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이슈브리핑] 한국과 아시아 협력 구도, 쿼드 (Quad) 전략
ISBN 979-11-6617-6617-127-7 95340
[편집자 주]
최근 미국은 아시아 내의 다자 협력 기구와 지역 포럼 형성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쿼드를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기반으로 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쿼드는 긴급 위기인 2004년 인도양 지진과 쓰나미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비공식적” 협의체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쿼드는 오늘날 빠르게 공식화되어 가고 있다. 에반 A. 파이겐바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원장은 기능 (function) 대신 형태(form)를 중요시하는 쿼드는 과거 실패 사례와 동일한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이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현재 역내 국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행동 방식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 이슈브리핑에서 저자는 쿼드의 역사, 과제및 개선점과 쿼드 플러스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분석한다.
쿼드를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기반으로 삼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은 아시아 협력 구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켰다. 다자 (multilateral), 소다자 (minilateral) 임시(Ad hoc) 협의체를 형성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다자간 협력 포럼 구축은 아시아 내 가장 중요한 과제로서 때로는 경쟁과도 같이 보여 왔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다양한 규모, 조합과 유형을 지닌 다자협력 기구 혹은 지역 포럼을 형성하고자 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을 무시했으나, 오히려 최근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아시아 지역 협력은 효과적이지 않았으며, 뚜렷한 목적을 가지지도 않았다. 즉, 이러한 협의체들은 공동 문제해결에 있어 가장 큰 역량을 가진 국가와 협력하고자 하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 대신, 아시아 협의체들은 그 기능과 협력의 내용보다 형태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양자, 삼자 또는 4자 협력 구조가 강조되어 왔으며, 참여국의 숫자를 채우고, 협의체를 공식화하는 것이 아시아 역내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가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동티모르 사태, 조류 인플루엔자 전염병, 미얀마 사이클론, 인도양 쓰나미, 그리고 코로나 19 사태 등 지난 30년 동안 벌어진 거의 모든 위기 상황 속에서 공식 협의체들은 문제 해결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대신, 미국에 의해 구성된 임시 지역 연합체들이 공동 행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쿼드는 과거 실패사례와 동일한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쿼드는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17년 전 “비공식적” 쿼드는 긴급 위기인 2004년 인도양 지진과 쓰나미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대응의 방안으로 시작되었다. 쿼드는 부상자 와 실향민들에게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호를 제공했지만, 사무국이 없었으며, 정상회의 또한 열지 않았고, 공식 발표 등을 하지 않은 채 성공적 결과와 함께 해산하게 되었다.
그러나 임시적인 협의체였던 쿼드는 오늘날 빠르게 공식화되고 있으며, 공식 명칭을 가진 쿼드로 변화하고 있다. 쿼드는 회의를 주최하고, 다양한 공동 이니셔티브를 논의한다. 그러나 협의체는 언제나 목적을 가지고 구성된다. 특정한 안건과 과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한 4자 협력이 아닌 중국 부상에 따른 견제를 위한 네 국가의 연합이 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쿼드의 역량을 제대로 시험하는 방법은 과연 협력 국가들이 쿼드를 유동적인 지역의 협력체의 핵심으로 삼을 것인지에 달려있다. 이는 쿼드가 역내 실용적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 그룹이 되느냐의 문제로서, 추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 분야를 늘려갈 수 있는가를 보며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는 곧 역내 국가들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필요한 경우 협력의 파트너 국가를 변경하는 임시적 형태의 연합으로써 쿼드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쿼드 같은 비슷한 사례가 존재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이 그 사례이다. CPTPP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의 4개국-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의 비공식적 협의체로 시작되었다. 앞서 언급한 4개국으로 구성된 임시 협의체는 다른 국가들 역시 무역 자유화에 관심은 있지만,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정확히 감지하였다. 따라서 긍정적인 지역 내 관련 어젠다를 내세우며,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역내 공동 행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이 시작되었다.
사실 쿼드 4개국의 힘으로만 해결 가능한 문제는 없다. 기후 변화, 마약 대응, 해양 역량 등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가의 협력과 참여가 필요하다. 여기서 쿼드의 확장을 막는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비안보적 이슈에 대한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액세스 (access) 및 전송 (transfer)에 대한 교차 활용 관리가 그 예이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모델이 제시되었지만,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공통된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9년도 G20 정상회담에서 오사카 이니셔티브 (Osaka Initiative)가 소개되었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가입하는 것을 거부했다. 두 번째 걸림돌은 이미 경제협력과 관련된 지역 협력체 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RCEP과 CPTPP가 역내 무역과 투자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하지만 RCEP과 CPTPP에는 역내 경제 강대국인 인도와 미국이 포함되어있지가 않다는 점이 주목되어야 한다.
쿼드의 확장을 위한 과제는 1) 응집력 구축. 2) 역량과 의지를 올바르게 반영한 참여국 선정, 3) 역내 기준점 설정이다. 역내 기준점을 설정한다는 것은 금융, 환경 규정,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공통 인프라 표준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쿼드 전략은 참여국들이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표준을 세워야 한다. 역내 기준과 표준을 마련하는 데 있어 한국도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쿼드에 “가입”하거나 쿼드 플러스 협의체의 공식 멤버십을 추구하는 것은 주요 문제가 아니다. 대신, 구체적인 이슈와 주제별 기능에 대해 쿼드의 회원국들이 한국에 협력의 손을 내밀지, 그리고 역내 주요 문제를 해결하고 쿼드의 역량 향상을 위해 한국이 강점을 살려 임시 협의체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핵심적인 전략적 질문이다. 다음과 같은 영역을 통해 한국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1) 공급망 복원력
(2) 데이터 액세스 (access) 및 전송 (transfer)에 대한 교차 활용 관리
(3) 허위 정보에 대한 대응
(4) 공공보건 및 의료의 모범사례 공유
(5) 그린 테크놀로지 (green technology)의 확장과 그린 본드 (green bonds) 및 그린 크레디트 (green credit) 상품의 사용 다양화
결론적으로 문제를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대화 방식(novel form of dialogue)이 아닌, 현재 역내 국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행동의 방식으로 쿼드의 초점이 변화해야 한다. 이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다른 국가 간의 협의체에 한국이 단지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역내 공동 행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의 과제이다. 만약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쿼드를 중국의 부상에 따른 위협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의 장으로만 인지한다면, 쿼드의 유용성은 인식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자국의 선택과 행동을 위한 협의체 모델로 고려되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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