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박재적 연세대 교수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 참여에 따라 중국과의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서 호주를 조정자로 삼는 안보 협력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쿼드 국가들은 개발원조 및 방산 수출, 정보 공유 협력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지역 군사 정보 네트워크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정치적 요인으로 복원이 지연될 경우, 대중 관계를 의식하는 미국의 안보 협력 요구에 한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동맹 네트워크 내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호주와 합동 훈련 및 장관급 회담 등을 확대하여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또한 한국이 쿼드 국가들과 함께 동남아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을 지원하여 역내 안보에 기여하고 위상을 강화할 것을 제언합니다.

Ⅰ. 서론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인도-태평양 전략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복원하려 하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하에서 미국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국내 정치 문제, 대북관, 중국 위협에 대한 인식 차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이로 인해 한미일 안보 협력은 정체되었다. 2022년 5월 보수 성향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미국은 한층 더 한일 관계 복원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증진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에 미국 주도 MD로의 편입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고 있고, 핵 투발 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어서, 미국으로서는 미사일 방어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계를 추진할 좋은 매개이다. 일례로 2022년 11월 아세안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한 3국 정상이 부속회의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는데, 합의 사항 중 하나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의 서로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고려할 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외에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군사 협력을 추동할 연계 고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정적 시각과 한일관계 경색을 고려하여 삼자 미사일 방어 협력 추진을 자제해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국에서는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한미 군 당국이 ‘미사일방어체계 통합 연동훈련’을 했다고 밝히면서,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편입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를 가정해 한미 간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훈련일 뿐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편입과는 무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한국군의 탄도탄 작전통제소와 주한미군의 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 사이에 연동된 시스템으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주한미군의 작전통제소는 미국의 인태 사령부를 통해 주일미군 미사일 방어체계와도 연동되는바, 사실상 일본 자위대의 미사일 방어체계와도 연동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에 배치 중인 사드는 북한 핵 및 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이지만, 향후 미중 간 군사 대립이 격화된다면 미국이 한미일 MD를 위한 수단으로 용도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경우, 중국과의 심각한 마찰이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래에서는 한일관계 복원과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 참여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윤석열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미국이 인태 전략을 펼치는 데 자국이 주도하는 인태 지역 안보 네트워크의 ‘첩보·감시·정찰(ISR)’ 자산 공유과 정보 제공을 중시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미국이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동북아 차원을 넘어 인태 지역 미국 주도 정보 네트워크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좀 더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서 한미일 MD 체제 구축에 급속히 참여하기 어렵다면, 한국은 대안으로 한·미·호·일 안보 협력을 증진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 지역 정보 네트워크에 기여함으로써 한국의 안보적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Ⅱ.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ISR 협력

 

미국 행정부가 최근 게시하고 있는 각종 보고서와 미국 의회가 발의하고 있는 법안을 검토해 볼 때,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를 관통하는 운영 기제로 MD와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공여 및 정보 제공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 박재적 2020). MD의 경우, 일본과 호주가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향후 미국이 주도하는 미·일·호 미사일 방어 연계가 추동되고 나아가 인도 및 한국과의 공조로까지 이어진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인태 지역에서 미국 주도 MD 체제의 토대가 구축됨을 의미한다.

 

한편,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정보 융합 및 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다. 역내에 산적한 비전통안보 이슈와 ‘항행의 자유’ 등 해양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해양 및 항공 협력은 ISR 자산 공유에 명분을 제공한다. 첫째, 미국은 타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 안보협력)’ 국가와 함께 역내 주요 거점 국가에 중고 비행기, 선박 등을 공여하고 군대, 해양경찰, 세관 등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인태 지역 ‘해양능력 배양’과 ‘해양 상황인지’ 능력 제고에 기여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여의 질을 무인 정찰기, 감시 레이더 등 ISR 자산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ISR 장비 공여와 정보 제공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다수의 역내 국가가 중국의 공세적 해양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최첨단 장비를 구매하거나 사이버 보안 기술을 확보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할 재정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타 쿼드 국가는 주요 거점 국가에 ISR 장비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들을 궁극적으로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체제로 유인하려고 한다.

 

미국은 동남아 주요 국가의 해양 정보 획득 능력 배양에 적극적이다. 필리핀의 ‘연안 감시 시스템(Coastal Watch Systеm, CWS)’과 말레이시아의 ‘해안 경비 레이더 기지국(Coastal Surveillance Radar Stations)’ 설치에 도움을 주었고, 인도네시아의 해양 정찰과 레이더 능력 배양에도 기여하였다. 또한,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의 해양 능력 배양을 위해 ‘해양안보 이니셔티브(Maritime Security Initiative, MSI)’를 추진하고, 2016년부터 5년간 4억 2,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특히 미국 국방부는 MSI를 통해 총 34대의 무인 항공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ISR 자산 강화에 기여하였다. 일례로, 말레이시아는 2021년 3월에 공여 받은 무인기로 공군 비행대(Squadron)를 창설하였다. MSI는 미국이 해양 능력 배양을 위해 가용하고 있는 다양한 자원 중 하나이다. ‘외국 군대 지원 자금 (Foreign Military Financing, FMF)’에서도 일정 금액을 동남아 국가들의 해양 능력 배양을 위해 할당하고 있다. 또한, 국무부의 ‘국제 마약 및 법 집행국(International Narcotics and Law Enforcement Affairs)’이 ‘동남아 국가들의 해양법 강화 이니셔티브(Southeast Asia Maritime Security Law Enforcement Initiative, SEAMLEI)’에 예산을 할당하고 있다. 미국은 주로 잉여 군수물자 판매(EDA) 프로그램을 통해 해상초계기, 전차, 장갑차 등을 외국에 공급하고 있는데,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의 해양 능력 배양에 적극적이다 (최현호 2020). 2020년 11월에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필리핀 방문 시, 필리핀에 정밀 유도 미사일 등 1,800만 달러(약 200억 원) 상당의 군수품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둘째,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정보 융합 및 공유 센터 구축에 적극적이다. 현재 인태 지역에서 취합된 정보의 융합 및 공유를 위한 주요 다자 메커니즘은 아래와 같다. 첫째, 아시아 해적 퇴치 협정(Regional Cooperation Agreement on Combating Piracy and Armed Robbery against Ships in Asia: ReCAAP)이 ‘정보공유센터(Information Sharing Center, ISC)’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에 문을 연 국제기구로 현재 동남아 국가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일본, 미국 등 20개국이 ReCAAP-ISC를 통해 자국에서 발생한 해적 행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둘째, 싱가포르가 2009년부터 ‘정보융합센터(Information Fusion Center, IFC)’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24개국이 IFC에 해군 연락장교를 파견하여 불법 어업, 해상 테러 등 다양한 해양안보 분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싱가포르 IFC는 정보 융합을 위한 소프트웨어로 ‘Open and Analysed Shipping Information Systеm (OASIS)’를 사용하고 있는데, 연락장교가 각국의 실시간 정보를 전달받아 OASIA에 입력한다. 또한, IFC는 다수의 상업용 위치 추적 플랫폼에서 취합한 정보도 융합하고 있다. 셋째, 민간 차원에서도 정보를 융합하고 공유하는데, ‘국제해사국(International Maritime Bureau, IMB)’이 1991년에 말레이시아에 설치한 ‘해적신고센터(Piracy Reporting Centre, PRC)’가 대표적인 예이다. IMB-PRC는 대만이나 키프로스 정부가 일부 재정 지원을 하지만, 대부분의 재원은 선박 및 수송업계가 제공한다. 해적 행위를 당한 선박은 IMB-PRC에 신고하고, IMB-PRC는 관련 정보를 각국의 안보 담당 기관과 정보공유센터에 전달한다. 아울러 IMB-PRC는 해적 발생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한다. 넷째, 인도도 최근 인도양 지역을 대상으로 ‘정보 관리 및 분석 센터(Information Management and Analysis Centre, IMAC)’와 인도 IFC-IOR 등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데, 아세안 지역 정보융합센터와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다섯째, 호주가 태평양 정보융합센터를 2년간 시험 운영하고, 2021년 12월에 바누아투로 센터를 이전했다. 호주가 재정 지원을 하고 ‘태평양 섬 포럼(Pacific Forum)’ 산하로 운영된다 (톰 아브케 2022).

 

한편, 해양안보 정보 공유 네트워크에서 어떤 기술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할지는 해양 정보 취합 및 융합을 어느 국가가 주도할지와 깊게 연관된 이슈인데, 미국은 기술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개발 · 배포 · 운영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는 정보 취합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정보 보안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기밀 정보 수준에서는 ‘범세계연합 지휘통제체계(CENTRIXS)’를 사용하여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와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 상황인지 영상(Common Situational Awareness Display)’을 제공한다. 기밀이 아닌 정보를 공유할 때는 미군의 ‘인터넷 기반 정보공유체계(All Partners Access Network, APAN)’를 활용하는데, APAN은 타 국가가 미 국방부의 네트워크나 하드웨어에 접근하지 않아도 웹에 기반을 두고 대화 채널을 유지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APAN은 긴급 상황에서 비정부기구(NGO)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동맹국이나 안보 우호국과의 군사훈련 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2013년 필리핀 ‘하이엔(Haiyan)’ 태풍 재해 때 사용되기도 하였고, 미국, 한국, 일본이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Humanitarian Assistance and Disaster Relief, HADR)’ 정보를 공유하는 데 사용하였다. 미국 7함대가 다국적 군사훈련 시 주로 APAN을 사용하는데, 7함대가 주관한 2014년 ‘환태평양 합동 연습(Rim of the Pacific Exercise, RIMPAC)’에 중국이 참여하였던 이유 중 하나도 동 시스템에 대한 접근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중국에 APAN 접근은 허용했지만, CETRIXS 접근은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 접근과 정보 교환이 가능한 ‘시비전(SeaVision)’을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는데, 동남아 국가들과의 ‘동남아시아 협력 및 훈련(Southeast Asia Cooperation and Training, SEACAT)’과 ‘해상협력 준비 훈련(Cooperation Afloat Readiness and Training, CARAT)’ 때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인태 지역에서 미사일 방어, ISR 제공, 정보 공유 네트워크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의 중점 파트너가 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대부분 아세안 국가의 해군력과 공군력은 열악하다. 중국에 대항하여 영토 주권을 지키고 다양한 해양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무엇보다도 아세안 국가들의 국력을 고려할 때, 이들 국가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최신 군사 자산을 구매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또한, 미국과 EU가 인권 탄압을 이유로 다수의 권위주의 동남아 국가로의 방산 수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동남아 국가가 역내 해양안보를 주도하기 위해 갖추고자 하는 ISR 자산과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 사이에 차이가 큰 이른바 ‘ISR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해 아세안 국가 간 영토분쟁과 일부 아세안 국가의 ‘불법 · 비보고 · 비규제 어업(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IUU 어업)’으로 역내 국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서, 동남아 국가들은 해양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 공유를 꺼리는 경향이 크다 (Jackson et al. 2016, 18). 일례로 ReCAAP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아직도 가입하고 있지 않은데, ReCAAP-정보공유센터(Information Sharing Center, ISC)가 싱가포르에 있는 것이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Parameswaran 2016). 즉, 싱가포르가 정보의 융합을 주관하고 있어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이미 20여 개국이 가입한 ReCAAP에 가입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2004년에 해적 퇴치를 위해 결성한 ‘말라카 해협 순찰’의 경우도 3국은 관장 범위를 말라카 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으로 국한하고 있고, 당면한 실질적 문제인 해적 퇴치와 관계없는 지역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에 유보적이다. 한편, 동남아 국가들이 아세안 차원의 정보 공유를 위한 ‘우리의 눈(Our Eyes)’을 작동시키기 위해 협의 중이지만, 아직 초보적인 논의 단계에 있다. Our Eyes는 테러, 극단주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공식적으로 제안하였는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3국 간의 정보 공유체(Three Eyes)로 제안되었다가 점차 확장되는 추세이다. 2019년 1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워크숍에 아세안 사무국과 10개 아세안 국가 모두 참가하였고 이후 관련 회의가 개최되고 있으나, 아직 실질적인 성과는 없다. 따라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다수의 동남아 국가가 역외 국가의 기여를 수용하고 있는 가운데, 쿼드 국가인 일본, 호주, 인도가 미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도, 결국 국가의 경제력, 정보 자산 구비, 의지의 측면에서 인태 지역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주요 국가는 이들 쿼드 국가이다.

 

Ⅲ. 일본, 호주, 인도의 기여

 

일본은 국내법적 제약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차관 형식으로 경비함을 지원해 왔지만, 최근에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면서 군사 장비 공여에 나서고 있다 (김정선 2017).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정해 사실상 무기수출 금지 조치를 폐지했고, 2017년에는 자위대의 중고 장비를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재정법’을 개정하였다. 이후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정찰선, 해양 감시 레이더 등을 제공하고, 운영을 위한 지원팀을 파견하고 있다. 2020년 8월에는 일본 미쓰비시사(Mitsubishi Electric Corp)가 필리핀에 4기의 레이더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2022년 11월 납품이 시작되어 2024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은 우주에 기반을 둔 해양안보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의 위성 발사를 돕고 있다. 2008년에 첫 번째 통신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던 베트남은 2013년에 고해상 ‘지구 관측 위성’을 궤도에 올린 바 있다. 베트남과 일본은 2017년에 위성정보 교환 협정을 체결하였고, 다수의 ‘베트남 우주 센터(Vietnam Space Center)’ 소속 연구자가 일본에서 수학하고 있다. 베트남은 일본의 도움으로 베트남 과학기술로 제조한 소형 지구 관측 위성인 MicroDragon을 2019년 1월에 일본 우주센터에서 발사하여 궤도에 올리기도 하였다. 일본전기주식회사(NEC)는 2023년까지 베트남에 지구관측 위성인 LOTUSat-1을 수출하고 지상 기지국을 세워주는 총 1억 8,6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동 사업은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인공위성 개발에 공적개발원조를 지원하는 첫 번째 사업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치바 대학 등이 인도네시아 국립항공우주연구소(LAPAN)의 SAR 탑재 초소형 인공위성 발사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다 (안형준 2020).

 

호주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 20여 년간 남태평양 지역에서 ‘태평양 순찰선 프로그램(Pacific Patrol Boat Program, PPBP)’을 수행했고 이어 ‘태평양 해양안보 프로그램(Pacific Maritime Security Program, PMSP)’을 가동 중이다. 호주는 남태평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에서도 역내 국가의 ‘해양 능력 배양’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인도의 경우, 싱가포르,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에 방산 수출을 하고 있으며 군사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인도는 ‘해양상황 인지’ 능력의 배양에 관심이 많은데, 인도양이 광활하여서 ISR 능력을 종합적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역내에서 중국 어선이 IUU 어업을 일삼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해양환경에 대한 산발적인 정보들을 통합할 수 있는 ‘해양상황 인지’ 능력 배양이 중요하다. 60년 역사의 우주 프로그램을 가진 인도는 우주 개발을 가속하고 있으며, 비행 초기 단계에 위성을 추적하는 지상 기지를 안다만 니코바 제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동부 비아크, 모리셔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 인도가 베트남에 ‘위성 트래킹 및 위성사진 감시탑(satellite tracking and imaging centre)’을 설치하였는데, 인도는 베트남이 인도의 허가 없이도 인도의 위성에서 영상 사진을 직접 송신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로이터」 2016). 베트남이 지구 관측 위성으로 농업, 과학, 환경용 영상을 받지만, 이미징 기술 강화로 위성사진을 군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2018년 1월에 개최된 아세안-인도 정상회의의 선언문 23조에서는 아세안과 인도가 우주 공간에서 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하였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양국 정상이 2018년에 ‘인태에서 양국 해양 협력에 관한 공통 비전’을 선언하였다.

 

이처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이 인태 지역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을 명분으로 개별 국가 차원에서 또는 소다자의 형태로 ISR 자산 제공과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에 체결된 ‘미국, 호주, 일본 간 삼자 정보공유 협정’으로 삼국은 높은 수준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향후 삼국이 ISR 자원이 부족한 인태 지역 거점 국가들에 고급 ISR 정보를 제공하면서, 역내 국가의 조기 경보 체제, 해양 순찰 및 정찰 시스템, 항공 정찰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방향으로 기여의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염두에 둔 정보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데 쿼드 국가 상호 간의 협력과 역내 국가에 대한 쿼드 국가의 기여가 필수적이다.

 

Ⅳ.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시사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 등 안보협력을 추동하고, 동남아 및 인도양 지역에서는 ISR 자산 공유와 정보 제공을 통해 자국이 주도하는 인태 지역 안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은 동북아 차원을 넘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일부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이에 동참하지 않을 시,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상에서 ‘2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복원과 더불어 한국의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제 편입을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한국이 급속하게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어렵고 중국의 안보적 이익도 고려해야 하므로 한미일 미사일 협력을 급속히 추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위크에서 한국의 위상이 격감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장기간 정체된다면, 한·미·호·(일) 안보협력을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넘어서 큰 틀에서 인태 지역 미국 주도 정보 네트워크 강화에 한국이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하며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아 한미일 안보협력 정체가 길어진다면, 한·미·호 또는 한·미·일·호 안보협력 관계를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언론 보도로는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시 미국이 한미일 군사훈련 시행을 요청하였으나 한국이 거부하였고, 의도인지 우연인지는 확인이 불가하나 한국, 미국, 호주 해군이 2017년 11월 6~7일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차단을 위한 연합 해양차단훈련을 시행했다. 한국이 당시 중국과의 사드 분쟁으로 인한 경색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고려하여 한미일 군사훈련에 유보적이었고, 대신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한·미·호 군사훈련을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처럼 한·호 안보협력을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상에 위치시키고, 그 역할과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호주 총리가 이미 2017년 8월 북한이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하면, 미국과의 동맹조약을 발동하여 미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는 등 호주는 한반도 안보에 관심이 크다. 호주가 북한의 불법 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2018년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해상초계기와 호위함을 일본 근해에 배치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정부가 2022년 12월에 발표한 인태 전략서에서 한·미·호 안보협력을 강조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과 호주는 외교·국방 장관 2+2회담, 정례 군사 훈련, 방산협력 등을 통해 안보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역내에서 미·일·호주·한국이 참여하는 군사훈련이 다수 실시되고 있다. 한·호 안보협력이 한일 안보협력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호주가 미국 및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급진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호주가 준동맹의 관계로까지 안보협력을 증진시켰고, 양국은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북방축과 남방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이 2022년 1월 ‘상호 접근 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을 체결함으로써, 대규모 호주군이 일본 영해에서 일본과 군사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이 향후 북극성-3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신포급 또는 개량형 고래급 탄도미사일잠수함(SSB) 전력을 강화하면, 한국이 미국, 호주 등과 한반도 근해에서 연합훈련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7개국이 초계기와 호위함 등을 파견해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을 감시 중인데,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면 동북아 해상에서 미국과 호주가 주도하는 다자 군사훈련이 시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2019년 10월 한국 해군과 호주 해군이 포항 인근 해상에서 제6차 해돌이-왈라비 훈련을 실시하였을 때, 호주가 사상 처음으로 이지스함을 투입하여 양국이 북한 잠수함 및 SLBM 대응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은 2019년 11월 호주 해군이 주최한 ‘2019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REACH 2019)’에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함께 참여했다.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은 잠수함 조난 사고에 대비해 사고 해역에 인접한 국가들이 함께 승조원을 구조하기 위한 훈련이다. 또한, 호주는 한미 간 해병대 군사훈련인 ‘쌍용’에 간헐적으로 참여해 온 경험도 있다. 동해상에서 한국과 일본의 공동 군사훈련이 국민정서상 아직 받아들여질 수 없는 반면, 미국, 호주와의 군사훈련은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미국, 호주, 인도 등이 미국 유인 초계기 P-8 포세이돈(Boeing P-8 Poseidon), 무인 해양 초계기 MQ-4 트리톤을 운영하고 있는바, P-8을 도입한 한국이 공동 훈련을 수행할 수 있다. 호주의 대잠용 소나 시스템 기술이 발전되어 있는바, 한국이 이를 해군 자산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한국이 동북아에서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급속히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인태 지역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동남아 주요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과 ‘해양상황 인지’ 능력 향상에 기여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상에서 위상을 높여 가야 한다. 쿼드 국가들은 이미 상호 협력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는 미국과 2018년에 개최된 양국 간 첫 번째 장관급 2+2 회담에서 ‘통신 상호운용성 및 보안 협정(Communications Compatibility and Security Agreement, COMCASA)’을 체결함으로써 인도가 미군의 정보 공유 네트워크인 ‘링크-16 (Link-16)’에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2020년에는 미국과 인도가 군사지리 정보 공유를 위한 ‘기본 교류협력 협정(BECA)’을 체결하였다. 미국의 군사지리 정보를 활용해 인도가 순항 및 탄도미사일의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도와 일본의 경우, 인도 안다만-니코바르 제도의 주도인 포트블레어(Port Blair)와 첸나이(Chennai)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건설에 일본전기주식회사(NEC)가 참여하고 있다. ‘안다만-니코바르 제도’는 중국, 한국, 일본의 최대 무역 통로이자 원유 수입 통로인 말라카 해협에 가까이 있고,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와의 해상 경계선에 있어 ‘해양상황 인지’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인도의 주요 군대가 배치되어 있어 원활한 통신 접속이 군사적으로 중요한데, 민감한 군사 통신 시설의 건설을 NEC가 맡은 것이다.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와 미국·호주 동맹의 정보 자산 공유를 중시하는 호주는 인태 지역에서 쿼드 국가와의 사이버 협력 연대를 조성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미국과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인프라 투자로 인한 안보상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서 협력하고 있다. 중국의 광섬유 케이블 건설 사업 제안을 거부한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호주도 미국과 함께 남태평양 지역의 통신 인프라 구축에 자원을 조달하고 있다. 인도와는 2020년 6월에 개최된 양국 정상회의에서 ‘사이버 및 사이버 활용 핵심기술 협력에 관한 기본합의(Framework Arrangement on Cyber and Cyber-Enabled Critical Technology Cooperation)’를 채택하였다. 일본과는 2015년부터 매년 ‘호주·일본 사이버 정책 협의(Australia-Japan Cyber Policy Dialogue)’를 개최하고 있다. 호주는 2021년 11월에 화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첨단기술 및 사이버 분야 정치지도자, 산업계 전문가, 학계 인사, 시민사회 인사 등이 참여하는 ‘시드니 회의(The Sydney Dialogue)’를 개최하였다.

 

한국이 일본, 호주, 인도처럼 미국과 인태 지역 IRS 자산 공여 및 정보 제공에 참여하는 것에는 기회 요인과 부담 요인이 있다. 한국은 한국-아세안 해양 협력과 아세안을 대상으로 한 한국-주요 역외 국가와의 해양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데, 쿼드 국가와 해양능력 배양에 협력하는 것은 한국의 역내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도 퇴역 함정 공여 등을 활발히 전개해 왔는데, 이를 통해 한편으로는 아세안 국가의 해양 안보에 기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함정과 항공기 등 방산 물품을 수출하는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동참 요구에 따라 한국 정부가 한국의 지역정책과 미국 인태 전략의 연계 고리로 제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해양안보이기도 하다. 한국이 개별적 차원을 넘어 미국 등 쿼드 국가와 협력하게 되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반면에 부담 요인은 중국이 쿼드 국가가 역내 국가의 해양안보 능력 배양에 기여하는 목적이 표면적으로는 역내 비전통안보 이슈에 대한 대응이지만, 공여국과 수혜국의 특성상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비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여국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이고, 주요 수혜국은 미국의 동맹국 또는 중국과 안보적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역내 국가와 쿼드 국가의 안보협력이 급증하고 쿼드 국가가 역내 국가에 제공하는 공여의 질과 양이 향상되면서, 중국도 본격적으로 역내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에 뛰어들 것이다. 현재 중국 공여의 양과 질이 낮은 실정이지만, 중국이 대규모 선박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고 퇴역 함정도 많은바, 중국이 언제부터 공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인지가 관심사이다.

 

그런데 비전통안보에 대한 기여라는 명분이 있는 한, 중국이 한국의 참여를 대놓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은 한편으로는 쿼드 국가와의 해양협력에 참여하면서 비전통안보에 기여한다는 명분과 방산 수출이라는 실리를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중 양국 모두가 참여하거나 미국이 배제되는 소다자 해양협력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끌어내야 할 분야 중 하나가 위성항법시스템(GNSS) 개발이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신무기뿐만 아니라 비전통안보를 위한 해양안보에도 필수적이다.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인데, 2020년 중국이 Beidou 체계를 완성함에 따라 역내에서 미국 GPS와 중국 Beidou 간 경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과 인도는 지역 차원의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지역 차원의 위성항법시스템 구축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2018년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orea Positioning Systеm, KPS)’ 구축 계획을 발표하였고, 2035년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현재 예산 예비타당성 검토 중이다. 2020년 국방부 국방중기계획(2021~2025년)에서도 한국군 단독의 GPS 추진을 표명했다. 향후 미국, 일본, 인도 등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지금까지 미국이 자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강화를 지속해서 추구하면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과 ISR 자산 공유 및 정보 제공을 강조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양국의 국내 정치 요인과 중국에 대한 고려 때문에 한미일 안보협력을 급진전시키는 것이 부담된다면, 한국은 한편으로는 호주를 중간 조정자로 활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태 지역에서 ISR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쿼드 및 역내 국가와 신뢰와 협력의 습관을 쌓아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의 대안으로 단기적으로 한·미·호·(일) 안보협력을 추동하고, 인태 지역에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쿼드 국가와의 ISR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고려해야 할 점은 한국과 비교할 때 일본과 호주의 안보적 위상이 급격히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양국은 이미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북방축 및 남방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안보협력을 급진전시키고 있다. 호주도 2021년에 체결된 ‘미·영·호 안보파트너십(AUKUS)’이 상징하는 것처럼 미국 주도 첨단기술 연대에서 핵심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일본과 호주의 하위 노드(node)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미국, 호주, 인도와의 양자 안보협력 진전 속도가 느리다. 미·일·호, 미·일·인도 삼자 안보협력이 증진 중인데, 호주와 일본이 참여하는 소다자 안보협력과 비교하면 한국이 참여하는 소다자 안보협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따라서 비대칭성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호주, 아세안,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양자 안보협력도 가속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태 지역 정보 공유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미국의 2022년 국방수권법안이 한국의 평택 미군기지에 인태 지역 거점 정보융합센터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는 점이다. 동 센터가 설치된다면, 동북아 지역의 정보 융합에 어떠한 기능을 할 것인지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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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Van, Mira Rapp-Hooper, Paul Scharre, Harry Krejsa and Jeff Chism. 2016. Networked Transparency. Washington D.C.: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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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재적_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및 언더우드국제대학 교수.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전공분야는 인태 지역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지역안보질서, 소다자 안보 협력, 미국-호주 동맹, 호주 안보 정책 등이다. 최근 저서로는 "The US-led Security Network in the Indo-Pacific in International Order Transition" (2023), "South Korea’s Investment for the U.S.-South Korea Alliance and Its Implications for Sino-South Korea Relations" (2022)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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