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24호] "요동치는 민심, 표심의 변화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
[주제1] 민심변화의 양대 축 : 실망과 견제심리 - 권혁용
[주제2] 민심변화 총선 표심으로 이어질 지는 예단 어려워 - 정한울
[주제3] 총선결과 예측을 위한 3대 변수 - 권혁용·정한울
민심변화의 양대 축 : 실망과 견제심리
권혁용 (고려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수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득표로 승리한 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한나라당 압승론은 총선이 대통령 취임 직후 치루어지게 됨에 따라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민심이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한다. 집권초기 새 대통령을 초당파적으로 밀어주는 밀월효과까지 감안하면 과반 의석 확보는 물론 2/3 개헌의석 확보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가졌다.
변화의 조짐 : 대선 시 이명박 지지자 중 총선 시 한나라당 지지 이탈 36.3%
그러나 총선을 20여일 현시점에서 보면 이러한 전망에 변화의 조짐을 확인할 수 있다. 총선패널조사 결과 이명박 지지층의 이탈이 적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666명 중 63.4%인 424명만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히고 나머지 36.3%는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에 육박하는 한나라당 지지층(47.6%)에서도 5명에 한 명은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39.8%에 그쳐 한나라당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과반의석 확보론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그림1].
왜 이탈 현상이 나타나는가? (1) 실망 (2) 견제심리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중 이번 총선에서 다른 정당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어본 결과 40.3%가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서’, 23.8%‘이명박 대통령 및 정부에 실망해서’라고 답했다. ‘한나라당에 실망해서’는 응답이 13.4%였다. 그 외 ‘지금 지지하는 정당가 잘해서’가 6%, ‘지금 지지하는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라는 응답은 8%에 그쳤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이 한축, 견제와 균형의 심리가 다른 한 축을 이루면서 이탈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그림2]
실망
대선직후 패널조사에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를 물어본 결과 86%가 잘할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이번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0.2%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의 첫 인사에 55%가 비판적일 뿐 아니라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사업과,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반대가 각각 57.8%, 49.7%로 찬성을 상회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의 55.5%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의 12.1%만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은 한나라당의 총선 지지율 하락요인이 된다.[그림3,4]
이러한 극명한 분화는 이명박 정부 초기 민생정책제안들에 대한 실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사교육비, 경제적 양극화 해소, 노사갈등 문제에 대해 전망을 물어본 결과 민생과 직결된 사교육비에 대해서는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이 지난 대선직후의 20.3%에서 8.9%로 급격하게 축소했고 경제양극화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46.4%에서 37.8%로 줄어들었다. 남북관계와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림5]
각 정당들의 공천과정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합민주당의 공천과정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49.3%인 반면에, 한나라당의 공천과정에 대한 만족도는 40.3%에 불과했다. 민주당이 김홍업, 박지원 등 DJ측근을 비롯 주요 당직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써 원칙을 보여준 공천으로 프레임화된 반면 한나라당은 친박 대 MB계 사이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대표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이 37.3%에 그친 반면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46.9%로서 가장 높게 나왔다는 점도 영남에서의 한나라당 의석확보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그림6]
견제균형 심리의 발동
견제와 균형의 심리는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을 지지하자는 안정론 대신 대통령과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견제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국정안정’론이 전체 응답자의 42.2%, ‘견제와 균형’론이 40.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2월 조사에서 안정론이 45.4%, 견제론이 34.6%로 10%p가량 차이 났던 것과 대조되는 결과이다.[그림7]
12월 조사에 비해 ‘견제와 균형’론은 진원지는 지역적으로 수도권과 충청지역,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령이 낮거나,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거나, 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집단에서는 견제론이 안정론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이들 지역과 계층이 과거 구 여권의 지역적, 계층적 지지기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견제론이 한나라당으로 이탈했던 구여권의 지지층의 결집과 재이탈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것이 한나라당에게는 위기의식을, 비관적이던 민주당에게는 재기의 희망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표1],[표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