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사설] 떼쓰기식 불법시위가 더 약발 먹히는 사회

  • 2006-06-29

한국 사회에는 법률 위에 헌법 있고,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고 한다. 불법·폭력시위가 집단의 주장을 여론화하고 의사 결정에 반영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동원되는 사회 풍토를 꼬집는 냉소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풍토를 조성한 장본인은 누구인가. 우리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공권력 집행을 통해 이를 제어했어야 할 정부가 수수방관해 온 데 궁극적 책임이 있음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최근 동아시아연구원이 발표한 연구결과도 이 같은 인과관계를 실증해주고 있다. 1987년 6·10항쟁 이후 지난해까지의 시위 5400건을 분석한 결과 불법 시위대의 요구를 관공서가 받아들인 비율은 30%에 가까운 반면 준법 시위에서는 25% 정도에 불과했다. 불법이 준법보다 효과적이라는 역설이 성립하는 현실이니 ‘헌법 위의 떼법’이 새삼스러울 리 없다. 시위 장소로 도로·거리를 선택한 사례도 1980년대 후반의 60%에서 점차 줄어 2000년에는 10%대에 불과했으나,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에는 다시 80%를 상회했다고 한다. 시위대의 도로·거리 무단 진출과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는 공권력의 허약한 모습을 비춰주는 통계 수치 아닌가.

 

시위대 2명이 사망한 지난해 11월15일의 서울 여의도 농민집회를 계기로 한때 사회 각계의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등 각종 현안과 관련된 시위에서처럼 불법 폭력 시위는 마냥 되풀이될 뿐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에 앞서 불법·폭력으로는 얻을 것이 없다는 인식의 확산이 이뤄져야 한다. 그 첩경이 엄정한 공권력 행사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12월 중순 홍콩의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당시 한국의 원정 시위대는 홍콩 경찰이 38년 만에 처음으로 최루탄을 사용했을 정도로 폭력적 행태를 보였다. 반면 지난 4∼9일 미국 워싱턴에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시위는 지극히 평화적으로 끝났다. 과연 이 양면성은 어떻게 설명해야 옳은 것인가. ‘공권력이 갖는 권위의 차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