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JERIReport] 연대별로 예측한 중국 경제

  • 2006-05-19
  • 이근 (중앙일보)

[JERIReport] 연대별로 예측한 중국 경제

`중국 2015년께 1차 경제위기 가능성` 중산층 감소, 소득분배 악화로 체제 불안해져 외국기업 지분 제한 2010년대 중반까지 지속

  


  

중국 국무원은 2001~2020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완만히 하락해 7.2%가 될 것이며, 그 결과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4조2000억 달러 정도로 미국의 4분의 1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 1인당 국민소득은 3000달러에 달해 세계은행 기준 중상위 소득 국가군에 들어가게 되고, 2020년의 도시화율은 60%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를 전제로 열 가지 분석적 예측을 했다.

#예측 1(농민 문제)=도시화율이 2020년에 60%가 될 정도로 높아져도 이것이 농촌 잉여노동력 문제와 농민소득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자연 증가하는 농촌인구와 생산성 향상으로 추가로 생기는 잉여노동력 때문이다.

#예측 2(분배와 체제불안)=최근 악화하고 있는 소득분배는 2020년까지 호전되지 않을 것이어서 심각한 체제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예측 3(도시실업)=2020년까지 도시실업 문제가 호전되느냐 악화하느냐는 서비스 산업의 고용 창출력에 달려 있는데, 도시화율이 60%까지 되는 경우 서비스 산업이 증가하는 도시인구를 흡수하기에 역부족이고 55% 정도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측 4(중산층과 중국 시장)=중국 시장의 매력도는 결국 중산층의 크기와 직결되는데, 중산층 감소라는 현 추세가 향후에도 반전되기 어렵다.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중산층의 비중은 1991년 최고치인 57.5%에서 2004년 45.5%로 감소했다.

#예측 5(시장개방)=국제무역기구(WTO) 가입과 전반적 개방에도 불구하고 주요 분야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만은 최소한 2010년대 중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예측 6(재정 안정성)=재정적자가 GDP 대비 3%라는 위험 수준에 달했으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재정적자는 향후 호전될 것이며 큰 경제불안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측 7(석유)=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현재의 40% 정도에서 2020년께 6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절대적 물량 부족으로 중국의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작으며 오히려 수요 증가에 따른 장기적 가격인상 혹은 단기적 가격급등이 향후 국제 석유 문제의 본질로 등장할 것이다.

#예측 8(식량)=국제 곡물시장의 중장기 전망에 따르면 공급물량 부족으로 인한 중국의 식량 위기 상황은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대미 곡물 수입이 늘어나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축소 및 통상마찰 완화에 도움이 되고, 환금작물로의 재배전환은 중국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중국 곡물자급률의 점진적 저하가 예상된다.

#예측 9(거시 안정성)=당분간 중국 경제는 전반적 투자 과잉과 이의 조정 필요성 및 투자 자금을 대준 은행채권의 부실화 등이 맞물려 호황에서 단기적으로 버블 붕괴, 투자 급감과 디플레이션으로의 반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예측 10(글로벌 불균형)=GDP 대비 6%라는 기록적 수준에 달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이를 아시아 국가들이 대미 무역에서 벌어들인 달러화로 미국 국채를 구입해 메워주는 상황을 상징하는 세계적 불균형은 중국과 미국이 상호의존하고 있는 절묘한 균형 상태를 낳고 있다. 장기적.점진적 조정(달러화의 점진적 가치 하락과 위안화의 점진적 절상, 그리고 미국의 저축 증대와 중국의 소비 증대)이 소프트랜딩 시나리오이지만 이 과정에서 양국은 자기 측 부담을 줄이려고 시도할 것이기에 중장기 중.미 관계는 내면적 상호의존과 표면적 긴장관계의 공존이라는 모습을 띨 것이다.

현 중국 지도부의 목적함수는 체제유지이고, 이를 위한 경제성장과 그 과정에서 갈등 수준의 관리라는 두 개의 하위 목표가 있다. 이 두 하위 목표 중에서 2020년까지는 성장보다는 갈등관리가 더 어려운 과제다. 소득분배는 예측대로 계속 악화할 것이며, 일당 독재체제의 전제 하에서 부정부패는 계속될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농민의 소득 증대와 도시 실업이 최대 난제일 것이다. 더욱이 2008년께 후진타오 이후의 후계자를 선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데, 과거 덩샤오핑과 같은 시니어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현 집단 지도체제가 어떻게 이를 해결할지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다.

이렇게 볼 때 2010년대 후반, 특히 2015년과 2020년 사이가 중국으로서는 첫 번째 위기일 가능성이 있다. 이 시기까지의 딜레마는 농민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도시로 보내는 도시화 대 이를 도시에서 흡수할 수 있느냐 하는 도시실업 문제 사이의 선택이 관건이다. 그 외 미국이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잘 해 주느냐, 글로벌 불균형의 연착륙, 수출과 내수의 균형, 식량 자급률의 적정비율 유지, 국제유가의 적절 수준 유지 등이 관건 변수다.

만약 중국이 2020년까지의 첫 번째 위기를 잘 관리해 넘긴다면 그 이후에는 세 가지 새로운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경제성장과 환경 사이의 모순, 노령화 사회와 도시인구의 복지 문제, 그리고 정치적 독재와 경제 사이의 모순이다. 즉 2020년까지가 성장보다는 위기관리가 중요했다면, 그 이후는 다시 경제성장이 문제가 되는 국면으로 반전된다.

한국의 기업과 정부는 이러한 미래 중국의 시간대별로 다른 전망을 기초로 대중국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 전략이라기보다는 한국의 글로벌 전략이라는 차원 속에서 중국을 보는 시각을 가지고, 시간대를 길게 볼수록 비관적 요소가 많이 도사리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위의 예측을 전제로 할 때 종종 중국 시장의 크기에 대한 기대의 근거가 되는 농촌시장이 실제 확대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고, 그렇다면 대도시의 최상위층을 계속 공략하면서 신흥 중소도시 시장을 누가 먼저 적절한 타이밍으로 선점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향후 열려 가는 시장을 꼽는다면 현재 외국인 지분에 대한 규제가 풀려 나갈 서비스 및 전략적 제조업 부문들일 것이다. 이런 부문에 대한 규제 변화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진입의 시기와 방법을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중국 진입과 비즈니스 모델을 잘 선택해야 한다. 다섯 가지 가능한 모델-독자적으로 자기 기술로 생산과 영업을 다하는 방식, 중국 측과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 중국 측에 기술을 주고 매출에 대한 일정 로열티를 계속 받는 방식, 기술을 현금을 받고 일괄 넘기는 방식, 기술을 주고 대신 지분을 받는 방식-간에 선택을 잘해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자기 기술의 성격과 수준에 달려 있다. 자기 기술이 독보적일수록 독자나 합자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되 모방과 노출이 쉬울수록 되도록 독자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또 자기 기술이 현재는 쓸 만한데 미래는 불확실하다면 적절한 가격을 받고 일괄 넘기거나 이를 대가로 지분이나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

이 근 EAI 경제추격연구센터 소장 · 서울대학교 교수


※이 글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이 작성한 연구 보고서를 요약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