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신냉전’ 기대하는 북한... ‘다극화’ 추구하는 러시아

  • 2023-03-27
  • 박지현 기자 (SPN 서울평양뉴스)

최근 북한은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인식하며 북·중·러 연대를 부단히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이런 '신냉전' 인식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아시아연구원에서 발행한 ‘북한의 신냉전 인식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2023.3.23)에서 이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장세호 연구위원은 “북한의 신냉전 인식은 미국 중심의 일극적 국제질서의 이완과 해체에 대한 그들의 강한 기대와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북한은 국제질서의 다극화 문제를 더 적극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주목했다.

장 연구위원은 “신냉전 다극화는 미국 중심의 패권적 일극 질서의 이완과 해체의 과정을 반영하는 그 자체로 북한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현재의 과도기적 국제질서는 북한이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오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는 광범위한 ‘회색지대’를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북한에게는 반가운 환경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재개·확대함으로써 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고 대북 재제체제를 형해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냉전'과 '다극화'에 대한 북러의 '동상이몽' 

장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일극 질서가 자국의 국가이익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자 자국의 이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인 다극 질서의 형성을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큰 틀에서 국제질서의 현황과 대안에 대한 인식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의 국제질서 인식에 있어서 나타나는 미묘한 질적 차이를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푸틴과 러시아 외교 당국의 공식 대외정책 담론으로서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단지 ‘정의롭고 민주적인 다극적 국제질서’의 필요성과 구축 의지만이 일관성 있게 언급될 뿐”이라고 했다.

”이는 러시아가 신냉전 개념의 사용과 그 현실화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연구위원은 "신냉전은 냉전의 패배자로서 러시아에 오랜 심리적 트라우마를 재소환한다는 점에서 선호되지 않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러시아에게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주도하는 양대 진영 또는 양극의 형성, 그리고 그 구조가 규율하는 위계질서의 수용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며 "러시아는 다극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위원은 "향후 북한과 러시아는 중단기적 관점에서 미국 중심의 패권적·일극적 국제질서의 해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지지와 연대의 보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만약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현격하게 축소되는 상황이 가시화된다면, 그때부터 북러 양국 간 국제질서의 미묘한 인식의 차이가 대안 국제질서의 새로운 상(像)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 사이는 물론 러시아와 중국,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중요한 결절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