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미·중전략 못읽으면 북한은 고사하고 한국은 고독해질것

  • 2006-10-25
  • 강인선기자 (조선일보)

中, 핵없는 ‘親中 북한’ 원해 러시아 역할은 한계
일본은 핵무장 못해, 중국 對 美·日·호주 구도로


북한 핵실험에 대응하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가 실행에 들어가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미국은 제재 강도를 높이려 하고 일본과 중국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유엔 결의를 최소한만 따르려 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영선(河英善) 서울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미·중·북의 전략을 잘못 읽으면 북한은 고사(枯死)하고 한국은 고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20일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이전이 중대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핵물질 이전만 하지 않으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럴 가능성은 0%라고 본다. 미국도 나름대로 ‘포괄적인 북핵 전략’을 갖고 있다. 핵보유와 이전에 대한 대응은 별개다. 미국의 대북전략을 ‘파편’으로 보면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큰 틀은 이미 다 나와 있다. 미국은 북한의 고립화를 추진하면서, 북한이 핵물질을 테러집단에게 넘길 경우 군사 제재도 할 수 있는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북핵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국의 국민총생산이 2조 달러에 육박한다. 2020년에는 4조 달러 규모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중국의 외교노선은 ‘화평굴기(和平?起)’다. 경제를 위해 그 나머지는 타협하겠다는 것이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북한이 가장 큰 불안정 요인이다. 아직까지는 중국이 북한을 달래고 윽박지르는 단계지만,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세계전략 차원에서 북한의 정권교체 문제를 고려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핵 없는 친중(親中) 정권’이 가장 이상적이다.”

 

―러시아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은?

“러시아는 6자회담 참가국으로서 6분의 1만큼의 비중이 있을 뿐이다. 미국은 중국의 입장은 고려하지만 러시아 목소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동북아에서 러시아가 미·중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본다.”

 

―호주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21세기 아·태 지역은 미·일·호주를 축으로 중국과 맞서는 구조를 보인다. 우리는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우리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힘과 경제력, 정보와 지식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이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으니 미국은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최근 한·일에 대한 방어공약을 재확인했다.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일의 핵무장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중국을 움직이는 카드로 쓸 수는 있겠지만, 미·중은 모두 일본의 핵무장을 원치 않는다. 현 국제체제 안에서 핵무기를 갖는 비용은 엄청나게 높아진 반면 이득은 줄었다. 북한이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핵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세계는 냉전과 탈냉전을 지나 변환시대에 돌입했다. 정보와 네트워크를 무기로 테러 위협에 맞서는 새로운 시대다. 더 이상 ‘핵의 시대’가 아니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핵무장’과 ‘혈맹’을 외쳐봐야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구식’ 무기인 핵이 테러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중·일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북한에 특사도 보내고 나름대로 움직이지만 유엔의 대원칙은 따른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북핵과 관련해 철저하게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 일본에는 중국문제가 더 크다. 그래서 미·일이 추구하는 국익에 차이가 없다고 할 정도로 밀착해 있다. 중국의 성장에 일본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은 몇천년 동안 대국을 운영해본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의 고민은 크다.”

 

―북한 핵실험 이후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북한뿐 아니라 한국도 고립되는 것 같다.

“미·중·일의 입장이 수렴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고사’하고 한국은 고독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북한의 고립화’를 경고할 때 숨은 뜻은 금융제재 등을 통해 조용히 ‘고사’시킨다는 의미다. 한국이 미국에 제시했던 ‘공동의 포괄적 방안’은 핵실험 한 번에 무용지물이 됐다. 우리 정부는 북한은 물론 미·중의 전략을 읽는 데도 실패했다.”

 

―북핵문제로 한·미동맹도 변할 것으로 보나.

“유엔 대북결의는 안보리에서 15대0으로 통과됐다. 국제사회가 ‘북한책임론’을 만장일치로 지지해줬다는 의미다. 여권은 국내정치와 대선을 기준으로 국제정세를 보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의도를 읽지 못한다. 북핵문제는 ‘동맹의 정치판’으로 읽어야 답이 나온다.

라이스 장관은 방한 중 ‘동맹국으로서 상호의무’를 강조했다. 동맹은 혜택과 비용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결의를 최소한만 이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한국을 ‘C급’으로 분류할 것이고, 우리는 정치·군사·경제·기술·지식의 네트워크가 동시에 움직이는 세계무대에서 C급 동맹의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