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議員 절반은 비례대표로 뽑자

  • 2003-11-11
  • 이내영 (조선일보)

"권력투쟁"에서 "국가경영"으로 시리즈 (2)

 

선거제도는 정치인들의 충원과 행태, 그리고 정치체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개혁의 핵심 분야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 방향은 비례대표제의 확대·강화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현행 5대1에서 1대1이 되도록 비례대표제 의석을 대폭 확대하고, 현 전국구 의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비례대표 의원의 위상과 자질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는 기성 정치인과 정당의 과점구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지역패권주의를 고착시켜왔다.

이를 정책대결구도로 바꾸기 위한 현실적 대안은 지역으로부터 자유롭고 정책능력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비례대표제 의원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한국식 비례대표제인 전국구는 그동안 지역구 득표율에 따른 부산물로 의석 수가 배분되고, 전체 의석의 17%에 불과하며, 그마저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못해 전국구 의원은 2등 의원으로 치부돼왔다.

그러나 내년 총선부터는 비례대표를 위한 별도의 투표를 하는 만큼, 이에 걸맞게 비례대표제를 정비하는 계기로삼을 수 있다.

비례대표제는 제대로 운영만 되면 장점이 많은 제도다. 우선 정책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대거 충원할 수 있으며, 이렇게 선출된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게 정책개발과 입법 활동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회가 소모적인 권력투쟁의 장이 아니라 국가의 비전과 정책을 논의하는 생산적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례제의 장점이 한국의 현실에서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정당의 민주적 공천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과거 전국구 공천처럼 계파간 나눠먹기나 정치헌금을 대가로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확실하게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당내 인사와 중립적인 당외 인사로 후보공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합리적인 공천기준과 투명한 공천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또 비례대표제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현 국회의원 정수를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할 경우, 지역구 의석이 줄고 따라서 현 정치권이 비례대표제 확대라는 개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원정수가 선진국과 비교해서 인구비율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의원정수를 360석 정도로 늘리고 늘린 의석은 전부 비례대표 의석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