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040세대 무당파 표적집단토론(FGD) 결과를 중심으로

 

본 보고서는 <주간동아> 848호 (2012.7.30) [커버스토리 | 대선 슬로건 전쟁] “한 줄의 구애작전 3040 마음 얼마나 흔들었나 : 대선 슬로건 전쟁 1라운드 성적 살펴보니”를 수정 보완한 것임.

⧅ 기획 : 구자홍 주간동아 기자

⧅ 진행․정리 :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1. 대선슬로건의 특징 : 신한국창조에서 저녁이 있는 삶까지

 

2012년 대선은 이전 선거와 다른 전투로 막을 열었다. 유례 없이 대선슬로건 전쟁이 주목을 끈 것은 누가 뭐래도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 준 충격(?) 때문이었다. 아류니 표절이니 하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대선 슬로건들을 보면 기존 대선 슬로건의 문법에서 파격적으로 탈피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민주화 이후 대선 슬로건들이 ‘국가’를 주어나 목적어로 내세우거나(신한국 창조-김영삼, 새로운 대한민국-노무현, 나라다운 나라-이회창, 가족이 행복한 나라-정동영), 후보의 특징과 시대적 과제를 결합한 구호(보통사람, 이제는 안정입니다-노태우, 든든해요 김대중, 경제를 살립시다-김대중) 등이 각 캠프가 추구하는 가치, 비전, 후보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공익광고 문구 느낌이 강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국가에서 국민으로 주어가 이동하였고(국민 성공시대-이명박)나아가 이번 선거에서는 급기야 ‘개인의 삶’이 대선 슬로건의 주어로 등장하였다(저녁이 있는 삶,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또한 ‘저녁’, ‘꿈’ 과 같이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언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슬로건 전쟁 과정에서 손학규 후보진영은 “저녁이 있는 삶” 여섯 글자로 지지율 5% 이상은 득을 봤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문재인 후보 진영은 여론의 비판 속에 ‘대한민국 남자’라는 야심찬 슬로건을 스스로 내려야 했다.

 

대선 과정의 변수로 떠오른 슬로건 전쟁.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평가는 어떠할까?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구체적인 영향을 줄까? 대선슬로건전쟁 1라운드의 성적표는 어떠할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아보기 위해 전체 대선향방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수도권 3040세대의 남녀 6인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FGI)를 실시했다. 조사는 안철수 원장의 책 출간 이후인 7월 20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동아시아연구원 소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여야 전체 후보진영의 대선 슬로건에 대한 총평과 함께 박근혜 후보, 야당의 빅3로 불리는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후보의 공식슬로건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평가를 진행했다. 장외주자지만 전체 지지율 2위, 박근혜 후보와 1:1 가상대결에서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경우 대외적으로 강조해온 키워드 “상식이 있는 사회, 복지․정의․평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표1] FGD 참가자 특성

 

 

2. 2012 대선슬로건 총평

 

냉소적 무당파층 관심 끌기엔 역부족

 

수도권 3040세대를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스윙보터들의 규모가 많고, 우리사회의 허리지대의 세대여서 양극화된 여론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온 세대이다. 특히 무당파층을 선별한 것은 지지정당이 있는 경우 경쟁정당 후보 슬로건에 대해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 뿐 아니라 무당파 민심의 향방이 선거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그러나 무당파임에도 불구하고 세대특성, 거주지역의 특성상 이들은 현 정부여당에 비판적 여론이 강하고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후보에게는 취약계층인 셈이다. 실제로 인터뷰 대상자 중 안철수 원장 지지자가 3인, 문재인 후보 지지자 2인, 박근혜 후보 지지자 1인으로 구성되었다.

 

심층조사결과 우선 대선 슬로건들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12명의 대선 출마후보들의 슬로건 리스트를 제공하고, 누구의 슬로건인지 확인해본 결과 그 박근혜 후보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을 맞춘 참가자가 한 명 정도 뿐 다른 후보들의 슬로건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의 것인지 맞추지 못했다. 이제 경선 국면으로 막 진입한 시기적 특성도 있지만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냉소적 태도가 선거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주목을 끈 대선 슬로건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는 역시 선거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A: “옛날에는 노무현이라는 참신한 정치가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됐을 때 경제적으로는 잘 되겠구나 했죠. 솔직히 지금은 대선 같은 경우에는 뭔가 새롭게 느껴지는 그런 맛을 가진 분들이 안 보이는 것 같아 별 관심이 없어요.”

 

F: “저도 정치에 큰 관심은 없고 맨 날 뭐 이 사람이 되건 저 사람이 되건 항상 결과는 좀 항상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냉소적이 되죠.”

 

B: “저는 세 명 정도를 염두에 두고, 후보와 정책, 반대의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유심히 보면서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저녁의 삶’과‘꿈’, 그리고‘상식’에 공감

 

대부분 사전 정보 없이 제공된 슬로건 리스트를 제공한 후 지지하는 사람과 무관하게 마음에 와 닿는 슬로건을 꼽아 보았다. 공식 슬로건 중에서는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 박근혜 후보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와 공식슬로건은 아니지만 안철수 원장의 키워드 “상식이 통하는 사회: 복지·정의·평화” 를 마음에 가장 와 닿는 슬로건으로 꼽았다. 이 외에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 대한민국 남자”, 김두관 후보의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3. 유력주자 슬로건 세부평가

 

박근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계층별로 세분화된 정책 연상

“어느 순간부터 꿈 꾸지 못하는 현실이 아파”

 

한편 박근혜 후보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꿈이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 없이 일상생활에 매몰되어 살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신분이동의 꿈(가능성)이 봉쇄되었다는 비관적 평가가 역으로 ‘꿈’이라는 단어에 공감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꿈이라는 개념이 연령이나 직업에 따라 다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계층별, 연령대별로 다양한 세부적인 정책연상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즉 자녀세대와 관련해서는 교육차원에서, 직장인들에게는 사회적 이동과 소득정책 차원에서, 가정주부의 경우 가족복지 영역 등에서 꿈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부터 세부적인 정책들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상된다는 평가다. 박근혜 지지자는 물론 안철수 지지자, 문재인 지지자들도 큰 거부감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F: “어느 순간부터 꿈이란 건 아예 꾸지도 못하고. 돈 벌고 취업 신경쓰다 보니까. 구호만 보면 뭔가 내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이상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B: “어릴 때부터 꿈을 꿀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했다는 느낌을 주죠. 또 배고프면 꿈을 못 꾸죠.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생각에 이 슬로건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저녁이 있는 삶 다음으로 두 번째로 꼽으라면 가장 와 닿는 것 같아요.”

 

D: “꿈은 한글자지만 모든 걸 내포하잖아요. 학생은 공부 잘하고 싶은 꿈, 주부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꿈. 꿈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놓고, 이제 세분화된 정책들이 나올 것 같고. 제가 이 슬로건을 뽑지는 않았지만, 저도 솔깃하기는 해요. 어떤 꿈을 어떻게 실현시킬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 삶의 애환을 서정적으로 시각화, 감성적 호응 커

“네 식구 다 모여 저녁식사는 한 달에 두세 번” “그 뜻을 알고 보니 굉장히 멋있네요”

 

저녁이 있는 삶”은 전체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야근이 일상화된 직장인들의 노동 강도, 그로 인한 가정의 해체에 준하는 현실을 잘 집어냈다는 평가였다. 특히 서정적이면서도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여유로운 일상과 정상적인 가정 생활에 대한 유권자들의 동경을 감성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여성들이 더 강한 공감을 받는 듯한 인상이었다. 토론 과정에서 이 슬로건을 접한 사람들의 정치적 태도변화를 일으키는 영향력도 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의 경우 이 슬로건을 접하고 난 후 손학규 후보를 선택지 내에 포함시키게 되었다고 하고, 처음에는 냉소적으로 평가했던 30대 여성 참가자는 토론 이후에 강한 공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D: “애들 어렸을 때는 가족이 늘 같이 밥 먹는 건 줄 알았어요. 지금은 우리 가족 넷 이 다 모여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한달에 두 세 번 정도 밖에 안돼요. 어쩔 때는 네 식구인데 밥 먹는데 네 번 차려야 하고...외국 영화 같은 데서, 퇴근 하고 애들하고 산책하고, 그런 저녁이 있는 풍경이 그리워요.”

 

B: “먹고 사는 데 급급해가지고 매일 밤 11시, 12시에 집에 들어오고, 애들은 자고 있고 뭐 이렇더라구요. 가만히 보니까 손학규 이 사람이 굉장이 잘 찝어냈구나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서정적이고, 수채화 보는 기분도 들고, 너무 공격적이지도 않고 그래서 첫 번째로 골랐습니다.”

 

E: “솔직히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어떻게 보면 슬픈 것 같기도 하고. 뜻을 알고 보니 굉장히 멋있네요.”

 

문재인

“사람이 먼저다. 대한민국 남자”

“사람이 먼저다”엔 공감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는 부정적

 

문재인 후보의 슬로건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최근 문재인 후보진영에서 “대한민국 남자” 슬로건은 공식적으로 철회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본 조사는 그 이전에 실시하여 주요하게 논의되었다.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의 경우 법과 제도, 제반 정책에서 정작 사람이 뒷전이 되는 현실에 대한 공감이 있었지만, 대부분 “대한민국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남자”에 대해 시선을 더 집중시킴으로써 주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로의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데 장애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심층인터뷰 내용을 보면 문 후보 진영에서 신속하게 철회하는 조치가 불가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A: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은 기본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결국 다른 경쟁자들을 비난하고 깔아뭉개고 자기가 좀 나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한 걸로 보이거든요”

 

D: “사람이 먼저다 그러면 ‘맞어’ 하는 느낌이 있어요. 처음에는 사람 위한다고 하면서 누구를 위한 법인지, 정책인지 반문들 때가 있거든요. 대한민국 남자다는 반감이 들 수 있죠”

 

C: “대한민국 남자다 그러면 요즘 정치권에 있는 분들 군대 나오신 분들이 거의 없어요. 그런 부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은데. 대한민국 남자다 그러면 여자는 어떡하라는 건지. 의도한 바는 그게 아니겠지만...”

 

김두관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힘이 되는 나라”는 든든하지만 “평등국가” 너무 직설적

 

김두관 후보의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의 경우 그 취지와 전반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였지만 “평등국가”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즉 대외적인 차원에서의 국력의 신장과 함께 국민 개개인의 삶과 생활에 힘을 준다는 표현이 든든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등국가는 그 취지에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상투적인 느낌으로 이어져 오히려 공감도를 반감시킨다는 평가인 셈이다.

 

F: “내가 힘이 되는 나라까지는 왠지 힘이 될 것 같고, 저를 든든하게 받쳐줄 것 같고 좋은데, 평등국가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하니까 오히려 와 닿지 않는 느낌...”

 

D: “대외적으로 무슨 사건 터졌을 때 정말 내 나라가 힘을 못 실어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또 직장, 가정에서 ‘내가 올바른 대접을 받고 있는 거 맞어?’ 그럴 때도 있고. ‘나 대한민국 국민이야’라고 어디 가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고, 정말 이런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E: “이런 나라였으면 좋겠는데, 이 말 자체는 도덕책이나 이런 데서 배운 것 같은, 식상한 표현이라서 머리에 남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4. 대선 슬로건의 효과

 

한 줄의 슬로건 만들 수 있는 효과에 대한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피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으로부터 촉발된 대선 슬로건 전쟁 1라운드 결과 다양한 화제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지지율 변동으로 이어진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슬로건 하나 만으로 5%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평가는 과장된 평가다.

 

첫째, 유권자들의 선택은 단기적인 선거캠페인 뿐 아니라 장기간 형성되어 온 후보 밍 정당 아이덴티티에 대한 평가, 해당 시점의 이슈 등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하나의 슬로건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순수효과는 체감도에 비해 크지 않다. 둘째, 또한 선거캠페인, 특히 슬로건에 한정해서보더라도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경우 이탈요인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지 않는 이상 기존의 판단을 강화(reinforcing)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득하는 경향(소위 ‘편견의 동원 효과’)도 작용한다.

 

그렇다고 대선슬로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을 위한 충분한 정보를 갖기 어렵고, 올바른 판단을 위한 시간투자가 어렵다. 구체적인 정책영역에 대해서도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으며, 이 경우 보통 그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상징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 한 줄의 대선 카피는 후보와 캠프의 가치관, 비전, 아이덴티티를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선거캠페인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후보의 아이덴티티, 핵심가치와 비전을 일관성 있으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고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 즉 슬로건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순수효과는 크지 않지만, 선거를 승리한 후보에게는 슬로건의 등장 이후 두고 정책-후보 아이덴티티를 강화시키며 위력을 발휘하는 성공한 슬로건이 있기 마련이다. 즉 슬로건 전쟁의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슬로건 1차 라운드에서는 손학규 후보, 박근혜 후보가 포인트를 땄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제 조만간 캠페인-가치와 비전-후보 아이덴티티의 패키지 전쟁에서 슬로건의 진가가 보다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잘 만든 대선슬 로건이라면 순풍의 돛 역할을 할 것이다. 준비 없이 급조된 슬로건은 후보의 정책과 후보 아이덴티티와 삐걱거리며 이미지를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해당 후보의 캠페인 효과를 잠식하게 될 것이다. 1차 라운드는 슬로건 전쟁으로 마감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2차 라운드의 최종성적표가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안철수 변수와 3040 수도권 무당파의 선택>

 

이번 FGI는 안철수원장 책 출간 이후인 20일 진행되면서 대선 슬로건에 대한 인터뷰 뿐 만 아니라 안철수 변수와 향후 대선 정국의 향방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논의가 가능했다. 이번 조사에서 수도권 3040세대의 무당파층의 안철수 원장에 대한 생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기대는 주로 안철수 원장 지지자에게서, 우려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 지지자 사이에서 주로 나타났다.

 

기대 半, 우려 半

 

지지자들의 경우 무엇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선슬로건과 관련 해서는 거창한 이념적 비전이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복지․정의․평화”라는 현재의 키워드만으로도 대부분 참가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상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복지․정의․평화라는 키워드가 한국사회의 진로로서 공감한다는 의견이었다. 이와 함께 안철수 원장이라는 비정치권 출신의 인물이 나옴으로써 냉소적 무당파층의 정치적 관심과 투표 참여 의사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F: “지금은 그냥 여당, 양당 아예 등을 돌린 상태고, 안철수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관심이가고,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책도 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C: “박근혜 대표의 위기관리능력 그런 거는 대단하다 느껴지기는 하는 데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기는 했지만, 한나라당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죠. 야당은 인물도 없고 야당답지도 못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계속 정치인들이 대통령을 해서 잘못되어 왔기 때문에 비정치인 출신이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박근혜 인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후보단일화는 해야할 것 같아요”

 

E: “저는 정치적으로 힘이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사람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니까 이분 나오시면 뽑을 것 같아요. 저도 일단 되는 게 목적이냐 야권이랑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면, 박근혜, 문재인 등 안철수 원장의 경쟁자를 지지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무엇보다 정치적 준비 없이 여론에 등 떠밀려 주저하고 있다는 수동적인 모습에 대한 우려가 컸다. 둘째, 대통령으로서 뒷받침 해줄 정치적 지지세력이 없다는 것이 불안요인이라는 지적도 공통적이었다. 셋째, 지난해 1차 안철수 현상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을 흔들 정도로 강한 충격을 던진 반면 현재 4.11 총선 전후로 박근혜 후보의 리더십과 지지층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직접 출마보다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통해 돕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세 입장 공히 정치인으로서 안철수 원장의 역량은 미심쩍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당장은 안철수 생각을 통해 ‘정책과 비전’을 검증 받게 될 것이지만, 최종 선택 여부는 주로 ‘정치력’에 대한 검증과 평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A: “저는 안철수를 예전부터 좋아 했지만, 정치에 관심도 없는 것 같고, 갑자기 어떤 인물을 찾다가 갑자기 부각된 느낌이거든요. 등 떠밀려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건지 의심스럽죠.”

 

B: “바라기는 후보로 나와서 계속 정치판을 긴장시켜 놓고, 마지막에 서울시장 선거처럼 문재인을 도와주면. 정말 박수받지 않을까? 사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정치적인 힘이 없다는 게 약점이거든요.”

 

D: “저도 우려가 있어요. 이분이 살아왔던 삶이라든지. 그런데 어느 순간 탁 나타나신 거예요. ‘이것도 준비를 했던 사람인가’ 반문하게 되고, 만약에 이분이 지도자가 되었을 때 본이의 철학과 슬로건을 잘 실천할 수 있을 지...그 자리에 계셔주셨으면 좋겠어요.”

 

향후 전망 “독자노선 보다는 야권과 후보 단일화”

 

최소한 안철수 원장이 대선경쟁에 뛰어들 경우 수도권 3040세대가 그의 정치적 지지층이 될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년 안철수 현상 초기와 달라진 것은 야당후보 지지자 뿐 아니라 안철수 지지자들조차 박근혜 대표의 경쟁력 때문에 독자적인 출마보다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안철수 원장의 취약한 조직과 정치세력을 보완해줌과 동시에 안철수 원장이 추구하는 새 정치의 폭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딜레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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