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김헌준 고려대 교수는 2021년 미얀마 쿠데타를 자국중심주의와 포퓰리즘의 부상이라는 인권 비우호적 조류와 국제인도법, 국제형사법이 발전하고 가치 외교(value-oriented diplomacy)가 주목받는 인권 우호적 조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해석합니다. 아울러 내정 불간섭 원칙을 우선시하는 미얀마 군부와 국내 정치적 요소에 쉽게 영향을 받는 서구의 외교정책이 국제 인권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러나 대내외적 충격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제 인권 협력에 속도가 붙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와 더불어 언론과 시민사회가 미얀마 사태를 꾸준히 주시하고 민감하게 반응해 주길 제언합니다.

1. 인권 우호적, 비우호적 국제 사회의 교차점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는 국제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상황이었고, 국제정치의 향후 변화에 중요하게 생각되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다. 트럼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불완전하나마 민주주의가 도입돼 자라고 있던 미얀마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와 무고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 학살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미얀마 사태는 국제 인권을 중심으로 볼 때 전혀 새로운 흐름은 아니었다. 2021년 인권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지형은 인권에 비우호적 환경과 우호적 환경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우선, 비우호적 환경으로 국제적으로 인권, 법치, 민주주의 등 자유주의 가치가 여러 지역에서 후퇴했고,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유럽 난민 위기, 브렉시트(Brexit), 헝가리, 폴란드, 필리핀 등에서 권위주의 색채를 보이는 실력자(strongman)를 중심으로 한 포퓰리즘이 등장했다. 특히 트럼프는 엄격한 이민 통제 정책, 푸틴이나 김정은 등 독재자와의 친밀한 교류, UN 인권이사회 탈퇴 등 미국의 인권 상황을 악화시켰다. 더 나아가 미·중 갈등에서 중국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인권을 이용했고, 중국은 역으로 인권의 상대성과 특수성을 강조하며 인권의 보편성을 공격했다. 코로나 전후로 국가들은 앞다투어 국가이익 중심, 자국중심주의로 회귀했고, 통상과 무역에서도 중상주의가 재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비우호적 환경은 국제정치의 유일한 모습은 아니었다. 바이든은 등장 이후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천명했고 비인도주의적인 이민 정책을 철폐했다. 국제적으로도 UN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의 복귀, 아프가니스탄 전쟁 범죄 조사를 개시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검사에 대한 개인 제재 해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카쇼기(Kashoggi) 살해 관련 정보 공개 등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외교(value-oriented diplomacy)가 돋보였다. 또한 미·중 양국과 무관하게 국제사회는 인권,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등 국제 인권, 인도주의 규범 및 국제인도법, 국제형사법이 발전해 왔다. 이는 분명히 과거와 다른 인권 우호적 환경으로 국제사회의 의지만 있다면 미얀마 상황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여러 장치가 마련됐다는 의미이다. 미얀마 사태는 이 두 조류가 교차하는 지점에 던져졌다.

 

2. 길어지는 투쟁과 아세안 5개 합의 사항

 

쿠데타 이후 2022년 1월 현재까지 미얀마의 인명 피해는 사망이 1,398명이다. 특히 2021년 3월 27일 하루 102명 사망했다(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 [AAPP] 2022). 군부는 쿠데타에 저항하는 비무장 시위대, 시민, 아동,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 총격을 가했고, 대량 체포와 구금, 그리고 고문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체포된 인원은 8,376명이고 이 중 507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AAPP 2022).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국가의 “안정과 안보를 해치는 테러리즘”으로 정의했고, 군부는 국영방송을 통해 시위대는 “머리와 등에 총격을 받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라고 협박했다(MRTV, 2021.3.26.)

 

미얀마 사태는 1년이 지나도록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합의는 지난 4월 자카르타에서 채택된 아세안의 5개 합의사항이다. 이 합의는 폭력의 즉각 중단,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건설적 대화의 개시,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특별 사절(special envoy)에 의한 중재, 인도주의적 지원, 특별 사절단과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이 담겼다. 미얀마가 아세안 회원국이고, 지역 정치에 있어 아세안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이 합의는 큰 의의가 있다. 미얀마도 이에 따라 지난 10월에 1,316명을 정치범을 사면하고 4,320명의 구금자를 석방하기도 했다(Human Rights Watch 2021). 하지만 사면은 충분치 못했고, 현재까지도 더는 의미 있는 진전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아세안은 분열된 모습을 보였고 아세안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왔다.

 

미얀마 사태가 오래되면서 군부에 대항하는 시민불복종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 CDM)도 지속됐고, 4월에는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NUG)와 시민 방위군(People’s Defence Force, PDF)이 구성됐다. 국제 사회도 UN을 비롯한 다자 회의에서 미얀마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며 군부를 압박했다. UN 안보리는 비록 중국, 러시아, 인도, 베트남의 반대로 결의안 도출은 어려웠지만, 네 번의 의장성명과 두 차례 비공식(Arria-formula) 회의, 여러 차례의 자문 회의를 개최했다.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도 결의안 채택을 통해 안보리를 압박했다. 미국은 12개국 합참의장의 쿠데타 비난 공동 성명이나 G7 국가의 공동 성명을 주도했다. 지난 10월, 한국을 포함한 동티모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영국, 미국, 유럽연합은 미얀마에 아세안 5개 합의 사항을 즉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3. 비난과 연대에서 내정불간섭과 전략 모색까지

 

국가들은 미얀마 사태에 다양하게 반응했다. 우선 미국은 쿠데타 직후 신속하게 군부를 비난했고,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적 폭행과 살인을 중단하도록 촉구했다. 오랜 기간 미얀마 제재를 시행한 미국은 쿠데타를 계기로 이를 복원했다. 미국의 정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인권을 침해한 군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대통령, 국무장관, 합참의장의 명의로 발표했다. 둘째,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인사 개인에 대한 금융 제재 및 미국 입국 제한, 미국 은행 자산 인출 금지 조치도 시행했다. 이는 2017년 로힝야 집단살해 이후 가해졌던 개인 제재가 확대 적용된 것이다. 셋째, 비교적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의 상당 부분을 미얀마 시민사회 지원 정책으로 전환했다. 넷째, UN 등 다자 회의에서 공동 성명과 유의미한 결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은 가치 외교를 앞세운 미국의 정책으로 보기에는 큰 실효성이 없고 결정적이지 않다.

 

미얀마는 중국에 지정학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국가로, 코로나 직전인 2020년 1월에는 시진핑의 국빈 방문이 있기도 했다. 시진핑은 군부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과 당시 국가 고문 아웅산 수찌를 모두 만나며 균형을 맞췄다. 이를 반영하듯 사태 발발 직후 중국은 내정간섭 불가를 주장하며 “쌍방이 차이를 해소”하라고 주문했다. 같은 논리로 중국은 UN 안보리 결의안 도출을 방해했고, 의장성명이나 보도자료 등 다른 문서에서도 쿠데타의 폭력성과 군부의 책임을 흐리며 물타기 했다. 지난 4월 왕이 외교부장은 미얀마 사태에 대한 “3개 지지와 3개 배격 사항”을 밝히며 안보리의 “부적절한 개입”이나 “외부 세력에 의한 혼란 조장”을 반대했다(中國 外交部 2021). 아세안의 5개 합의 사안 도출 이후 중국은 합의의 “점진적 시행(gradual implementation)”을 지지하며 현상 유지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미얀마 소수민족 문제로 군부와 마찰이 있고, 이념적으로 군부와 갈등이 있다.

 

한국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비교적 신속하고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쿠데타 직후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는 여러 차례 군부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외교부와 법무부는 장관, 차관 등 고위급 인사를 내세워 미얀마 대사나 국내 체류 미얀마인과 여러 차례 면담했다. 3월 28일 아동과 여성에 대한 무차별 살해 직후, 정부는 “국제 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야만적인 폭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하고 “자국민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재차 강력히 촉구”했다. 동시에 관련 부처 합동으로 강제력 있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국방 및 치안 분야 신규 교류 및 협력 중단, 군용 물자 수출 불허 및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엄격 심사, 민생과 직결된 사업이나 인도적 사업 이외의 개발 협력 사업 재검토, 체류 중인 미얀마인에 대한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 계획 등이었다.

 

4. 국제 인권 협력의 딜레마: 주권과 내정불간섭 원칙을 따르는 미얀마 군부

 

사태가 발발한 지 1년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얀마 사태는 국제 인권 협력에 중요한 함의가 있다. 인권 침해국이 외부의 인권 압력을 수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은 정부의 국내외 정당화 필요성, 관련 규범의 선진국 수용성, 규범의 명확성과 보편성 등이 있다(Finnemore and Sikkink 1998).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어느 정부보다 국내외적으로 취약한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국제 사회가 비난한 인권은 무고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과 구금, 폭행 및 고문 금지로 너무나 명확하고 보편적이며 선진국에서 존중되는 규범이다. 하지만 조건이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는 1년 가까이 외부 인권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얀마 군부의 지향이 다름을 보여준다. 미얀마 군부는 인권 보호보다는 연방의 통합, 사회 안정에 초점을 두고 국내외에서 쿠데타와 인권침해를 정당화했다. 이런 시도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세안 국가에서도 있었고, 태국 사례에서 보듯이 아세안에서 받아들여진 선례가 있었다. 또한 미얀마 군부가 추구했던 모델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존중하는 서구 유럽이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무시하더라도 사회 혼란을 막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는 중국이다. 이렇게 볼 때 미얀마 군부에 더 명확하고 보편적으로 체감되는 규범은 인권 원칙이 아니라 주권 혹은 내정불간섭 원칙이다. 이 원칙은 아세안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중국에 의해 적극적으로 지지를 받는 규범으로 지역에서 강하게 체감된다.

 

또한 미얀마 군부는 두 요인 때문에 예상외로 크게 취약하지 않게 상황을 버티고 있다. 첫째, 제한된 국가 역량으로 인해 취약해야 할 물적, 사회적 기반은 아세안과 중국의 존재로 인해 버틸만한 상황이다. 최대 교역국인 싱가포르와 중국은 미얀마와 통상을 이어가고 있고, 아세안 회원국인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태국은 권위주의 정부를 유지하면서 미얀마 군부에 간접적으로 정당성을 제공한다. 민간인 학살이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미얀마 군인의 날 기념행사에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이 참석해 축하한 사실은 이를 보여준다. 둘째, 군부에 치명적인 군부 소유 기업(Myanmar Economic Holdings Limited, Myanmar Economic Cooperation)에 대한 본격적 제재는 아직 가해지지 않았다. 특히 군부의 핵심 재원인 미얀마석유가스공사(Myanmar Oil and Gas Enterprise)는 미국과 유럽, 인도, 한국에 기반을 둔 셰브론(Chevron), 쉘(Shell), 토털(Total), 포스코(POSCO) 등 다국적 기업의 로비와 압력으로 제재를 피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의 미얀마 정책이 단순히 기업의 로비 때문에 정체된 것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외교정책이 갖는 국내정치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을 보더라도 바이든은 트럼프를 근소한 차이로 이겼고, 선거 결과는 불법 선거 시비와 국회의사당 폭동으로 이어졌다. 미국 내에는 트럼피즘(Trumpism)으로 불리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상당히 지지층이 있고, 이 세력은 바이든 외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든이 내세운 “미국 중산층을 위한 외교(foreign policy for American middle class)”도 국가이익과 연관이 크지 않은 미얀마에 집중하기 어렵게 했다. 더불어 지난 8월 순조롭지 않았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미국 외교정책의 취약점인 민주주의 증진(democracy promotion)의 문제를 드러냈다. 이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아랍의 봄, 그리고 최근 홍콩에서 보였는데 쉽게 성공하기 어렵고, 자칫하면 정치적 혼란과 역내 불안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양날의 검이다.

 

5. 국제 인권 협력의 가능성: 예상할 수 없는 충격(shock)에서 시작!

 

최근 미얀마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의 급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국제적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향후 상황은 두 가지 이유로 더 나빠질 수 있다. 첫째, 사태의 장기화와 현상(status quo)의 고착화이다. 미얀마 군부는 오랜 기간의 국제 제재에 익숙하고, 현재도 중국, 태국, 인도, 싱가포르 등 주요 교역국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 이외에도 풍부한 목재, 보석, 마약의 유통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수입도 무시할 수 없다. 군부의 자생력이 증진되고, 국제 제재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사태를 장기화하고 현 상황을 고착화할 수 있다. 이미 군부는 쿠데타 직후 1년 뒤 실시하기로 약속한 선거를 적어도 2년 반 후로 연장했다.

 

둘째, 내전 발발과 이로 인한 주변국으로의 폭발적 난민 유출 상황이다. 동시에 전통적으로 반군에 대해 자금, 식량, 정보, 인력의 흐름을 끊는 “4개 단절(four cuts)” 전략도 이미 재개됐다. NUG는 지난 9월 군부에 대한 방어전을 선포했고, 이들과 연계된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서 군부의 공습, 폭격 및 방화가 발생했고 난민의 수도 급격히 늘었다. 미얀마 상황이 시리아처럼 악화하면, 다양한 정치세력 간 무장 투쟁과 난민 문제가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현재 주목을 받는 미얀마의 민주화나 정당한 CDM보다는 분쟁에 연루된 “모든 당사자(all parties)”가 주목받고, 시민운동의 정당성이 침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미얀마 사태를 둘러싼 인권 협력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변화는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충격(shock) 때문에 발생한다. 두 지점에서 가능하다. 첫째, 인권침해로 인한 충격이다.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이나 코소보 내전에 국제 사회가 개입한 것이나 2010년대 시리아 난민에 대한 유럽 국가의 정책이 급격히 전환된 계기는 모두 예상치 못한 충격 때문이었다. 보스니아의 경우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집단 수용소의 실상이 공개됐고, 시리아 난민도 익사해 해변에 엎드러져 사망한 아이 “알란 쿠르디 사건”이 있었다. 미얀마도 최근 집단살해가 빈번해지고 그 방법도 잔인해져 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둘째, 군부 자체에 의한 충격이다. 리비아 사례를 보면 카다피가 시위대를 향해 “바퀴벌레(cockroaches)”로 지칭한 것이 국제 사회에 집단살해의 전조로 인식되어 안보리를 움직였던 것처럼 미얀마 군부의 정책과 발언이 충격을 줄 수 있다. 최근 시위대에 차량을 돌진해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나 아동을 포함한 35여 구의 불탄 시신이 발견된 사건은 군부의 포악성을 잘 보여준다.

 

6. 충격의 상황 속에서: 여론과 시민사회, 초 국경적 연대의 역할

 

충격의 상황에서 두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여론과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비관적인 싱가포르 전진 외교관도 미국 외교정책에서 변환점을 국내 및 국제 사회의 여론으로 보았다(Kausikan 2021). 보스니아 수용소나 쿠르디의 사망 등 충격적 사건은 여론을 움직인다. 우선,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 정부, 혹은 정당을 움직여 정책의 방향을 변화시킨다. 또한, 비정부기구 등 시민사회를 움직인다. 비정부기구는 국내에서 시민사회에 정보와 전략을 제공하고, 정부를 압박해 정책 지향을 변화시킨다. 국제적으로는 UN 등 국제기구에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을 자문한다. 이제까지 진행된 미얀마 사태를 둘러싼 동아시아 국가의 대응을 보면 정부의 노력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론과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했다.

 

둘째, 현재까지 미얀마 사태에 목소리를 높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 한국, 미국 이외에 유럽연합, 일본, 인도, 싱가포르, 호주 등 다른 관련 국가의 적극적 참여이다. 인도는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한 국가이자 UN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도 미얀마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이용해 비공식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ODA를 이용해 압박했다. 유럽연합과 호주도 미국이 주도하는 공동 성명에 참여했다. 향후 이들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트럼프가 남긴 유산으로 인해 미국이 인권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은 바이든 정부에 큰 부담이다. 따라서 유럽연합과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가 미얀마를 압박하고, 미국이 이들의 행보를 지지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 이렇게 국제 사회가 움직인다면 인권, 이행기 정의, 보호책임 등 국제적으로 많은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참고문헌

 

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 (AAPP). 2022. “Political Prisoners Post-Coup,” https://aappb.org/ (접근일: 2022.1.4.)

Finnemore, Martha and Kathryn Sikkink. 1998. “International Norm Dynamics and Political Change.” International Organization 52(4): 887-917.

Human Rights Watch. 2021. “Myanmar: Prisoner Releases Fall Short: Deposed Political Leaders and Journalists Remain Detained,” https://www.hrw.org/news/2021/10/21/myanmar-prisoner-releases-fall-short (접근일: 2022.1.4.)

Kausikan, Bilahari. 2021. “The Dangerous Impasse in Myanmar: For the United States, Patience Is the Least Bad Option,” Foreign Affairs, April 9, 2021.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burma-myanmar/2021-04-09/dangerous-impasse-myanmar (접근일: 2022.1.6.)

Myanmar TV Channels(MRTV), 2021.3.26.

中国 外交部,“王毅谈对缅甸局势的“三个支持”“三个避免。” https://www.fmprc.gov.cn/web/wjbzhd/t1866713.shtml (접근일: 2022.1.4.)

 


 

저자: 김헌준_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부교수 및 선임연구원, 미국 세인트올라프대학교 (St. Olaf College) 방문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관련 연구로는 The Massacres at Mt. Halla: Sixty Years of Truth-Seeking in South Korea, Transitional Justice in the Asia Pacific, “The Prospect of Human Rights in US-China Relations: A Constructive Understanding,”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전주현 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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