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K 논평] 북한의 에너지 난, 무엇이 문제인가?
ISBN 979-11-6617-240-3 95340
[편집자 주]
국가가 공급하는 에너지로 가동되는 북한의 기업소들은 국가 기능의 약화로 에너지 공급이 크게 감소하여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에너지 공급부족은 국가 에너지 수급 시스템의 작동 자체를 어렵게 하여 국가 전반의 기능을 현저하게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체제적 특성, 국가적 역량, 군사적 노선 등에서 야기되는 생산요소의 국가독점, 시장의 부재, 정책기능의 한계, 자본과 기술의 부족, 대외적 고립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누적된 총체적 난국의 양상으로 파악됩니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 체제를 개혁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과감한 변화가 진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이 대외고립 상황에서 벗어나 변화하고 외부적 지원도 활용해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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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발표한 북한의 2018년 1인당 에너지소비는 0.559TOE(석유환산톤, Ton of Oil Equivalent)로 같은 해 세계 평균의 29.7%, 비OECD 국가 평균의 41.4%, 한국의 10.0%에 불과하다. 북한의 1인당 에너지 소비는 1980년에는 세계평균보다 높았으며, 1990년에는 세계 평균과 같은 수준이었으나 그 이후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의 2018년 1인당 전력소비는 509kWh로 세계 평균의 15.6%, 비OECD 국가 평균의 22.6%, 남한의 4.7%에 불과하다. 북한의 1인당 전력소비 역시 1990년에는 비OECD 국가 평균보다 39.0%나 높았으나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예외적으로 일부 기업소들은 탄광을 보유하고 있어 석탄을 자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북한의 기업소들은 국가가 공급하는 에너지로 가동된다. 그러나 국가 기능의 약화로 석탄, 석유, 전력 등 모든 에너지 공급이 크게 감소하여 북한 산업부문의 모든 기업소들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수송부문도 국가 기능이 약화되는 대신 민간기능이 크게 확대되어 공적 운수관리 체계와 에너지의 공급•유통구조 문란이 확산되어 있다. 가정•상업 등 민생부문에 대한 국가의 에너지 공급기능도 크게 위축되어 전력을 제외한 연료용 에너지 공급은‘90년대 초반 이후 중단되었다. 민생부문 전력공급은 대체적으로 평양은 하루 3~5시간, 그 이외 지역은 하루 1~2시간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난방•취사용 에너지의 경우, 소득이 있는 가구들은 시장에서 석탄, 장작 등을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으나 대부분 가정들은 겨울에도 난방이 어렵고 취사용 에너지 취득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에너지 공급부족은 관련 법•제도가 구축하고 있는 에너지 공급•유통구조를 크게 왜곡시키고 있으며, 국가 에너지 수급 시스템의 작동 자체를 어렵게 하여 산업, 수송, 가정•상업, 공공•기타 등 국가 전반의 기능을 현저하게 저하시키고 있다. 북한 당국도 매년의 신년사를 비롯한 여러 국가계획에서 에너지부문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다양한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에너지난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북한 에너지부문에는 어떤 문제들이 얽혀 있는 것일까? 파악되는 문제들을 크게 분류해보면 체제적 특성에 의한 문제들, 국가적 역량과 관련된 문제들, 그리고 군사노선을 고집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문제들로 구분될 수 있다.
체제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들로는 생산요소의 국가 독점, 시장의 부재 등이 지적된다. 이들은 북한이 유지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제체에 기인한다. 토지, 노동, 자본 등의 생산요소는 국가가 독점하며, 사적 소유권은 제약되고 민간비즈니스는 존재할 수 없는 체제이다. 탄광, 발전소 등 모든 에너지 기업은 국가 소유이고 국가 지표만큼 생산하고 생산물은 국가가 배급한다. 국가 기능의 저하로 공급부족이 만성화되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정책적 유연성은 체제 원리상 수용될 수 없다. 탄광, 발전소 등 에너지 기업들은 생산물 판매를 통한 원리금 회수가 불가능하다. 기업은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원리금을 회수하며, 소비자는 대가를 지불하고 에너지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업에너지시스템(Commercial Energy Sys-tem)이 허용되지 않는 체제이다. 그러한 체제 하에서는 기업활동을 통한 재생산 투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기업의 성장 여건이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외부 자본과 기술의 유입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가적 역량과 관련된 문제들로는 정책역량의 한계, 자본의 부족, 기술의 부족 등이 지적된다. 여기서 정책역량의 한계는 사회주의 체제와도 연관된다. 생산성이나 효율에 대한 고려보다 권력의 결정이 우선하는 직관적 결정, 정책실패에 대한 인정과 정책수정의 부재 등이 관성화되어 있으며, 시장이 고려되지 않는 생산, 시스템적인 사고의 부재 등으로 현대적 에너지 정책 및 기획(Energy Policy & Planning) 기능이 부족하다. 자본과 기술의 부족도 대표적인 국가적 역량에 관한 문제로 지적된다. 에너지 인프라와 공급설비에 대한 투자부족이 만성적으로 누적되어 있으며, 현존하는 에너지 설비의 대부분이 구소련과 중국 등 인접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원으로 건설되어 에너지산업의 기술적 자립이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외부 지원이 중단된 이후 북한 에너지 산업은 정책, 자본, 기술의 측면에서 생산여건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내부적 역량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노선의 고집은 대외적 고립과 각종의 국제제재를 자초하였으며, 에너지 산업의 대외교역 여건을 붕괴시켰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테러 지원국이자 대표적인 인권탄압 국가이며,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와 대립하고 있는 고립국가이다. 군사용과 민간과 군사용 이중용도로 쓰일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통제하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제체의 대상국이며, 거듭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들과 주요국들의 양자제재 대상국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2017.8.4)는 북한의 석탄수출을 전면 금지시켰으며, 2397호(2017.12.22)는 북한의 원유수입을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정제유 수입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는 등 에너지 수급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북한은 에너지를 마음대로 수출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수입할 수도 없는 형국에 처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국경봉쇄까지 겹쳐지면서 최악의 고립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대외고립 상황은 에너지 교역을 통한 단기적 에너지 수급개선 마저도 시도하기 어려운 구조적 상황을 의미한다.
이처럼 북한의 에너지부문은 체제적 특성, 국가적 역량, 군사적 노선 등에서 야기되는 생산요소의 국가독점, 시장의 부재, 정책기능의 한계, 자본과 기술의 부족, 대외적 고립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들이 장기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누적된 총체적 난국의 양상으로 파악된다. 그로 인해 기업의 성장 여건, 자본과 기술의 도입 여건 등이 부재하고 생산여건과 교역 여건도 붕괴되어 있는, 단기적으로도, 중장기적으로도 해결되거나 개선되기 매우 어려운 구조적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가 복잡한 만큼 간단한 해결책은 제시되기 어렵다. 북한의내부적 역량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우며, 북한도 변화하고 외부적 지원도 활용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상국가화가 진행되어야 하며, 전향적인 핵협상을 통해 국제제재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체제를 개혁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과감한 변화가 진전되어야 한다. 서방의 시스템과 정책역량, 자본과 기술의 지속적인 유입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 저자: 김경술_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이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또한 한국 DMZ협의회 이사이자 한국 DMZ학회 이사, 포스코경영연구소 북한연구 COP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태국 Asian Institute of Technology, Energy Economics and Planning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 북한 에너지산업 현대화 협력사업 실현을 위한 북한 자원 활용방안 연구(에너지경제연구원, 2020) 등 다양한 북한 에너지 관련 연구활동을 하였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한국국방연구원에서18년간 한미동맹과 북한을 연구하였다. 한동대 국제지역학(International Studies) 교수로 재직하였다.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미동맹, 북한 외교 및 군사, 동북아 국제관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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