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선거운동 과정을 공영화하자

  • 2003-11-13
  • 박철희 (조선일보)

집회 대신 선관위가 정책 토론회 마련

 

선거과정 개혁의 핵심과제는 정책능력을 가진 후보자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선거운동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이다. 현행 선거운동은 일방적으로 후보 개인을 선전하거나 상대방을 비방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이를 후보자 간 정책 차이를 선명히 하고, 유권자에게 후보자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도록 정책대결형, 쌍방향형 선거운동으로 개혁하자는 것이다.

 

정계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신정책 세력의 등장을 쉽게 하기 위해 ‘선거운동 공영제’를 제안한다. 선거운동 공영제란 선거운동에 든 돈을 사후에 국가가 보전해 주는 소극적인 공영제가 아니라, 선거운동 자체를 공영화하여 국가가 부담하는 정책대결의 장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첫째, 지역구 선거에선 선관위가 후보자 간 ‘정책차별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옥외집회나 합동연설회를 없애고 정책 차이 설명회를 만들어야 한다. 선관위는 지역구별로 타운 홀 미팅 (town hall meeting) 등 소규모 집회를 주 3회 이상 주선하여, 적극적으로 후보자의 정책을 상호 비교하고 검증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후보자 개인의 신상 및 경력, 정책 대강의 소개는 선관위의 책자를 통해 이루어지게 하고 개인연설은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전국 단위로는 각 당의 분야별 전문가인 비례대표 후보가 정책 대결을 벌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관위가 주 1회 이상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를 초청, 공영미디어에서 이슈별, 정책영역별 토론을 하도록 주선하고 공중파를 통해 유권자에게 중계해야 한다. 또한 주1회 정도 분야별 전문가 초청 질의응답 모임도 열어야 한다.

 

셋째, 정치인과 유권자 간 ‘쌍방향형’ 상호작용의 확대를 위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 각종 시민단체가 복수의 후보자를 초청하여 이슈별 정책대결을 벌이게 하는 정책간담회를 가지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질문과 토론을 포괄하는 쌍방향적 상호 검증이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현직 우선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신정책 세력의 원내 진출이 용이하도록 선거운동 기간을 60일로 늘려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현직에게 유리한 의정보고회 등 지구당 활동을 정지시켜 현직과 신인이 동등한 토대 위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박철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