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도 핵무기 가져야 51%

  • 2004-09-30
  • 김태현기자 (중앙일보)
안보의식은...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지는 많지 않은 나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안보 관념은 비교적 피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국익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여러 사안 중 국제 테러주의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61%가 매우 위협적이라고 응답했다. 대규모 테러를 당하지 않은 나라로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경향은 응답자의 75%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믿지만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39%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비교적 추상적인 요인보다 구체적인 요인에 대한 위험성을 낮게 본다는 얘기다.

안보에 대한 인식의 피상성은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에 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체로 매우 평화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응답자의 30%는 다른 나라가 선제공격을 해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응답을 하고 있다. 다른 34%는 상대국이 먼저 선제공격을 한 이후에야 전쟁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면서도 해결 수단에 있어서는 꽤 공격적이다. 75%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했고, 놀랍게도 과반수(51%)가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그 같은 수단을 갖추기 위한 군사비 지출에 대해서는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현재의 국방비 규모에 대해 절반이 약간 넘는 응답자(52%)가 적당하다고 답한 가운데 많다고 응답한 사람(35%)이 적다고 응답한 사람(14%)보다 훨씬 많았다.

흔히 안보는 산소와 같다고 말했다. 있을 땐 모르다가 잃은 다음에야 그 소중함을 안다는 뜻에서다. 국가 안보가 평상시에 추상적인 가치로 느껴지는 데는 통상 안보 관련 정보가 일반에겐 비밀로 부쳐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식을 높이는 데는 관련 정보를 독점한 정부의 리더십과 시민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