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나라 운명 ‘패자의 선택’에 달렸다

  • 2007-08-20
  • 김상협기자 외 (문화일보)

경선 뒤 3大 변수

 

한나라당이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 20일 대선후보 확정이 정권교체란 목표달성으로 이어질지, 또 패자의 깨끗한 승복여부에 따라 당이 화합이냐, 분열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다. 키는 승자와 패자 모두 쥐고 있다. 열쇠는 우선 패자에 달려 있다. 정치도의에 따른 행보에서 일탈할 경우 당은 분열과 화합의 양 극단을 오갈 수 있다. 승자는 패자에게 들어올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방법론으로 당권, 공천권문제 등이 거론된다.

변수1. ‘승복’-‘불복’-‘후일 도모 승자 흔들기’?

경선승복과 이후 대선 본선 협력문제는 경선 본래의 의미를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이다. 패자가 깨끗이 승복하지 않는 한 경선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현재진행형의 경쟁상황’을 초래한다는 뜻이다. 당 안팎에선 ‘승복’과 ‘불복’, ‘어정쩡한 승복’등 엇갈린 시나리오들이 나돈다. A후보가 패할 경우엔 ‘정계은퇴’, B 후보가 패하면 ‘백의종군’ 등의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두 후보는 수차례에 걸쳐 “승복 약속을 지키겠다”, “승복은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게 당의 최대 희망사항이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자들이 20일 개표 결과가 나온 뒤 공개석상에서 승복입장을 밝히더라도 각 후보 캠프 구성원이나 지지자들은 한동안 정치적 ‘패닉’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경선 과정에서 깊게 팬 갈등의 골을 감안하면 심리적, 화학적 융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겉으론 승복, 속은 불복’인 상태로 ‘후보흔들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 범여권의 공세, 검찰수사 등과 맞물려 후보의 낙마를 기대하거나 대비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계산에서다. 심할 경우 10월, 11월 후보교체론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한 중립성향의 의원은 “서로를 향해 ‘완주불가’ ‘불복 의혹’를 외쳐놓고 어떻게 마음에서 우러나와 도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누가 되든 패자가 승자의 선대위원장직을 맡기 어렵다는 얘기다.

변수2. 강재섭 대표체제 본선까지 가나?

한나라당 경선 이후에도 현행 강재섭 대표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는 모두 경선후 ‘강 대표 유임’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당헌 제 9장에는 대선후보가 후보 확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선대위 구성과 함께 선대위 운영·재정 등 선거업무 전반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선대위는 다음달 하순이나 10월초쯤 구성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최소한 선대위 출범시점까지는 강 대표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내전’에 가까운 치열한 경선을 치른 양 후보도 강 대표가 경선직후 완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대위출범 때 강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10, 11월이 지나면서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거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당 쇄신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에 대한 인책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커진다. 후보측에서 ‘외연 확대’와 ‘분위기 일소’를 명목으로 현행 당 지도부에 대해 물갈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특정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중진의원은 “단순히 현행 당 지도부를 교체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대선승리를 위해 외연확대를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반드시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수3. 李-朴 지지층 얼마나 범여권 이탈?

20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이명박·박근혜 지지층의 향후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대 후보를 지지할지, 한나라당에서 이탈해 부동층이나 범여권 지지로 돌아설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관련 여론조사는 자신의 지지 후보가 떨어졌을 경우 이탈 규모가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나왔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치며 양 후보 지지자들의 감정의 골이 깊게 팬 것이다. 지난 14일 문화일보 정기여론조사에선 이 전 서울시장이 후보로 선출되면 박 전 대표 지지층의 35.8%가 이 전 시장을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반대의 경우 이 전 시장 지지층의 36.9%가 박 전 대표 지지에 부정적이었다.

최근 중앙일보·SBS 등의 패널 조사 결과도 이 전 시장 승리 시 박 전 대표 지지층의 48.9%가, 박 전 대표 승리 시 이 전 시장 지지층의 58.9%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부장은 20일 이에 대해 “경선 후 후보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인다면 이탈률이 좀 낮아질 수 있겠지만, 경선 과정에서의 검증 공방과 후보 도덕성 등에 대한 실망으로 부동층이나 범여권 후보 지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에 대한 주목과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선출 후보가 두 후보 지지도 합인 60%대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충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