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다산칼럼] 성장률 까먹는 법질서 不在

  • 2007-01-09
  • 유병삼 (한국경제칼럼)

경제가 오래 부진하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경제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관심이 되고 있다. 언론은 우리의 잠재성장률(潛在成長率)이 근자에 들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을 거의 주기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재성장률을 5% 정도라고 하더니 최근에는 4% 중반 정도라는 비전2030 민간작업단의 계산이 보도된 바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 방향에서도 금년 성장률을 4.5% 내외로 전망(展望)하면서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물가상승률의 추가적 상승 없이 경제가 생산할 수 있는 GDP 규모를 잠재GDP라고 부른다. 주어진 기술 수준에서 노동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GDP가 이를 넘어서면 경제가 과열된 것이고 못 미치면 침체이다. 그러기에 잠재GDP는 바람직한 GDP 규모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의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보는 것이 경제이론에 부합된 설명이다.

 

그러나 잠재GDP 규모를 이론에 부합되게 계측(計測)하는 것은 적잖이 까다로운 문제이다. 그래서 GDP 시계열(時系列)의 장기추세 증가율을 잠재성장률로 파악하는 등의 편법이 왕왕 쓰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계산방식이 첨부되지 않은 채 보도되는 잠재성장률은 그 타당성(妥當性)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향추세는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수긍이 가지만 매우 빠른 하강 속도에 대하여는 의구심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그 이름에 포함된 "잠재(潛在)"라는 표현은 오해를 부르기도 쉽다. 마치 운동선수가 자신의 "잠재수준"을 기록하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과 비슷한 오해이다. 실제로 정부당국의 다양한 발표에서도 이러한 뉘앙스의 표현을 적잖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는 숙명적으로 외부환경의 여건 아래 움직인다. 그 결과 운동선수의 경우와는 달리 잠재성장률은 내부요인 못지않게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주5일제와 같은 근로시간의 제도적 축소에 의해서도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재작년 6월에 나온 청와대 자료는 주5일제의 정착이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GDP 증가율을 매년 1%포인트씩 감소시킬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외부환경이 잠재성장률에 얼마나 큰 변화를 부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지난 5일자 KDI의 한 보고서는 더욱 주목할 만한 내용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법질서를 잘 지켰더라면 90년대 경제성장이 매년 1%포인트가량 더 높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기간 평균 성장률은 6%이다. 경제가 두 배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계산하는 간편한 방법은 70을 성장률로 나누는 것이다. 그리하면 10년 만에 경제를 두 배로 키울 수도 있었던 것을 1년 반을 까먹었다는 계산이 된다. 물론 기간을 더 길게 잡으면 더 많은 세월을 허비한 것이 된다.

 

그런데다가 동 보고서가 인용한 동아시아연구원의 분석 내용은 또 어떠한가. 1989년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 불법시위의 경우가 적법(適法) 시위의 경우보다 요구가 받아진 비율이 오히려 더 높았다고 한다. 더구나 거리나 기업체보다 관공서 앞에서의 불법시위 및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아무리 보아도 제대로 된 나라꼴이 아니다.

 

정부는 다양한 방안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려고 애쓰고 있다. 올해 경제운용방향에도 그런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그러나 KDI 보고서는 당장 현 시점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질서를 확립하여 경제의 외부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국민의 협조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권력(公權力)의 권위를 유지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이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떨쳐버리고 성장동력을 키우는 일에 함께 주력하는 현명함이 절실하다.

 

유병삼 연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