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③ 한일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쟁 강화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 속 협력 가능성
워킹페이퍼 | 2023-03-31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전재성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은 한일 양국의 안보 전략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중국과 북한의 대응이라는 맥락에서 갖는 함의를 분석하며, 변화하는 인태 질서 속 양국 간 안보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미국은 현상변경 세력에 대한 통합억제 체제 구축을 위해 동맹 네트워크를 강조하나, 중국과 북한의 핵전력 증강 움직임이 각국에 제기하는 안보위협 수준의 차이로 인해 동맹국 간 안보 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자는 한일 양국이 핵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급변 사태 대응책을 상시 논의하며 안보 분리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나아가 미국과의 안보 협력에 적극 나서면서도, 미중 전략 경쟁의 관점에서 벗어나 제3세력의 입장에서 수평적 분업 동맹 체제 등 새로운 지역 질서 구축을 제안합니다.
Ⅰ. 한일 양국의 안보 이익과 협력의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에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동맹 정책을 제시했다. 안보 관련 두 가지 핵심 안건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북한의 증가된 핵, 미사일 능력에 공동으로 대비하기 위한 확장억제태세의 강화였다. 양 정상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였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미국의 핵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확장억제의 공약 확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과, 이러한 조치들의 확대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조치들을 식별”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맥락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도전에 대응하고,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데 중점이 있지만, 규범 기반 질서를 강화하는 안보 분야의 한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다른 하나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로, 정상회담은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 지역에 걸쳐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동시에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가 언급되어 향후 한국이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부분에서 포용성(inclusiveness)에 대한 언급은 없고, 이후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언급 부분에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에 기초”한다고 하여 포용성이 경제 부분에 국한된 것이다. 더불어 “남중국해 및 여타 바다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을 유지하고, 항행, 상공 비행의 자유와 바다의 합법적 사용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간접적으로 중국에 대한 안보적 공동노선의 정책을 언급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한미동맹을 외교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고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Yoon 2022). 북한의 핵능력 증가와 중국의 점증하는 공세정책에 대해 한미동맹의 주요 안보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일 안보 협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기시다 정부는 2022년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문서를 발간하여 일본의 안보전략의 큰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국제정치질서가 전후에 최대의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고 정의하고, 강제에 의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반대하고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차원적인 통합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기시다 정부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은 같은 맥락에서 2022년 208회 국회 연설에서 일본 외교정책의 핵심을 말한 바 있다. 즉, “일본의 평화와 안전 확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중요한 외교정책의 목표로 제시하는 한편,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질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이며 한미 양국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것과 동시에 국제사회와도 협력하면서, 관련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진행시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일본이 중요한 안보 위협으로 상정하는 북한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불안 요소들은 한국이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상정한 두 가지 안보 전략의 핵심과 일치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안보 전략의 목표는 상당 부분 공통점이 존재한다. 양국은 모두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전략과 점차 공진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일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가능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전반적인 안보전략의 변화, 인도-태평양 전략의 흐름을 파악하고, 한일 양국의 안보전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Ⅱ. 미국의 통합억제 안보전략과 동맹체제의 중요성
한국과 일본이 속해 있는 아시아의 안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중 전략 경쟁이다. 경쟁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 기술, 금융 분야를 거쳐 정치제도, 가치, 규범 분야로 확대되고 점차 군사, 안보 분야의 경쟁과 대립도 예상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자강과 동맹 및 파트너 확보에 힘을 쓰고 있고 중장기에 걸쳐 벌어질 군사, 안보 대립을 예상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보건, 환경, 핵비확산 등과 같은 분야의 협력은 동의하지만, 이외 영역에서는 갈등의 소지가 크다. 2021년 11월 15일 미중 화상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미중 갈등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한편, 갈등의 파국을 막기 위한 가드레일 설치, 위기 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제시했다(Brookings Institution 2021; The White House 2021). 중국은 미중 간 협력 가능성, 이익 조화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 및 전략적 경쟁 노선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를 보였다(CICIR 2021).
미국의 안보전략은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북한, 이란과 같은 핵개발 국가, 그리고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미국은 소위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의 전략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들어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방 관련 인사들은 미국이 중국을 중심으로 여러 현상변경세력에 대해 통합억제 전략을 추구할 것을 밝히고 있다. 아직 개념적 차원이어서 정확한 정책적 수립과정으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22년 3월에 공개된 미국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은 미국 국방전략 목적을 추진하는 첫 번째 전략으로 통합억제를 제시하고 있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22). 미국은 전쟁 수행의 다양한 영역, 전구를 비롯한 갈등 국면의 여러 스펙트럼을 촘촘히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국으로 설정하고, 러시아의 침략정책에 대항하면서 북한과 이란, 테러집단의 위협이 지속하는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선에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은 자국 국력의 여러 수단들과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정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전략은 이미 여러 문서들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미국은 기존의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바퀴살 동맹체제를 변화하여 바퀴살들 간, 즉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 간의 횡적 연대를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미국이 상시적으로 전진배치(forward deployment)로 대응할 수 없는 만큼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지역억제전략에 의존해야 한다고 본다(Heginbotham, and Samuels 2018). 동맹, 파트너 국가들 간 횡적 연대가 강화될 경우 오커스(AUKUS)와 같은 아시아 다자 안보기구가 확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셋째, 미국은 그간 다영역작전, 혹은 전영역작전을 위한 군사혁신을 추구해왔고, 육해공 영역과 사이버, 우주 영역을 포괄하는 억제전략을 수립해 왔다. 과거 공해(air-sea battle) 전략에서 꾸준히 변화, 발전해 온 대중 군사 견제전략은 다영역작전, 태평양억제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등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과 도련선 전략에 대항하는 통상 전략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 자체의 혁신은 물론 동맹국의 혁신도 수반한다는 점에서 향후 한일 양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넷째, 핵과 통상전력의 통합에 의한 억제 전략이다. 중국은 과거의 최소억제전략의 핵전략을 위한 핵전력을 넘어 급속한 속도로 전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향후 미중 간의 군사 대결이 통상전을 넘어 핵무기 사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은 핵전력과 통상 전력의 통합에 의한 대중 억제전략을 발전시키고 있고, 이 역시 한일 양국의 군사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섯째, 군사적 수단과 비군사적 수단을 통합하는 억제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 양안 관계 등 향후 예상되는 중국의 현상변경 전략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한 억제전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외교적 수단의 사용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대만의 독립 선언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의 선제적 군사 통일의 시도가 있을 경우 비단 군사적 대응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의 강력한 경제 제재, 외교적 대응이 준비되어 있을 경우 보다 큰 억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여섯째, 첨단 기술의 지속적 개발과 이를 활용하는 억제 전략 역시 통합 억제 전략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미국은 국방전략 2022의 요약본을 통해 미래 통합전력의 지속적인 이점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보다 빨리 취득하고 창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의 기술과 미래의 신기술을 결합한 통합억제전략 역시 계속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Ⅲ. 대미 협력을 둘러싼 한일 간 입장 차이
통합억제에서 동맹국들과의 협력, 그리고 동맹국들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핵심 요소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네트워크를 통합억제의 틀에서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다차원 네트워크를 수립하고자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견제 노선의 핵심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네트워크 형태의 다양화를 추진한다. 쿼드, 오커스 등 새롭게 소다자주의 제도들을 제시하는 한편, 한미일 안보협력과 같은 소다자협력 네트워크의 강화 및 다양화를 추진한다(The White House 2022). 또한 지구적 차원에서 중국의 리더십 강화를 견제하는 것으로 유럽 국가들과 미국 간 대서양 협력을 강화한다. 미국은 중국이 대내적으로 더욱 경화된 권위주의 체제를 만들고, 대외적으로는 더욱 공세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을 취한다고 본다.
이러한 미중 양국 간 갈등은 많은 국가들의 외교안보 전략에 큰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역시 미중 관계가 자국의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데, 한일 양국의 대응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미중 관계에 대한 여러 국가들의 대응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중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Jung, Lee and Lee 2021). 이러한 차이는 첫째, 미중 관계가 미치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이다.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미중 관계가 자신에게 전략적 이익을 미친다는 사실을 놓고 다양한 견해를 보인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의 수용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해양영토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적극적인 인태전략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보다 훨씬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6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위협이 체제적 위협(systemic challenge)라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둘째, 중국과 구체적인 양자적 충돌 사안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주요 사안의 당사국들은 미중 관계를 놓고 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은 중국과 동중국해 문제를 놓고 직접 갈등 관계에 있는 반면, 한국은 중국과 충돌에 이를 만한 양자 충돌 사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국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문제 제기를 하고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향후 중국과 구조적, 체제적 차원의 갈등 요인을 가질 것으로 본다.
셋째,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비롯한 다양한 사안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많은 국가들은 중국을 가장 큰 경제 파트너로 삼고 있고 중국의 지경학 수단은 이들 국가들의 취약성을 높인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취약성이 높을수록 미중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 혹은 헤징 전략을 취할 동기를 가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북한의 군사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외교적 지원이 여전히 필요하다. 비단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부문에서 중국 정책에 대한 취약성을 가지므로 미중 관계의 변화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대중 경제 의존도,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놓고 한국보다 취약성이 낮다고 본다.
넷째, 정체성의 문제로 미국은 미중 관계를 자유민주주의 연대 대 권위주의 연대의 관계로 정의해 간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는 중요한 정체성이지만 유일한 정체성은 아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패권에 반대하는 국가들, 서구의 주류 시각에 대한 비판적 국가들 등 다양한 정체성을 제시하며 미국 주도의 정체성의 정치에 반대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진다. 그러나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국가로서 중국을 포함한 포괄적인 아시아 다자주의의 필요성을 계속 이야기해 왔다. 반면 일본은 쿼드의 일원으로 해양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오커스 국가들과의 군사협력 역시 도모하고 있다.
큰 틀에서 한일 양국 모두 아시아에서 강대국 간 전쟁 방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강화, 인권과 자유의 가치 강화, 자유주의적 다자주의 국제질서의 보존 등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미중 관계 전략을 놓고 위의 여러 요인들 때문에 정책 방향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일 협력을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일 양자 관계에서만 협력 부진의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Ⅳ. 중국의 군사적 위협 증대와 한일 안보협력 가능성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수록 안보 부문의 갈등도 가속화될 것이다. 물론 테러, 해적, 비확산 등 협력안보, 인간안보 사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갈등적 안보 사안이 더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미중 간 안보 갈등은 소위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에서 비롯된 갈등, 통상전을 둘러싼 경쟁, 그리고 핵무기 부문의 점증하는 경쟁으로 나뉜다.
중국은 소위 비전쟁군사행동(MOOTW, Military Operation Other than War)을 통해 군사력을 사용한 점진적 군사행동을 추진하고 변화된 현상을 기정 사실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해양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은 해양영토, 수송로 안전, 자유항행의 원칙, 그리고 에너지 개발 등을 둘러싼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향후 분쟁 당사국을 포함한 심각한 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역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제한하는 중요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육해공은 물론 사이버, 우주 부문의 다영역작전 개념, 그리고 이에 기반한 동맹과의 통합억제 전략을 개발하여 중국의 영향권 확대 시도에 대항하고 있다.
핵 분야를 보면 중국은 현재까지 소극적인 핵전략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핵, 미사일 전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어 이 역시 중요한 안보 사안으로 대두할 전망이다(Talmadge 2019). 이러한 회색지대, 통상전, 핵무기 분야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미중 간 핵균형 변화는 회색지대 전략의 향방 및 통상군사균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중국의 통상 전력이 빠르게 증강되는 현실 속에서 중국의 핵능력 증강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확증보복(assured retaliation) 전략을 유지하며 핵선제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을 펴왔다. 핵무기 국가가 중국을 공격할 경우 2차 핵공격 능력을 확보하여 확증보복을 한다는 방어 위주의 전략이다. 미중 군사관계에서 핵문제는 핵심 사안이었던 적은 없다. 중국의 핵탄두 숫자가 300개 정도로 미국이 10배 이상 많을뿐더러,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역시 200개 이하로 미국 본토를 강하게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다. 대부분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로 3축 체계에 해당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전폭기의 수준은 미국에 한참 뒤처진다고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핵전력을 증강하면서 우려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22년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1 등 다수의 보고서들을 작성하여 중국의 핵능력 부문을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핵탄두 증산, 최소 3개의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사일로 필드 건설 및 수백 개의 새로운 사일로 건설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 신형 ICBM인 DF-41, 이동형 발사 MIRV인 DF-31AG,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 DF-26 등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전술핵 개발 노력도 중요한 변화로 지적된다. 중국 전략군은 지상 목표물에 대한 재래식 및 핵 정밀 타격을 증강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해군 목표물에 대한 재래식 공격 등 핵, 재래식 목적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도로 이동식 DF-26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 재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경보 즉시 발사(警報 卽時 發射, 영어: launch on warning, LOW)체계도 발전시키는 한편 우주 기반 조기경보체계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중국 공군은 최초의 극초음속 작전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하였고 극초음속 활공(HGV)이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DF-17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2027년까지 700개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최소 1,000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과 공중 및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등 육·해·공에서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3대 핵전력도 이미 갖췄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최소 3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백개의 지하 격납고 건설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구체적으로 한국에게도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마셜 빌링즐리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담당 특사는 2020년 9월 28일 한국 방문 시 “중국이 포함되는 효과적인 핵군비통제체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군비통제 문제, 특히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 미사일과 폭격기, 잠수함 같은 무기들의 증강에 관해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미국의 전략적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대해 피해최소화(damage limitation)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Glaser, and Fetter 2016). 즉 핵억제전략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핵전쟁을 수행해야 할 경우 중국의 핵공격 능력을 1차 공격으로 최대한 무력화시켜 자국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의 핵전력을 사전에 탐지하고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한편, 생존한 2차 핵공격 능력,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로 방어하여 중국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핵능력 증강은 기존의 최소핵억제, 확증보복 전략에서 보다 공세적인 전략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2차 핵공격 능력, 2차 핵무기의 생존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본다. 미국의 탐지, 정찰 능력 발전으로 중국 핵에 대한 피해최소화 전략을 수행하는 전력이 향상될 경우 중국의 확증보복능력이 심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탄두의 증가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전, 특히 다탄두(MIRV) 미사일 개발에 기반한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 무력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식 지상미사일 발사를 더욱 활성화하여 미국의 선제 공격에 대응력을 높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능력도 증강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 잠수함은 소음 감소 기술 등 미국 본토 공격에 필요한 능력을 결여하고 있어 제1도련선을 넘어 활동하며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더불어 중국은 전폭기도 개발하고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노력하며 다양한 운반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의 피해최소화 전략의 효용성을 줄여 중국의 2차 핵공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미국의 대중 핵전략의 변화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피해최소화 전략이 매우 효율적일 경우 중국은 통상전쟁의 확전을 추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전쟁의 확전으로 핵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미국의 강력한 피해최소화 전략 앞에서 중국의 확전은 어려워진다(Wu 2022; Talmadge 2017). 반면 미국의 피해최소화 전략의 신뢰성이 심하게 약화될 경우, 중국은 통상전쟁의 확전 시 미국의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볼 것이다. 핵전쟁이 발발해도 중국의 2차 핵공격 능력이 확고한 경우 미중 양국은 전면 핵전쟁을 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안정-불안정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을 창출하며 통상전쟁에서 중국의 강력한 전쟁 수행과 확전을 불러올 수 있다. 더 나아가 회색지대 전략에서 중국의 공세를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중국의 강압적 회색지대 전략에 대해 미국이 전면적인 통상전력으로 대응할 경우 통상전쟁의 발발 및 확전 가능성은 매우 커지고 이는 핵전쟁 확전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2차 핵보복 능력에 취약한 상황이 창출되면 미국은 이러한 통상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이 핵무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면 중국의 핵전략이 더욱 공세적으로 바뀌지 않더라도 통상전에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위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양안관계 등에서 중국이 공세적인 현상변경 정책을 추구할 경우, 미국의 대중 핵전략이 과거에 비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 미국과 동맹국의 대응은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미국 본토 핵공격 능력이 향상될 경우 미국의 동맹국들은 안보분리(decoupling) 현상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의 핵능력 향상은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핵능력이 향상되어 미국이 중국과 상호 취약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경우, 군비통제의 필요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상호확증보복(Mutual Assured Destruction)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피해최소화 전략을 포기하고 결국 상호억제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이 효율적인 군비통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국 동맹국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단지 핵군비통제뿐 아니라 핵전쟁으로 확전되는 기반인 통상전력도 군비통제를 통해 줄어들 수 있다면 훨씬 낙관적인 상황이다. 또한 위기 시에 대비하여 미중 간 고위급의 상호 소통과 대화 채널이 마련된다면 경쟁과 대립이 극단적인 대결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 속에서 한일 양국이 안보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중국과 해양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 중국의 통상, 핵 전력의 증강은 직접적인 안보 위협의 문제이다. 반면 중국과 직접적인 안보 갈등을 겪고 있지 않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위협은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며 체계적인 것이다. 중국이 강대한 군사력을 소유하게 되어 중국 주도의 권위주의, 대국주의 국제질서를 실현하게 되면 한국의 이익에 전반적인 침해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한일 양국이 안보 위협 인식을 공유할 수 있을지, 한일 안보협력을 촉진할 미국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지, 이에 따른 한미일 안보협력의 미래는 어떠한지, 또한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Ⅴ. 북한의 군사 위협 증가와 한일 안보협력의 필요성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한일 간 중요한 공통 관심 사항이라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은 한일 양국이 직접 당면하고 있는 군사 위협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과 전례없는 미사일 시험발사, 대남 통상 도발 등은 2022년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핵 문제가 발생한지 30년이 되어 가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커지고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는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양국 간의 공조는 긴밀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만 오히려 다양한 요인들 때문에 협력은 지지부진했다.
북한은 소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반발 속에서 미국의 핵 선제공격에 대한 억제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핵, 미사일을 개발했다. 북한은 2022년 4월 24일 화성 15형으로 보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약 6천200㎞ 이상, 거리는 약 1천80㎞로 탐지되어 2017년 11월 발사 당시보다 고도가 1천725㎞ 더 올라갔고, 비행거리도 130㎞ 더 나간 것으로 평가되었다.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1만 5천㎞ 이상의 비행거리로 추정되어 미국 본토가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능력을 갖는 것은 비교적 근시일 내에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은 또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예고한 전략무기 능력을 차례로 늘려 가고 있다. 사업총화보고 요약에서 북한은 미 본토 타격과 관련한 부분으로 초대형 핵탄두 생산을 추진하고 “1만 5천㎞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하겠다고 논하고 있다.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대륙간탄도로케트개발사업”을 추진하고 “핵장거리타격능력을 제고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고 “신형탄도로케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에 중요한 함의를 가지는 바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 현대전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중형잠수함무장현대화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개조하여 해군의 현존수중작전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것이며 “새로운 핵잠수함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각종 전자무기들, 무인타격장비들과 정찰탐지수단들, 군사정찰위성설계를 완성”하였다고 보고하고 “가까운 기간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하여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확보하며 500㎞ 전방종심까지 정밀정찰할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연구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게 되면 미국의 대응전략은 복잡해진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해 미국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한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MD, Ground-Based Midcourse Defense)에 기반한 지상발사요격미사일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44대가 배치되어 있는데 40대는 알래스카에, 4대는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기지에 배치되어 있고 향후 24대를 더 개발할 예정이다. 북한의 미사일 1발에 대해 요격미사일은 4발이 발사되는데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가 10대라고 추정되고 있고 한 대당 4발이 발사된다고 할 때 향후 미국의 요격미사일 수는 곧 부족해질 전망이다. 북한이 MIRV(다탄두 각개기동 재진입체) 기술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의 미사일 방어는 더욱 어려워지고 심지어 MaRV(기동화 재돌입체) 기술을 추진한다면 이는 위협적일 수 있다.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2019년 5월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이 MaRV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톤 중량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화성 17호가 성공하면 극초음속 활공체와 함께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회피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 기반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역시 미국 본토을 위협하게 될 수 있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나왔는데 이는 북극성-5ㅅ형의 개량형으로 보인다. 북극성-4ㅅ형은 3000~4000㎞, 북극성-5ㅅ형은 4000~5000㎞로 보았을 때, 7000~8000㎞ 정도로 상정해 볼 수 있고 이는 잠수함이 미 본토에 접근하지 않아도 공격 가능한 사거리이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취약해지면 현재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보복에 의한 억제전략 능력을 압도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보복억제에만 기대지는 않을 것이다. 거부억제 전략의 향상에 힘을 쏟을 것인데 지상발사요격미사일의 성능은 여전히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능력까지 갖추면 거부 억제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미 본토의 취약성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공격을 가할 때 미국의 억제 혹은 반격이 작동해야 하지만 북한의 미 본토 핵공격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핵전쟁이 불가피해지는 단계가 된다면 미국은 피해최소화(damage limitation) 능력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시도하고 북한의 핵능력을 무력화하려 할 것이다. 미국이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 파괴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때 북한은 미 본토, 주한미군,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핵 선제공격의 대안을 고려할 것이다. 불사용무력화(use-or-lose)의 딜레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핵군축 또한 불가능하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하고, 북미 간 핵 상호취약성을 인정하는 속에서 군축을 시도한다는 정책과는 정면으로 모순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억제와 피해최소화를 통한 전쟁 가능성 모두를 염두에 두면서 북한 비핵화의 목적을 추구할 것이다. 향후 미국의 대북 핵억제전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에 따라 확장억제는 어떠한 변화를 겪을 수 있는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 및 배치는 남북관계는 물론, 북일 관계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첫째, 북한이 사용가능한 전술핵, 혹은 저위력 핵무기를 보유, 배치하게 되면 한국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KN-23, KN-24,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한국과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체제로 방어할 수 없는 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거부억제가 불가능해진다. 일본 역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에 탑재한 저위력 핵무기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북한이 미 본토 핵공격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전술핵공격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 본토 핵공격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북한의 전술핵 공격이 더 수월해진다.
둘째, 남북 간 통상 전쟁의 경우 북한의 전술핵 사용이 가능해진다. 한국에 비해 통상전력의 열세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남북 간 통상 군사력 충돌의 경우 북한은 선제적으로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소위 점감(漸減)을 위한 확전(escalate-to-deescalate) 전략과 같이 통상전의 확전을 막고 우위를 점하여 유리한 타협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한국에 대해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은 비핵무기 국가이고,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서 전시 중 핵억제를 할 수 있으므로 대응이 쉽지 않다.
셋째, 북한의 전술핵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억제전략을 고안하는 데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전술핵이라 하더라도 핵을 사용하면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한국은 대량보복과 킬체인, 미사일방어를 결합한 3축 체계를 추구하고 있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사실상 전술핵과 전략핵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의 전술핵 사용에 대해 대량보복을 경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통상보복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북한의 전술핵 선제 사용에 대한 억제력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핵무기를 사용한 대량보복은 한미의 협의 속에서만 가능한데,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억제전략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킬체인은 북한의 명백한 핵공격 징후에 대한 선제타격인데, 징후 해석을 둘러싼 명확성 문제가 있다. 킬체인이 활성화될수록 북한 역시 선제공격의 필요성을 더욱 느낄 것이다. 상호 간에 공격 우위의 상황이 형성되면 안보딜레마가 강화되므로 억제전략이 위기관리 안정성의 측면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핵전략 변화에 의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은 그간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람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여 방어를 위한 최소억제를 핵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여러 계기에 선제 핵사용을 비롯하여, 공세적인 비대칭 확전 전략으로 이행을 내비치고 있다. 2022년 4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통상전쟁 발발 시 전술핵무기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25일 ‘항일빨치산’(항일유격대)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근본 이익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지만 방어 이외의 목적으로 핵 사용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원칙을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천명한 것이다. 9월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는 비단 북한의 선제적, 자의적 사용뿐 아니라 지휘통제, 동원체제, 유지 관리 등 다양한 측면의 변화를 보여준 바 있다. 2023년 초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정치국회의 발표에서도 “전쟁억제와 평화안정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언명하고 있다.
한일 안보협력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은 한일 간 안보분리현상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 공격에 취약해질 경우, 미국과 한일 양국 간의 안보분리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은 7개 후방기지를 기반으로 한국의 급변사태에 대한 간접 지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일미군은 북한의 한국 공격 시 한국을 지원해야 하는데 북한이 일본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가할 때 주일미군의 한국 전개는 위협받을 수 있다. 중거리 핵미사일로 주일미군의 전개를 봉쇄할 경우 한국은 고립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역시 북한이 자국을 핵공격할 것이라고 위협받는 상황에서 주일미군의 한국 전개를 주저할 수 있다. 북한의 일본 핵 공격 능력 확보가 주일미군에 대한 봉쇄는 물론 한일 간의 안보분리를 조장하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일 간의 긴밀한 안보협력 및 급변사태에 대한 상시적 논의와 협력이 중요하다.
Ⅵ. 한일 안보협력의 미래
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한일 안보협력도 새로운 가능성과 논리를 모색해야 한다. 첫째, 중국과 북한의 핵, 미사일 무기 능력 증강과 핵 전략의 변화로 핵전쟁의 위험은 한발 가까워졌다. 중국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둘러싼 규제 레짐은 취약한 상태이고, 북한의 비핵화 및 미사일 개발 제한을 위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대응이 늦으므로 한일 양국은 물론, 한미일 3국 간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군축,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협상과 균형의 양 전략 모두가 필요하므로 창의적인 대응을 위한 한일 간 심층적인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
둘째, 미중 전략 경쟁은 초강대국들 간 권력정치의 양상을 띠고 있으므로 한일 양국은 제3세력의 입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외 정책에 여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법과 규범에 기초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대중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일 간 심도 있는 전략 대화가 부재했던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미중 전략 경쟁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지역과 지구 안보 질서를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 일본은 이미 인도-태평양 구상과 쿼드, 그리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창출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참여를 기반으로 규범제정과 질서구축에 더 큰 힘을 보태려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초강대국 중심의 질서 구축에서 경시된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 나은 질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아시아 동맹 구조의 근본적 변화 과정에서 한미일 협력의 이상적 형태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안보는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미국을 축으로 한 안보협력 역시 오랫 동안 지속되어 왔다. 현재까지의 바퀴살 동맹체제가 다층적 안보협력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미국의 동맹국들 간 위계가 형성되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새로운 동맹체제가 위계적 동맹체제가 아닌 분업적 동맹체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한반도 등 중요 분쟁 지역에 대한 국가들 간 이해관계와 위협 인식을 식별하고 이에 기초하여 바람직한 안보 질서를 위한 분업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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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전재성_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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