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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 평가 및 제언

  • 2022-10-24
  • 김정섭

ISBN  979-11-6617-492-6-95340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For the English version, Click here)

 

지난 9월 16일 워싱턴 D.C.에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개최되었다. 한측에서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미측에서는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이 각각 참석하는 양국 외교·국방(2+2) 차관급 회의였다. 했다. EDSCG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2월 처음 개최된 이래, 2018년 1월 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째 만남이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 회의에 해당한다. 특히, 금번 회의는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한 결과를 이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핵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남북 화해 무드 이후 열리지 않았던 한미의 외교·국방 고위급 협의체가 4년 8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 주요 내용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외교·국방 고위급 협의체답게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양국의 외교, 국방 차원의 태세를 폭넓게 강조하였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양측은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고, 특히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하였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을 제시했다. 지난 7월 있었던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이 참여한 9월 26일의 동해 연합 해상 훈련이 미국의 공약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었다. 또한 양국은 도상연습(TTX)을 활용하여 핵 및 비핵 위협과 관련된 정보 공유, 훈련, 연습의 증진을 통해 동맹의 전략적 준비태세를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동맹의 미사일 대응 역량은 물론 다영역 연습 참여 등 우주·사이버 영역에서의 지속적인 협력 강화도 강조되었다. 한편, EDSCG 대표단이 B-52 전략 폭격기를 시찰한 것이 주목을 끌었는데, 양국은 이를 두고 확장억제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회의 결과에 대한 평가 및 향후 과제

 

금번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북한은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도 필요한 메시지를 발신한 시의적절한 회의였다고 평가된다. 최근 북한은 연이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고 있고, 지난 9월 8일에는 핵 무력 법제화를 선언한 바 있다.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키워가는 가운데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핵 독트린을 대내외에 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단합된 모습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 확장억제는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군사적 커미트먼트의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한미동맹의 함수다. 동맹이 공통의 위협 인식을 바탕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확장억제의 신뢰도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금번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개최는 동맹의 결속력 강화라는 차원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큰 틀에서는 이렇게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금번 회의에서 미국의 공약 의지 확인, 전략자산 적시적 전개 등이 언급되었지만, 확장억제 메카니즘을 어떻게 심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흔들림 없는 공약 재확인”, “양국 공조 강화”라는 수사적 표현 외에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 향후 어떤 모습으로 한반도 ‘맞춤형 억제(tailored deterrence)’ 태세가 구축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한미는 단순한 메시지 관리를 넘어 확장억제의 내용적 심화와 제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보 공유 확대와 공동 기획 강화를 통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해 주는 차원이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핵, 비핵 옵션이 강구될 것인지 양국 간 협의의 수준을 심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핵 능력과 기획 절차 등에 관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하고, 평시 및 위기 시 미 전략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기획과 옵션 식별에 한국군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핵무기 사용은 미국 대통령의 배타적 권한에 속하고, 동맹국일지라도 핵과 관련해서는 작전적 수준의 참여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의 핵 능력이 ‘전쟁 수행 능력(war-fighting capability)’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확장억제가 구두 공약 수준으로 머무를 수는 없다.

 

둘째, 확장억제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협의체를 활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외교, 국방이 함께 하는 성격상 메시지 발신과 관리의 차원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이와 별도로 국방 차원에서 억제전략위원회(DSC)를 활용하여 태세를 포함한 확장억제 전반의 문제를 군사적으로 깊이 다루어야 한다.

 

셋째, 윤석렬 정부 들어 너무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한미의 의지를 과시하여 북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에서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전략자산 전개나 훈련과 같은 무력 시위는 꼭 필요한 경우 분명한 목적을 갖고 시행하되,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너무 빈번하게 사용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고, 과잉 사용할 경우엔 불필요하게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북핵 위협에 대해서 이제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확장억제의 심화와 제도화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 양국은 대북 억제력 강화와 함께 위기 안정성에도 유의하며 북핵 위협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핵 무력 법령이 밝히고 있듯이 북한의 핵은 전쟁 억지를 위한 최후의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작전적 사명을 통한 거부적 억제로 진화하고 있다. 전술핵의 실전 전력화 움직임이 그 증거다. 그만큼 핵 사용 임계점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고, 오판과 사고로 인한 우발적 핵전쟁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선제타격, 참수 작전 등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는 메시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억제의 실패 못지않게 위기 안정성의 실패를 경계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가 한미 양국에게 주어진 도전이다. ■

 

※ 본 논평은 “The Influence of the COVID-19 Pandemic on the DPRK-China Economic Ties and their Impact on the Korean Peninsula”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김정섭_ 세종연구소 부소장.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책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방부 기조실장으로 퇴직하기 전까지 27년간 국방부 및 청와대 안보실에서 근무한 바 있다. 핵전략, 전작권 전환, 국방개혁 등 국방 안보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담당 및 편집: 박정후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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