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북 핵실험 이후 한반도 - ② 변환 핵시대

  • 2006-10-16
  • 하영선 (조선일보)

하루빨리 핵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햇볕정책·美책임’ 논란은 무의미

북핵 도박의 종착역은 수령체제 종식
 
북한의 핵실험은 세계를 바꿔놓고 있다. 결국 북한 자신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뿐이다. 북한 핵실험의 후폭풍이 한반도에 서서히 불어닥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한국 정치는 국내용 핵 책임론에 열을 올리고 비현실적 제재대응론에 골몰하고 생뚱맞게 정상회담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이 가져온 엄청난 숙제들은 미뤄 놓고 숙제 아닌 숙제들만 푼다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역사의 처벌은 가혹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하루빨리 핵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핵무기의 등장은 세계 안보 질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 왔으며 국제 정치를 완전히 재건축하게 만들었다. 북한 핵도 예외일 수 없다. 핵시대의 한반도 안보는 더 이상 자주 국방의 논리로 감당할 수 없다. 완벽한 억지(deterrence)의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핵무기의 공포에서 완전히 해방되기는 어렵다.

 

북한 핵은 기본적으로 대미정책용인데 우리가 공포에 떨 필요가 있느냐는 발상은 국제 정치의 ABC를 모르는 얘기다. 핵무기의 국제정치사를 되돌아보면 핵무기는 군사폭탄이기 이전에 정치폭탄이다. 핵무기 보유국은 더 이상 과거의 협상 대상은 아니다. 더구나 최후의 순간에 인질극이나 동반 자살까지를 각오한 핵 보유국과 당당하게 협상해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핵무기의 정치력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둘째, 변환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 핵실험은 냉전도 탈냉전도 아닌 변환시대에 행해진 역사적 사건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북한 핵실험은 결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군사적 제재를 통해서 쉽사리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는 비군사적 수단의 제재 조치를 취하되 군사적 수단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지속할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경제 제재는 단순한 경제 제재가 아니다.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선택 대신 두 번째 고난의 행군을 계속한다면 경제 제재는 결국 수령체제의 변환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할 것이다. 우리가 제재의 최대 문제로 골몰하고 있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그리고 확산안보구상(PSI) 문제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다. 결정은 우리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제재의 동력과 진행 속도에 달려 있다. 제재의 최대 문제는 수령체제의 변환이다. 더 늦기 전에 대비가 필요하다.


셋째, 국제사회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격상된 제재 조치가 단순히 미국 주도가 아니라 국제사회 주도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햇볕정책을 살리기 위한 미국 책임 논쟁은 무의미하다. 국제사회의 판결이 이미 내려졌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냉혹하다.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한반도의 남쪽에서도 IMF위기 때 같은 고난의 행군을 맞이할 것이다. 포용정책은 제재 국면이 아닌 협상국면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원장 : 하영선(서울대)

■간사위원 : 전재성(서울대)

■위원 : 김병국(고려대) 김성한(외교안보연구원) 김태현(중앙대) 김현진(삼성경제연구소) 민병원(서울산업대) 박종철(통일연구원) 박철희(서울대) 배영자(건국대) 서병훈(숭실대) 손열(중앙대) 신범식(인천대) 신성호(서울대) 오승렬(한국외대) 이상현(세종연구소) 이태환(세종연구소) 장훈(중앙대) 정진영(경희대) 차두현(한국국방연구원) 최강(외교안보연구원) 한승미(연세대) 김하정(EAI) 김민철(조선일보)

 

변환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부시 미국 정부가 내건 외교 목표 중 하나로, 불량정권의 체제를 민주주의로 바꾸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하면서 이를 내걸었다. 북한의 경우 자유의 동업자들과 손잡고 자유를 직접 전파해 북핵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북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전체기사목록

 

들어가며 김병국 EAI 원장
1. 북한은 왜? -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2. 변환 핵시대 - 하영선 국가안보패널 위원장ㆍ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3. 국제 재제 –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4. 국내 정치변수 –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5. 남북관계 –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6. 한미동맹과 국방 –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7. 중국은 그럼 – 오승렬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