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이 될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상호 비호감 정서를 부추기는 경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난 대선에서 유동적 표심을 보인 경합주가 승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선거권 여부 논란에 따른 정치의 사법화 현상, 유권자의 영향력을 이용해 대외 정책을 바꾸려는 새로운 시도 등을 이번 대선 과정의 특이점으로 지적합니다. 대외 정책에 관하여는 동맹, 이민, 미중관계 등 각 분야별로 두 후보 간 차이가 적지 않지만, 그 지향점은 모두 노동자와 중산층을 위한 미국 우선주의라고 평가합니다.

Ⅰ.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왜 중요하고, 어떻게 다른가?

 

올해 11월 5일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국내 정치 차원을 넘어서서 국제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중요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양극화 시대에 벌어지는 노쇠한 두 베테랑 정치인의 재대결이라는 좁은 의미 뒤에 자리잡고 있는 보다 큰 시사점은 무엇일까? 만일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는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s)의 의미를 가지게 될까? 도전자의 사법 리스크와 미국 정치의 사법화 중에서 유권자들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제3정당 후보에 대한 투표 효과를 둘러싼 2016년 대선의 교훈이 2020년에 작용한 것처럼 2024년에도 유효할까? 이민 이슈와 경제 현실은 대통령의 실천 및 소통 리더십과 관련하여 어떤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하는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국제 정세에 대해 현직과 전직 대통령, 의회 정당, 유권자들 사이에 만들어진 다 차원적인 대립각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정리될 수 있을까? 외교 정책과 관련하여 극도로 약해진 미국 의회의 견제와 균형 권력은 이번 대통령 선거 이후에 회복될 수 있을까?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는 이번 대선에서도 예전처럼 중국 때리기는 기세를 떨칠 것인가, 아니면 갈등 없는 경쟁을 슬로건으로 삼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공존 철학을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설파할 것인가? 미국 대선 때마다 북한이 보여 준 대규모 도발은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어떤 여파를 미국 선거에 미치게 될 것인가? 선거의 나라 미국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미국 정치의 현실과 국제 관계의 조건이라는 두 가지 기반 위에 종종 미국의 새로운 선택과 방향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수많은 질문들을 제기하는 2024년 미국 대선에 관해 이 글은 이번 선거를 둘러싼 특이점들을 중심으로 선거의 의미를 정리해 보고 관련된 미국 정치 연구의 주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Ⅱ. 2024년 미국 대선의 특이점들과 미국 정치 연구

 

1.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의 재대결: 역사적 유사성(historical analogy)?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트럼프가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하고 4년 후인 2024년에 곧바로 다시 도전하는 올해 선거의 경우 미국 역사상 딱 한 차례의 전례가 있다. 1884년 대선에서 후보로 나선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는 버팔로 시장을 지낸 후 3년 만에 뉴욕 주 주지사를 거쳐 남북 전쟁 이후 최초로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였다. 어떤 집단에도 정치적 특혜를 주지 않는 부패 척결을 밀어 부쳤던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4년 후인 1888년 대선에서 총 투표(popular voting)에서는 앞섰지만 대통령 선거인단 수에서 패배함으로써 공화당 해리슨(Benjamin Harrison) 후보에게 백악관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하지만 4년 후인 1892년 대선에 다시 도전하여 현직 대통령 해리슨을 물리치고 결국 미국의 제22대와 24대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한다. 인물에 기초한 산술 방식을 따르는 미국에서 현재 바이든은 제46대 미국 대통령이지만 바이든을 포함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총 45명만 존재하는 이유다.

 

정치 역사에서 규칙성 혹은 주기성(periodicity)을 발견할 수 있는지 여부는 미국 정치 발전(American Political Development: APD)으로 불리는 연구 분야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다. 주기적인 정치 현상을 역사에서 발견한다면 미래 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트럼프가 승리하여 다시 대통령이 되는 시나리오가 어색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 132년 전 클리블랜드의 두 번째 임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실제로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1890년에 통과된 셔먼 은 매입법(Sherman Silver Purchase Act)을 폐기함으로써 금본위 정책을 옹호하였고 풀만 철도 파업(Pullman Strike)이 발생하자 연방 군대를 보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그는 베네수엘라와의 국경 분쟁에 대해 영국을 압박하였고 연방 의회와는 독립된 강력한 대통령 권한의 옹호자였다. 동맹을 존중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바이든 시대에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일방적인 대통령 권력을 신봉하는 트럼프와 닮은 점들이 적지 않다. 다만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자신의 2기 행정부 첫 해에 터진 경제 위기(Panic of 1893)를 임기 내내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1896년 대선에서 공화당에 권력을 다시 내주게 된다. 공화당이 주도했던 1896년 시스템(The Systеm of 1896)이 1932년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당선 시기까지 계속 이어짐에 따라 민주당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켜 버린 대통령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2. 비호감 후보 간 경쟁: 선호와 투표, 그리고 제3정당?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을 모두 싫어하는 유권자들(“double haters”)은 전체의 약 20퍼센트 가까이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수치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와 트럼프 둘 다 선호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규모와 엇비슷한데 결국 후보 둘 다 반대하는 유권자 그룹에서 트럼프가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선거에 최종 승리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처럼 “누가 더 좋은가?”의 경쟁이 아닌 “누가 덜 싫은가?”의 선거는 부정적 당파성(negative partisanship)으로 상징되는 미국 정치 양극화의 특징 중 하나다. 지지 후보 혹은 정치인이 정치적 성과를 달성하는가를 중요시했던 전통적 정치 평가 방식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반대하는 정당 혹은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혐오가 얼마나 더 극심해지는가에 따라 투표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2008년 오바마의 당선이 저소득 백인 유권자들의 불만(resentment)을 극대화했다면 2016년 트럼프 등극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 정서를 무력화시킴으로써 기존의 정치 질서를 뒤흔들어 놓았다.

 

정치적 양극화는 정치적 책무성(accountability)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미국 정치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몰과 아이징어(Small and Eisinger 2020)에 따르면 경기 체감 지수와 대통령 지지율은 줄곧 높은 상관성을 보이다가 오바마 대통령 시대 이후부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경기가 안 좋다고 느끼더라도 대통령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거나 경제가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오바마 당선이 그 출발 시점인 측면은 경제와 인종이 비교적 분리되어 운영되어 오던 미국 정치의 전통이 달라지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이제는 경제적 성과조차 인종적 편견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한편 두 후보 모두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큰 경우 실제로 경제 상황이나 정치적 변동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선호가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너무나 잘 아는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에 대해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미 표심을 정한 상황이다. 결국 선거 경쟁은 누가 투표하러 나올 것인가 혹은 집에 있을 것인가에 관한 싸움이 된다. 자연스럽게 부정적 당파성을 부추기는 전략은 유권자의 공포와 혐오를 통해 투표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 되어 가고 있다. 또한 2016년의 경합주 대선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제3당 후보 투표에 관해서도 유권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3. 미국 대선 경합주의 변화: 경합주 연구의 현황과 미래?

 

올해 미국 대선에서 경합주로 알려진 곳은 트럼프와 바이든이 2016년과 2020년 한 차례씩 돌아가며 석권했던 미시건(Michigan), 위스콘신(Wisconsin), 펜실베니아(Pennsylvania) 등 중서부 3개 주들, 애리조나(Arizona)와 조지아(Georgia)처럼 전통적 공화당 주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을 선택한 곳들, 그리고 라티노 인구의 트럼프 지지 가능성으로 인해 전통적 민주당 주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갈 확률이 있는 네바다(Nevada) 등이다. 여기에 두 곳을 더하자면 지난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 편을 들었지만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지했던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와 워싱턴 DC 근처의 북부 버지니아(Northern Virginia) 지역의 응집력이 관건인 버지니아 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애리조나와 조지아를 다시 빼앗아 오고 네바다까지 새로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중서부 3개 경합주를 지켜 낸다면 바이든 270명, 트럼프 26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결과가 만들어짐으로써 바이든 수성이 가능해진다. 또한 트럼프의 효과적인 갈라치기 전략이 먹혀 들어 선거인단 수 15명인 미시건 주를 이긴다고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2008년 선거 때처럼 노스캐롤라이나 주(선거인단 수 16명)를 탈환한다면 선거인단 수 차이는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다. 물론 트럼프 후보가 중서부 3곳 중 한 곳이라도 빼앗아오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지난 번처럼 지키기만 한다면 트럼프의 승리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합주의 표심과 결과인데 반해 미국 정치학 중에서 경합주에 관한 연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인구 이동을 포함한 인적 구성과 산업 기반 위주의 경제 상황이 특정 주를 경합주로 등장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임은 분명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당의 지역적 기반 확립 혹은 상실의 이유와 과정이 결정적이다. 후드와 맥키(Hood and McKee 2010)는 2008년 대선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어떤 이유로 인해 1976년 카터(Jimmy Carter) 지지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는지 분석해 보았다. 주로 미국 내 인구 이동(in-migration)에 초점을 맞춘 연구인데 북동부 지역의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날씨 좋고 안전한 남부 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로 이주해 올 때 자신들의 정당 일체감도 함께 가지고 왔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간 것으로 파악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텍사스 주가 경합주를 상징하는 보라색 주(purple state)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현재 민주당 강세(blue state)인 캘리포니아 지역으로부터 첨단 산업 종사자들이 텍사스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관찰이 자리잡고 있다. 경합주의 등장과 변화에 관한 연구는 지역, 인구, 경제, 산업, 정치, 문화 등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분석을 필요로 한다. 미국 정치 연구의 미래와도 결부되어 있는 분야다.

 

4. 대선 후보 사법 리스크: 민주주의 위기인가, 정치의 사법화인가?

 

여러 가지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에게 “최초의 기소된 전직 대통령” 상황은 정치인 트럼프의 운명을 뒤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중간 선거에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트럼프를 놓고 2022년 말부터 공화당 내에서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플로리다의 디샌티스(DeSantis) 주지사가 트럼피즘(Trumpism)을 계승할 안정적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런데 2023년 3월 뉴욕 주의 맨해튼 지역 검사가 회계 장부 위조를 근거로 전직 대통령 트럼프를 기소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후 연달아 총 91개 죄목으로 4건의 기소를 당한 트럼프에 대해 공화당이 전폭적인 지지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이지만 이미 트럼프 정당이 된 공화당의 경선 투표자들에게 트럼프가 직면한 사법적 잣대는 오히려 트럼프를 지지해야 할 또 다른 자극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나와 더불어 여러분을 핍박하는 것”이라는 트럼프의 이상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정치 자금과 지지 비율 모두 기소 이후 폭등한 것은 미국 정치 현실이다.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최종 판결자 역할을 했던 연방 대법원이 이번 대선에서 또 다시 적극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 정치(judicial politics)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Sunstein and Epstein 2001).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 3월 5일 치러진 슈퍼 화요일 하루 전인 3월 4일에 이례적으로 온라인 게시를 통해 수정헌법 14조의 내란 선동에 근거한 피선거권 박탈 조항이 트럼프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연방 특별 검사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1심부터 심리할 것을 명령했던 대통령의 면책 특권(presidential immunity)과 관련하여 항소심에서 명료하게 이를 부정하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연방 대법원은 태도를 바꾸었다.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심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트럼프 손을 들어준 셈이라는 지적이 많다. 왜냐하면 4월 말에 연방 대법원이 심리를 시작하여 5월 혹은 6월에 면책 특권을 부인하는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될지라도 이에 따라 1월 6일 재판의 준비 기간(pre-trial) 3개월이 추가됨에 따라 재판 결과가 아무리 빨라야 10월 말이거나 혹은 선거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기소 혹은 재판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논란을 떠나 점점 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두드리지는 미국 정치를 둘러싼 연구가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Sunstein, Schkade, Ellman, and Sawicki 2006).

 

5. 후보 경선과 대외 정책: 외교와 선거 상관성의 새로운 차원?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형식적인 수준에서 진행되어 오던 현직 대통령 바이든의 경선 과정에 파장을 불러 일으킨 것은 “미시건에 귀를 기울여라(Listen to Michigan)”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체의 운동이다. 2023년 10월 7일에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하여 미국 내의 아랍계 미국인들(Arab Americans)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점점 더 큰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이스라엘 군대의 지나친 공세와 인명 피해가 알려지게 되면서 진보 성향의 미국 청년층도 아랍계 미국인들과 합세하게 된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휴전과 이스라엘 원조 중단을 바이든이 공개적으로 밝히라는 것이다. “Listen to Michigan” 운동이 고안해 낸 바이든 압박 전략은 현재 진행 중인 경선 과정에 반영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11월 본선에서의 영향력을 미리 과시하기 위해 미시건 주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바이든이 아닌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하자고 촉구하는 전략이 그 것이다. 그 결과 이전에는 약 2만 명 정도에 불과하던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 투표 건수가 미시건 경선에서 약 10만 명을 상회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차피 바이든의 경선 승리가 자명한 상황에서 이후 언론의 유일한 관심사는 “지지 후보 없음” 운동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바이든의 부담은 여전하다.

 

선거와 외교를 다루는 미국 정치 연구의 경우 올드리치 등이 밝힌 대로 양자 간 비교적 낮은 상관성이 학계의 중론이다(Aldrich, Sullivan and Borgida 1989). 외교 이슈가 매우 중요하면서 동시에 두 후보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할 때만 예외적으로 외교가 선거에서 의미 있다고 본다. 1952년 미국 대선 당시 한국 전쟁을 둘러싼 아이젠하워(Eisenhower)와 스티븐슨(Stevenson) 간의 상이한 입장 차가 바로 그 예외에 속한다. 기존 연구가 주로 외교 현안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해 온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등장한 경합주 시민 단체의 “지지 후보 없음” 촉구 운동은 후보 선출 과정을 이용해 미국의 외교 정책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대외 정책과 국내 정치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시점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연결 고리와 연구 주제가 생겨난 셈이다.

 

Ⅲ. 소결: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가 될까?

 

모든 선거가 똑같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전제할 때 미국 정치 역사는 소위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s)”로 지칭되는 선거들이 존재해 왔음을 알려준다. 1800년 선거(제퍼슨)는 미국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 선거이자 중앙 집권형 체제를 부정하고 주 중심의 정치 시스템을 확립한 의미를 가진다. 1828년 선거(잭슨)는 기존의 엘리트들이 장악했던 대통령 선거 방식을 일반 대중에 의한 선출 방식으로 바꾸는 계기로 작동하였다. 1860년 대선(링컨) 이후에는 잘 알려진 대로 남북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미국의 정치 경제와 인종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고 1896년 선거(맥킨리)를 통해 금본위 금융 체제와 산업 중심의 국가 발전 담론이 확립되었다. 1932년 대선(루스벨트)은 정부와 대통령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한 뉴딜 시대를 개창하였고 1980년 대선(레이건) 이후에는 뉴딜 시대 이전의 작은 정부 이념으로 다시 미국 정치가 돌아가게 된다. 2012년의 오바마 재선이나 2016년의 트럼프 승리를 또 하나의 중대 선거 혹은 재건 시기로 진단할 수 있는가에 관한 연구들이 있지만(Azari 2020; Skowronek 2023)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미국 정치학계의 합의를 찾기는 어렵다.

 

특정 선거가 중대 선거로 인식되기 위한 여러 전제 조건들 중 두 가지로는 두 후보 간의 선명한 입장 차이와 대승-참패의 선거 결과를 들 수 있다. 우선 바이든과 트럼프 간에는 상당한 상이성이 존재한다. 동맹과 함께 갈 것인가, 미국 단독으로 할 것인가? 이민 이슈와 관련하여 의회의 입법을 통해 국경을 강화하고 합법적 이민을 장려할 것인가, 대통령의 일방적 행정 명령으로 국경을 폐쇄하며 이민자들을 몰아세울 것인가? 중국 견제 방식으로는 과학 기술 경쟁에 치중하되 공존 방식을 고민할 것인가, 아니면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 전쟁 승리와 일방적인 미국 우위를 노릴 것인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수호할 것인가, 폐기할 것인가? 연방 관료제는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가, 행정 명령을 통해 약 5만 명 정도를 대통령의 충성파로 채울 것인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압도적인 대통령 선거인단 수의 차이로 결판나지 않는 이상 50 대 50의 팽팽한 미국 정치 양극화는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유사성 역시 적지 않다. 미국 우선주의는 향후 미국의 기본 정책으로 공히 자리잡았는데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동의하는 바이다. 노동자와 중산층을 위한 외교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포스트 트럼프 및 포스트 바이든에 의해 그 공과와 영향력이 정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공화당의 경우 트럼피즘에 대한 본격적 논쟁은 트럼프가 올해 혹은 2028년을 마지막으로 퇴장한 이후에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 화요일 직후 중도 하차한 헤일리(Nikki Haley) 후보가 2028년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쟁에 돌아와서 트럼프 당(Trump Party)을 레이건 당(Reagan Party)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민주당의 경우 바이든을 계승할 대선 후보로서의 중도파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숙제다. 의회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은 진보 성향 의원들로 대부분 채워졌지만 대선 후보는 여전히 중도 온건 성향이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미국 정치 현실이 민주당의 가까운 미래를 압박하고 있다. 온건파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이 선두 주자여야 하지만 낮은 인기의 회복 가능성이 작은 대신 중도파 주지사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클린턴, 오바마, 바이든의 중도파 계보를 잇는 민주당 대선 후보의 존재야말로 공화당의 대선 독주를 막아 줄 중요 요소임에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포스트 트럼프와 포스트 바이든 중 어느 쪽 시대가 먼저 열릴 것인가를 이번 대선이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참고 문헌

 

Aldrich, John H. John Sullivan, and Eugene Borgida. 1989. “Foreign Affairs and Issue Voting: Do Presidential Candidates Waltz Before a Blind Audienc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83, 1: 123-141.

 

Azari, Julia R. 2020. “The Scrambled Cycle: Realignment, Political Time, and the Trump Presidency,” in Zachary Callen and Philip Rocco ed. 2020. American Political Development and the Trump Presidency. 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Hood, M. V., & McKee, S. C. 2010. “What Made Carolina Blue? In-Migration and the 2008 North Carolina Presidential Vote.” American Politics Research 38, 2: 266-302.

 

Skowronek, Stephen. 2023. Presidential Leadership in Political Time: Reprise and Reappraisal, 3rd Edition, Revised and expanded. Lawrence: University Press of Kansas.

 

Small, Raphael and Robert M. Eisinger. 2020. “Whither Presidential Approval?” Presidential Studies Quarterly 50, 4: 845-863.

 

Sunstein, Cass R. and Richard A. Epstein. 2001. The Vote: Bush, Gore, and the Supreme Court.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Sunstein, Cass R. David Schkade, Lisa M. Ellman, and Andres Sawicki. 2006. Are Judges Political? An Empirical Analysis of the Federal Judiciary.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ion Press.

 


 

서정건_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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