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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위안화 국제화와 한국의 금융외교: 삼립불가능성과 전략적 선택

  • 2017-03-30
  • 이용욱

ISBN  979-11-87558-45-3

초록

 

본고는 기존의 국제금융통화질서에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국제화와 이에 대한 한국금융외교의 정책방향을 논한다. 한국에 있어 위안화 국제화 문제는 단순히 무역과 투자의 안정성 확보와 관련한 환율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안화 국제화와 달러 대체가능성은 한국외교의 최대 함수인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고는 금융외교전략(financial statecraft) 이론을 활용하여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는 한국금융외교의 정책선택지들을 분석하고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고는 각 국가가 처한 금융외교의 정책목표 사이의 양립불가능성을 논의한 Cohen(1993)의 연구를 기초로 삼고 강대국이 아닌 한국과 같은 신흥국/중견국의 금융외교전략을 이론화한 아미조와 카타다(Armijo and Katada 2014)의 연구를 보충하여 대위안화 한국금융외교의 정책선택지를 제시한다. 기실,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한국금융외교정책은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적지 않게 제시되었다. 기존의 정책제안들은 ‘위안화 국제화의 활용’에 방점을 두며 경제적 비용과 편익에 치우쳐진 경향이 있다. 금융외교의 정책목표가 경제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통화정책 자율성(monetary policy autonomy) 확보,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 등도 포함한다고 볼 때 다차원적 분석이 요청된다. 따라서 본고의 분석은 금융외교전략 이론을 적용하여 기존에 제시된 정책제안들의 타당성을 정치/경제/외교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본고는 특정정책의 우월성을 선택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며, 타당성에 대한 평가도 특정정책에 대한 타당도가 아니라 그 정책이 선택되었을 때 수반될 수 있는 정책 간의 상충점(trade-off)을 논한다. 이를 통해 본고는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정책리스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문 중에서

 

한국에 있어 위안화 국제화 문제는 단순히 무역과 투자의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환율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안화 국제화와 달러 대체가능성은 한국외교의 최대 함수인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투사되고 있는 미국의 정치, 군사, 경제적 영향력과 리더십은 국제통화시스템에서 달러의 우월적 지위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가령 국제통화시스템이 달러 일극체제가 아닌 위안화, 유로 등이 달러와 경쟁하는 복수통화체제로 이행한다면 미국은 선진 7개국 정상회담(G7),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 정책공조의 장에서 기존의 일방주의 정책에 제동이 걸리며 정치적 리더십 약화를 경험할 수 있다. 복수통화체제는 미국의 거시경제 자율권이 행사되는 폭이 감소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이 복수통화체제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환율 걱정 없는 통화발권을 더 이상 고려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복수통화체제는 미국의 군사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 복수통화체제는 미국의 차입능력 감소를 가져오게 되어 미국의 군사비 지출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더욱 강력하게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여 국제통화체제의 패권을 놓고 달러체제에 도전할 것인가? 앞서 논의한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 배경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목표는 적어도 달러와 경쟁하는 위안화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중국과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기축통화 요건을 다 맞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중국 내부에서도 성급한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는 위안화 국제화, 혹은 기축통화화가 중국에 혜택만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향후 10-15년간 위안화와 달러의 기축통화 전쟁은 국제정치의 장에서 최대, 최고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본고의 서론에서 논의하였듯, 기축통화의 경쟁결과는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 경제, 군사, 안보를 포함하는 국제질서가 재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국제정치의 역사에서 국제기축통화를 보유하지 않았던(혹은 국제통화질서를 지배하지 않았던) 패권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몽’을 접지 않는 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어떤 정책조합을 선택할 것인가? 정책조합 선택의 가장 중요한 대외적 조건은 위안화 국제화의 전개가 삼립불가능성의 요소인 환율안정화, 통화정책 자율성, 자본자유화에 각 요소 별 혹은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다. 대내적 조건은 한국의 거시경제흐름, 금융산업과 국내 금융인프라의 국제경쟁력, 정부 금융통화정책의 전반적인 기조 등으로 볼 수 있다. 삼립불가능성에 따라 상기한 세 가지 정책목표 모두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조합이 부재하기 때문에 이들 간의 우선순위 설정이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는 한국금융외교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세 정책 간의 순차성(sequence)을 고려한 미시적인 정책연계 전략도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해 볼 수 있겠다.

 

 


 

 

저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캔자스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남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구성주의, 동아시아 지역협력 및 금융지역주의, 그리고 다자주의 무역 질서이며 저서 및 편저로는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복합 변환과 한국의 전략》(2014, 공편), 《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2014, 공편), 《China’s Rise and Regional Integration in East Asia: Hegemony or Community?》(2014, 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