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선언문 내용분석 및 의미연결망 분석

 

 

본 보고서는 <주간동아> 849호 (2012.8.6. pp. 20-23)“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를 수정 보완한 것임.

⧅ 분석·집필 :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 조사/통계분석 : 이여진 인턴기자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4학년

 

1. 왜 출마선언문 분석인가?

 

출마선언은 특정후보의 공식 선거운동의 첫 출발점이다. 공식 출마선언문은 자신의 대선출마를 정당화하고, 유권자들에게 선보일 자신의 가치와 이념, 비전과 정책, 후보의 히스토리를 가장 압축적이면서도 호소력 있게 정리한 텍스트이다. 실제로는 해당 후보 대한민국 비전과 선거운동 전략이 농축된 문서인 셈이다. 각 후보의 생각과 전략이 대중적으로 평가받는 첫 시험대이다. 각 후보 진영은 유권자들을 유혹할 자신의 비전과 가치를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각종 상징을 내세운 레토릭으로 자신의 강점을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하여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 한다. 후보 자신은 물론 캠프 내 선거 전략가 및 홍보 전문가가 총동원되어 상대후보들의 전략까지 고려해가며 문장하나 토씨하나까지 다듬고 또 다듬는다. 따라서 평소에 이념적 정책적으로 대립해온 후보들 대선출사표를 보고 이들의 유권자들이 레토릭에 현혹되지 않고 후보간 차별성을 읽어내고, 그 후보가 내세운 논리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화하여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같은 정당 후보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핵심 키워드의 빈도수를 분석함으로써 강조하고자 하는 이슈와 비전을 파악하는 내용분석(contents analysis)과 나아가 핵심개념(노드)간 관계 망을 분석하는 의미연결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을 통해 각 후보의 대선 출사표에서 실제로 강조하고자 했던 핵심 개념은 무엇인지, 그 개념 간 관계 분석을 통해 내면에 깔려 있는 인식의 차이를 규명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여당의 박근혜 후보와 야당의 소위 빅3 유력후보(김두관, 문재인, 손학규), 나아가 야당 후보들의 인식지도의 차이를 확인해보자. 분석을 위해 강승식 교수의 KLT(Korean Language Technology) 한글형태소 분석기를 통해 출마선언문에서 사용된 단어를 추출(김두관 후보 847개, 문재인 후보 995개, 박근혜 후보 539개, 손학규 후보 720개)하여 빈도수가 높은 30개 키워드를 골라냈다. 의미관계분석을 위해 이들 키워들이 동일문장 내에 같이 등장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으로 코딩하여 각각의 후보 연설문 중 상위 30개 키워드 간 그 인접성 여부를 기준으로 네트워크 그래픽을 구성했다.

 

2. 키워드 분석 총평

 

“보수= 국가주의, 진보 = 서민 강조” 문법의 탈피

박근혜 ‘국민’과 ‘사람’강조, 야권 주자는 ‘국가’와 ‘국민’강조 병행

 

키워드의 출현빈도를 통해 본 내용분석 결과를 보면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발견된다. 기존 선거에서 보수성향의 후보는 ‘국가’,‘애국심’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진보개혁성향의 후보는 ‘국민’이나 ‘서민’과 같은 사람, 계층을 강조해온 패턴이 있었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박근혜 후보의 경우 ‘국민’을 무려 56차례나 사용하고, ‘사람’이라는 단어도 10회를 사용한 반면 ‘국가’ 개념은 13번, ‘대한민국’은 5회 정도 사용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야권주자는 국민이나 서민 못지 않게 국가개념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28회나 사용하여 가장 빈도가 많은 핵심 키워드였고, 국가를 표현하는 ‘대한민국’은 17회, ‘국가’개념은 ‘6회’ 사용하는 데 그쳤다. 김두관 후보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24차례, ‘서민’ 13회 등 사용하는 동안 ‘국가’는 30회, ‘나라’는 13회 등 국가 관련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나라’ 24회, ‘국가’ 17회 사용한 반면, ‘국민’은 18회, ‘사람’은 16회 사용했다. 박근혜 대표의 이러한 문법파괴(?)는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국정철학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주요한 아젠다로 떠오르는 현상을 반영했겠지만, ‘국가’에 대한 강조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대의 국가주의를 연상시키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적 고려 역시 ‘국가’ 개념의 사용을 절제하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핵심 메시지는 반복 된다

박근혜 - ‘국민’, ‘행복’, ‘꿈’, 김두관 -‘평등’, ‘서민’, ‘재벌’

문재인 -‘일자리’, ‘성장’, ‘복지’, 손학규 - ‘통합’, ‘민생’, ‘공동체’

 

또한, 각 후보 진영이 핵심 비전과 가치로 제시한 내용은 전 선언문을 통해 꾸준히 반복되고 있으며, 역으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각 후보 진영의 핵심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국민 한분 한분의 꿈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핵심 슬로건의 구성 요소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56회 사용된 “국민” 개념과 함께 “행복”이 19회, “국민행복”이 14회로 총 33회나 언급되었고, “꿈” 역시 15회로 핵심키워드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김두관 지사의 슬로건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 역시 대선출사표에 주로 언급된 핵심개념이다. “평등” 13회, “평등국가”12회로 나타났고, 불평등을 표현하는 핵심키워드인 “서민”(13회) 대 “재벌”(10회) 개념이 슬로건을 뒷받침하는 하위개념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손학규 후보 역시 슬로건의 핵심적인 정책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사회”(14회), “통합”(14회), “민생”(12회) 등이 자주 반복된 단어들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이 정책 내용을 담지 않은 중립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주로 정책과제와 관련된 “일자리”(21회), “성장” (18회), “복지”(18회)와 같은 개념들이 많이 쓰였다. 박근혜 대표가 슬로건 강조형, 손학규-김두관 후보가 슬로건-정책 동시강조형이라면 문재인 후보는 주로 정책과제가 대선선언문에서 주로 부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문재인, 손학규는 최소차별화 전략, 김두관은 차별화 극대화 전략

 

실제 출마선언문을 분석(표2)해보면 주요 후보들의 핵심키워드에서 “차별화 극대화” 전략 보다는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최소차별화” 전략을 추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도 특징이다. 빈도수는 많지 않아 상위 키워드로 잡히지 않았지만, 박근혜 후보의 경우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서 진보친화적인 아젠다인 “경제민주화”,“맞춤형 복지” 등을 강조하였고, 마찬가지로 문재인이나 손학규 후보 역시 “보편적 복지-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도 문재인 후보는 “4대 성장전략”을, 손학규 후보는 “진보적 성장” 등 보수친화적 정책과제인 “성장”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는 것이 그 사례이다. 김두관 후보만이 “서민” 대 “재벌개혁”이라는 전통적인 양극화 전략의 대결 프레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국가개조”, “개혁” 등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의 상징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극대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본인의 정체성의 반영이기도 하겠지만 야권 후발주자로서 선두주자인 문재인, 손학규 후보와의 차별화가 시급하다는 현실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표1] 상위 핵심 키워드 30의 발언 빈도

 

 

 

3. 후보별 의미 네트워크 분석

 

박근혜 - 경제를 통한 행복 실현, 추진과제는 일자리, 복지, 투명성(경제민주화)

리더십 원천은 “신뢰” 강조, “안보” 및 “환경” 영역 미비

 

첫째, 의미네트워크 그래프를 살펴보면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꿈”-“행복” 개념이 매우 밀도높게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개념들이 박근혜 후보의 출마선언문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을 “꿈”꾸는 “국민”과 “박근혜” 후보를 연결시키는 연결 개념이 “경제”임을 알 수 있다. 이들 개념사이의 네트워크의 중심에 경제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앞서 지적한 처럼 “국가”, “대한민국” 등 국가관련 개념은 주요 개념들과 연결되고는 있지만 네트워크의 주변부(상단 끝)에 위치하여 국정기조에서의 국민 중심성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경제적 “과제”(좌측하단부)는 과거의 ‘성장’우선주의 대신 “일자리”-“복지”-“투명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박근혜 후보의 정책적 포지션 이동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좌측하단의 “경제적 과제” 개념이 “성장”개념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박근혜 후보의 정책에서의 야당 후보와의 “차별화 최소화” 전략을 확인케 해준다. 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는 결과다. 뿐 만 아니라, “경제적 과제” 개념이 “투명성” 개념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아 주로 경제민주화를 “투명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와 “정치” 그리고 “국민”을 연결하는 핵심 개념은 “신뢰”개념으로 집약된다. 박 후보가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확보를 핵심과제로 삼을 것임을 추론케하는 결과다. 신뢰개념에 대한 애착은 “한반도” 문제 역시 “신뢰” 개념과 연결시켜 주장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안보나 남북관계,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환경 문제 등에 대한 키워드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가 생각하는 최대 선거메시지는 국내 경제 아젠다를 중심으로 전개할 것임을 시사한다.

 

문재인 후보의 국정과제 :“일자리-복지국가-성장”의 정책과제 명료하게 부각

여성, 평화 등 아젠다에서 상대적 우위, 핵심 슬로건과 핵심 정책과제와의 연계 미비

 

문재인 후보의 출마선언문 의미네트워크 그래픽 결과를 보면 무엇보다 출마선언문이 핵심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핵심키워드들의 중심에 “복지”, “일자리”, “성장”과 “경제” 개념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배치되어 있다. 실제 선언문에서 “공평과 정의”를 나라의 근간으로 삼고, “포용적 성장, 사람중심의 성장, 생태적 성장, 협력적 성장”을 4대 성장전략으로 제시하였고, “강한복지국가”와 “일자리 혁명”을 주된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다. 또한 “복지국가” 개념 역시 일방적 시혜보다는 “투자”의 개념과 연결함으로써 역시 중도를 타겟으로 한 최소차별화 전략을 염두에 두었음을 시사해준다.

 

이와 함께 “아이, 여성, 노인들이 활짝 웃는 나라”, “대한민국은 강하게, 한반도는 평화롭게”라는 취약계층 대책과 안보 아젠다 역시 핵심과제로 내세웠는데 네트워크 상에서는 주변부에 위치에 실제 우선순위는 경제적 과제에 우선할 것임을 함의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의 선언문에서는 핵심키워드로 드러나지 못한 여성, 평화 문제 등이 상위 키워드로서 포함되었다는 점은 상대적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출마선언문의 핵심카피가 좌측 상단 주변에 다소 위치하고 주요 핵심 정책과제 개념들과 긴밀한 연결선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선 선언문의 중심내용과 정교하게 연계되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그림1] 박근혜 후보 출마선언문 의미 네트워크 (30개 상위 핵심키워드)

 

 

[그림2] 문재인 후보 출마선언문 의미 네트워크 (30개 상위 핵심키워드)

 

 

 

손학규 후보- 갈등․분열․차별 극복, “사회통합, 남북통합, 정치통합”으로 과제 압축

“민생-민주-복지-진보적 성장” 강조, 교육 아젠다의 통합논리 및 “유능한 진보론” 보완 필요

 

손학규 후보의 대선출마선언문 핵심키워드 네트워크 분석 그래픽을 보면,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에 비해 훨씬 간결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전체적인 논리구조가 간결해질 수 있었던 것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제 진단과 대안을 일관되게 연결시킨 결과로 보인다.

 

우선, 대한민국의 현실과 위기를 “갈등”, “균열”의 키워드로 압축적으로 정리했다. 즉 “민생”, “민주화”, “복지”의 사회경제영역의 과제와 “한반도 평화공동체” 라는 안보영역의 추진과제를 공히 “갈등”과 “분열”의 개념과 연결되고 있다. 해결과제 역시 실제 선언문에서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사회통합, 남북통합, 정치통합” 등 “공동체 통합”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묶어낸 결과로 보인다. 갈등, 분열, 차별의 극복을 위한 통합이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반복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명료하게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후보들이 강조하고 있는 “교육” 문제는 다른 국가과제 및 이슈들과 거의 연계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이 원하는 리더십은 “유능한 진보, 격조 높은 진보”라고 강조했지만 본 그래픽 분석결과가 맞다면 유능한 진보 개념을 뒷받침하는 의미있는 개념으로 구체화 되지 않은 점은 보완이 필요했으리라 본다.

 

김두관 후보-“재벌중심-성장 경제” 대 “서민중심-평등국가” 이분법적 인식구도 기반

평등 개념을 중심으로 간결하고 일관된 논리전개, 민주화 개념은 연계 안 돼

 

김두관 후보의 출마선언문 역시 손학규 후보의 출마선언문처럼,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의 경우처럼 분야별 핵심키워드를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설명하는 방식 보다는 몇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네트워크 그래픽을 보면 김두관 지사의 경우 “평등”을 중심으로 간결한 논리구조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특징은 “재벌 중심 - 성장위주의 경제” 대 “서민 중심 - 평등사회, 평등국가”라는 단순한 이분법 구도가 기본적인 논리구조를 이루고 있음이 확인된다. 다른 후보들이 상대후보와 차별화되는 가치 및 정책개념과 함께 차별성을 최소화하고 중간지대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있는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달리 김두관 후보 선언문의 특징은 철저하게 양극화 전략에 기반하고 있음이 그래프를 통해 확인된다.

 

철저하게 “차별성 극대화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로 야성향의 유권자들을 타깃으로 선언문이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도층 유권자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논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그래프 상으로 보면 특권보장의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일관된 논리가 강하다 보니 “민주화” 같은 핵심 개념이 전체적인 논리구조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아쉽다.■

 

[그림3] 손학규 후보 출마선언문의 의미 네트워크 (30개 상위 핵심키워드)

 

 

[그림4] 김두관 후보 출마선언문의 의미 네트워크 (30개 상위 핵심키워드)

 

 

[표2] 실제 출마 선언문 비교

 

 

주: 각 후보 대선출마선언문을 필자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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