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미-중 결별 시대] 한국 산업, 미국이냐 중국이냐 기로 섰다

  • 2020-05-24
  •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중국화를 가속화하는 한편, 한국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노력 중인 가운데, 미국이냐 중국이냐로 선택의 기로에 선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화웨이와 대만 반도체파운드리(위탁생산)기업 TSMC 간 협력 고리를 끊기 위한 제재를 가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5일 외국 반도체기업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이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물건을 판매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에 큰 타격을 주는 조치다.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로 당장 화웨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스마트폰 부문 외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구축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화웨이가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 업체기 때문이다.

이는 화웨이라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넘어 중국 정부에 대한 제재라고 할 수 있다. 화웨이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이번 기회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포드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20일 “각 나라와 기업들이 중국 IT 기업들의 잠재적인 정보 훔치기 위협을 깨달을수록 중국식 생태계 밖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를 찾게 될 것”이라며 “이는 삼성과 같은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이 중국이 아닌 미국편에 서달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추진해 2017년 국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냉랭한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시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당시 강한 반한 정서에 롯데는 중국 철수까지 단행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 내 콘텐츠서비스권한인 판호 발급이 중단되면서 한국 게임업계가 중국 땅을 밟지 못했다. 최근 관광업 등은 회복됐지만 게임업계 등은 아직 그 파장이 남아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 어느 편에 서야 될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승주 동아시아연구원(EAI) 무역·기술·변환센터소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무역 또는 경제 분야의 다자주의 연대를 선도해 둘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고리로 동지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변화가 심한 대외 경제 환경에 탄력성 있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신흥 이슈와 관련한 국내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