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정석 제임스매디슨대 방문연구원과 김양규 EAI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핵무기의 양적·질적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향후 미중 간 우발적 충돌이 핵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검토합니다. 저자들은 단기 및 중기적으로는 미중 간의 핵전력 비대칭과 상호 불신,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의 얽힘(entanglement) 등이 미중 간 핵무기를 교환하는 무력충돌로 확전될 가능성을 짚어봅니다. 장기적으로 양국이 핵전력 균형을 달성한 후에도 “진정을 위한 확전(escalate to de-escalate)” 전략, “안정-불안정 패러독스(stability-instability paradox),” 인공지능 기술이 핵 지휘통제 체계에 도입에 따른 핵 위기 발생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저자들은 다양한 핵 위기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미중 간 우발적 군사 충돌 및 ‘핵 얽힘’을 자제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미중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Ⅰ. 현황 분석

 

미중 갈등 및 경쟁의 심화 속 양국 간의 여러 이슈 중에서도 특히 많은 이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 바로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의 핵 역량 강화와 그로 인한 불안정성 증대 문제이다. 1960년대 핵개발 성공 이래 중국은 적대국 억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핵 역량만을 유지한다는 소위 최소 억지 전략을 바탕으로 비교적 적은 수의 핵무기만을 유지해왔다. 지금도 러시아와 미국이 여전히 5,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반면, 중국은 약 3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2022).

 

그러나 중국이 최소 억지 전략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핵 역량 증대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는 ‘수직적 핵확산(vertical proliferation)’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핵무기 보유국이 자신의 군사적 핵 역량을 양적 · 질적으로 고도화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작년 발간된 미 국방부의 연례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중국이 빠른 속도로 보유 핵탄두 숫자를 늘리고 있으며 2027년까지는 700기, 2030년까지는 1천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중국은 최근 몇 년 간 수백 개의 ICBM 격납고를 새로 건설하였으며, 현재 보유 ICBM이 약 100기 정도임을 감안할 때 이는 중국이 향후 격납고 기반 신형 ICBM을 상당량 추가 생산 ·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Department of Defense 2021).

 

이 같은 양적 성장과 함께, 핵무기의 전시 생존성 제고를 위한 중국의 질적 역량 확대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의 신형 강화 격납고 건설은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 일환이라 할 수 있으며, 핵 탑재 SLBM 운용이 가능한 진(秦)급(094형) 원자력잠수함 배치를 통해 중국은 최근 사상 최초로 잠수함 기반 핵 억지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착장무장 중량의 대폭 강화를 통해 신형 H-6N 폭격기의 핵탄두 탑재 ALBM 운용이 가능해지면서, 중국은 초보적이나마 지상 · 해저 · 공중의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을 갖추기 시작했다.

 

Ⅱ. 미중 핵 위기 가능성 검토

 

그렇다면 중국의 급속한 핵무기 확대 추세 속에서 미중 간에는 언제 어떻게 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가? 가장 단순하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핵 능력 신장을 우려한 미국의 예방전쟁(preventive war)이지만, 양국이 전면전을 감수할 정도의 노골적 군사 적대 관계에 있지 않고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ICBM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단지 중국의 핵무기 제거를 위해 미국이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대만, 북한, 남 · 동중국해 등의 지정학적 인화점(flashpoint)에서 벌어진 우발적 충돌이 재래식 전면전을 거쳐 핵 전쟁 위기로 확대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보고서는 핵 전략 및 억지에 관한 국제정치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단/중기적, 그리고 장기적 위험으로써 다음 두 가지 유형의 위기 가능성을 검토한다.

 

1. 단/중기적 위험: 중국의 비대칭적 취약성에 따른 우발적 핵 위기 가능성

 

첫 번째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양적 · 질적 핵 균형을 성취하기까지의 과도기 중 벌어질 수 있는 우발적 핵 전쟁 위기로, 현재부터 중국이 상당 수준의 핵 역량 증대를 성취할 것으로 예견되는 2030~35년경 사이의 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급속한 핵 역량 증대는 사실 미국의 군사기술 진보에 따른 위협 인식 심화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전자 · 기계 · 항공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미국의 정확도 혁명(accuracy revolution)은 미사일 정확도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핵미사일은 물론 재래식 미사일로도 적 핵무기를 더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게 만들었으며, 원거리 센서 및 데이터 전송 · 처리 기술 발전은 분산 · 은닉된 핵무기의 효과적인 추적 및 파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Lieber and Press 2006; 2017). 이뿐 아니라 미국은 소위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이라 불리는 사이버 및 전자기 공격을 통해 미사일 발사 이전에 적국의 핵 지휘통제 · 발사시설을 무력화하는 역량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및 군사적 적용은 기존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수준의 핵무기 감시 · 정찰 및 지휘통제시설 공격 역량 강화를 가능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Schmidt 2022). 이상과 같은 미국의 군사기술 혁신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확증된 “핵 보유국 간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구축 이후 전략적 안정기 도래”라는 공식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올해 발표된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에서 이렇게 새롭게 강화된 재래식 군사 역량을 기존의 핵무기와 결합한 “통합억지(integrated deterrence)”를 핵 억지 및 국방 정책 전반의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고 선언하였다 (Department of Defense 2022).

 

문제는 이에 맞서기 위한 중국의 급속한 핵 능력 확대가 미국의 이러한 노력을 더욱 가속화시켜 양국 간에 상승적 나선효과를 일으키고 있으며 결국 중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불확실한 핵 억지의 불안 속에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불안은 미중 간 저강도 재래식 군사분쟁의 확전 상황 속에서 중국 지도부를 소위 “사용하거나 상실하거나(use-it-or-lose-it)”의 심리적 덫에 빠뜨릴 수 있다. 재래식 전면전 속에서 감행되는 미국의 공격에 대하여 미국이 중국의 대미 핵 억지 역량 제거를 위해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핵무기 또한 노리고 있다고 중국 지도부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미국이 전혀 그런 의도 없이 재래식 무기만을 노린다 하더라도, 미중 간 불신과 비대칭 취약성에 대한 불안은 중국으로 하여금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핵 자산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Talmadge 2017).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할 것이 소위 핵 얽힘(nuclear entanglement) 문제이다. 핵탄두와 비핵탄두 모두 장착 가능한 이중용도(dual-use) 투발수단, 그리고 핵무기 운용 부대와 재래식 전력 운용 부대의 조직적 결합 · 혼합은 핵무기를 배치 및 운용 단계에서 재래식 전력과 얽히게 만듦으로써 우발적 핵 전쟁의 가능성을 높인다. 설령 적국이 자국의 재래식 전력을 공격할 의도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와 얽혀 있는 핵무기까지 함께 위협 하에 놓이기 때문에 해당 핵보유국은 사용하거나 상실하거나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Acton et al 2017). 중국 역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핵무기 운용을 전담하는 인민해방군 로켓군은 핵미사일뿐 아니라 다수 · 다종의 재래식 미사일 운용 또한 담당하며, 특히 DF-26미사일 같은 이중용도 투발수단 또한 배치 · 운용 중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우발적 충돌이 재래식 전면전으로 확대되어 미국이 인민해방군 로켓군의 재래식 전력 제거를 시도했을 때, 중국 지도부는 이를 핵무기 제거 시도로 간주하여 미국에 선제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또한 반대로 재래식 전면전에서 중국이 발사한 재래식 미사일을 미국이 핵미사일로 오인하여 전면적 핵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2. 장기적 위험: 공포의 균형 성립 이후의 핵 위기 가능성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중국이 급속한 핵 역량 증대를 통해 미국과 일정 수준의 핵 균형을 성취하고 나면 미중 간 핵 전쟁 가능성은 사라질 것인가? 일부 낙관론자들은 상호확증파괴가 성립되면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그 바탕에는 방어국과 도전국 모두 2차 공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핵공격을 받고 난 후 핵으로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경우 상호확증파괴라는 명약관화한 결과로 인해 양측 모두 핵 전쟁은 물론 핵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재래식 충돌까지 회피할 것이라는 관점이 존재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과거 전쟁의 주요 원인이 된 선제 공격을 통한 승리에 대한 환상과 오판이 핵 시대에는 거의 사라졌으며, 이러한 “핵무기 혁명(nuclear revolution)”은 강대국 간 전쟁의 부재, 현상유지 경향의 심화, 그리고 국제 위기의 빈도수 감소를 가져왔다(Jervis 1989).

 

그러나 여러 실증 연구는 핵무기 혁명 이론의 예측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Harvey 1997, 22-32). 많은 연구들이 국가의 핵무기 보유 여부가 분쟁 발발 억지(George and Smoke 1974; Gartzke and Jo 2009), 분쟁의 확전(escalation)과 심화(Geller 1990) 및 그 결과(Huth and Russett 1984; Betts 1987; Huth and Russett 1988)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확인한 바 있으며, 중소 국경분쟁(1969), 욤키푸르 전쟁(1973), 포클랜드 전쟁(1982), 카길 전쟁(1999) 등도 핵무기 혁명이론의 반증 사례에 해당한다. 냉전기 미소 간에 직접적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여전히 핵무기 혁명 이론의 강력한 근거가 되지만,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 정책결정자들이 공습을 통한 소련 핵미사일 제거 옵션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핵무기 혁명 이론이 제시하는 낙관론의 취약성을 보여 준다(Kim and Martn 2021).

 

그렇다면 상호 핵 공포의 균형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간에 어떻게 전면적 핵 전쟁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가? 그 첫 번째 가능성은 진정을 위한 확전(escalate to de-escalate) 전략이 야기하는 핵 위기로, 이 전략의 골자는 재래식 분쟁 초기부터 소규모 핵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재래식 전력 열세를 극복하고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및 다수 전문가들은 2010년대 이후 러시아가 실제로 이러한 독트린을 도입하였으며 나토와의 군사분쟁 시 전쟁 초기부터 핵무기 선제 사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Department of Defense 2018; Kroenig 2018). 이 전략의 바탕에는 국지전에서 소규모 핵 공격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상호 핵 공포의 균형으로 인해 상대국이 전면적인 핵 전쟁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존재한다. 만일 미중 양국 중 한쪽이 이런 낙관적 관점에서 공포의 균형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려 할 경우, 대만, 북한, 남 · 동중국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따른 재래식 전쟁에서 핵무기의 조기 사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을 위한 확전 전략의 핵심 전제, 즉 제한적 핵 전쟁을 통한 분쟁 통제 및 조기 종식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제는 너무나도 위험할 뿐 아니라 그 실증적 증거 또한 부족하다. 규모에 상관 없이 한 번 핵무기가 사용된 이상 상대는 이를 전면적 핵 전쟁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대대적인 핵 전쟁으로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가능성은 안정-불안정 패러독스(stability-instability paradox)가 야기하는 우발적 핵 전쟁의 가능성이다. 여러 실증연구는 상호확증파괴 관계를 통해 핵 공포의 균형이 성립된 국가 사이에서 오히려 저강도 분쟁의 빈도와 가능성이 증대된다고 지적하는데, 이를 안정-불안정 패러독스라고 부른다(Snyder 1965; Rauchhaus 2009). 진정을 위한 확전 전략과 마찬가지로 안정-불안정 패러독스 역시 억지 낙관론에 기본 바탕을 두는데, 상호 핵 공포의 균형 확립으로 전면전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판단 하에 더 모험적으로 저강도 군사 도발 및 분쟁에 나서는 행위자의 행동논리를 그 핵심으로 한다. 이미 중국은 남 · 동중국해, 대만 해협 등지에서 저강도 도발의 빈도와 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며, 핵 역량의 급격한 증대를 통해 미국과 공포의 균형을 성취하고 나면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저강도 군사 도발 및 분쟁이 재래식 전면전, 나아가 핵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점이다(Jervis 1989). 이처럼 안정-불안정 패러독스의 논리는 중국의 핵 능력 신장에 따른 미중간 핵 공포의 균형 확립이 확전 가능성을 배태한 저강도 분쟁의 빈도와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양국 관계의 전략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 기술이 핵 지휘통제 체계에 도입되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우발적 핵 위기의 가능성이다(Schmidt 2022). 비록 아직까지는 기술적 · 윤리적 제약으로 인해 치명적 살상무기 운용에 인공지능의 자동통제를 도입한 나라가 없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그 군사적 효용을 감안할 때 10년, 20년 후에도 그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특히 우려되는 것이 인공지능의 핵 지휘통제 체계 적용이다. 이론적으로 인공지능은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 및 무기 운용을 가능케 하며, 인지적 오인 · 소통 실수 같은 각종 인적오류(human error) 가능성을 배제한다(Johnson 2019). 문제는 인간의 인지 역량을 현격히 뛰어넘는 데이터 처리량 및 속도로 인해 인공지능이 왜, 어떻게 특정 판단을 도출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설령 핵무기의 최종 사용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 하더라도, 인공지능에 의한 감시정찰 시스템이 적국의 임박한 핵 사용을 경고했을 경우 정책결정자는 급박한 위기 상황 속에서 왜, 어떻게 그런 경고가 나왔는지 100% 이해하지 못한 채 핵 사용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의 데이터 처리과정이 내적으로 오류 없이 완벽하다 하더라도 알고리즘 설계, 기계학습,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는 잘못된 데이터 입력이나 의도적 공격 · 사보타주로 인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것이 인공지능의 잘못된 판단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Fitzpatrick 2019). 이 같은 가능성은 미래 인공지능 기술의 핵 지휘통제 체계 도입이 미중 간 우발적 핵 위기를 야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Ⅲ. 함의

 

이상의 미중 핵 전쟁 위기 시나리오는 핵 전략 이론의 논리에 바탕해 상정해 본 가상의 상황들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양국 간의 상호 억지 체제, 그리고 양국 현 지도부의 보수적이고 신중한 핵 전략 및 태세를 감안할 때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될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군사기술 발전과 미중 간 핵 전력 및 군사력 균형변화 추세, 그리고 무엇보다 급속히 악화되어 가는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우발적 핵 전쟁의 위기로부터 미중 양국이 언제까지나 자유로울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이상의 분석은 다음과 같은 부문에서 미중 양국의 협력 및 협조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첫째, 양국 간 핵 전쟁의 가능성이 모두 대만, 북한, 남 · 동중국해 등에서의 소규모 군사 충돌의 우발적 확전으로부터 출발하는 만큼, 그 예방을 위한 미중 간의 협력 및 협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트럼프 행정부 시기 이후 약화된 양국 간의 위기관리 메커니즘 및 관련 대화를 재활성화해야 하며, 특히 재래식 전쟁과 핵 전쟁 사이의 “방화벽(firewall)”을 각국이 어떻게 인식 및 설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선명히 소통함으로써 오인에 의한 핵 확전 위험을 낮춰야 한다.

 

둘째, 중국은 핵 얽힘 문제의 심화를 자제하고 이에 대한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핵 얽힘 문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Talmadge 2017; Panda 2020).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혼합 배치와 운용, 혹은 이중용도 투발수단의 개발 및 운용을 통해 (1) 핵 위기 시 여러 미사일 가운데 무엇이 핵무기인지 불확실하게 만들어 제한적인 수의 핵탄두로도 미국에 대한 비대칭적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고 (2) 재래식 전쟁 시 미국이 핵 확전을 우려하여 중국 재래식 전력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핵 얽힘 문제가 심화될수록 미국은 더욱 압도적인 1차 공격능력 확보를 위해 매진하여 미중 핵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며, 무엇보다 우발적 핵전쟁으로의 확전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은 무기체계 개발 및 운용에 있어 핵 얽힘의 의도적 활용을 자제해야 하며, 이 문제에 대해 미국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 또한 핵 관련 비대칭 취약성에 대한 중국의 불안과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호확증파괴의 근간을 위협하는 최근 미국 군사기술의 질적 진보에 대해 중국은 깊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미중 양국 간의 신뢰구축조치(confidence-building measures)가 필요하다. 핵무기는 물론 감시정찰 및 미사일 방어체계의 운용 개념 및 교리, 전략에 대해 양국 간 불신 해소 및 이해 증진을 위한 민 · 관 대화가 재개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양국 간 우발적 핵 위기의 가능성을 낮추고 미국이 원하는 중국과의 핵 군축 협상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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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정석_미국 제임스매디슨 대학교 방문연구원.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학·석사를 받고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안보, 미국외교정책, 동아시아 국제정치이며 존스홉킨스 대학교 SAIS 라이샤워 동아시아 연구소(Reischauer Center for East Asian Studies) 객원연구원 및 텍사스 A&M 대학교 알브리튼 대전략 연구소(Albritton Center for Grand Strategy)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주요 연구로는 "South Korea's Aircraft Carrier Debate", "미(美)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 비교 분석 및 전망", "절제 전략의 전도사들: 정책 주창자 이론을 통해 본 미국 외교정책 절제(restraint) 담론의 생산 및 확산 연구(공저)" 등이 있으며, <국가안보의 이론과 실제> 등의 저서에 공저자로 참여하였다.

 

저자: 김양규_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수석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를 겸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불어교육·외교학 학사와 외교학 석사학위를, 플로리다인터내셔널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인터내셔널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컬럼비아대학교 살츠만전쟁평화연구소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강압외교, 핵전략, 세력전이, 미중관계, 북핵문제, 그리고 국제정치 및 안보이론이다.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보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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