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동아시아 국가들 미·중 세력권 편입

  • 2003-02-18
  • 최원기 (중앙일보)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배경으로 등장한 미국 중심의 21세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본사 후원으로 지난 14∼15일 미 하버드대 웨더헤드 국제문제연구소와 동아시아연구원(원장 김병국 교수)이 하버드대에서 공동주최한 ‘팍스 아메리카나’ 국제학술대회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팍스 아메리카나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팍스 시니카(Pax Sinica)가 공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신의 세력권에 소속된 국가들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면서 동아시아를 양극적 평화체제 구조 속에 관리하고 있다.

 

1990년대 이래 동아시아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과 중국이 긴장 속에 힘의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각기 상이한 영역에서 힘을 확보하고 있다. 전통적인 해양국가인 미국은 해군력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대륙국가인 중국은 육군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21세기 들어 미국과 중국은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곧 로스앤젤레스급 핵 잠수함 3척을 괌에 배치할 계획이고 구형 트라이덴트 잠수함도 토마호크 미사일 1백54기를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으로 개조 중이다. 중국도 고성능 무기와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 투자, 육군력을 증강하고 있다.

 

또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킬로급 잠수함 도입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비교할 때 중국의 해군력은 아직 연안 경비대 수준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각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시니카에 하나둘씩 편입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독자적 노선을 포기하고 미국의 핵우산 아래 1997년 미.일 가이드 라인을 체결했다. 또 싱가포르는 2001년부터 미국에 해군기지를 제공하고 필리핀에도 2002년부터 소규모 미군이 다시 주둔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대륙국가에 소속된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은 75년 베트남전 종식 이후 팍스 시니카 질서에 하나둘씩 편입했다.

 

한반도의 경우 91년 소련 붕괴 이래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전략적 후원자로 남아 있다.

 

또 남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날로 증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남한의 최대 수출시장이며 남한은 중국 시장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한.미 간에는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돼 있지만 남한은 대북 안보를 위해 미국 못지 않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남한은 안보를 위해 중국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서 평화적 협상을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