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치개혁의 성공조건, 박세일·장훈 공편

  • 2004-01-03
  • 김한수 (조선일보)

눈만 뜨면 ‘정치개혁’이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올해도 이 단어는 무수하게 쏟아질 것이다. 그만큼 흔하게 사용되고, 정치세력별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그 소중한 가치마저도 오염·퇴색된 말이 ‘정치개혁’이다.

 

국내 18명의 헌법학·행정학·정치학자들로 구성된 동아시아연구원(EAI) 내 정치개혁팀의 1년여에 걸친 연구결과를 모은 이 책은 그 소중한 가치를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중간 연구결과가 지난해 하반기 6차례에 걸쳐 조선일보 지면에도 소개된 바 있는 이 책의 결론은 한마디로 ‘권력투쟁에서 정책경쟁으로’라는 부제에서 보듯 정책경쟁을 이끌 수 있는 ‘신정책세력’을 출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선거, 특히 대통령선거가 정책대결은 늘 뒷전이고 ‘이미지’와 지역구도로만 치러지는 상태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정책을 놓고 온갖 싸움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개혁의 목표를 놓고 꽤 구체적인 각론을 제시한다.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가 절반씩 결합된 혼합형 선거제도 전문성을 갖춘 정책세력의 비례대표 의원 충원 정치자금 완전실명제 등이다. 특히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정책개발자금 공영제를 실시하자는 주장은 신선한 발상의 전환으로 보인다.

 

현재도 국고보조금은 법 규정상 20%를 정책개발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대부분 각 정당이 경상비와 인건비에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각 정당의 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회, 의원그룹, 의원 개인이 정책안·입법안을 개발하기 위해 계획서를 선관위에 제출하면, 선관위는 프로젝트별로 정책개발 비용을 대주자는 제안이다. 그러면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보조금도 현재의 20~30%면 충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성격을 보여주는 ‘서장’(장훈)을 시작으로 ‘총론’(박세일) ‘신정책세력을 키우는 선거제도 개혁’(이내영) ‘선거과정의 개혁’(박철희) ‘정당구조 개혁방안’(김용호) ‘정치자금개혁의 원칙과 대안’(임성학) ‘정치개혁과 시민교육’(김용민) ‘한국민주주의의 선택: 이상주의를 경계함’(서병훈) 등 주제별 논문이 일목요연하다.

 

‘정치개혁과 국회개혁: 현장에서의 회고와 전망’(박세일·장훈 엮음, 1만4000원)도 함께 발간됐다. 이 책에는 국회의장, 전임 장·차관, 전·현직 국회의원, 선관위 사무총장, 언론사 논설위원, 미국 의회예산처 예산분석국장 등 오랜 기간 정치권을 관찰해 온 인사들을 초청한 세미나의 논의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