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대선 D-1년, 언론의 관심포인트…
한국일보 "진보 줄고 중도 늘어"
대통령선거 D-1년을 앞둔 상황에서 대선 레이스의 초반 흐름은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위권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그러나 초반 흐름이 본선 마지막 날까지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정치적 변수가 여전하고 대선까지는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18일자로 보도한 국민 의식 변화 결과는 대선의 흐름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진보 줄고 중도 늘었다>는 1면 머리기사에서 "17대 대선을 1년 앞둔 현재, 16대 대선이 실시된 2002년과 비교할 때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3%포인트 줄고, 중도는 6.5% 포인트 늘어나는 등 우리 국민의 이념 성향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원장 김병국 고려대 정외과 교수)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일부터 12월5일까지 전국의 1032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을 통해 정치 안보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진보 줄었지만 보수층 증가는 미미
이념성향을 분석해 보면 "중도"라고 대답한 이들이 45.1%에 달했고, 보수층은 36.3%, 진보층은 18.6%로 나타났다. 2002년 대선과 비교할 때 진보의 감소와 중도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결과이다.
진보성향이 감소한 이유는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이 바탕이 되고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기사에서 "진보개혁세력을 자임해 온 현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깊은 실망과 부정적 평가의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목할 대목은 진보성향의 비율이 감소했음에도 보수성향의 증가는 미미했다는 점이다. 2002년과 비교할 때 보수층은 34.7%에서 36.3%로 1.6%P 증가에 그쳤다. 국민의식이 보수 우경화 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진보개혁세력 지지기반 회복 여지 남아 있어"
이내영 교수는 "주목해야 할 점은 진보개혁 세력과 이념에 대한 불신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이념으로의 이동이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조사에서 다수 국민들의 이념 성향이 진보에서 중도로 이동하는 변화가 나타났지만 전체 국민들의 이념 성향이 보수화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내영 교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보수 세력과 그 이념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또 현재 지지자들의 이탈로 곤경에 처한 진보개혁세력이 지지기반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절대강세 흐름이 계속되고 있지만 변화의 가능성도 없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여권 입장에서는 대선에 내세울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최대 고민이다. 여권 선두 주자였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경우 5% 미만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지율이 1% 미만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제3의 후보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주목
정치권에서는 정동영 김근태 두 사람이 아닌 "제3의 후보"를 주목하고 있다. 제3의 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 중앙일보는 18일자에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가 10명에게 내년 대선의 "빅3 구도"를 흔들 다크호스를 물어본 결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8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7표로 뒤를 이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각각 3표를 얻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박원순 변호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한명숙 국무총리 등은 2표를 얻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해찬 전 국무총리, 조순형 민주당 의원,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 등은 1표를 얻었다.
정운찬 전 총장이 유력한 제3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또 다른 관심 대상인 박원순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표를 얻었다. 정운찬 전 총장은 지난 15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decisive"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MBC 시사매거진 2580 "정계개편 논의 필요 52.5%"
정운찬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 참여하면 빅3구도는 무너질까. 그러나 정치전문가 대부분은 여권에 대한 비토여론이 높은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경우 누가 참여해도 국민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여권이 추진 중인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변수가 없지는 않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일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를 벌인 결과,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2.5%로 필요 없다는 의견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여권이 국민이 동의할 만한 정계개편을 이끌어 낸다면 대선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여권은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