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동아시아연구원(EAI)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그간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고, 향후 4년간 역점을 두고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를 제언하는 스페셜리포트 시리즈를 발간합니다. 그 세 번째 순서로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 및 노동개혁의 성과를 평가하고, 노정갈등과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가 연금 및 노동 분야 개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2023년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을 계기로 정부가 합리적인 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노사정과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개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개혁 드라이브 시동

 

2022년 5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22)”를 국정 비전으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이루어진 이전의 정권교체와 달리 10년이 아닌 5년 만의 새 정부다. 때 이른 정권교체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보다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정 때문에 가능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출범 때부터 전임자들의 2/3 수준에 불과한 이유일 것이다. 전임 정부의 실정에 기대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간판 정책들을 지우면서 부분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발표한 국정과제 성과자료집의 제목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복원의 1년(국무조정실 2023)”인 이유다.

 

승자독식 구조의 대통령제에서 전임자 정책을 뒤집는 것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대북 정책이 대표적이다. 좌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180도 다른 정책이 구사된다. 그러나 이번 정권교체의 결과는 대북 정책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국내 경제 및 사회 정책의 기조가 크게 바뀌었다. 규제와 징벌적 과세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 복원과 재산세 경감 등 세제 정상화로 방향을 틀었다. 탈원전 정책은 폐기되고, 원전 생태계를 다시 살리고 있다. 4대강 보 해체와 개방도 멈추고, 4대강을 통한 물 자원 관리에 나서고 있다. 친노조에서 탈피하여 친기업을 표방하고,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제동을 넘어 재정 준칙의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 정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 12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연금·노동·교육개혁이 3대 개혁 과제로 천명되었다. 개혁 방향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크게 대조되며, 특히 연금과 노동 분야에서 그러하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 안정화가 아닌 노후 소득보장에 방점을 둔 연금개혁을 추진하였고, 안팎으로 친노조 정책을 펼쳤다. 반면에 새 정부는 노후소득보장 강화보다는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 안정화를 강조한 연금개혁, 그리고 유연성을 강조한 노동시장 경제정책과 법치를 통한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주문하고 있다.

 

2022년 12월 첫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이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사안”이라 하면서 “개혁이라는 것이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지훈 2022). 취임 후 열린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개혁을 새 정부의 3대 개혁 과제로 천명한 바 있었던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개혁 드라이브 의지를 다시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 표명과 달리 개혁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연금 개혁은 방향조차 알기 어렵고, 노동개혁은 표류하는 듯한 인상이다. 연금과 노동은 정책의 성격상 개혁이 쉽지 않다. 개혁의 비용은 당장 대부분의 유권자에게 미치고, 과실은 불확실하며 중장기적으로나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해 당장 보험료는 올려야 하는데, 국민들은 30-40년 후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을 품는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내 일자리가 불안해질까 염려된다. 조폭 같은 노동조합은 싫지만 노조의 보호막이 벗겨질 때의 불안감도 현실이다.

 

게다가 정부 출범 시점부터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극단적인 여소야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109석보다 무려 59석이 많은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168석)을 상대해야 한다. 정의당 등 다른 군소정당도 좌파 진영의 정당들이다. 윤 정부가 개혁 드라이브는 걸었지만, 입법의 성공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물며 지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뒤집는 개혁이다. 2024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지 않는 한, 개혁의 실현 가능성은 정치 역학상 높지 않다.

 

앞으로 4년이 남아 있으니 개혁의 성패를 진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개혁은 정권 후반부가 아닌 정권 초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그나마 크다. 1년이 지난 이 시점은 중간평가를 하고 개혁의 성공을 위해 제언이 필요한 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연금과 노동정책의 순으로 윤석열 정부의 개혁 방향을 살펴보고, 지난 1년을 복기한 후, 미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연금 개혁 좌표와 1년의 성과

 

사회개혁 부문에서 연금개혁은 일찌감치 20대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야 대통령 후보들 사이에서 의견 일치를 본 과제다. 그러나 연금개혁이 재정 안정화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노후 소득 보장성 강화를 의미하는지 분명하지는 않았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도 연금개혁이라는 총론에는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와 함께 동의하였으나, “노후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국가와 개인의 협력으로 적정한 노후 소득이 보장되도록 공적 연금제도를 개혁(더불어민주당 2022)”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연금개혁의 방향이 전임 문재인 정부처럼 소득보장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것이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에 무게를 두되, 현세대 노인의 빈곤 문제 만큼은 해결하겠다는 자세였다. 윤석열 후보는 “연금개혁은 무책임하게 늦출 수 없는 역사적 과제”이며, “연금개혁은 고통을 수반하겠지만 그렇게 해야 미래세대도 안정적인 연금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방하였다. 더 나아가 “심화되는 저출산고령화, 청년 및 후세대 부담 등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안에서의 모수 개혁을 넘어 구조개혁까지 필요”하다고 보고,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양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사연금 등까지 아우르는 전반적인 노후 소득보장 체계를 재구조화 하고자”한다며 큰 그림을 제시하기도 했다(한국정책학회·한국행정학회 2022).

 

마침 2023년은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의 해이다. 국민연금법 제4조에 따라 정부는 매 5년 마다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장기 추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연금법」 제4조에 명시된 대로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연금개혁안을 9월 말까지 마련해 10월에는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집권 1년차인 2023년은 연금개혁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1월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행정부에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국회에서 가동 중인 연금개혁위원회에서는 ‘재정 안정화안’과 ‘보장성 강화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보장성 강화안’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인구고령화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점이 보장성 강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재정 안정화안’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현재의 40%를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해 예상되는 수지적자를 완화하는 안이다. 그리고 연금수급개시연령도 65세에서 67세까지 2년 늦춰 지출액을 줄이고자 한다. 노령부양비(생산인구 100명당 노인 수)가 증가하는 만큼 자동적으로 연금액이 삭감되는 자동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의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방식을 모두 가동하면, 앞으로 70년 동안은 국민연금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론자들은 현세대 노인의 빈곤 문제는 국민연금이 아닌 기초연금의 재정 합리적 개편을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전체 노인의 70%까지 받는 기초연금의 대상자를 빈곤선 이하로 대폭 축소하는 대신 빈곤선(1인 기준 약 60만원)을 탈피할 수 있도록 보장 수준을 높여주자는 안이다.

 

재정 안정화안은 대체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개혁 청사진에 부합하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노후 소득 보장성 강화안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두 가지 상반된 개혁안을 확인하는 선에서 일단 잠복기에 들어갔다. 정부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어떠한 개혁 대안이 마련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단계이다. 재정계산위원회에는 대통령의 재정안정화 개혁방침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안이 다수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나, 현재 구체적인 설계를 예견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보장성 강화에 보다 방점을 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고, 2024년 총선에서도 대통령 지지율 30%대의 집권 여당의 대승 가능성은 낮기에, 재정안정화 연금개혁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 개혁의 좌표와 1년의 성과

 

연금개혁과 달리 노동 분야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가 노동문제에 대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약속할 정도로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재명 후보 등 다른 후보들과 대립하거나 각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에도 노동 분야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 한국노총 출신을 임명하고, 경제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에 이어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Time-off)제까지 도입하였다.

 

그러나 2022년 6월 화물연대 1차 파업과 7월에 발생한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불법점거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는 노정 관계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화물연대 등 불법행위에 법·원칙에 따라 대응(고용노동부 2023)”할 것임을 천명하고, 2차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회계장부 공개와 거부 시 감사, 그리고 건설현장의 폭력과 불법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하고 있다(대통령실 뉴미디어비서관실 2023).

 

한편, 2022년 6월 23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 개혁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노사 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이라는 국정과제의 핵심 실천 과제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근로 시간 총량 관리, 그리고 스타트업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 완화, 임금 직무정보 시스템을 통한 직무·직업별 임금 정보 제공 강화 등으로 구성된다(제20대 대통령실 2022).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단순히 기업이 원하는 업무 효율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시간 통제권을 주어 근로시간에 대한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성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크게 늘고 플랫폼 노동의 확산으로 고용 형태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확산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한 구조적 변화로, 근로시간의 유연화 조치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하겠다(최영기 2022).

 

<그림 1> 근속 1년 미만 대비 근속년수별 임금격차 배수

자료: 고용노동부, 2022년 업무보고. 최영기(2022)에서 재인용.

 

연공급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은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역대 정부들도 추진해온 오랜 개혁 과제이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의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은 55.5%이고 1,000인 이상의 경우에는 70.3%에 달한다. 그리고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그림 1). 임금의 높은 연공성은 고령자 고용을 어렵게 하고 장기근속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인구고령화시대에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기업에서만 작동하는 근속과 연공에 기초한 임금체계는 노동력의 이동을 저해하고 노동시장의 분절을 가져온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근속이 어려운 여성 근로자에게 불리한 임금체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동시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직무와 숙련 그리고 성과 중심의 임금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것 또한 시대적 과제였다.

 

그러나 노동시장개혁은 시작부터 ‘주 92시간’ ‘주 69시간’ 근로 등 장기근로 프레임이 씌어지며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이 통째로 좌초되는 위기에 봉착하였다. 민주노총의 비판, 즉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시간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 사용자의 성과 평가 권한과 임금 저하를 위한 직무 성과급제의 확대, 이를 위한 노동자 간의 갈등을 조장(박태우 2022)”이라는 비판에 정부가 믿었던 MZ 노조도 동조하며 국민 여론이 등을 돌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된 현 시점에서 노동개혁 중 법질서 확립을 통한 노조 개혁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은 그렇지 못한 상태이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과제인데,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4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연금개혁, 특히 재정안정화 개혁은 대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비난의 회피 정치(politics of blame avoidance)가 펼쳐지는 정책영역이다. 후세대를 위해 여야 합의하에 연금개혁을 단행했던 스웨덴의 사례와 같은 높은 정치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유일한 개혁 가능성은 합리적인 연금개혁안의 마련과 대국민 설득 그리고 이 과정을 이끌어 나가는 대통령의 의지와 리더십에 달려 있다.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생산인구는 줄고, 연금을 받는 은퇴자는 늘어만 가는 현실에서, 세계적인 연금개혁의 흐름은 부과방식(세대이전 방식)의 연금제도는 폐지하거나(남미) 축소하고(스웨덴, 독일 등), 대신에 인구고령화와 무관한 개인 계좌의 적립형 연금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생산인구의 보험료와 세금 납부에 의존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축소해야 한다.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0%까지 낮추어 보험료 인상 부담을 대폭 낮추고, 기초연금은 빈곤한 노인에게만 한정해서 지급하는 선별주의로 바꾸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부과방식의 공적 연금제도가 축소되면 부족해질 노후 소득은 법정제도이며 적립형 연금제도인 퇴직연금으로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2021년 고용주는 약 50조원을 퇴직연금 보험료로 납입해 주었다. 같은 해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 51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퇴자는 퇴직연금을 퇴직금처럼 일시금으로 수령해 간다. 연금 수령은 계좌 기준 4.3%, 금액 기준 34.3%에 불과하다. 중간 정산과 일시금 수령 요건을 강화하고 연금방식으로 수령하게 만들면 소득대체율 20%짜리 연금이 된다. 축소된 부과방식 국민연금을 충분히 보완해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양재진 2022).

 

‘국민연금+퇴직연금’의 조합으로 중산층의 노후 소득보장을 이룰 때, 추가적인 국가재정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국가재정은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노인에게 두툼한 기초연금을 제공하여 이들의 빈곤 탈출을 도와야 한다.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이 연금의 재정 안정화 개혁은 국민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인상,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지 못하게 하고 연금으로만 받게 하는 일, 소득이 높은 노인에게도 주던 기초연금을 주지 않는 것 모두 인기 없는 일이다. 인기 없는 일이지만, 2007년 재정 안정화 개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 의지 때문이었다. 2003년에 개혁법안을 발의한 후 연금개혁의 불가피성을 끊임없이 역설하여 임기 말인 2007년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결과다. 개인의 이해관계만 벗어던진다면, 연금개혁이 불가피한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의 불가피성과 개혁 대안의 효과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 내는 대통령의 개혁 리더십이 요청된다(양재진 2023).

 

노동개혁도 연금개혁만큼 어려운 과제다. 노조개혁은 상대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는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노동시장개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영국의 대처 수상처럼 정권의 명운을 걸고 노조와 싸워 이를 무너뜨린 후, 정부 주도의 법개정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가능할까? 대처 시대의 영국과 달리 친노조 성향의 야당이 절대다수인 한국적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길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유일한 길은 네덜란드의 루버스 총리처럼 바세나르협약 같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이다(최영기 2022).

 

사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과 근로시간 유연화 그리고 이를 통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미 타결되었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 (9.15 대타협)와 다름이 없다. 당시 법제화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네덜란드의 길에 가까이 다가간 경험이 있다.

 

그런데 현재 윤석열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아닌 고용노동부 주도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개혁안 또한 노사정대표가 아닌 12명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마련되었다. 개혁안 자체는 문제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계사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고,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안들이다. 문제는 노동시장 개혁을 민노총은 물론 한노총과 MZ노조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있다. 이들의 참여가 배제된 채 만들어진 개혁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까?

 

노조의 불법적 행위는 원칙대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회계 감사나 보조금 삭감 등 필요 이상으로 노조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노동시장개혁 의제를 역대 정부들처럼 경사노위에서 다루게 해야 한다. 이 때 MZ노조와 비정규직 대표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연금개혁과 마찬가지로 노동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가 성공의 열쇠이다. 그러나 아직 어리거나 태어나지도 않은 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과 달리 노동개혁은 이해당사자들이 현존하고 있다. 노사 그리고 노동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층위의 집단들이 긴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을 배제하기보다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노사가 타협할 수 있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실적인 길이다. ■ 

 

참고문헌

 

고용노동부. 2023.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노동개혁,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흔들림 없는 전진.” 1월 9일.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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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2022.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한 맞춤공약』. 2월 22일: 111.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2022. “국정비전 및 국정운영 원칙.”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5월 2일.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01235

 

대한민국 대통령실 뉴미디어비서관실. 2023. “尹 대통령, 노동개혁 3대 핵심과제 ‘법치·유연성·공정성’ 강조.” 2월 28일.

 

박태우. 2022. “윤석열표 과로 사회?,,,‘주 92시간’ 시대 오나.” 『한겨레』 6월 23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48191.html

 

양재진. 2022. “퇴직연금의 준공적연금화 필요성과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정책학회보』 31, 1: 51-76.

 

_____. 2023. “한국의 연금개혁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93호. 3월 29일.

 

제20대 대통령실. 2022.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7월 27일. https://www.korea.kr/archive/expDocView.do?docId=40075

 

최영기. 2022.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전망과 과제.” 『노사공포럼』 57호: 16-46. http://nsgkorea.org/content/68

 

한국정책학회·한국행정학회 대선공약평가단. 2022. “20대 대통령선거 분야별 정책공약 점검: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답변서.” 1월 12일.

 

한지훈. 2022. “尹 ‘인기없어도 반드시’...‘3대 과제+건강보험’개혁로드맵 제시.” 『연합뉴스』 12월 15일. https://www.yna.co.kr/view/AKR20221215157600001?section=search

 

 


 

저자: 양재진_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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