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핵 대타협 스페셜리포트] ② 미중 군사안보전략 변화와 동아시아 안보질서의 미래
ISBN 979-11-6617-641-8 95340
I. 들어가며
본 보고서는 미중 대타협의 길을 모색함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중 군사력 균형과 전략 변화, 그리고 현재와 같은 군사전략을 미중이 추진할 때 동아시아가 직면할 미래 안보질서에 대해 논의한다. 먼저 현재 형성된 미중 군사력 균형을 분석하고, 이어 2022년 2월부터 공개된 미국의 전략문건에서 나타난 미국 안보전략의 핵심개념인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와 2049년 중화민족 대부흥을 목표로 군사현대화와 지능화(智能化)에 매진하는 중국의 군사전략을 살펴본다. 끝으로, 현재와 같은 방식의 미중 “통합억제”와 “지능화전” 역량 구축 노력이 지속될 때 동아시아안보질서는 어떠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 전망한다.
II. 미중 군사력 비교
미중 군사전략을 비교하기에 앞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양국 사이의 군사력 균형이다.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상대적 능력 배분은 그들이 국제정치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드러내기 때문에(Waltz 1979) 미중 전략변화의 배경요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밑그림을 제공한다. 총량 데이터 차원에서 비교해 보면 군사비 측면에서 미국은 2022년 기준 8조 10억달러를, 중국은 2조 9천 3백억 달러를 지출하여 대략 8:3의 비율을 보이고, 핵탄두수로는 미국 5,428개, 중국 350개로 15:1을 배분율을 보여준다 (SIPRI 2022). 그러나 이러한 총량지표는 중국의 군사비 지출 통계의 신뢰성 문제, 총량 통계가 실제 해당 지역 내 투사할 수 있는 실제 역량으로 단순 치환되기 어려운 문제(예. 미국은 세계 전지역에 군사력 투사하나 중국은 동아시아에 집중), 그리고 동맹국 역량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로 인해 한계를 가진다.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가 2015년 발표한 미중 군사력 균형 연구(Heginbotham Eric et al. 2015)는 미중의 공군력 균형, 영공침투, 공군기지 공격력, 수상전, 대우주전, 사이버전 등 각 영역별 미중의 전쟁수행 능력을 상대평가하고 있기에 총량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가 된다([그림1]). 본 연구에 의하면, 중국의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역량 추구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미국 해군력에 대한 중국의 미사일 역량이 제1도련선 내 미군의 전력투사를 거부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비록 5세대 전투기 역량을 포함한 공군력 차원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더라도, 항공모함의 제1도련선 내 진입이 위험해 지는 상황에서는 대만위기 발발시 미국의 대 동아시아 전력투사가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군의 잠수함 역량은 제1도련선 내에서도 중국의 대만 상륙작전을 저지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에, 대만 무력 침공 시나리오에서 중국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역량 차원에서도 미중은 모두 서로의 군사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림 2 미중 군사력 균형(RAND 2015)
단, 핵능력 차원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어 중국이 섣부른 군사행동에 나서기 어렵게 만드는 억제력을 미국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의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을 모두 갖추고 있으나, 중국 잠수함의 소음이 심해 대잠전에 취약하고 H-6N 전략폭격기 능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중국의 2차 공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은 이동발사대(TELs)와 지하시설(UGF) 등을 활용한 핵자산 생존능력 강화의 성패에 달려있다(Wu 2022). 이러한 제한적 핵운반능력 문제에 더하여 핵탄두 보유량이 현재 400기를 넘지 못하는 한계까지 있어, 과연 미중이 상호취약성(mutual venerability)을 공유하게 만드는 최소억제(minimum deterrence) 수준의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중국 스스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대만위기 상황에서 미중이 직접적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워게임 결과 미국이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나온다는 보고가 있다. 개전 초기 5일 동안 미국이 우세하지만, 그 이후에는 미국이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고, 결국 군사적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제1도련선 내 미중 군사 충돌시 미국이 군사목표 달성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대 중국이 지불하는 비용이 10,000:1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Allison 2020). 이런 측면에서 최소한 동아시아 전구에서는 미중 모두 제한전과 전면전 시나리오에서 서로에 대한 우위를 자신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군사력 균형이라 볼 수 있다.
III. 미국의 안보전략: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
제1도련선 내 중국의 지역거부 역량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 개념을 2010년대 말부터 육군에서 개발하여 논의하였는데, 2021년부터 “통합억제”라는 개념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오스틴(Lloyd J. Austin III) 국방장관 연설(Austin 2021, 2022a, 2022b)에 자주 등장하던 이 개념은 2022년 미국이 발표한 모든 전략 문건, 즉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NDS),”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S)”에서 향후 미국 국방전략의 핵심개념으로 설명된다.
NSS의 설명(Whitehouse 2022)에 따르면 ‘통합억제’는 잠재적 적국으로 하여금 적대 행위의 비용이 그 편익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매끄러운 역량의 조합(the seamless combination of capabilities)”이다. 이는 통합억제가 군사영역(domain, 육해공, 우주, 사이버, 비군사), 지역(예. 유럽과 인태), 분쟁 스팩트럼(무력분쟁~회색영역), 정부 역량(외교, 정보, 경제), 그리고 동맹 역량을 모두 통합하는 형태의 “총력억제(all of us giving our all)” 전략임을 의미한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국이 통합억제 전략으로 선회해야 하는 이유를 변화하는 안보환경으로 인해 미국이 표적의 “탐지, 이해, 반응(track, understand, and respond)”을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Austin 2021). 구체적인 과업으로는 (1) 공중 지휘통제 체계(air command-and-control framework), (2) 감시 및 정찰 역량(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capabilities), (3) 복원력 있는 기지 운영, 유지 및 통신(resilient basing, sustainment, and communications), (4) 장거리 타격 능력, (5) 우주 복원력(space resilience), (6) 사이버 인프라 복원력(resilience in the cyber infrastructure), (7) 핵능력 현대화(modernization of our nuclear capabilities)를 꼽고 있다.
NDS(Department of Defense 2022)는 미국이 통합억제 전략을 내세우는 이유를 미국이 현재 “결정적 10년(decisive decade)”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2030년 경이 되면 “두 개의 핵 강대국과 동시에 분쟁을 겪을 가능성(near-simultaneous conflict with two nuclear-armed states)”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수의 핵보유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전술 목표를 분쟁 발생 초기에 빨리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장거리 탐지 및 공격 능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 수뇌부의 전략적 판단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아래 몇가지 사실들은 미국이 장거리 감시정찰 능력에 기반한 타격 능력 강화로 2030년대 안보 위기에 대응하려고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NDS는 미국의 억제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 “복원력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Resilience),” “징벌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irect and Collective Cost Imposition)”순으로 제시하면서, 장거리타격, 초음속·해저·자동 무기체계(undersea, hypersonic, autonomous), 정보공유 강화를 가장 먼저 달성해야 하는 과업으로 강조한다. 둘째, 통합억제 체계 구축을 위한 동맹국과 미국의 연구개발 협력을 논의할 때 AI와 초음속미사일(Austin 2022b) 역량을 강조한다. 셋째, 앞서 언급한 랜드보고서와 워게임 결과는 동아시아전구에서 중국 A2AD 역량 강화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보여주고, 국제회의에서 미사일 방어(Missile Defense: MD) 체계의 비효율성(100% 확실한 방어 불가능하고 체계 발전에 천문학적인 비용 소요)에 대해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점(EAI-Belfer October Dialogue 2023) 또한 미국의 관심이 방어적 조치 보다는 선제적 행보를 통한 거부(denial)에 있음을 보여준다.
IV. 중국의 안보전략: 지능화전(智能化戰)
미국의 NDS와 대비를 이루는 중국의 문건은 2019년 7월 발표된 <신시대중국국방(新時代的中國國防)>이다(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2019). 본 문건에서 중국은 세계 세력배분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있는 가운데 미국은 세계 패권의 유지를 위해 신기술 활용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기본인식을 보여주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시진핑 사상에 입각한 중국 특색의 군사안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최우선과제로 “중화민족의 부흥”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첫째, 대만독립 방지, 티베트와 신장의 분리독립 방지와 둘째, 중국의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 지원을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제1도련선 내 제삼자의 무력 개입을 막는 것이 중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구비해야 하는 역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동시에,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지상과제에 집중하기 위해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동맹과 파트너십 확대를 추구할 것과, 세계 평화 및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약속한다. 아울러,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중국 공산당에게 중요한 이정표에 따라 향후 30년간 추진할 군사 발전 목표를 세운다. 첫째,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7년까지 “기계화, 정보화, 지능화 역량 구축 가속화”를 추진하고, 둘째, 2035년까지 “군사적 현대화의 대체적 완성” 단계에 이른다. 셋째, 건국 100주년을 맞이하는 2049년까지는 미국과 맞붙어도 이길 수 있는 “세계 최강군대 건설”을 이룩한다.
<신시대중국국방>의 방향성은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 때 발표한 시진핑 주석의 업무 보고(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2)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기 위해 정치·사회·군사적 현대화를 추구하고, 이런 맥락에서 첨단기술 자립과 자강, 과학 기술 인재 양성, 민생 복지 증진, 생태환경의 개선, 공동부유 달성, 경제 쌍순배(双循环) 통해 내수시장 촉진과 대외공급망 의존도 축소, 기술분야 민관융합(军民融合)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다. “안전(安全)”도 91회나 언급되는데 이를, “인민안전”(궁극적 목표), “정치안전”(근본적 과업), “경제안전”(토대), “군사·기술·문화·사회안전”(주요 기둥)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경제안전의 토대 위에 군사안전을 이룩하여 이것이 정치안전 및 인민안전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국가의 총력동원을 안보 전략 차원에서 제시하는 미국의 통합억제 개념과 그 맥을 같이한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전역연동(全域联动),” “기계화, 정보화, 지능화의 통합(机械化信息化智能化融合),” “합동작전 지휘체계를 최적화하고 정찰 및 조기경보, 합동타격, 전장지원, 종합지원체계 및 역량강화를 추진한다(优化联合作战指挥体系,推进侦察预警、联合打击、战场支撑、综合保障体系和能力建设)”는 표현에서 보이는 ‘통합역량’ 구축 노력이다.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통합억제와 본질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정보화, 지능화 전쟁의 특성과 법칙(信息化智能化战争特点规律)”에 따른 전력 운영 등에서 ‘지능화전’ 개념을 강조하는 것도 다양한 영역의 군사력을 통합하고자 하는 “복합시스템” 구축을 위해서이고, AI를 통한 인간-기술 융합도 이러한 맥락에서 강조된다(Kania 2021). 미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2022)는 중국이 2021년부터 “다영역정밀전(多域精确战, Multi- Domain Precision Warfare)” 개념을 제시하며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 및 정찰(C4ISR) 역량을 토대로 미군의 취약점을 파악하여 합동군으로 정밀 타격을 감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대비를 강조한다.
‘지능화전’이라는 개념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중국은 미국보다도 훨씬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통합역량 구축을 위한 핵심축으로 AI 기술을 내세운다. 육해공, 우주, 전자전 및 사이버 영역의 효과적인 통합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적용을 통해서만 가능하고(CNA 2022-08-11), 상대방의 통합역량을 와해하는 것도 AI를 동원한 전자기전을 통해 가능하다. 따라서 미래 전쟁은 “누가 더 발전된 알고리듬을 개발하느냐(game of algorithms)”의 문제로 치환되고, 이런 맥락에서 데이터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제시하는 지능화전도 궁극적으로는 군사작전의 탬포, 정확도,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소형 폭발물을 탑재한 장거리 정밀 무인기 공격(remote, precise, miniaturised, large-scale unmanned attacks)”을 내세운다는 점이다(Kania 2021).
V. 동아시아 미래 안보질서 전망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은 공히 전영역의 국력을 통합하여 운용하는 것을 국방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이 공격하기 전에 먼저 공격하여 공격 작전 자체를 좌절시키는’ 방식의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추구한다. 미국이 강조하는 “장거리타격 및 초음속·해저·자동 무기체계”나 중국이 추구하는 “소형 폭발물을 탑재한 장거리 정밀 무인기 공격”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의 통합억제와 중국의 지능화전을 겹쳐서 볼 때 동아시아 안보질서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세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먼저, 양국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중국 중 한 국가가 통합역량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소 데탕트의 근본적인 토대를 제공했던 ‘2차 공격능력’과 ‘상호취약성’에 기반한 ‘핵균형’이 미중간에는 수립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보유한 핵 자산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use-it-or-lose-it)’는 강박에 쉽게 빠지게 되어 미중 간의 재래식 국지전(예. 대만해협)이 순식간에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으로 만약 중국의 지능화전 구축 노력이 미국의 통합억제 태세 구축과 비슷한 수준으로 동시에 발전하게 되면, 쌍방이 모두 적의 공격 시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타격함으로써 공격 시도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1차 공격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과거 2차 공격능력에 기반한 ‘상호 취약성’ 공유와 전혀 다른 형태의 군사질서를 가져오게 되는데, 인류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는 형태라 정확한 모습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양측이 모두 ‘경보즉시발사(预警反击, Launch on Warning)’ 교리를 채택함으로써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 새로운 형태의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형성될 수도 있지만, 오판이나 사이버 공격에 따른 인공지능 오류로 인해 재래식 국지전이 빠르게 핵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번째 가능한 미래는 앞의 두 시나리오와 달리 미중이 신기술과 핵전략의 결합을 규제하는 레짐 구축에 합의하여 통합안보 역량 구축의 무한경쟁에 빠져드는 것에 일정부분 제동을 거는데 성공한 경우이다. 이 경우 미국이 선제타격으로 ‘거부에 의한 억지’를 달성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중국이 핵탄두 보유수를 확대하여 최소억제 역량 구축하게 되어 미중 핵 불균형 문제가 일정부분 해소된다. 여기에 탈동조화(decoupling) 또는 리스크 경감(de-risking) 전략의 여파로 미중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자국 중심주의적인 국내정치 분위기가 완화되는 변화가 동반되면, 미중은 과거 미소처럼 MAD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 역량만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핵능력 자원 투입을 막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정리하자면, 미중 군사전략 변화에 따른 동아시아 안보정세의 미래는 미중이 각각 시도하는 통합역량 구축 노력의 발전 속도와 신기술이 핵능력과 결합하는 정도를 양측이 합의 하에 통제할 수 있는지 그 여부에 달려있다. 미중이 신기술 규제 레짐 구축에 합의하지 못하면, 한 쪽이 다른 쪽 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통합역량 구축에 성공하여 상대방을 압도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고, 이 때 지역 안보 불안정성은 매우 커질 것이다. 만약 양측의 역량이 비슷한 템포로 동시에 발전하면, 이는 새로운 형태의 MAD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재래식 분쟁이 핵전쟁으로 매우 빠르게 확전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게 되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결국 현재의 수직적 핵확산과 미중 핵경쟁이 미중 신데탕트의 구조적 전기를 마련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핵역량에 통합되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AI, 양자컴퓨팅 등의 신기술이 핵무기 전략 차원에서는 아예 적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레짐 창출을 위해 미중이 만나 대화하고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따라서 동아시아 안보질서의 미래는 누가 먼저 신기술의 군사화에 성공하느냐 뿐 아니라, 이를 정치적으로 제약하는데 미중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셈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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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규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
■ 담당 및 편집:박지수 ,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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