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총선 D-10] 3당 분야별 주요 선거공약

  • 2004-04-04
  • 모종린 (동아일보)

각 당이 최근 발표한 4·15총선 공약은 중요 정책현안에 대해 확연히 차별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교 안보=국방 분야의 한나라당 공약은 획기적이기는 하지만 일관성이 부족했다. 자주국방 달성을 위해 국방예산 40% 증액을 주장하면서 전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는 예비군 훈련기간 축소,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부활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미군 철수를 전제로 정부의 자주국방 논리를 수용한 것도 의외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군복무 기간 단축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국방 분야에서 별다른 공약을 하지 않았다. 대북정책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햇볕정책의 유지를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핵문제와 인권문제에서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정치=3당의 강조점이 달랐다. 열린우리당이 정치부패척결 방안을 1번 공약으로 내세운 반면, 한나라당은 50개 공약 중 49, 50번째 공약으로 후진 배치했다. 정치부패 이슈가 열린우리당에 유리하고 한나라당에 불리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듯하다. 여야 모두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개혁책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은 불법 대선자금과 국회의원 비리 타파에 초점을 두었고 한나라당은 대통령 비리 차단과 검찰 중립을 강조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공약은 대통령 권력분산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탄핵사태 여파로 권력분산문제의 쟁점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유일하게 분권형 대통령제를 약속했으나 구체적 내용이 부족했다.

▽경제=경제상황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해법에 대해서도 각 당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해 온 한나라당이 의외로 시장이 아닌 정부의 임의적 개입을 통한 고용 창출 및 안정 방안을 제안했다. 5년간 1조8000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하여 60만개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마련한다는 것이 그 골자.

열린우리당은 투자와 창업확대를 통한 민간고용 창출이라는 전형적인 시장경제적 해법을 강조했다. 3당 모두 중국의 저임금, 기업투자 위축, 노동시장 경직성 등 고용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충분히 지적하지 않았다.

▽교육 기타=사교육 비용 증가 등 교육문제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공약은 현상유지 위주로 나타났다. 자립형 사립고, 교사 및 학교 평가제, 대학입시제도 개선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민주당도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평준화 골격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점진적 개혁을 추구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경쟁압력과 학생-학부모 선택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복지 분야에서는 3당 모두 정부 복지사업의 확대를 주장했다. 차별성 있는 정책이 있다면 한나라당이 노인복지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노부모 부양을 장려하는 ‘효도법’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는 유교적 복지정책의 도입을 제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