 더욱이 이러한 기술은 무인 항공기와 수중 드론을 포함한 치명적인 자율무기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자연어 처리 기반의 생성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가짜 텍스트, 이미지 또는 동영상을 통한 더 많은 가짜 콘텐츠 또는 딥 페이크의 등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신생 기술들은 데이터 무결성, 편향성 및 신뢰성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기하며, 이는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Dominguez 2023a).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상호 침투나 우주공간에서의 대위성 작전은 재래식 전쟁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핵을 포함한 전체 통합 군사력이나 시스템에 심대한 손상을 끼칠 수 있다.

 

핵무기 분야 뿐 아니라 여기에 직접, 간접으로 연계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이버, 우주는 물론 인공지능과 무인체계 각각 에서의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 상호억제의 조건과 교전 수칙, 혹은 공동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또한 이들이 서로 통합되어 상호연계 되는 영역과 그 효과에 대한 통합억제방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는 핵무기 외의 신기술 분야는 최첨단 분야로 미중 모두 초기개발 단계의 비밀주의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스스로가 그 효과와 잠재성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나 계획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이러한 신기술이 개별 혹은 융합되어 나타날 미래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없는 단계에서 이에 대한 자체의 매뉴얼이나 통제 규범, 준칙 등의 논의도 미흡하다. 이것이 국제적 차원으로 전개될 경우 논의 자체가 시작되고 있지도 않는 실정이다.

 

최근 논란이 된 생성 인공지능의 개발에 대한 논란은 그 좋은 예이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대규모의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모두가 합의할 기본 규범의 재정을 위해 6개월간의 모라토리움을 제시한바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이나 명령을 벗어날 수 있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개발은 이미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나마 이러한 규제 움직임도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벌어진 것이다. 중국 이야말로 정부 주도하에 인공지능 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실제 연구개발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Dominguez 2023b). 문제는 중국이 이에 대한 어떠한 목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떠한 개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21세기 기술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간에 중장기적으로 이들 신기술과 핵이 결합된 상호통합억지를 위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먼저 정부는 물론 비정부와 개인간 다양한 수준에서의 이 분야의 담당자와 전문가들간의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당장 미국과 중국 정책 담당자들 간에 더 큰 관여와 대화가 필요하다. 중국과 미국 관리들 간의 다양한 수준의 공식 및 비공식 대화, 최근 은퇴한 관리들의 대표단 간의 대화는 오해를 해소하고 위험 유발 요인과 상호 레드라인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켜 불필요한 충돌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비공식적인 수준에서 일부 대화가 있었지만, 베이징은 핵 무기에 관한 공식적인 대화를 추구하는 데 주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 양국 관계에서 상호간 심각한 의구심이 있는 상태를 감안할 때, 정기적인 대화가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구체적 조치로 미국과 중국은 2020년 최초로 진행되었던 위기 소통 실무 조직 (the Crisis Communications Working Group: CCWG)의 재개와 같은 위기관리 장치의 가동이 필요하다. 2021년 중국의 취소로 다시 개최되지 않은 이 장치를 통해 십여년전 오바마 행정부에서 진행되었던 최고위급의 전략적 소통과 핫라인을 재개하고, 현재 거의 중단된 군사적 의사소통 채널의 부활과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소통채널의 확보는 정치 군사적 의미를 넘어서 당장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제기되는 딥 페이크 같은 기술적 위험요소로부터 미중간의 오판을 방지할 기술적 실무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매우 시급한 조치이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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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여기에 대해 그 결과는 순전히 운에 의한 것이며, 13일간의 긴박한 군사대치 상황에서 몇번의 전면 핵전쟁의 위험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케네디와 후르시초프 지도부가 핵전쟁을 피하려는 기본적인 입장을 공유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성호_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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