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왕신셴 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소장은 장기적인 미중전략 경쟁 속 양안관계에서 대만이 직면한 도전 요인을 설명합니다. 대만은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편, 심화하는 중국의 “처벌과 보상”이라는 이중전략 하에서, 국내 정치 경쟁의 격화와 분열을 겪으며, 양안 국민들의 적대적 의식 문제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양안 관계가 더 이상 관계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것인가의 문제로 변하게 된 점에 주목합니다. 대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위험 회피와 지연 전술임을 강조하며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미중 경쟁 시대의 대만

미중 양국은 2018년 3월 이래 경제무역 분야에서 과학기술 분야로, 그리고 전면적 전략경쟁으로 그 갈등의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에는 ‘백신외교’도 경쟁의 장이 되었다. 트럼프 정부 시기, 미중 경쟁은 미국 대선의 과열 양상 속에서 더욱 격화되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그러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성체제(the Establishment)의 노선으로 돌아가 동맹과의 결속과 다자주의적 관계를 통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상황이다. 올해 4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2021년 전략경쟁 법안(Strategic Competition Act of 2021)”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미국이 초당적으로 대중국 전략지침을 수립한 첫 번째 중대 법안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인 커트 캠벨(Kurt Campbell)은 지난 5월 26일 미중 간 “전략적 관여(strategic engagement)”의 시대가 이미 막바지에 이르렀다고까지 말했다. 중국은 종합국력에서 미국에 뒤져 있고 군사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여전히 충돌을 피하고 있지만, 외교적으로는 두려움 없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 2년간 기세등등했던 중국의 “전랑 외교”는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회담 때 양제츠와 왕이가 바통을 이어가며 그 절정을 보여주었다. 올해 봄 양회(兩會)에서 시진핑이 제기한 “세계를 당당하게 바라보자(平視世界)”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모두 국내의 민족주의 정서를 만족시키는 “내부 선전”의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지전략적 특성, 그리고 중국의 자칭 주권의 완전성과 통일을 위한 고려 때문에, 대만은 두 강대국의 경쟁과 대결의 최전선에 서 있게 되었다. 올해 4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커버스토리는 대만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칭했다. 미국과 중국이 여러 해 동안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이 점차 와해하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가 흔들리게 되었다. 또한,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라는 목표를 위해 최후의 상황에서는 군사적 침공을 단행해서라도 통일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더욱 경계심을 갖게 하는 것은 올해 3월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필립 데이비슨(Philip Davidson)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향후 5-10년 동안 중국이 침략 및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가장 큰 목표 대상이 대만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NBC도 미 국방부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무력 사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미국이 여러 차례 열세를 면하지 못했고, 대만이 미중의 경쟁 속에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2. 대만의 안보 전략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만의 안보 전략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강력한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의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슴도치 전술(Hedgehog defense)을 구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세계적으로 대체 불가능성을 갖는 “산업”을 구축하는 것이다.

 

1) 미국에의 편승(bandwagoning)

일반적으로 경쟁하는 두 강대국 사이에 처해 있는 국가는 대략 세 개의 선택지가 있다. 대항(balancing), 편승(bandwagoning), 위험회피(hedging)이다. 대다수의 국가는 헤징이라는 유연한 전략을 채택하면서 최대한 양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미중 간의 전면적인 경쟁 속에서 다수의 아태지역 국가들이 안보 전략에 있어서는 미국에 경도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며 헤징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이다. 두 강대국의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위험회피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다수의 국가가 여전히 전략적으로는 미국 편으로 기울어져 있으면서 중국의 미움을 사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이러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일 것이다. 리셴룽 총리는 작년 6월 <포린 어페어스> 지에 <위험에 빠진 아시아의 세기(The Endangered Asian Century)>라는 장문의 글을 발표했다. 리셴룽은 글에서 미중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될 대치의 길에 들어서 있고, 만약 양국이 아시아 각국에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면 싱가포르 및 동남아 국가들은 어느 쪽에도 미움을 사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위험 회피의 헤징 전략을 말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에 있었던 “2+2 회의”와 한일 양국 정상이 각각 바이든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안보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분을 완전히 상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앞서 언급한 논리에 따르면, 대만은 안보를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중국 시장 없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지난해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43.8%를 기록했고 이는 사상 최고치였다. 따라서 위험회피의 헤징 전략이 대만의 국가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지일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미중 간의 경쟁 속에서 미국에 완전히 “편승”하며 중국에 “대항”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중국의 주권이 대만에 손을 뻗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공산당은 종종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선언한다. 또한 중국의 종합국력이 증대되면서 대만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고, 빈번하게 군사적 위협과 외교적 탄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만으로 하여금 강대국, 특히 미국의 지원에 의지하게 만들고 있고, 이를 생존의 길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대만 내부요인이다. 양안 관계를 보다 온화한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야당(국민당)과 달리,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은 줄곧 “중국에 대한 저항”을 주요 정책으로 삼아왔다. 시진핑이 2019년 1월 2일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대만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하고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베이징 당국이 강경하게 대응한 이후, 중국 당국에 대한 대만의 반발 여론이 심화하였다. 이로 인해 민진당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반중 정책이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미중 간의 전면적 경쟁 속에서 대만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 편에 서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 등 중국 봉쇄의 전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 동맹” 등을 강조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

 

2) 국방력의 강화

국방력과 군사력의 강화는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Porcupine strategy)인데, 전략적 의미는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의 논리와 유사한 것이다.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사용하여 적을 위협하고 저지하는 것과 같다. 트럼프 정부는 작년 대만에 어뢰, 순항 미사일, 무인기 등 7개의 주요 무기체계를 팔아 대만으로 하여금 고슴도치처럼 공격하기 어렵고 심지어 반격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바 있는 데이비드 오크마넥(David Ochmanek)은 만약 양안 간에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대만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론에 말한 바 있다. 그는 대만이 방어무기를 늘려 미국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대만이 군사 능력을 강화해야만 자기방어에 대한 믿음을 높일 수 있고 동맹의 실질적 협력 방어 의지를 높일 수 있다. 동시에 대만 외교의 협상력과 국제무대에 참여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은 각종 무기체계의 해외조달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국산 전투기와 잠수함 등 신형 무기도 지속해서 개발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HF-2E 순항 미사일, 공군의 Wan Chien 공대지 순항 미사일, 해군의 HF-3 초음속 대함 미사일 등 국산 공격 무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러한 국산 무기 개발로 인해 대만은 원래의 방침이었던 “견고한 방어와 중층 억지”라는 전략에 더해 2021년부터 “다차원 방어, 중층 저지 및 섬멸, 방어력 지속, 중점 돌파”라는 방위 구상을 추가할 수 있었다. 또한, 대만 국방안전연구원(國防安全研究院)의 <2020년 중공 정치군사 발전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의 결과로 오히려 장기적 국방 제도, 무기 구매, 실질적 동맹 관계에 있어서 대만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되고 있다. 예컨대, 올해 4월 미일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대만해협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대만해협에서 어떠한 무력 시도나 위협에 의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현상(status quo)이 바뀌거나 지역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에 미일 양국이 반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동시에 대만이 내부적으로 국방의 중요성에 대해 재고하고 병역과 국방 제도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3) “호국의 기틀”로서 세계적으로 대체불가능한 “산업”의 구축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중 간 기술 경쟁은 양국 경쟁의 최전선이었다. 바이든 정부도 동맹국들과 첨단기술 동맹을 결성해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AI, 5G, AIoT, 전기차, 고속컴퓨팅, 가상화폐 채굴 등 여러 방면에서 반도체 칩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고, 선진국의 중요 관심 대상이 되었다. 특히 대만의 TSMC는 하이엔드 칩 제조 능력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선두 자리를 굳혔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대만의 영향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많은 국제 언론들이 대만이 없으면 각국의 중요 산업들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래서 TSMC의 생산 라인이 중단되면 글로벌 산업도 중단될 수밖에 없으며, 그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 국가들이 대만에 반도체 칩 공급 안전성을 확인하는 이유이다. 물론, 싱크탱크의 많은 학자가 현재 중국의 첨단산업이 미국의 덫에 걸려 있기 때문에 대만 반도체 산업을 통제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짙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만약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만을 탈환하기로 결정한다면 첫 번째 조치로 대만 반도체를 통제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물론 대만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세계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위치로 올라서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세계 산업 발전과 연계시켜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위협이 세계의 문제가 되도록 부각해 대만의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지난 1년여 동안 대만 정부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도 비슷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3. 양안관계에서 대만이 직면한 도전 요인

 

1)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초래할 이중적 리스크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만은 현재 양안 관계에서 대내외적으로 “양면 게임(two-level games)” 상황에 놓여 있으며 “미국에 편승하고 중국에 맞서는 것”을 우선적인 선택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두 가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우선 중국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만 집권당의 본질에 대해 중국외교부와 국무원 대만판공실뿐만 아니라,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민진당 정부가 미국에 의존해서 독립을 도모하고 서양의 것을 숭배한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팬데믹 상황에서도 팬데믹을 이용해 독립을 도모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최근 대만에서 지역 감염이 발생한 후 중국의 지원은 거부하고 일본과 미국이 제공하는 백신은 수용하는 등의 모습이 베이징 당국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대만 간의 삼각관계는 일종의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압박을 통해 대만이 미국에 경도되지 않도록 저지하고 있고, 대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 더욱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한다. 요컨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행위”로 위험 회피의 조치가 결여된 행동이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대만 여행법>, <타이베이 법안>, <국방수권법> 등을 통과시켰고, 대만에 대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무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대만을 연합군사훈련에 초청하고 아태지역 상륙군 지휘관 심포지엄인 팔스(PALS, Pacific Amphibious Leaders Symposium)에 참여시켰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에 대해 확고한 약속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만 정계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다. 만약 미중 간에 일정한 합의에 도달하여 양측이 “전략적 후퇴”의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면 대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미국에 지나치게 편승하고 중국에 대립하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또 다른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2)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중국의 “처벌과 보상” 이중전략

중국은 대만에 대해 줄곧 “처벌과 보상”의 이중전략을 취해 왔다. 민진당 집권기에 들어서 처벌이 더욱 강해지고 보상은 더 많아지는 중국의 일방적인 행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전략은 대만에 더욱 큰 압박이 되고 있다.

① 처벌의 측면에서는 주로 대만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데, 국제무대 진출의 봉쇄 및 군사행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대만의 수교국들로 하여금 대만과 단교를 하게 만들고 대만이 국제기구와 국제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저지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중국의 군용기와 군함이 대만 주위를 맴돌고 있으며, 군용기가 빈번하게 대만 서남지역의 방공식별구역(ADIZ) 및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고 있다. 이는 대만 외에 미국과 일본도 겨냥하고 있는 것이며,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는 것은 대만의 공중 방어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② 보상의 측면은 주로 대만 인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시진핑이 제기한 “경제사회적 융합”을 지도 이념으로 하고 있다. 즉, 각종 우대 정책을 통해 대만 기업과 인재들이 중국에 투자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양안 경제의 긴밀한 교류를 이용하여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해서 강화하려는 것이다. 보상 전략은 대만 정부를 완전히 우회하여 무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 행위”이다. 게다가 다양한 유형의 통일전선전술, 선전전, 인지전(cognitive warfare) 등 “혼합전”을 통해 대만의 국내 정치와 사회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3) 국내 정치 경쟁의 격화와 분열

양안 관계는 대만 내 정당 간, 그리고 대중들의 관점이 가장 갈리는 정책 의제이다. 정치공방이 가장 격렬하게 이뤄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되고 쌍방 간에 타협의 여지가 조금도 없다. 정치경제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있어서도 정당 간 공방이 일어났다. 쟁점은 대만이 상하이 소재 중국 푸싱(復星) 의약 그룹이 대리하는 독일 BNT 백신을 구매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집권당이 ‘반중’의 기치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이 대만과 상하이 푸싱 의약그룹의 백신 협상을 돕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대만 측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는데, 야당이 “인명은 하늘이 관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신속한 백신 수입을 요구하면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인 중국의 속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차치하고, 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그리고 정당 간, 대중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일어났다. 이처럼 대만 사회는 양안관계 의제에 대해 컨센서스를 이루기 어렵고, 중국의 압박에 직면할 경우, 이러한 논쟁과 내부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대만이 단결해도 중국에 대항하기 어려운데, 분열된 대만은 중국에 더더욱 대항하기 어려울 것이다.

 

4) 양안 인민 간의 적대의식

최근 몇 년간, 양안 간에는 정부 간의 대립뿐만 아니라 인민들 간의 적대의식이 증가일로에 있다. 특히, 최근 2년여 동안 미중 무역전, 홍콩에서의 송환법 반대 시위, 대만 총통선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양안 인민들의 입장은 심각하게 갈라져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 태생적으로 독립을 지지하는 대만의 “천연독(天然獨)”과 민족의 통일을 열망하는 중국의 “자연통(自然統)” 사이의 충돌, 반중국과 혐대만 사이의 대립은 거의 매일 양안의 각종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실 대만은 최근 중국 내 민족주의의 고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미중관계나 내부의 경제사회적 위기를 외부로 돌리기 위한 감정의 분출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한 “중국공산당”과 “중국 민중”을 구분하여 중국 대중들의 민심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인민들로 하여금 중화세계에서 민주적 제도를 실행할 수 있고 민주주의가 그들이 선택할만한 삶의 방식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이것이 대만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4. 결론

미중 간의 경쟁은 전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속의 본질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양측의 전략과 전술 속에서 협력, 경쟁, 대립의 세 요소가 갖는 비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장기적이다. 만약 우리가 전략적으로 불가피하게 미국에 경도된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면, 전술적인 면에서는 반드시 좀 더 세밀하고 유연성 있게 움직여야 하고, 위험 회피의 공간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민진당 집권 이후 지난 4년 동안 형성된 교착상태와 팬데믹의 촉매 작용으로 현재의 양안 관계는 이미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었다. 현재 중국공산당의 정치 일정을 보면, “중국공산당 100주년의 기념”, “동계 올림픽”, “20차 당대회” 등의 원활한 개최가 관건이다. 이 기간에는 “자신의 일에 역량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대만에 대해 무모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22년 가을 열리는 20차 당대회 이후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의 대내외 정책 결정에서 시진핑의 의지는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과거 몇 년 동안 국제 사회에서는 시진핑이 실권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주로 미중 무역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의 각종 경제사회적 문제, 그리고 과도한 반부패로 인한 정적들의 반격 등이 거론되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일들이 시진핑의 권위에는 영향을 주었지만, 그의 권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팬데믹 발생 초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인도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중국공산당은 내부 선전 메커니즘을 발동하여 시진핑의 리더십 역할을 강화하고 제도적 우월성을 선전하고 있다. 미중 대립이 격렬해질수록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서 누구도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대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위험 회피와 지연 전술이 될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기다리는 것이다. ■

 


 

■ 저자: 왕신셴(王信賢))_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소장 겸 특별초빙교수. 2002년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UC Berkeley, 일본 도쿄대, 와세다대의 방문학자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비교정치, 국제관계, 중국연구와 양안관계이다. 최근 연구업적으로는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 How Small and Medium Countries Respond to the Competing Great Powers in Asia-Pacific Region,” “Building a Hyper-Stability Structure: The Mechanisms of Social Stability Maintenance in Xi’s China,” “Hobbling Big Brother: Top-Level Design and Local Discretion in China’s Social Credit System” 등이 있으며, 약 60여 편의 학술논문을 국내외 주요 학술지에 발표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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