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출자총액제 적용대상 줄여야

  • 2004-07-04
  • 이근 (한국경졔)

재벌이 한국경제 성장의 상징이듯 출자총액제한제도도 많이 논란이 돼온 정부 규제의 상징물이 된지 오래다.
 
지난 2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을 한 바 있다.
 
본 설문 조사의 동기는 공정위와 전경련 사이의 최근 공방을 비롯한 사회에서의 의견 대립이 존재하고 있는데, 전문가들 간에는 어떤 수렴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고맙게도 이 분야의 교수 박사들이 기대 이상으로 참여했으나 제도의 즉각적 폐지라는 핵심적 문항에서는 찬반이 팽팽히 양립하는 결과가 나왔다.
 
즉 일반인과는 달리 하나의 진리(?) 쪽으로 어느 정도 수렴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기대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이렇게 첨예하게 갈린 것이다.
 
이에 그 원인으로 생각해 본 것은 ①전문가 간에도 존재하는 지식과 정보의 차이 ②답변의 정치적 의미나 개인적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 ③문제를 보는 기준의 차이, 즉 출자총액제도 자체만 보느냐, 아니면 이를 경제침체나 경영권 분쟁 등의 경제상황과 같이 고려해서 보느냐 등이다.
 
이중 셋째 관점의 비중이 특히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모든 제도는 그 존재이유나 효과가 그 제도가 속한 경제환경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지난 87년 탄생시 이 제도는 경제력 집중의 명분을 갖고 있었으나 그 이후 경영투명성이라는 명분이 강해졌고 외환위기 이후 적대적 M&A 가능성 때문에 폐지됐다가 부활되면서 총수가 갖는 현금청구권(배당권)과 의결권 사이의 괴리에 따른 대리인비용 명분으로 이전했다.
 
올해는 경제침체에 따라 기업 투자나 성장 저해,경영권 분쟁과 내국인 차별 등이 논란이 된바 있다.
 
80,90년대의 경제상황은 그야말로 독과점과 경제력 집중문제가 심각했으나 이제 완전 개방이 된 상황에서 시장점유나 집중을 국내 시장만 가지고 논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규제론자의 생각은 20년전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대기업들이 번 이윤을 사내에 쌓아두고도 경제 여건과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출자규제를 풀면 과잉투자가 재현돼 위기가 또 올 것이라고 보는 것도 최소한 10년 전 사고이다.
 
오히려 이것이라도 풀어서 투자가 늘어나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이번 설문도 이 제도가 기업성장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 제도 유지 명분 중의 하나인 경영투명성 제고 효과도 미약하다고 나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면서도 전문가들이 선뜻 이 제도 폐지에 찬성하지 못하고 찬반이 팽팽히 갈리는 것은 그래도 유일하게 남은 긍정적 효과인 소위 "대리인 비용" 완화, 즉 소수의 지분을 가지면서도 계열사간 순환적 지분으로 거대 제국을 통제하면서 생기는 부작용 통제이다.
 
물론 그 외에 이런 부작용을 통제할 만한 소액주주 권한 보호장치 등의 제도가 미비한 것을 전문가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필자 등은 일찌감치 출자규제보다는 집단소송이나 공시 등 경영투명성 자체를 강화하는 쪽에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사항은 규제 당사자인 공정위 소관 밖이다. 그러기에 또 많은 전문가들이 공정위가 부처 위상 유지를 위해 이 제도를 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출자규제 폐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과반을 얻지 못했고 이를 대체할 만한 제도가 미정착된 상황에서 남은 것은 결국 현상유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지라고 하더라도 그 대상을 4대 재벌로 한정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며 참여연대나 한국경제연구원의 전문가들도 개인적으로 이런 의견들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4대와 나머지 간의 격차가 아주 크다는 점에서도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반 성장 및 반 성공 편향성을 가지는 이런 규모에 기반한 규제에는 반대한다.
 
그렇다면 좀더 이론적 근거가 있게 하려면, "규모가 어느 이상 되고 배당권과 의결권의 괴리도가 아주 심각한 것을 기준으로 삼아 결국 아주 소수 몇 개 정도로 되게 하는 게 절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