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⑤ 한일 간 역사현안 여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역사인식, 정치적 환경, 프레이밍을 중심으로
ISBN 979-11-6617-685-2
I. 문제 제기
한일관계에 있어서 역사문제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 요인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폭발력이 강한 사안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사안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렇다면, 역사 현안과 관련된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선호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외교정책과 여론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일반 대중은 국제문제를 이해할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지속적인 의견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교정책의 지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험적 · 당위적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 국제화,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국민이 외교정책 결정이나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여러 실증적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Deacon 2015; Park 2017; Maeda 2021; 남궁곤 1999; 김태현 외 2003; 김성한 · 정한울 2005; 三谷 2010). 또한, 정부 간 합의를 이룬다고 할지라도 국민이 이를 지지하지 않으면 외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문제 등의 사례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모든 여론이 균등하게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여론이 외교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과 일본은 양국 간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게 느끼는 특수한 인식의 틀이 형성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1년간 실시되었던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겐론(言論)NPO의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 국민의 역사에 대한 고정적 인식을 검토하고,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등 한일 간 외교 현안이 다루어지는 정치적 환경과 양국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발표한 언설(言說)과 여론이 어떠한 관계성을 가지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게 느끼는 특수한 인식의 틀과 함께 양국의 정치적 환경과 정부의 메시지를 분석하고자 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개별현안에 대한 양국 국민의 여론은 각국이 가지는 정치적 맥락 하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으며, 양국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II. 한일 역사문제에 대한 양국 국민의 고정적 인식
외교정책에 미치는 여론의 영향력을 분석한 기존연구에서는 외교정책에 대해 여론이 매우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스키마(schema)’를 통하여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스키마란 “한 개념의 여러 속성과 그들 속성 간의 관계에 대한 지식을 포함하는 인지적 구조”로 정의된다(김태현 외 2003, 155). 즉, 개개의 지식이 일정한 구조를 이루고 연계된 상태를 의미한다. 스키마 이론에 따르면, 일반 대중은 외교정책에 대한 의제를 자세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특정한 상황에서 개인의 스키마가 작동하면서 일관된 대응을 나타내게 된다.
한일 역사문제와 관련하여 양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고정적 인식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되었던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겐론NPO(言論NPO)의 문항을 살펴보았다. 약간의 유동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한일 양국 국민이 각기 달리 일관성을 보이는 것은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는 무엇인가?’라는 문항의 답변이다. 양국 정부 당국과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2018년 대법원판결 이후 강제동원피해자 문제가 1965년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큰 사건으로 경고하였지만, 한국 여론은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안으로 꼽고 있다. 한편, 일본 여론은 한국의 반일 역사 교과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표 1] 참조).
[표 1]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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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2016 |
2017 |
2018 |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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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일본 |
한국 |
일본 |
한국 |
일본 |
한국 |
일본 |
한국 |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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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일본 역사 교과서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일본 역사 교과서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위안부 문제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위안부 문제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위안부 문제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2위 |
위안부 관련 일본 인식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위안부 관련 역사 인식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일본 역사 교과서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일본 역사 교과서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침략 전쟁 관련 일본 인식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2020 |
2021 |
2022 |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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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일본 |
한국 |
일본 |
한국 |
일본 |
한국 |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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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위안부 문제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일본 역사 교과서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일본 역사 교과서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일본 역사 교과서 |
한국의 반일 교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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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
강제 동원 문제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위안부 문제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위안부 문제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위안부 문제 |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
이와는 별도로 2014년 조사 중 양국 국민이 ‘한일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 대한 답변은 한일 간 역사인식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구조적 원인을 설명해 준다.
[그림 1] 국별·연령별 한일강제병합 지식(2014년 조사)
해당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871명, 일본 응답자 중 760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전 연령 세대에 걸쳐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대의 한일병합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60대 이상이 전체 일본 한일병합 인지자의 대다수인 41%(31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해당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871명, 일본 응답자 중 760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전 연령 세대에 걸쳐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대의 한일병합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60대 이상이 전체 일본 한일병합 인지자의 대다수인 41%(31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해당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871명, 일본 응답자 중 760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전 연령 세대에 걸쳐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대의 한일병합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60대 이상이 전체 일본 한일병합 인지자의 대다수인 41%(31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해당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871명, 일본 응답자 중 760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전 연령 세대에 걸쳐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대의 한일병합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60대 이상이 전체 일본 한일병합 인지자의 대다수인 41%(31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이전 조사로부터 9년이 흐른 현재 일본 내 한일강제병합을 알고 있는 사람의 수는 세대가 교체됨에 따라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련의 조사에서 한국의 사과 요구에 대해 일본 내 피로감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과거사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지 않은 세대를 향한 한국의 사과 요구는 더 큰 반감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한편, 양국 국민이 가지는 역사인식은 불변한가? 2010년과 2015년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이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의 ‘일본의 역대 수상이 식민지 지배 등 과거사에 대해 사죄를 반복했는데, 이러한 사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 대해 일본 측 응답은 충분히 사과했다 43%, 그렇지 않다 41%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読売新聞>,” 2010/4/17). 2015년 조사에서는 일본의 사죄에 대해 일본 응답자의 76%가 충분하다, 17%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読売新聞> 2015/6/9). 2010년 조사에 비해 일본의 사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폭 줄어들었는데, 이 같은 경향은 또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5년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일본 응답자의 65%가 충분히 사죄했다, 20%가 아직 불충분하다고 답변하고 있다(<朝日新聞> 2015/6/22). 2010년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는 한일 간 역사인식에 관한 차이는 있지만, 양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인식격차의 축소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결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10년은 한일관계의 악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후의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양국의 역사인식 격차는 한일관계 악화와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는 스키마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구조화된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스키마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는 ‘프레임(frame)’이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프레이밍(Framing)은 어떤 상황에서 강조하는 점을 선택하여 특별한 해석을 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엔트만(Robert M, Entman)은 폭포수모델(Cascading activation model)을 통하여 대통령 등 정치적 엘리트가 제시한 사건의 정의와 의미, 감정이 미디어를 통해 사회에 수용되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Entman 2008). Ⅲ장과 Ⅳ장에서는 한일 간 역사현안인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강제동원피해자 문제를 사례로 양국의 여론이 어떻게 정치적 환경과 정부의 프레이밍에 의해 변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III.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 정부의 정책 결정 환경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증언한 이래 한일 간 외교 현안이 되어왔다. 2015년 한일외교장관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이하 위안부합의)가 발표되었으나, 현재까지도 한국 국민의 인식 속에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한일 간 역사문제로 각인이 되어 있다. 위안부합의와 관련하여 한일 양국 국민 사이에 형성된 여론과 이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던 양국의 정치적·정책적 환경은 다음과 같다.
1.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 양국 여론
2016년, 2017년, 2018년 실시된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는 위안부합의에 관한 문항을 담고 있다. [표 2]는 위안부합의와 관련한 양국 국민의 평가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6년, 2017년, 2018년 조사 모두 위안부합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며, 조사연도에 따른 큰 변화를 찾을 수 없다. 이에 반해 한국은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나, 2016년에는 긍정적인 평가(28%)와 부정적인 평가(30%)가 길항하였으나, 2017년 조사에서는 긍정적 평가(21%), 부정적 평가(56%)로 부정적 평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표 2] 일본군 위안부합의 평가(2016, 20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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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
한국 |
일본 |
2016 |
긍정 |
28% |
48% |
부정 |
30% |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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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도 아님 |
38% |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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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긍정 |
21% |
42% |
부정 |
56% |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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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도 아님 |
23% |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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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긍정 |
24% |
39% |
부정 |
46% |
33% |
|
어느 쪽도 아님 |
31% |
28% |
한편, 2017년과 2018년의 조사에서 위안부합의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3]참조).
[표 3] 일본군 위안부합의로 문제가 해결되었나(20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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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
한국 |
일본 |
2017 |
해결 |
20% |
25% |
미해결 |
75% |
54% |
|
2018 |
해결 |
22% |
29% |
미해결 |
71% |
48% |
2. 한일 양국의 정책결정 환경
1) 한국: 정권의 변화, 설득적 프레임의 부재
왜 2016년 대비 2017년 한국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강화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당시의 정치적·정책적 환경과 연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출범 이래 위안부 문제 해결을 대일외교의 최상위 목표로 내걸었다. 2015년 11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조기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는데 합의하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2015년 12월 28일 한일외교장관 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으로 위안부합의를 발표하였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기시다(岸田文雄) 외무상은 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써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총리는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하며, ② 한국 정부가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여 한일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예산 조치에 대해서는 대략 10억엔 정도를 상정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시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이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하고, 동일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할 것을 밝혔다. 또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 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일본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바, 한국 정부로서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합의에 따른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기구로서, 2016년 7월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되었다.
위안부합의와 관련하여 한국 내에서는 정대협 등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되었고,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2015년 12월 2건, 2016년 3건의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문제 합의’ 무효와 관련된 결의안이 제출되었으나,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되었다(국회의안정보시스템 2015-2016).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면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2015년 일본군 위안부합의 무효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2017년 7월 위안부합의 관련 협의 경과 및 합의 내용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평가하기 위한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이하 TF)가 출범하였다. 2017년 12월 27일 검토 TF는 한일 위안부합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중시되지 못하였으며, 대통령과 협상책임자, 외교부 간 소통이 부족하였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검토 TF의 결론을 토대로 2015년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향후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나, 2015년 합의가 한일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바,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8년 11월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였다.
2016년은 위안부 합의를 추진하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기로서, 합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여·야당이 양분된 가운데 국회에서도 위안부합의 무효화와 관련된 논의가 동력을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편, 2017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위안부합의 무효를 공약한 바 있다. 취임 이후 TF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입장이 정리되었는데, 2015년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으나, 2015년 합의가 한일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바,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대비 2017년 한국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강화 여론은 이러한 정치적 환경을 근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를 기사 빈도를 통해 살펴보았다. ‘위안부’를 키워드로 11개 전국판 일간지[1] 를 검색해 본 결과 2016년 6,349건, 2017년 6,781건, 2018년 3,557건으로 2016년과 2017년에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며, 월별로는 2016년 1월, 2017년 12월, 2018년 1월 기사가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합의 발표, 2017년 12월 일본군위안부합의 TF 검토 결과 발표, 2018년 1월 향후 정부 방침 발표 시기와 중첩되는 것으로서, 위안부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 상시적이라기보다는 정부의 방침과 연동되며, 2018년 이후 미디어의 위안부 문제에 관한 관심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빅카인즈 2023).
[그림 2] 위안부합의 보도 워드 클라우드 분석(2015.12~2018.12)
‘위안부합의’를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해본 결과, 2015년 1,494건, 2016년 3,481건, 2017년 3,408건, 2018년 1,628건으로 나타났다. 위안부합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위안부합의에 대한 보도의 유사 및 차이 내용을 시각화하기 위해 이들 기사 내용을 워드 클라우드로 만들었다([그림 2] 참조). 워드 클라우드는 텍스트 내의 단어의 빈도가 높을수록 크게 표시되는데, 1위는 피해자, 2위는 문재인 대통령, 3위는 재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공식 입장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되, 2015년 합의가 한일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바,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는다’이나 이에 대한 설득적 프레임은 언론 보도의 핵심 키워드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2) 일본: 정권의 연속, 위안부 문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프레임
2017년과 2018년의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 국민 모두 위안부합의로 위안부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지만, 위안부합의 자체에 대한 일본의 여론은 2016년 긍정 48% 부정 21%, 2017년 긍정 42%, 부정 25%, 2018년 긍정 39%, 부정 33%로 긍정적 평가가 지속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났다.
정치적 환경에 있어 위안부합의와 관련한 여론조사가 진행된 시점은 모두 아베 (安倍内閣) 총리의 집권 시기에 해당한다.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2020년 9월까지 7년 8개월 동안 장기집권하였다.
2012년 재집권 이후 아베 내각은 50% 내외의 높은 내각 지지율을 유지하였으나, 2015년 9월 안보법제 통과 직후(9.20) 내각의 부(不) 지지율(45%) 이 지지율(35%)을 상회하였다. 이후 위안부합의를 계기로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였다([그림 3] 참조).
[그림 3] 아베 내각 지지도 추이(2015.1-2018.12)
위안부합의 결과에 대한 설명과 대국민 설득을 위한 강조점에서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간의 차이가 발견되는데,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한일외무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내용’, ‘한일외교장관회담결과’가 게재된 반면,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한일외상 공동기자회견 결과’와 ‘아베-박근혜 대통령 간 전화회담’ 이 게재되었다. 외무성이 게재한 한일전화 회담 결과에서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로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사죄함과 동시에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의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경제협력 협정에서 최종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이번 합의에 의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을 게재하고 있다(外務省 2023).
이후, 아베 총리는 기자단 발표를 통해 ‘자손 세대에 사죄를 계속해야 하는 숙명을 지워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로 이번 합의를 결행하였다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국민적 설득을 시도하였다. 당시 일본의 보수적 지지층은 위안부합의에는 반대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베에 대한 지지가 두텁고, 아베 총리가 합의 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되었다는 점, 후세대에 사죄의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고 설득한 것이 반발 억제에 주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박명희 2016).
2018년 11월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합의를 파기한 것이 아니다.’,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재단을 해산한 것은 한일위안부합의에 비추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약속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림 4] 일본 미디어의 위안부 관련 보도 건수 (2015.1.1.~ 2019.12.31)
[그림 4]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경제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의 기사를 ‘위안부’를 키워드로 검색한 것이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합의 당시 보도가 집중되었고, 2017년 위안부 보도가 급증하였으나, 두 신문 모두 2018년 이후 급격히 위안부 관련 보도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문재인’을 키워드로 한 기사는 「일본경제신문」 2017년 741건, 2018년 852건, 「요미우리신문」 2017년 578건, 2018년 704건으로 위안부 문제라고 하는 외교 사안보다는 문재인이라는 개인을 위주로 한일관계 외교 사안이 보도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IV. 강제동원피해자문제와 한일 정부의 정책 결정 환경
2018년 10월 30일과 11월 29일 한국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新日鉄住金, 구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8천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까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판결의 핵심 쟁점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한일 양국은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 인정과 관련한 대립을 각자 다르게 해석하는 ‘이견합의(異見合意)’를 이룬 바 있고, 당시 봉합된 과거사에 대한 본질적 대립이 대법원판결로 부상하게 되었다. 더욱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측이 압류한 피해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원고 측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의 현금화 절차가 추진되면서, 강제동원피해자문제는 2018년 이래 한일 간 가장 외교적 현안이 되었다.
1.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와 한일 양국 여론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는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에 대한 문항을 담고 있다. [표 4]는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판결 관련한 양국 국민의 평가를 나타낸 표이다.
2019년 조사에서는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한국 대법원판결에 대한 평가를 묻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75.5%가 긍정적으로 일본은 58.7%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표 4]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판결 평가(2019)
|
평가 |
한국 |
일본 |
2019 |
긍정 |
75.5% |
7.2% |
부정 |
5.5% |
58.7% |
|
어느 쪽도 아님 |
18.6% |
33.6% |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강제동원피해자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설문을 담고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는 다양한 응답에 대한 지지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5] 참조). 2019년에는 사법부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58.1%로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였으나, 2020년(36%), 2021년(32.6%), 2022년(36.5%) 감소하였다([표5] 참조). 2019년도에는 양국 기업, 재단설립 보상 의견(13.7%), 2020년에는 일본 기업 법적 책임 한국 정부보상 18.2% 중재위원회, ICJ 공동제소 20.3%안도 일반인들의 고려대상에 포함되었다. 한국 사법부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대치되므로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의 강제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2020년(14.2%), 2022년(15.1%)가 지지하였다.
한편, 일본은 한국에 비해 응답자가 지지를 보이는 의견이 한정적이다. 전 기간을 통틀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우위를 차지했는데, 2019년 28.4%, 2020년 34.5%, 2021년 40.2%, 2022년 39.5%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 사법부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대치되므로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의 강제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대해 2020년 29.3%, 2021년 32.8%, 2022년 30.6%가 지지하였다. 중재위원회, ICJ 공동제소 안에 대해서는 2019년 22.2%, 2021년 14.5%, 2022년 15.2%가 지지하였다.
2022년의 경우 ‘한일청구권협정과 대치되므로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의 강제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라는 의견에 대해 일본에서는 30.5%가 지지하는 한편, 한국에서는 15.1%가 지지하였고, 중재위원회 및 ICJ 제소와 관련해서는 한국 14.8%, 일본 15.2%가 지지하고 있다.
[표 5]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해결방안(2019, 2020, 2021, 2022)
|
한국 |
일본 |
|
2019 |
1순위 |
사법부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58.1% |
모른다 28.4% |
2순위 |
양국 기업, 재단설립 보상 13.7% |
해결은 어렵다 16.5% |
|
3순위 |
피해자와 일본 기업대화 해결 9.4% |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22.2% |
|
2020 |
1순위 |
사법부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36% |
모른다 34.5% |
2순위 |
일본기업 법적책임 한국정부보상 18.2% |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29.3% |
|
3순위 |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14.2% |
해결은 어렵다 15.9% |
|
2021 |
1순위 |
사법부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32.6% |
모른다 40.2% |
2순위 |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20.3% |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32.8% |
|
3순위 |
모른다 13.6% |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14.5% |
|
1순위 |
사법부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36.5% |
모른다 39.5% |
|
2022 |
2순위 |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15.1% |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30.6% |
3순위 |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14.8% |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15.2% |
2. 한일 양국의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정책 결정 환경
1) 한국: 정권의 변화, 지배적 프레임의 부재
2018년 10월 30일과 11월 29일 대법원판결 이후, 외교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국무총리가 관계부처 및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부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 갈 것’을 발표하였으나, 이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외교부 2018). 아울러, 정부는 사안이 사인(私人) 간의 민사소송 건으로 소송 내용 및 규모 등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2019년 6월 외교부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하여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하는 안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일본 측이 이러한 방안을 수용할 경우,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 제1항의 협의 절차, 즉 일본 정부와 외교적 해결을 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사실상 거부하였다.
이후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없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강제집행 방식으로 일본 기업이나 정부의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으나, 이후 추가적인 구체적인 해결방안 등은 논의되지 못하였다(<한국일보> 2021/01/18).
2022년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일관계 개선을 한국 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과거사 문제·경제·안보를 망라한 포괄적 해결을 추구하였다.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판결 원고승소단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 외교부는 7월 4일 강제징용문제 관련 ‘민관협의회’를 발족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하여,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가기로 발표하였다(외교부 2022).
한편, 2018년 10월 이후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판결 사안이 사인(私人) 간의 민사소송 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은 사이 국회에서 해결문제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20대 국회에 발의된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기금법안」(홍일표 의원 등 10인), 「기억ㆍ화해ㆍ미래재단법안」(문희상 의원 등 14인)등은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대법원판결 이후 강제동원피해자의 배·보상을 위한 재단설립과 관련한 법안이었으나, 임기만료 폐기되었다(박명희 2023).
[표 6] 국내 미디어의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보도 건수(빅카인즈 2023)
(단위:건)
키워드 |
2018 |
2019 |
2020 |
2021 |
2022 |
징용 |
1,207 |
4,152 |
1,244 |
1,152 |
1,041 |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에 대한 국내 미디어의 관심도를 전국일간지의 기사 건수를 통해 살펴본 결과는 [표 6]과 같다. 대법원판결이 있었던 2018년에는 1,207건이 보도되었는데, 주로 대법원판결이 있었던 10월에 기사가 집중되어 있었다. 2019년 4,152건으로 보도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는데, 주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있었던 2019년 7월에 보도가 집중되어 있다. 2020년 이후 강제동원 관련 보도는 급격히 감소하였다. 한편,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보도는 9,469건,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보도가 5,976건이었던 것을 비교해 볼 때, 강제동원피해자 문제가 일반인의 한일관계 현안으로서, 경제·안보 사안에 비해 크게 인식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 일본: 내각 교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프레임의 지속
강제동원피해자와 관련한 대법원판결(2018.10.30.) 이후 일본에서는 두 번의 내각 교체가 있었다. 2020년 8월 28일 아베(安倍晋三)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2020년 9월 16일 등장한 스가내각(菅義偉)이 2021년 10월 4일까지 지속되었다. 이어 2021년 10월 4일 기시다(岸田文雄) 내각이 출범하여, 2023년 9월 현재에 이르고 있다. 두 번의 내각 교체가 있었다고는 하나, 아베 시기의 외교정책 방향이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 이유로는 대체로 일본 국내에서 아베 시기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국내적 평가가 높았고,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자민당 내 파벌의 역학 구도에서 스가총리, 기시다 총리의 소속파벌이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던 이유에 기인한다. 더욱이 스가 내각,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시기의 대한 외교 방향이 지속되고 있다.
외무성은 2018년 10월 30일, 11월 29일 한국 대법원판결 이후 외무대신 담화형식으로 정부 입장을 표명하고, 이를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이 한국에게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의 경제협력을 약속(제1조)하고, 양 체약국 및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정하고 있고(제2조), 이것이 현재까지의 한일관계의 기초가 되었다. 둘째, 두 건의 일본의 대법원판결은 한일 간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가 없다. 셋째, 일본은 한국이 국제법 위반을 즉각 회복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취할 것을 촉구하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국제법원을 포함은 모든 옵션을 고려하여 일본 기업의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단호한 대응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를 하기 위해 외무성 아시아대양국에 한일청구권문제실을 설치하였다.
한일청구권협정’, ‘한국의 국제법 위반’ 등이 주요 키워드가 되고 있으며, 외무성의 외무대신 담화는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로 번역되어 게재되어 있으며, 「구한반도출신노동자문제는?(旧朝鮮半島出身労働者問題とは?)」이라는 문건이 함께 게재되어 있다.
이후 외무성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구한반도 민간인 노무자 문제에 관한 협의요청(題に係る日韓請求権協定に基づく協議の要請」(2019.1.17.), 「구한반도 출신노동자문제에 관한 청구권협정에 따른 협의 요청 회답 독촉(旧朝鮮半島出身労働者問題に係る日韓請求権協定に 基づく協議要請への回答の督促)」(2019.2.12), 「구한반도출신노동자 문제에 관한 한일청구권협정에 기반한 중재회부(旧朝鮮半島出身労働者問題に係る日韓請求権協定に基づく仲裁付託)」(2019.5.20.), 「대한민국의 한일청구권협정에 기반한 중재에 응할 의무의 불이행(大韓民国による日韓請求権協定に 基づく仲裁に応じる義務の不履行について)」(2019.7.19.) 등 청구권협정에 근간한 일본 정부의 조치의 내용과 한국의 불이행 사항에 대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外務省2023).
이상의 외무성 조치의 내용을 워드 클라우드로 나타낸 본 결과는 [그림 5]와 같다. 일본 기업, 한일청구권협정, 판결, 한국 등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이후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에서 강제동원피해자문제 관련 대법원판결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일본 측 응답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 사법부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대치되므로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의 강제 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안과 일본 정부의 해결방안이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5]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외무성 방침 워드 클라우드 분석
[표 7]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경제신문」(조간·석간)과 「요미우리신문」(전국판) 기사를 ‘징용공’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것이다. 대법원판결이 있었던 것은 2018년이지만 기사가 가장 많은 것은 2019년이다. 이후 징용문제에 대한 관심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2019년 기사 수가 급증한 것은 수출규제조치 등 한일관계 내 관련 현안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대부분의 조치발표가 2019년에 집중되었던 이유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표 7] 일본 미디어의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보도 건수
(단위:건)
징용공 |
2018 |
2019 |
2020 |
2021 |
2022 |
일본경제신문 |
154 |
493 |
138 |
98 |
138 |
요미우리신문 |
149 |
507 |
146 |
132 |
139 |
V. 결론
한일 간 역사 현안에 대한 여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본 연구에서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된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1년간 한일 양국 국민의 역사에 대한 고정적 인식을 살펴보고,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피해자문제 등 외교 현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양국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발표한 언설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 검토해 보았다.
첫째, 한일 간 역사문제는 한일 간 인식 차이뿐 아니라 양국 정부와 국민 사이에도 존재한다. 양국 정부 간 해결 시도가 있었고 일본 정부는 해결이 완료된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국민에게 있어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양국 정부가 지난 11년 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국의 교과서가 일본 국민에게 있어서는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로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한일병합의 역사를 한국은 전 세대가 고르게 인지하고 있으나, 일본은 60대 이상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향후 한일 간 역사 인식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둘째, 한국과 일본의 국내 여론이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하지만,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피해자는 국민의 여론이 반영되어 외교정책이 결정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환경변화가 양국의 여론을 견인한 사례에 해당한다. 일례로, 한국 국민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평가는 2016년과 2017년의 조사 결과가 상이하다. 2016년에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길항하였으나, 2017년 조사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위안부 합의를 주도하였던 박근혜 정부에서 위안부합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였던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한편, 일본의 경우 2012년 12월 제2차 아베내각 출범 이후 7년 8개월 동안 정권의 변동이 없었으며, 내각에 대한 지지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환경적 차이가 존재한다.
셋째, 정책결정자의 외교 현안에 대한 프레이밍이 자국민의 인식의 틀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위안부문제 및 강제동원피해자문제와 관련하여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지배적인 프레임이 없다. 이에 비해 일본은 위안부 합의와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프레임이 견고하다.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의 프레임은 합의문에 표명된 사죄보다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에 방점이 주어졌고, 강제동원피해자문제의 경우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국제법 위반’의 프레임으로 사안을 해석하고 있어 강제동원피해자의 문제가 역사인식의 문제가 국제법의 문제로, 신뢰의 문제로 치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국민이 제시하고 있는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해결방안 역시 법적인 해석, 정부 프레임의 틀 안에 머물고 있다.
한일 국민 간 역사인식 격차는 불변한 것인가? 한일 간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하여 양국 내에서 형성된 고정된 인식의 틀이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외교 현안에 대한 양국 정부의 메시지는 양국 관계를 호전시킬 수도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난 11년 외교 현안에 대한 양국 정부의 메시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적극적 설득 노력이 결여 되었으며, 나아가 상대국 국민을 향한 화해의 메시지는 부재하였다.
양국 국민의 인식 속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위안부 문제, 교과서 문제가 고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그때그때의 단기적 측면에서 역사 현안 해결을 도모하게 된다면, 향후 양국 정부 간 외교 현안은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나, 양국 국민 간 역사문제 관련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1]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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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희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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