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급증에도 불구하고 미중 경쟁과 대만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할 것을 제안합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한반도 통일 담론이 국내외적으로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해결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고, 윤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를 이끌어내어 한반도 평화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언합니다.

■ You can visit our Global North Korea site to view the original text or download the pdf.

윤석열 대통령은 4월 26일 미국을 국빈(state visit) 방문한 후 귀국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었다.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여태껏 미국을 국빈 방문한 타국의 정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일하다. 타국의 정상이 국빈 방문하면 초청 국가는 최고의 손님으로 예우한다. 으레 초청 국가의 원수가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하고, 의전도 매우 화려해 국빈만찬을 포함해 다양한 공식 행사가 펼쳐진다. 국빈 방문 및 행사에 수반하는 비용 역시 대부분 초청 국가가 부담한다. 이러한 번거로움과 거창함 때문에 타국의 정상들은 대부분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의 형식을 빌려 미국을 방문한다. 의전도 상대적으로 간소하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윤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 극진한 예우를 갖춰가며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시 도래한 강대국 경쟁의 시대에 한국은 미국에 중요한 전통 안보 파트너(traditional security partner)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경제 안보 파트너(economic security partner)이기도 하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에서 한국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다. 한국과 미국은 2021년 5월 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합의했지만, 정상회담 후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비해 2022년 5월 윤-바이든 정상회담 후에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나오고 있다. 2022년 4월 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더 진화된 포괄적 전략동맹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윤 대통령이 받은 환대에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용단을 내린 윤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도 반영됐을 것이다. 원만한 한일관계는 원활한 한미일 공조의 선결 조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을 방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더 전향적인 조처를 취해 한일관계 복원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일관계를 오바마 행정부가 어렵사리 중재해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로 봉합했는데,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이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했고 징용공 관련 대법원 판결에 수수방관하면서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윤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다음 날 당시 안보실장이 방미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4.26 정상회담을 확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2월 윤 정부가 선보인 한국의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전략 역시 크게 반색하고 있다. 한국의 인태 전략은 역내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자유, 평화, 번영의 목표와 포용, 신뢰, 호혜라는 원칙을 표방하고 특정 국가를 배척하지 않는다. 하지만 윤 정부가 인태 전략을 갖추면서 전략적으로 미국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일관계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고 한국의 인태 전략도 이제 막 걸음마를 내걸었다. 그래도 12년 만에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인태 전략을 장착한 윤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큰 짐을 덜어냈다. 이를 미국에 대한 발언권 강화의 기회로 삼아 한미 정상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이뤄진 안보실 인사 파동과 대통령실 도감청 문제로 매우 어수선한 분위였지만, 윤 정부는 4.26 정상회담에서 대북 확장억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워싱턴 선언”을 도출할 수 있었다. 향후에는 북핵 억제 외에도 북핵 문제 해결과 나아가서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요성을 더 부각할 수 있어야 한다.

 

2015년 10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특화된 “2015년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이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한반도 통일 문제만을 따로 다룬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공동성명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2023년 현재 상황과 상당한 유사점이 발견된다.

 

“전략적 인내”로 불리던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는데, 특히 한국에서는 북한 문제가 미국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다. 역사문제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내 한일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아베 총리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끈질기게 설득했고,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를 도출하면서 한일관계는 복원의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순서상으로는 박-오바마 정상회담 이후에 한일위안부 합의가 나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별도의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조치가 어느 정도 지렛대로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급증하고 있지만, 미중 경쟁과 타이완 이슈,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상당한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며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억제를 보다 명확히 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고, 워싱턴 선언의 내용을 구체화할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을 발족하기로 했다.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포괄적 차원의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별도로 채택해야 한다. 2015년 공동성명에 나온 내용을 상당 부분 반복해도 무방하다. 다음 공동성명에서도 북핵 문제의 “최고 시급성(utmost urgency)”과 해결을 위한 양국의 “의지(determination)”를 표명해야 한다.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고,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조야에서는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 공동성명에도 2015년의 성명과 같이 한미는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북한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 핵에 대한 최종 목표는 여전히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의 평화적 달성이라고 강조해야 한다.

 

2015년 성명이 대화를 위해 북한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했지만, 다음 공동성명은 아무런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음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윤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 표명을 성명에 담아내야 한다. 담대한 구상은 이전의 대북 구상과 달리 북한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일단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기를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윤 정부는 기존의 담대한 구상에 정치군사적 보상안 및 북미 사이 한국의 가교역할 등을 보완하여 중장기적인 “한반도 평화 구축방안”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2015년 북한에 관한 성명에는 북핵 문제 외에도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가 명시되어 있다. 양국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도 되어있다. 지금 한반도 통일 담론이 국내외적으로 동력을 상실한 상황인데, 통일 담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한미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2015년 성명과 같이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 의사를 도출해 다음 공동성명에도 명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13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비핵화, 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기반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었다. 다음 정상 선언문에는 한반도 통일이 핵확산·핵안전, 인권유린, 환경파괴, 사이버 범죄 등의 문제를 해결해 인류에 기여하는 글로벌 공공재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는 것은 어떨까? 윤 대통령의 방미가 상당히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역시 “워싱턴 선언”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재래식 무기에 기반하고 있다. 급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하면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핵무기도 포함한 새로운 한미 방위조약으로의 업데이트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다음번 한미 정상회담 선언문에는 조금 더 포괄적인 수준에서 북한 핵 문제의 시급성과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아내야 한다. 한국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 역시 명시할 수 있어야 한다.■

※ 본 논평은 "The South Korea-U.S. Summit and Measures to Enhance Bilateral Cooperation on North Korea"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김재천_서강대학교 교수. 예일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고, 2003년부터 서강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국가안보실과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고, 통일준비위원회와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장과 조지워싱턴대 시거(Sigur) 아시아 연구소의 폴브라이트 방문학자, 덴버대학교 국제대학원 방문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미국외교정책, 미중관계, 동북아국제질서, 남북관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담당 및 편집;박정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hpark@eai.or.kr  

6대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

세부사업

대북복합전략

Keywords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