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연구 시리즈] 2024년 총선에서의 자산 투표: 수도권 유권자를 중심으로
ISBN 979-11-6617-752-1
1. 서론
윤석열 정부의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2024년 총선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종료되었다. 그러나 ‘정권 심판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일부 지역에서는 특기할 만한 사실이 관찰되었다. ‘부동산’이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 여전히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뚜렷하게 확인되었던 ‘부동산 계층투표’ 현상은 단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시적인 불만 표출이었던 것일까? 그런데 총선 직후, 경향신문이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와 이번 선거에서 양당의 득표율 차이를 상관분석 한 결과, 상관계수가 0.76으로 지난 대선 당시 0.74보다 미세하게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경향신문, 24/4/15). 특히, ‘한강벨트’ 9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이 승리한 동작을, 마포갑, 용산구, 지역과 박빙이었던 영등포을, 양천갑 등에서 ‘부동산 투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동작을에서는 3.3㎡당 평균 실거래가가 가장 높은 흑석동, 상도1동, 사당1동에서 모두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갑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아현동, 용강동이 국민의힘을 지지했으며, 용산구 또한 한남동, 이촌동, 서빙고동 등 한강 변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집값이 비싼 동(洞)일수록 국민의힘의 득표율이 높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현상은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총 세 차례 선거에서 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과 정당 지지 간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한 선행 연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김수인, 강원택 2022). 수도권에서 m²당 아파트 매매가가 높은 동(洞)일수록 보수정당에 투표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경향이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최근 나타나는 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른 투표 행태가 사회적 균열(social cleavage)에 따른 현상인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회고적 평가인지에 관한 학술적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투표소별 혹은 동(洞)별 부동산 평균 거래가와 정당 득표율 간의 상관관계 분석은 집합적 수준에서 ‘주택 가격’에 따라 투표한 정당의 비율만을 보여줄 뿐 유권자들의 표심을 개인적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를 갖는다. 이에 본 연구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나타난 수도권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 미친 ‘부동산’을 대표로 하는 자산의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2024년 총선과 수도권[1]
2024년 총선에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물론 한국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지역주의 경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유권자들의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큰 관심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2]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이 특별히 더 관심을 끈 이유는 최근 선거마다 결과가 뒤집힌 ‘스윙 보트(Swing vote)’ 현상을 보인 지역 중 다수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2022년 3월과 6월에 각각 치러졌던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에 투표해 2년 만에 투표 선택을 뒤집은 바 있다. 총선을 앞두고 국내 언론들은 수도권 표심이 이번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중부일보 24/04/07; 파이낸셜뉴스 24/04/08). <그림 1>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BigKinds)를 활용하여 선거일 한 달 전부터 보도된 총선 관련 기사들을 수집한 후, 텍스트에서 단어의 발생 빈도가 높은 단어를 시각적으로 크게 표현하는 워드 클라우드로 표현한 것이다. 해당 검색어(“총선”)와 연관어 분석을 통해 가중치 및 빈도를 종합한 결과, 연관어는 ‘민주당’ – ‘한동훈’ – ‘수도권’ – ‘윤석열’ – ‘국힘’ 순으로 나타났는데, 주요 정당명과 인명(人名)을 제외하면 이번 총선 맥락에서 언론 보도에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가 ‘수도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 기사는 특정 시기의 주요 이슈를 반영하는 매체이며, 특히 ‘결정적인 사건’을 전후로 다양한 기사가 쏟아진다는 점에서 당시 중요한(salient) 이슈가 무엇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림 1> 워드클라우드 – 검색어 “총선”
특히, 수도권에서도 서울의 한강에 맞닿은 지역구 9곳(마포, 용산, 성동, 동작, 광진 등)이 포함된 ‘한강벨트’를 최대 격전지로 꼽으며, 이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림 2>은 빅카인즈(BigKinds)를 활용하여 “한강벨트”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 건수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선거 일인 4월 10일에 가까워질수록 “한강벨트”가 기사 제목에 포함된 기사 건수가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한강벨트” 키워트 트렌드 분석 (검색기간 2024년 1월 1일 ~ 4월 10일)
한편,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보이자, 각 정당도 이 지역의 표심 공략을 위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의 왕십리역 연결과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 공약,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올림픽대로 전 구간 지하화’ 등이 있다.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선거운동 역량도 수도권에 집중했는데,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도권 지역을 80여 차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0여 차례 방문하여 후보들의 유세를 지원했다(연합뉴스 24/04/11). 특히, 이재명 대표는 70% 넘는 공식 일정을 수도권에서 소화했을 뿐 아니라, 직접 가지 못하는 지역에는 유튜브를 통한 원격 유세를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MBN, 24/04/09).
3. 이론적 배경
선행 연구들은 부동산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와 자산투표(Patrimonial voting) 두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회고적 투표의 관점에서 부동산은 정부의 정책과 그에 따른 주택 가격의 상승 여부와 관련이 있다. 이는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 있어 두 가지 상반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주택 소유자가 본인의 집값이 상승한 것에 대해 보상(reward)의 측면에서 투표하는 경향이 확인될 수 있고(박원호 2009), 주택 구매 의향을 가지고 있었던 무주택자가 집권당을 처벌(punishment)하기 위한 투표 선택 경향도 있을 수 있다(김지혜, 권혁용 2020). 앤셀(Ansell 2014)은 미국과 영국 유권자의 경우 주택 소유자일수록, 소유 주택의 가격이 많이 상승할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했으며, 사회 보험 등 복지 정책에 대한 선호가 약한 것을 밝혀냈다. 덴마크 선거를 분석한 라센과 거의 동료들(Larsen et al. 2019)도 거주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승할수록 여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에 치러진 한국의 2022년 대선에서는 폭발적인 주택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이슈로 인해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 모두 문재인 정권에 대한 ‘처벌’ 투표가 나타났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된 세금 이슈가 윤석열 투표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에 투표한 유권자 중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투표로 이탈한 유권자들에게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강원택 2022).
둘째, 자산투표의 관점에서 부동산은 보유한 부동산의 객관적인 규모와 관련이 있다. 자산투표 가설은 보유한 자산의 수준이 높을수록 우파 정당을 지지한다는 가설인데(Foucault, Nadeau, and Lewis-Beck 2013), 이러한 주장은 립셋(Lipset et al. 1954) 등이 주장한 고전적인 계급투표(class voting) 이론을 따르면서도 이들이 주목했던 소득, 직업이 아닌 자산에 초점을 맞춘 가설이다. 자산투표 이론은 최근 다수의 국내외 선거를 분석한 연구에서 주택 소유 여부나 자산 규모의 효과를 확인하면서 주목받고 있다(김도균, 최종호 2023; 김수인, 강원택 2022; 신정섭 2022; Persson and Martinsson 2018).
그런데 회고적 투표 이론을 통해 부동산이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부동산이 가진 고유한 속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예컨대, 개인이 소유한 주택의 가격이 상승했다 하더라도, 거주지의 인접 지역이나 전국의 집값이 동시에 상승하는 시기에는 매매나 이사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경험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주택 가격 상승이 무조건적인 부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자산=부동산’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다수의 가구 자산이 부동산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이 국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인 것으로 보고되었다(2023 국민대차대조표). 또한, 한국의 유권자들이 자신을 중층 또는 상층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소득, 직업, 교육, 보유 주택 수 등이 아닌 자산의 규모에 기인한다는 선행 연구도 있다(김수인, 강원택 2022). 피케티(Piketty 2020)는 일시적이고 변동성이 큰 소득에 비해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자산이 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계층 태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자산투표 가설을 분석에 활용하여 자산의 규모가 크고 작음에 기초한 계급투표적(class voting) 경향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4. 2024년 총선에서의 자산투표 분석
서론에서 논의한 것처럼 투표소별 혹은 동(洞)별 부동산 평균 거래가와 정당 득표율 간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는 방법론적으로 생태적 오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유권자개인의 투표 선택에 개인적 자산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연구원(EAI)에서 실시한 2024년 국회의원 선거 후 유권자 설문조사 자료를 통해 경험적 분석을 실시했다.
주요 변수들의 조작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 글의 관심 변수인 자산 규모는 하위(1억 미만), 중하위(1~3억 미만), 중위(3~5억 미만), 중상위(5~9억 미만), 상위(9억 이상) 집단 각각 5개의 가변수로 조작화하였다. 일반적으로 자산의 분포는 오른쪽으로 긴 꼬리를 갖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평균값이 아닌 자산의 중위값(median)을 기준으로 5개 집단을 분류하였다. 2023년 통계청이 발간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자산 규모 중위값은 서울 38,620만원, 인천 31,500만원, 경기 41,590만원이었으며, 각 집단의 범주도 같은 자료를 참고하였다. 종속변수는 유권자들이 투표한 지역구 정당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수도권 유권자들의 자산 수준이 그들의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투표를 “1”로, 더불어민주당 투표를 “0”으로 처리하였다. 이 외에도 일반적으로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성별, 교육수준, 연령, 가구소득, 출신지역, 직업을 통제변수로 이항로지스틱 분석모형에 포함하였다. 각 변수를 조작화 한 방식은 <표 1>에 정리하였다.
<표 1> 변수의 조작화
주요 변수 |
조작화 |
종속변수 |
|
투표 정당 |
보수정당=1, 진보정당=0 |
독립변수 |
|
자산 |
하위, 중하위, 중위, 중상위, 상위 5개의 가변수 (기준변수: 중위) |
소득 |
하위, 중하위, 중위, 중상위, 상위 5개의 가변수 (기준변수: 중위) |
연령 |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이상 6개의 가변수 (기준변수: 20대) |
성별 |
남성=1, 여성=0 |
출신 지역 |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청, 광주/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제주, 7개의 가변수 (기준변수: 서울) |
직업 |
판매/서비스직, 기능/기계직, 단순 노무직, 사무직, 전문/관리직/, 주부/학생, 미취업/기타 7개의 가변수 (기준변수: 판매/서비스직) |
학력 |
대재이상=1, 고졸이하=0 |
(1) 자산과 정치적 정향
2024년 총선에서의 자산투표 가설을 본격적으로 검증하기에 앞서 수도권 유권자들을 자산 규모에 따라 다섯 개 집단으로 나누고 이들의 정치적 정향(political orientation)을 살펴보았다. <표 2>는 유권자의 자산에 따른 주관적 이념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상위 자산 집단(9억 이상)이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상위 자산 집단(5억 ~ 9억)이 그 뒤를 잇는 패턴이 발견되고, 집단별 차이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확인된다. 2020년 총선을 분석한 선행 연구에서도 상위 자산 집단으로 갈수록 보수 성향이 강화되는 패턴은 발견되었으나, 집단별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김수인, 강원택 2022).
<표 2> 자산 기준 집단별 주관적 이념
자산 기준 집단 |
이념 평균 |
하위 |
5.04 |
중하위 |
4.77 |
중위 |
4.74 |
중상위 |
5.12 |
상위 |
5.54 |
N |
775 |
분산분석/ 교차분석 |
F = 3.24 p<0.05 |
* 11점 척도로 측정(0-매우 진보, 5-중도, 10-매우 보수) |
<표 3>에서 지지 정당에 대해 다섯 자산 집단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는데, 상위자산 집단에서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지지가 61.26%로 다른 집단에 비해 가장 높았으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하위 집단은 작은 차이이긴 하지만 진보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가장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상위 자산집단에서 제 3당인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가 14.04%로 다른 자산 집단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은 특기할 만한 결과이다. 이는 서구에서 소위 ‘브라만 좌파(Brahmin Left)’로 불리는 집단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치적으로는 젠더, 인종, 복지정책 등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 특성을 가진다(Piketty 2020). 한국에서도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집단을 ‘강남좌파’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고학력이면서 소득도 높고 보유 자산의 수준도 높지만,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가치에 민감하고 진보정당을 지지한다(강준만 2011).
<표 3> 자산 기준 집단별 지지 정당
더불어민주당 |
국민의힘 |
조국혁신당 |
개혁신당 |
기타 |
N |
|
하위 |
46.39 |
41.24 |
4.12 |
2.06 |
6.19 |
97 |
중하위 |
44.74 |
38.16 |
5.26 |
3.95 |
7.89 |
76 |
중위 |
48.72 |
38.46 |
3.85 |
5.13 |
3.85 |
78 |
중상위 |
40.35 |
40.35 |
14.04 |
0.88 |
4.39 |
114 |
상위 |
23.42 |
61.26 |
4.50 |
2.70 |
8.11 |
111 |
N |
289 |
213 |
32 |
13 |
29 |
476 |
p<0.001 |
<표 4>와 <표 5>는 자산과 투표 선택에 대해 분석한 결과이다. <표 4>는 자산에 따라 구분한 다섯 집단의 지역구 투표 선택을 정리한 것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투표가 상위 자산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중위 자산과 중하위 자산 집단에서 더불어민주당 투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 투표를 살펴본 <표 5>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상위, 상위 자산 집단에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투표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되어 자산투표의 경향이 나타났다. 한편,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는 하위 자산 집단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앞에서도 논의한 것처럼 조국혁신당의 지지기반 중 상당수가 고학력-중산층이라는 것을 추측하게 하는 결과이다. <표 3>과 <표 4>의 교차분석 결과, 자산 집단 간의 주요 정당에 대한 지지 차이가 높은 유의 수준에서(p=0.000) 통계적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은 수도권 유권자들에서 뚜렷한 자산투표(patrimonial voting)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표 4> 자산 규모에 따른 수도권 유권자들의 2024년 지역구 투표 선택(%)
투표 정당 |
더불어민주당 |
국민의힘 |
N |
교차분석 |
하위 |
55.56 |
44.44 |
117 |
p=0.000 |
중하위 |
60.92 |
39.08 |
87 |
|
중위 |
64.52 |
35.48 |
93 |
|
중상위 |
55.63 |
44.37 |
151 |
|
상위 |
37.01 |
62.99 |
127 |
|
N |
309 |
266 |
575 |
<표 5> 자산 규모에 따른 수도권 유권자들의 2024년 비례대표 투표 선택(%)
투표 정당 |
더불어민주연합 |
국민의미래 |
조국혁신당 |
개혁신당 |
N |
교차분석 |
하위 |
39.29 |
34.82 |
19.96 |
8.93 |
112 |
=42.79 p=0.000 |
중하위 |
29.21 |
33.71 |
31.46 |
5.62 |
89 |
|
중위 |
31.52 |
33.70 |
32.61 |
2.17 |
92 |
|
중상위 |
23.40 |
36.88 |
34.04 |
5.67 |
141 |
|
상위 |
11.38 |
57.72 |
21.14 |
9.76 |
123 |
|
N |
141 |
228 |
151 |
37 |
557 |
(2) 자산투표 분석
<표 6>에서는 투표 행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요인들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자산이 독자적인 영향력을 가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먼저 통제변수만을 포함한 ‘모형 1’에서는 남성, 호남 출신, 60대 이상 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지역 변수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파성이 강한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권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더라도 지역주의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결과는 고향이 호남인 유권자의 경우 민주당 계열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분석한 선행연구와도 그 맥락을 같이한다(김영태 2009). 소득 변수를 추가한 ‘모형 2’에서 소득은 수도권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수의 국내 연구들이 한국에서 소득을 기반으로 하는 투표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고한 것과 유사한 결과이다(한귀영 2013; 문우진 2019). 문우진(2020)이 소득기반 투표를 하지 않는 한국 유권자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영국, 미국,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비교분석 한 결과, 서구와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소득 지위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았으며, 진보 정당의 재분배 정책이 선명하지 않아서 재분배 선호에 따른 진보정당지지 또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모형 2’에 자산 변수를 추가한 ‘모형 3’에서는 자산 상위 집단에서 자산이 국민의힘 투표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자산투표 가설을 지지했다. 개인의 투표 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변수들을 통제한 이후에도 자산의 독자적인 영향력이 확인되었다는 것은 ‘가진 자’들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6> 이항로지스틱 모델: 지역구 투표 – 더불어민주당(0), 국민의힘(1)
설명변인 |
모형 1 |
모형 2 |
모형 3 |
자산 하위 |
-0.069 |
||
자산 중하위 |
-0.105 |
||
자산 중상위 |
0.014 |
||
자산 상위 |
0.185* |
||
소득 하위 |
0.032 |
0.015 |
|
소득 중하위 |
0.019 |
-0.021 |
|
소득 중상위 |
0.075 |
0.011 |
|
소득 상위 |
-0.025 |
-0.150 |
|
성별 (남자=1) |
0.154*** |
0.158*** |
0.138** |
학력 (대학 이상=1) |
0.041 |
0.043 |
0.029 |
인천/경기 |
-0.040 |
-0.035 |
-0.032 |
대전/충청 |
0.014 |
0.013 |
0.002 |
전라/광주 |
-0.196** |
-0.200** |
-0.201** |
대구/경북 |
0.072 |
0.072 |
0.043 |
부산/울산/경남 |
0.028 |
0.027 |
0.006 |
강원/제주 |
0.208 |
0.193 |
0.177 |
30대 |
-0.032 |
-0.037 |
-0.050 |
40대 |
-0.093 |
-0.096 |
-0.125 |
50대 |
-0.042 |
-0.052 |
-0.079 |
60대 |
0.287*** |
0.285*** |
0.233** |
70대 이상 |
0.281*** |
0.276*** |
0.228** |
판매/서비스직 |
0.114 |
0.108 |
0.139 |
기능/기계직 |
-0.153 |
-0.156 |
-0.124 |
단순 노무직 |
-0.075 |
-0.086 |
-0.063 |
사무직 |
0.041 |
0.031 |
0.050 |
전문/관리직 |
-0.027 |
-0.030 |
-0.006 |
학생/주부 |
0.041 |
0.042 |
0.046 |
상수 |
0.287** |
0.268** |
0.336** |
N |
599 |
599 |
571 |
Pseudo R-squared |
0.115 |
0.147 |
0.182 |
*** p<0.001, **p<0.01, *p<0.05 |
<표 7>은 자산 수준에 따라 나눈 각 집단이 진보 정당에 비해 보수 정당 후보에 투표할 확률을 오즈비(odds ratio)로 변환하고 한계효과를 계산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한계효과는 자산 변수가 변화함에 따라 보수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한 것이다. 다른 독립변수들(소득, 성별, 학력, 출신지역, 연령, 직업)이 평균값에 고정되었을 때, 상위 자산 유권자가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투표할 확률은 하위 자산 유권자에 비해 24% 증가했으며 그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산이 많은 부자 집단일수록 보수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표 7> 보수 정당에 투표할 확률에 대한 오즈비와 한계효과
오즈비 |
한계효과(dx/dy) |
|
중하위 자산 |
0.785 |
-0.058 |
중위 자산 |
0.638 |
-1.104 |
중상위 자산 |
1.097 |
0.023 |
상위 자산 |
2.725 |
0.244* |
*** p<0.001, **p<0.01, *p<0.05* |
<그림 3> 자산 규모에 따른 수도권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할 확률에 대한 한계효과
한편, 일반적으로 상위 자산 집단은 젊은 층보다는 고연령층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표 6>의 결과가 연령 요인에 의한 ‘착시’일 수 있다. 이를 고려하여 <표 8>에서는 50대 이상 유권자를 제외하고 동일한 형태로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자산 상위 집단에서 여전히 보수 정당 투표가 확인되었을 뿐 아니라, 통계적으로 더 강한 유의성(p<0.01)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20~40대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성별과 출신 지역 변수들의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호남 출신 변수가 각각 양의 방향과 음의 방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자산보다 약한 영향력을 보인다는 것은 이슈, 계층 등 다른 균열 요인이 향후 한국 선거에서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표 8> 이항로지스틱 모델 – 50대 이상 유권자 제외
설명변인 |
모형 4 |
모형 5 |
모형 6 |
자산 하위 |
0.142 |
||
자산 중하위 |
0.041 |
||
자산 중상위 |
0.102 |
||
자산 상위 |
0.331** |
||
소득 하위 |
0.192 |
0.155 |
|
소득 중하위 |
-0.078 |
-0.089 |
|
소득 중상위 |
0.108 |
0.091 |
|
소득 상위 |
-0.093 |
-0.207* |
|
성별 (남자=1) |
0.153* |
0.164** |
0.121 |
학력 (대학 이상=1) |
0.068 |
0.090 |
0.066 |
인천/경기 |
0.028 |
0.028 |
0.008 |
대전/충청 |
0.008 |
-0.030 |
-0.008 |
전라/광주 |
-0.027 |
-0.029 |
-0.037 |
대구/경북 |
0.058 |
0.076 |
0.039 |
부산/울산/경남 |
-0.029 |
-0.001 |
0.004 |
강원/제주 |
0.177 |
0.137 |
0.146 |
30대 |
-0.035 |
-0.064 |
-0.093 |
40대 |
-0.100 |
-0.118 |
-0.161* |
판매/서비스직 |
0.034 |
0.031 |
0.057 |
기능/기계직 |
-0.259 |
-0.198 |
-0.142 |
단순 노무직 |
-0.055 |
-0.002 |
-0.009 |
사무직 |
0.015 |
0.045 |
0.045 |
전문/관리직 |
-0.067 |
-0.028 |
-0.011 |
학생/주부 |
-0.093 |
-0.074 |
-0.010 |
상수 |
0.299* |
0.275* |
0.251 |
N |
285 |
285 |
263 |
Pseudo R-squared |
0.004 |
0.023 |
0.05 |
*** p<0.001, **p<0.01, *p<0.05 |
3. 결론
본 연구의 분석은 최근 한국 선거에서 확인되었던 자산 변수가 2024년 총선에서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수도권의 일부 지역에서는 그 영향력이 더 뚜렷하고 분명해졌다. ‘부동산 투표’는 서울에서 재개발 이슈가 활발해진 2000년대 초반 등장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이 압승했을 때부터 제기되어 온 주장이므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본 보고서의 분석도 수도권 유권자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한국 선거의 자산에 기반한 계층 투표 가능성을 일반화하기도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최근 한국 선거에서 확인되었던 자산과 같은 계층적인 요인이 2024년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50대 이상을 제외한 젊은 유권자들은 한국 선거를 오랜 기간 설명해 온 지역, 세대 균열을 넘어서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아 투표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한국 선거에서 중요한 균열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 보수 정당의 미래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결국 자산투표 현상은 국민의힘이 ‘부자들의 정당’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 정당의 이미지가 상위 자산 집단과 같은 ‘가진 자’의 정당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두 차례의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각각 얻은 의석수는 2020년 총선이 16석 대 103석, 2024년 총선에서 19석 대 102석이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부자들의 정당’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정치적 외연의 확대나 지지세를 늘리는데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심화 속에 이와 같은 ‘계층 균열’이 공고화될수록 ‘가진 자들의 정당’의 이미지를 가진 국민의힘의 선거 승리나 집권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지역적으로 영남에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세대적으로는 노령 세대에 묶여 있는 국민의힘이 계층적으로도 ‘가진 자’에 국한되어 있음을 이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은 전 세계의 보수 정당들이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의제들을 가지고 중도층,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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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김수인_서울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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