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시다 아츠시(石田淳) 도쿄대 교수는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에 대한 관계국 간 공유된 인식의 부재가 분쟁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포컬 포인트(Focal Point)의 설정에 따른 공존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을 규제하는 레짐 또는 국가 간 조약으로 포컬 포인트를 설정하여 각국의 무력 행사를 제한할 수 있지만, 현재 동아시아는 각국이 군비를 증강하는 가운데 대만 및 남·동중국해 등 분쟁 지역에 대한 공통 인식이 결여된 상황이어서 무력 충돌이 우려됩니다. 저자는 한일 양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이 포컬 포인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여 공존의 신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서론

 

어떠한 대국이라도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언제까지고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세력 분포는 언젠가는 변동할 것이다. 그 시점에 승자의 힘의 우위가 만들어 낸 질서도, 그 질서의 혜택을 받은 적 없는 신흥국에 의해 도전 받을 때가 오지 않을까? 이러한 불안에 대국도 시달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힘의 우위가 군사 또는 경제 면에서 흔들렸던 시기에, 이러한 대국의 불안을 이론적으로 표현한 것이 ‘세력 전이(power transition)’론과 이어서 나온 ‘패권 안정(hegemonic stability)’론이었다. [1] 냉전 종식 후 다시 미국에 필적할 국가가 없는 단극 체제가 출현했으나, 그것도 잠시, 중국의 대두에 의해 미국의 힘의 우위에 어둠이 닥치자 이전의 이론과 비교하여 그다지 다르지 않은 세력전이론이 다시 등장하였다. [2]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idides’s trap)’ 이론이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세력 분포의 변화에 따라 대국 간의 세력 분포 구조에 긴장이 생겨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왜 이러한 긴장이 대국 간 전쟁의 발발을 일으키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Allison 2017). 특히 핵무기 시대에는 이해 조정의 파탄과 그 결과로 인한 무력 충돌로 핵 보유 대국 간에 막대한 희생, 손해, 파괴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는 더욱 설명을 필요로 한다.

 

확실히 동아시아의 정세는 낙관적인 상황을 허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1년 3월 미국의 인도 태평양군 사령관(당시) 데이비드슨은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대만은 명백한 (중국의) 야망 중 하나이다. 그 위협은 … 6년 이내에 실현될 것이다”라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공격이 임박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United States Senate Committee on Armed Services 2021).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무력 충돌이 우려되는 ‘발화 지점’은 대만 해협에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유사시에 대비해 태세를 정비하는 안전보장론이 열기를 띠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미‧중뿐만 아니라 북한, 한국, 대만, 일본 등 관계국 사이에서도 위기 시 대규모 무력 분쟁 없이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동아시아의 발화 지점에 대해 ‘관계국 간에 승인된 현상’이 있다고도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본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공존의 조건을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 [3]

 

Ⅰ.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

 

위기의 시기,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에 대해 관계국 간 공유된 인식이 없으면 의도하지 않은 ‘분쟁의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국가 A와 국가 B 사이에 이해 대립이 있다. 이해 대립 상황이란 전형적으로는 특정 쟁점에 대해 한 편에게만 ‘보다 바람직한’ 이해 조정이, 다른 쪽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이해 조정이 된 상황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그림 1](이해 대립 상황)과 같이 N과 S 두 선 안에 있는 영역의 지배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양국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자. 단, 군대가 충돌할 경우에는 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자. 이때 S에서 북상하는 A와, N에서 남하하는 B는 N, M, S 세 가지 선 중 어느 선까지 군대를 전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그림 1] 이해 대립의 상황                                      [표 1] 이해 대립과 이해의 일치

 

여기서 [표 1] ‘이해 대립과 이해의 일치’와 같이 이 상황을 게임으로 상정해 보자. 이 게임의 플레이어는 A와 B이다. 행동의 선택지로서 A와 B에는 각각 N(N까지 전진한다), M(M까지 전진한다), S(S까지 전진한다)의 전략이 있다. 이 표는 플레이어의 전략의 조합에 의해 양국 사이에 실현될 사태를 특정 짓고, 각각의 사태에서 개별 플레이어가 획득할 이득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득은 (A의 이득, B의 이득) 순으로 표기되어 있다.

 

예를 들어, N에 있는 B도, S에 있는 A도 군대를 움직이지 않으면 각각 새로운 이득이 없어 쌍방의 이득은 (0, 0)이 된다. A가 S에 머물러 있고 B가 M이나 S까지 남하한다면, B의 이득은 지배 영역이 넓어지면서 0에서 1로, 그리고 2까지 늘어난다. 역으로 B가 N에 머물러 있고 A가 M이나 N까지 북상한다면, A의 이득도 0부터 1, 그리고 2까지 늘어난다. 또한 A와 B가 함께 M까지 진출하면 쌍방의 이득은 (1, 1)이 된다. 이에 대하여 A는 N까지, B는 S까지 진출하려 할 때, 양군이 충돌하여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여기서는 이 전쟁의 비용(인적 희생, 재정적 손해, 물리적 파탄 등)이 충분히 큰 것으로 생각하여 전쟁에 의한 쌍방의 이득은 (-1, -1)이 된다.

 

이렇듯 양국 사이에 나타나는 사태가 일국의 전략이 아닌 양국 전략의 조합에 의한 것임을 자각하고 있고, [표 1]에 정리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여기서는 상대국이 서로 어떻게 움직일지 관찰한 후에, 자국의 움직임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 즉 불완전 정보(imperfect information)를 가정한다. 또한 행동 계획에 대해 미리 국가 간 구속력 있는 합의를 할 수도 없는 것으로 한다. 즉 구속력 있는 합의(binding agreement)의 부재를 가정한다.

 

이 게임에서는 전쟁을 계속적으로 회피하고, N, M, S 어느 선에서든 경합을 피하고 공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구체적으로는, (N, N), (M, M), (S, S)라는 전략의 조합(A의 전략, B의 전략 순으로 조합)은 어떤 플레이어도 일방적 전략 변경으로 인해 이득을 늘릴 수 없으며, 이와 함께 이득을 늘리기 위한 위한 전략 변경의 유인이 어떤 플레이어에게도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안정적이다(이처럼 상대의 전략에 대한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는 전략—최적 응답 전략—의 조합을 비협력 게임 이론에서는 ‘내시 균형’이라고 한다). 더욱이 (N, N), (M, M), (S, S)에 의해 실현되는 ‘공존(territorial compartmentalization)’은 다른 세력의 이득을 감소시키지 않고서는 한쪽의 이득을 증대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효율적인 것이 된다.

 

역으로 (N, M), (N, S), (M, S)는 전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상기한 효율성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공존을 실현해 전쟁을 회피하는 것이 양국의 공통 이익이며, 여기서 양국의 ‘이해의 일치’를 간파할 수 있다.

 

한편 N, M, S 세 개의 선 중 어느 선에서 공존할 것인가에 따라 양국 사이에는 명확하게 ‘이해의 대립’이 있다. 이 역시 A에게는 N이 최선, M이 차선, S가 최악인 반면 B에게는 S가 최선, M이 차선, N이 최악이 되어 한 쪽에게 ‘더욱 바람직한’ 이해 조정이 다른 쪽에게 ‘더 바람직하지 않은’ 이해 조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존을 위한 경계선의 후보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관계국은 이해의 대립(divergent interests)을 극복하고 특정 경계선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 쌍방에 견디기 힘든 희생을 가져올 전쟁을 회피하기 위해, 그 공존의 경계선을 서로 확실히 존중할 것이라는 예상의 공유(‘수렴된 기대(convergent expectations)’로 개념화된다)가 성립해야 한다(Schelling 1957, 35). 서로의 행동에 대한 기대의 수렴에 의해 각각의 ‘행동의 조정(coordination of behavior)’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포컬 포인트(Focal point)’이다(Schelling 1957, 21, 22, 28, 30). 물론, ‘넘어서는 안 되는 선(a red line that no one should cross)’에 대해 자국에 유리한 해석만 고집함으로써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전략적인 유인도 작동하므로 합의가 쉽지만은 않다(Schelling 1957, 19). ‘포컬 포인트’를 통해 행동의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전쟁 발발을 회피하거나 그 확산을 제한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냉전기 미소 두 강대국 사이에도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limits of acceptable behavior)’에 대해 일정 수준의 이해가 공유되었다. 외교사 전문가 존 루이스 게디스의 논의가 그 전형적인 예로 알려져 있다(Gaddis 1986, 132). 포컬 포인트 개념의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게디스가 열거한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의 상호 승인, 직접 군사 대결의 회피, 핵무기 사용의 상호 자제, 상대국의 정권 전복 공작의 상호 자제 등은 포컬 포인트 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4]

 

Ⅱ. 예외로 정당화 가능한 범위

 

국가에 의한 무력 행사에 포컬 포인트를 적용하는 데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한쪽에 전쟁을 규제하는 레짐이 존재한다. 레짐이란 국제관계의 특정 영역의 적절한 행동 범위에 대해 국가 간 기대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규범적인 포컬 포인트를 가리킨다(Martin and Simmons 2002, 326, 328). 전쟁의 법적 규제는 일반적으로 전쟁 발생의 규제(jus at bellum)와 발생한 전쟁에 대한 규제(jus in bello)로 나눌 수 있으나, 여기서는 어떠한 조건하에서 관계국들이 무력 분쟁의 발생을 회피하거나 그 확대를 제한할 수 있는가를 고려하기 위해 전자의 법적 규제에 주목하고자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유엔 헌장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국제 평화에 대한 위협 등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제 평화를 유지‧회복하기 위해 강구하는 조치에 관한 결정) 또는 자위권(개별적 자위권뿐만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을 근거로 한 무력 행사는 예외로 하되, 개별 국가의 독자적 판단에 기초한 무력 행사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른 방법은 특정 국가 간의 동맹 조약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근거로 하는 체약국의 공동 행동의 발동 요건, 즉, ‘조약 적용 사유(casus foederis)’를 특정하는 것이다. 냉전기에 미국이 체결한 동맹 조약은 ‘조약 지역(treaty area)’을 한정하고, 이 지역에 대한 무력 공격을 공동 행동의 발동 요건으로 한다(Fromkin 1970, 696). 공동 행동에 대해서는 북대서양 조약(1949년 서명)의 제5조, 한미상호방위조약(1953년 서명)의 제3조, ANZUS조약(1951년 서명)의 제4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이러한 상호 방위 조약에서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권리’를 행사하는 요건으로서 무력 공격은, 공동 행동이라는 체약국의 ‘의무’의 발동 요건으로 간주된다.

 

안보리 결의나 자위권을 근거로 한 행위를 예외로, 원칙적으로는 개별 국가의 독자적 판단에 근거한 무력 행사는 금지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국제사회에는 폭넓은 합의가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군사 행동을 둘러싼 여러 논쟁 속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유엔 총회는 몇몇 국가의 반대(벨라루스, 북한, 에리트레아, 러시아, 시리아 5개국)를 제외한 결의(유엔 문서 UN Doc., A/RES/ES-11/1, 2 March, 2022)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침략’에 준한다고 비난하였으나, 비난을 받은 러시아도 무력 비행사 원칙의 예외가 되는 자위권에 대한 러시아의 해석에 기초하여 무력 행사의 정당화를 시험했다(러시아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S/2022/154, 24 February, 2022). [5] 즉, 무력 비행사 원칙에 대한 일정한 공통 이해가 국제사회를 구성하는 국가 간의 비난과 정당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전의 중동 지역 등과는 달리 유엔 가입국의 무력 행사를 명시적으로 용인할 수 있도록 해석 가능한 안보리 결의(예를 들어, 걸프전 당시 무력 행사 용인 결의 S/RES/678와 정전 결의 S/RES/687)가 없기 때문에, 무력 행사가 일어나게 된다면 이는 자위권을 근거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위권을 근거로 한 무력 행사로서 예외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군사 행위와 정당화할 수 없는 군사 행위를 구분하는 선에 대한 국가 간의 명확한 포컬 포인트가 존재할 것인가?

 

반격을 실행함으로써 공격을 배제하는 일(자력구제 행위), 그리고 방위를 개별적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하는 행위도 ‘필요성’(공격을 없애기 위한 대체 수단이 없음)과 ‘균등성’(공격에 비해 반격의 범위가 과도하지 않음)의 요건을 만족하는 한 금지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실행하는 의도를 표명하고, 다시 말해서 공격을 자제시킬 목적으로서 반격의 위협(자구 요건을 만족하는 억지)을 가하는 것 역시 금지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공격에 대한 반격의 실행(예를 들어, 안전보장상의 대항 관계에 있는 국가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 공격) 등에 대해서는 동맹국 간에도 위협의 절박성의 인식을 둘러싼 평가가 나뉘게 될 위험이 적지 않다.

 

자위권을 근거로 무력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군사 행동이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는 ‘위협’뿐만 아니라, 자위권을 근거로 한 무력 행사로서 정당화할 수 없는 군사 행동은 결코 이행하지 않겠다는 ‘구속’에도 설득력이 없다면, 억지 정책은 상대국에 불안을 일으키고 이에 더해 해당 국가의 불안을 지울 수 없게 할 것이다. 자위권의 확대 해석은 얼핏 자구를 위한 행동의 선택지를 늘려 해당 국가의 안전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 간의 기대에 수렴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안전에 해를 입힐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태를 심화 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국 간 무력 행사 자제에 대한 상호 이해 확립이 불가능하다면 군비 경쟁이 과열되어 국가 간의 긴장이 격화되기만 할 것이다. [6]

 

Ⅲ. 공존의 포컬 포인트의 부재

 

냉전 종식기에 존재했던 군비 관리 조약 중 미소 양국 간의 ABM(Anti-Ballistic Missile) 조약(1972년 체결)과 중거리 핵전력(intermediate ranged nuclear force, INF) 폐기 조약(1987년 체결)은 각각 2002년과 2009년 실효되었다. ABM 조약은 전략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시스템의 개발 및 배치 등을 제한하는 조약이었으나, 9.11테러 후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001년 12월 미국이 탈퇴를 통보하여 이듬해 실효되었다. INF 폐기 조약은 일정 범위의 사정거리를 지닌 지상 발사 탄도 순항 미사일을 모두 폐기한다는 획기적인 군비 관리 조약이었으나, 중국의 핵 전력 증강에 대한 우려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조약 위반을 둘러싼 상호 비난의 시기를 거쳐 2019년 실효되었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을 배경으로 동아시아에 눈을 돌리면, 예를 들어 일본 정부는 2003년 탄도 미사일 방위 시스템을 ‘순수한 방위 수단이자 다른 대체 수단이 없는 유일한 수단이며, 전수방위(exclusively defense-oriented policy)를 취하는 일본의 방위 정책에 적합한 것’으로 보고 도입을 결정했다(2003년 12월 19일, 내각 결정). 그 후 2022년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2022년 12월 16일, 내각 결정)을 결정하고, 탄도미사일 방위의 대응력에는 한계가 있어 상대국 영역 내에 반격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 미사일 방위능력 등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또한 INF 조약의 실효를 계기로 미국의 중거리 핵전력의 일본 배치 등이 논의되거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쟁점이 되는 등 동아시아 지역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7]

 

지금까지 논의한 대로, 역외 요인이 동아시아 지역 내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군비의 증강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표 2]와 같이 동아시아 내 무력 행사가 우려되는 잠재적인 분쟁 지역에 대하여 동의 가능한 행동에 대한 인식이 관계국 간에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태는 심각하다.

 

[표 2] 관계국 간에 승인된(동의 가능한) 현상의 부재

잠재적 분쟁 지점

관계국 간에 승인된(동의 가능한) 현상의 부재

대만 해협

대만의 병합도 독립도 없는 상태?

북한의 핵무기 · 미사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포기(CVID)? [8]

동중국해의 영토 문제

실효 지배의 상태?

남중국해의 해양 권익 문제

해양법에 관한 유엔 조약(UNCLOS)?

 

더욱이 4개의 잠재적 분쟁 지점 각각에 대하여 관계국 간에 명확하게 승인된 현상 혹은 동의할 수 있는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이 4개 지점의 분쟁에 대처하는 우선 순위에 대해서도 인식이 공유되어 있지 않다.

 

결론: 공존의 신시대

 

본 원고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이 공존의 신시대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양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북한, 대만 등 관계국 간 위기 발생 시, 대규모 무력 분쟁의 확산 없이 실현 가능한 “허용 가능한 한계점”에 대한 인식을 합치시켜야 한다. 우선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켜, 정부 간 협력뿐만 아니라 두 번째 트랙으로서 민간 유식자 등도 함께 의견을 교환하여 지역적 여론 형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Allison, Graham. 2017.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London: Scribe. xiv.

 

Christensen, Thomas J. 2015. The China Challenge: Shaping the Choices of a Rising Power.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Fromkin, David. 1970. “Entangling Alliances.” Foreign Affairs 48, 4: 688-700.

 

Gaddis, John Lewis. 1986. “The Long Peace: The Elements of Stability in the Postwar International 시스템.” International Security 10, 4: 99-142.

 

______. 1987. “The Origins of Self-Deterrence: The United States and the Non-Use of Nuclear Weapons, 1945-1958.” in John Lewis Gaddis. The Long Peace: Inquiries into the History of the Cold Wa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Gilpin, Robert. 1981. War and Change in World Politic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Lebow, Richard Ned. 1996. “Thomas Schelling and Strategic Bargaining.” International Journal 51, 3: 555-576.

 

Martin, Lisa L. and Beth A. Simmons. 2002. “International Organizations and Institutions,” in Walter Carlsnaes, Thomas Risse, and Beth A. Simmons eds., Handbook of International Relations. London: Sage. 326, 328.

 

Monteiro, Nuno P. 2014. Theory of Unipolar Politic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Organski, Abramo Fimo Kenneth. 1958. World Politics. New York: Alfred A. Knopf.

 

Schelling, Thomas C. 1957. “Bargaining, Communication, and Limited War.”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1, 1: 19-36.

 

______. 1966. Arms and Influenc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United States Senate Committee on Armed Services. 2021. Hearing to Receive Testimony on United States Indo-Pacific Command in Review of the Defense Authorization Request for Fiscal Year 2022 and the Future Years Defense Program. March 9. https://www.armed-services.senate.gov/imo/media/doc/21-10_03-09-2021.pdf (Accessed May 4, 2022)

 

Wohlforth, William C. 1999. “The Stability of a Unipolar World.” International Security 24, 1: 5-41.

 


 

[1]  세력 전이론은 Organski 1958. 이후의 패권 안정론은 Gilpin 1981.

[2]  냉전 종식 후 단극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Wohlforth 1999: 23-28. 단, ‘단극 세계’가 반드시 평화를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이론도 있다. 이러한 이론도 힘의 비대칭은 대국의 자제적인 약속(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이용해 약자에게 양보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Monteiro 2014: 156-159.

[3]  크리스텐슨의 ‘상호 수용된 영토 현상(mutually accepted territorial status quo)의 부재’라는 개념에서 착안하였다.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에서는 영역 현상을 둘러싼 관계국 간 입장 불일치가 대립의 배경에 있지만, 대만 해협 문제나 북핵 문제의 경우 후술하는 대로 보다 일반적인 정치 현상을 둘러싼 관계국 간 입장 불일치가 대립의 근본적인 이유이다. Christensen 2015: 106.

[4]  미국은 1953년 10월 30일 국가안전보장정책 NSC 162/2(October 30, 1953)을 통해 소련 진영에 의한 침략에는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 다시 말해 핵무기의 ‘선행 사용(first use)’의 의사를 굳혔다. 이후 실제로 대통령에게 핵무기의 사용 제언이 반복되었지만, 미국이 핵 사용을 결단한 적은 없었다. Gaddis 1987: 105, 124.

[5]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 총회 의결 이전에, 러시아에 의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침략’이라고 비난하였다. (「朝日新聞」, 2022년 2월 28일) 침략에 대해서는 학계나 국제사회에서 정의되어 있지 않다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답변한 적이 있다. (중의원 예산회의, 2013년 4월 25일)

[6]  르보우는 하천과 같은 자연 지형이 직접적으로 국가 간의 포컬 포인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구성원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겨난 사회적 구성물(social construction)로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Lebow 1996: 569. 셸링의 해석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국경인 압록강을 미국 입장에서 한국전쟁의 ‘루비콘의 강’(즉, 넘어서는 안 되는 선)으로 보았다. Schelling 1966: 134. 이에 대해 르보우는, 중국 측에게 이는 북위 38도선이며, 양국 간 인식의 일치는 없다고 주장했다. Lebow 1996: 567.

[7]  ‘전략적 모호성’이란 대만의 ‘방기 불안’과 미국의 ‘연루 불안’을 동시에 해소하고자 하는 미국의 정책으로, 그 목적은 중국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대만 군사 병합)과 대만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대만의 독립 선언)을 동시에 저지하여 정치적 현상을 유지하는 데 있다. 미국-대만 상호방위조약 실효 후, 미국은 대만관계법(1979년)을 통해 그 의도를 일방적으로 표명하였다. 즉 평화적인 수단에 의하지 않고 대만의 장래를 결정하려는 계획은 서태평양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며, 미국의 중대한 관심 사항이기에 방위적 성격의 무기를 대만에 제공하고자 했다. 이 정책 자체는 미국의 장래에 의한 행동(reaction)을 중국이나 대만의 사전 행동(action)에 조건화하는(조건 있는 약속) 것으로, 특정 국면에서 포컬 포인트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본고의 논점과 모순되지는 않는다.

[8]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폐기(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armament: CVID)’란,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 1718호(S/RES/1718, October 14, 2006) 이래 반복된 북한에 대한 요구를 가리킨다.

 


 

저자: 이시다 아츠시(石田淳)_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국제사회학과전공 교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일본국제정치학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및 교양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 안보 이론(theory of international security)이다.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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