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中 경제 더 커지기 전에 FTA 추진해야

  • 2007-06-04
  • 이근 (매일경제)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현대차가 새로운 철강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포스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질문에, 가까이에 있는 중국에 많은 수의 철강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이는 현 단계의 한ㆍ중 경제의 통합 수준을 반영한다. 즉, 한ㆍ중 산업은 더 이상 일국 차원의 논의가 무색할 정도에 와 있다. 수교 15주년을 맞는 한ㆍ중은 경제협력에서 이런 높아가는 통합을 고려한 새로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필자는 여러 차원의 한ㆍ중 분업을 논한 바 있다. 첫째, 한국이 중간재, 중국이 최종재를 하는 제품 간 분업, 둘째, 한국이 연구개발(R&D), 마케팅, 중국이 조립제조를 하는 기능별 분업, 셋째, 한국이 서비스업, 중국이 제조업을 하는 큰 차원의 산업 간 분업이 그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있는 반면, 중국의 급속한 추격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가령 중국이 최종재를 수출할수록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하는 구조에 기인한 무역흑자가 한국계 투자기업을 포함한 중국 내 중간재 생산 확대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에서 점점 더 많은 R&D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80년대 중소기업의 임가공형 투자에서 수교 이후 대기업 중심의 자본집약 및 내수용 투자, 이어서 다시 중소기업들의 원자재 공장 설비 이전이라는 세 단계를 지나 최근에는 미용, 건강, 교육 등 소규모 서비스업과 주식 등 금융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변화들은 한ㆍ중 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조짐이다. 첫째, 한국은 서비스 산업을 더 개방해 이를 학습 계기로 삼아 경쟁력과 규모를 높여 한ㆍ중 분업의 새로운 모드로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대중국 기술 유출을 방어적으로만 차단할 것이 아니라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판매하려는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 유출과 기술 판매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어차피 차단이 불가능하다면 공식화해서 제대로 제값을 받고 규범화된 시장을 확립함으로써 이전된 기술과 관련 시장에 일정의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여기서 일괄 판매, 장기 로열티, 기술과 지분의 상호 교환 등 다양한 모드를 자신의 기술 수명과 성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중국 기술력의 기반이 되고 있고 표준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주요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개발 활동과 지식기반에 일정의 네트워크와 상업화 협력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증대된 중국 토착기업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이들과 수평적 제휴 등 새로운 차원의 협력 모드를 활용할 때가 왔다.

 

중국 토착기업들의 경쟁력은 현재 모든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소위 모듈화된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생산의 분절화 경향은새로운 시장과 전략을 의미한다. 가령 토착 중국 자동차업계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으나 이들은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시장에서 조달한다.

 

이 경우 이들과 꼭 완성차시장에서 경쟁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보다 많은 엔진을 팔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경제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위 "전략적 아웃소싱"이다.

 

이런 아웃소싱은 한ㆍ중 기업 간의 경쟁도를 줄이고 통합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 경우 중요한 중간재 판매 가격은 완성제품에서의 이득과 중간재 판매 이득의 상대적 크기를 고려해 선택되어야 한다.

위에서 제기한 것들은 모두 크게 보아서 한ㆍ중 경제가 통합의 심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종착역은 현재의 유럽같이 제품과 서비스의 국적이 점점 모호해지는 단계다. 이런 추세는 추가적인 정책 시사를 가지는데, 가령 한ㆍ중은 이제 각기 별도로 조직 운영되는 산업별 협회들을 넘어서 산업 분야별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각 산업의 수요와 공급 등 시장 조절 모니터링 및 기술 협력 등의 창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러 산업별 제품의 표준과 규격을 통일하는 것도 양국 경제의 통합과 거래비용 감소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이제 미국과 했으니 무작정 천천히 하자는 태도보다는 중국이 농업을 제외해도 좋으니 하자고 할 때 추진하는 것이 좋다.

 

FTA는 기존의 경쟁력과 분업 구조를 고착시키는 효과가 큰 만큼 몇 년 뒤의 중국보다는 현재의 중국이 상대하기 좋다.


이근 (EAI 경제추격연구센터 소장,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