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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워킹페이퍼]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정치경제질서 시리즈⑦_ 코로나19-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의 거버넌스 논쟁: 국가능력 대 권위주의

  • 2022-02-11
  • 이왕휘

ISBN  979-11-6617-331-8 95300

I. 머리말

 

2019년 말 발생한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대응 방식은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과 치료에 대한 의료는 물론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과 같이 방역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책이 도입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논쟁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중심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피해가 적은 국가가 채택한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2021년 전 세계적 차원에서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 위기대응의 초점이 방역에서 백신 접종 및 치료제 개발로 이동하면서, 논쟁의 초점이 방역에서 회복력으로 이동하였다.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과 같은 통제 수단을 해제하고 위기 이전과 같은 상태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위기대응을 평가하는 기준에 방역과 치료보다 회복력에 영향을 미치는 거버넌스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Stasavage 2020).

 

거버넌스 논쟁에서 가장 많이 비교되는 사례는 미국과 중국이다(Cukierman 2020). 보건의료 제도 수준이 높은 미국은 초기에 위기관리에 실패한 반면, 그렇지 못한 중국은 대규모 확산세를 재빨리 통제하는 데 성공하였다(Burki 2020). 방역에서 미국의 부진과 중국의 선방은 경제적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2020년 미국은 대규모 재정 적자와 초저금리라는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4%로 급락하였다. 중국 경제는 일부 지역의 봉쇄로 인한 타격 속에서도 2.3% 성장하였다(Lin 2020).

 

중국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차이를 정책 결정과 집행의 효율성으로 측정되는 국가능력으로 설명한다. 미국은 중국과 같이 신속한 대규모 동원을 할 수 있는 제도와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상명하달식 정책 결정 방식과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봉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또한 중국과 실시한 권위주의적 방역은 민주주의 국가에 적용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런 배경에서 이 글은 미국과 중국의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한 평가를 비교·분석한다. 코로나 위기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결과를 바탕으로 한 평가가 차후에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비교를 시도하는 이유는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한 평가가 향후 미중 경쟁에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Brands and Gavin 2020; Reich and Dombrowski 2020; O'Rourke and McInnis 2021; Maull 2021; Norrlöf 2020). 거버넌스에 대한 평가는 선험적 표준이나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에, 사후적인 결과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위기 극복에 성공한 국가가 향후 거버넌스 모델의 국제기준 또는 모범규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이 미국보다 더 빨리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국가능력을 강조하는 중국식 거버넌스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식 거버넌스보다 더 효율적인 대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Dunford and Qi 2020; Buckley 2020).

 

이하 논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위기 대응을 다양한 통계와 지표를 통해 다각도로 비교한다. 중국 사례에 대한 논란을 국가능력과 권위주의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중국에서는 국가가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국가능력을, 미국에서는 강압적인 방식의 봉쇄와 전수 조사에 배태되어 있는 권위주의를 각각 부각한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모델 논쟁이 미중 경쟁에 미치는 함의를 정리한다.

 

II. 미국과 중국의 위기대응 거버넌스

 

 

어떤 거버넌스가 위기관리에 효과적이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좋은 또는 바람직한 거버넌스(또는 정부의 질)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선험적인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공적 에토스의 요구, 좋은 정책 결정과 합리적 추론의 미덕, 법치, 효율성, 안정성 및 혜택의 원칙 등과 같은 다양한 개념들의 절충 또는 조합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Agnafors 2013). 또한 공시적으로는 물론 통시적으로도 어떤 특정한 규범이나 기준에 일관되게 부합하는 거버넌스 개념도 없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거버넌스가 보편적인 모델로 간주되고 있지만, 중국은 이와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H. Li 2020).

 

이런 배경에서 위기관리 거버넌스에 대한 대부분의 비교연구는 정치경제(일인당 GDP, 민주주의, 정부 효과, 연방 구조), 사회문화(전통 대 합리/세속 가치, 생존 대 자기표현 가치, 여성 국가수반), 인구지리(금지능력, 메르스 경험, 노령 인구 비율, 최초 확진자 발견일, 위기에 일찍 노출, 인종적 분열, 지니 계수, 비만, 도시화, 인구 밀도, 인구) 및 정책지향(전염병 준비성, 빠른 국제여행 제한, 국내이동 제한/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의 길이와 강도)의 네 가지 범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국가들에서는 국제 및 국내 이동 제한이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사례는 많지 않지만, 여성이 국가수반인 국가가 위기에 비교적 잘 대응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그 이외에 어떤 요소도 국가별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Hendrix 2021).

 

한두 가지 요소로 위기대응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버넌스 연구는 다양한 사례의 비교를 통한 유형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가와 시장(사회)의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자본주의 다양성 연구의 전통에서 얀 네데어빈 피터스는 위기대응 방식을 자유주의, 협조, 국가주도로 구분하였다.

 

[표 1] 다양한 시장경제에서 제도

출처: Nederveen Pieterse (2021, 3)

 

의사결정 방식과 대응 결과를 기준으로 제시한 실라 재서노프는 통제, 합의, 혼동으로 국가를 구분하였다.

 

[표 2] 위기 대응 방식: 세 가지 유형

출처: Jasanoff et al. (2021, 21)

 

이 두 가지 유형화 모두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위기대응이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대만, 한국, 중국, 일본은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하였다(Fukuyama 2020; Kennedy 2020; Cha 2020b; Lee 2021). 이 국가들은 국가주도로 산업화를 추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대응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었다(Acemoglu 2020; Rajan 2020; Mazzucato and Quaggiotto 2020).

 

국가능력과 확진자, 사망률, 치사율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특히 확진자와 사망률은 국가능력이 높은 한국과 일본에서 낮았다. 반면 국가능력이 치사율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국가능력이 낮은 나라에서 치사율이 예외적으로 높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림 1] 국가능력과 코로나 19의 보건 영향

출처: Gisselquist and Vaccaro (2021, 12)

 

위기관리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논쟁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11월 전후에 호북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위기가 발생하였지만, 중국은 강력한 지역 봉쇄를 통해 2020년 3월 위기의 전국적 확산을 막는 데 성공하였다. 중국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식 위기관리 체제가 방역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중국 관영언론에서는 시민의 자율적 협조에 기반을 둔 서구적 방식보다 국가가 직접적 개입하는 중국적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확신시켰다. 반면, 미국에서 방역과 치료에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혼란이 증폭되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미국이 중국에 열등하다는 자성이 등장하였다(Tellis 2020; Schaus and Freier 2020).

 

대규모 전염병 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방역과 보건 제도를 보면, 미국이 중국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건 지수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보다 낮은 항목은 없다. 보편적 의료서비스 보장 지수에서 미국은 86점, 중국은 79점이다. 전염병 관리에 중요한 최소한 기본 위생에서 미국은 100점, 중국은 85점으로 격차가 크다.

 

[표 3] 보건 지수

출처: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9: 108-112)

 

코로나 19와 같이 전 세계적 차원의 전염병 방역에 대한 글로벌 보건안전 (GHS) 지수 (Ranking)에서 미국과 중국의 차이는 훨씬 더 컸다. 미국은 세계 1위인 반면, 중국은 51위였다. 미국은 위험 환경을 제외한 전 항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중국은 30~60위권이었다. 특히 국제규범 준수에서 중국은 세계 최하위권인 141위였다.

 

[표 4] 글로벌 보건안전 (GHS) 지수 (순위)

출처: Nuclear Threat Initiative and Johns Hopkins Center for Health Security (2019: 20-29)

 

이러한 차이는 2004년 사스(SARS) 위기의 결과에 부합한다. 중국에서 확진자 5,327명 및 사망자 349명으로 세계 최대 피해가 발생하였다. 반면, 미국에서는 확진자만 27명 발생하였다. 중국과 근접하고 교류가 많은 홍콩, 대만, 싱가포르도 큰 피해를 보았다.

 

[표 5] 사스 위기

출처: World Health Organization (2004)

 

현재까지 방역 성과를 비교해보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더 적은 피해를 입은 것은 확실하다. 그림 2과 3의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및 사망자 수 변화 추세를 보면, 중국의 문제 제기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그림 4]가 보여주듯이, 미국은 백신 개발과 접종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백신 보급률이 급상승했던 기간에 미국이 중국을 앞섰지만, 미국의 우위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나마 미국에서는 접종률이 50%대를 넘어선 후 정체되어 집단면역에 필요한 70% 수준으로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저항이 강력하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추월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2] 인구 100만 명당 누적 확진자 수

출처: Our World in Data (OurWorldInData.org/coronavirus)

 

[그림 3] 인구 100만 명당 누적 사망자 수

출처: Our World in Data (OurWorldInData.org/coronavirus)

 

[그림 4] 백신 접종률(%)

출처: Our World in Data (OurWorldInData.org/coronavirus)

 

앞으로 어떻게 위기에서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방역뿐만 아니라 위기 이후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회복력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0년 11월부터 블룸버그가 발표한 「코로나 19 회복력 지수」는 위기 지표(1개월 십만 명당 확진자 수, 1개월, 사망률, 확진율, 백신 접근성, 인구 백 명당 백신 접종), 재개 지표(백신 접종률, 봉쇄 강도, 항공 능력, 접종 후 여행 경로), 삶의 질(공동체 이동성, 2021년 GDP 성장률 예상, 보편적 건강보험 보급률, 인간개발 지수)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개월 동안 순위 변동을 검토해 보면, 조사 대상인 53개국 중 대만, 뉴질랜드, 호주, 한국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베트남과 일본은 2021년 5월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후 초기에 높은 순위가 급락하였다.

 

[표 6] 블룸버그 코로나 19 회복력 지수 순위 (2020년 11월 – 2021년 8월)

출처: https://www.bloomberg.com/graphics/covid-resilience-ranking/

 

미국과 중국에 대한 평가는 여러 번 반전되었다. 2019년 11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발생한 위기가 확산되었던 2020년 4월까지 중국은 실패 사례로 간주되었다. 2020년 4월 이후 미국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더 큰 실패 사례로 전락하였다. 「코로나 19 회복력 지수」에는 이런 추세가 반영 되어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중국보다 높은 순위에 있었던 2021년 6월과 7월 평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인구 대비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비교할 수 없이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보다 높은 순위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Foreign Ministry 2021).

 

III. 중국의 성공 요인: 국가능력 대 권위주의

 

1. 국가능력

 

중국 관영언론은 확산세가 꺾인 2020년 3월부터 중국의 국가능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Jacques 2020). 이 주장의 핵심은 중국에서는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구 정치체제는 대규모로 동원하고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Song 2020). 서구 정부의 동원 능력은 자유를 중시하는 개인주의, 중앙-지방의 비협조적 관계, 시민사회의 반발 등에 제한되었다. 중국에서는 대규모 확산이 발생한 후베이성에 2020년 3월 1일 기준으로 총 344개 팀의 의료인력 42,000명이 파견되었다. 또한, 중국에서는 시민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여 일부 서구 국가와 달리 봉쇄 반대 시위와 마스크 착용 거부가 발생하지 않았다(Ding 2020). 중국이 취한 봉쇄 정책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치체제와 방역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논리로 반박하였다. 즉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가 방역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한, 민주주의든 권위주의든 어떤 조치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Shi 2020).

 

2020년 6월 이후 중국의 선방과 미국의 실패가 확연해지자 중국이 미국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점점 더 증가하였다. 정부가 시민이 방역지침을 유도하는 동원능력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월등했다(Beeson 2020). 물론 중국의 성공은 자발적 협력뿐만 아니라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이라는 강제적 압력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시민이 자발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집단행동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어 위기가 더 심화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에 대한 평가는 정부의 개입 그 자체가 아니라 정부의 개입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는가라는 문제에 달려 있다. “빠른 전파와 같은 위험한 역 외부효과에 직면해 있을 때는 민주주의의 국가의 개명된 지도자도 일시적으로 제한을 부과하는 것을 고려해볼 것이다”(Cukierman 2020).

 

국가능력의 강조는 중국식 거버넌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임성, 투명성, 법치 등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 서구와 달리, 중국에서는 효율성이 거버넌스 논쟁의 핵심에 있다. 이러한 차이는 공산당 체제 내에서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는 특수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의 효율성 증대는 체제의 정당성 강화로 연결된다(Q, Li 2020).

 

이러한 주장은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2020년 6월 발간한『코로나 19에 맞서는 중국의 행동(抗击新冠肺炎疫情的中国行动)』 백서에 반영되었다. 중국이 위기를 조기에 통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예방, 통제, 치료를 잘 협조하는데 성공하였다. 여기에는 집권화된 의사결정 체제, 사회 모든 분야를 망라한 예방 및 통제 체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전면적 노력, 투명한 정보 공개, 및 과학기술 활용이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는 동원능력이다. 인명을 중시하기 위해 사회와 개인이 국가의 동원체제에 유기적으로 결합을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국제적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중국의 경험으로 공유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2020).

 

중국의 방역 성공이 정치적 현능주의(贤能主义; meritocracy)와 정책 통합의 결과라는 설명도 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해서 권위주의 또는 전체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공산당과 국무원의 유기적 협력 구조가 정책 결정과 집행의 신속성과 일관성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였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인 시진핑과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이자 국무원 총리인 리커창은 당정 협력을 주도하였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협조는 2020년 1월 20일 우한전염병예방통제본부가 만들어지면서 원활해지기 시작하였다. 25일 총리가 주재하는 중앙전염병통제영도소조(中央疫情防控领导小组)가 설립되어 국가전염병예방통제기구(国家疫情联防联控机制)를 지휘하였다. 중앙정부가 설립한 이 기구들은 확진자를 치료하기 위한 대규모 임시병원 건설과 봉쇄기간 중 우한과 후베이성에 생필품 공급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중국에서 자원·인력 동원의 속도와 규모는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림 5] 중국의 위기관리 거버넌스

출처: Wang (2021, 434)

 

2021년 8월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学重阳金融研究院), 타이허연구소(太和智库), 하이궈투즈연구원(海国图智研究院)은 『미국이 1위? 미국 방역의 진상(“美国第一”?!美国抗疫真相)』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미국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을 과시하였다. 이 보고서의 즉각적인 목표는 2021년 6월 「코로나 19 회복력 지수」가 미국을 1위로 선정한 사실에 대한 반박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은 세계 최악의 방역 실패국(failed state)으로 정치적 책임 전가, 코로나19 확산, 정치 분열, 통화 남발, 방역 기간 혼란, 거짓 정보, 기원 조사 테러리즘 등의 8개 분야에서 1위라고 맹비난하였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국은 ‘반-전염병, 저항, 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Chongyang Institute for Financial Studies 2021, 14).

 

미국의 위기 관리 실패의 원인으로 이 보고서는 미국의 체제 문제를 거론하였다. 위기대응을 위해서는 국가 전체가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미국식 연방제에서는 각 주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상충되는 정책을 도입하였다. 또한 행정부와 의회가 대립하면서 정책결정이 지체되었다. 정책도 환자의 치료보다는 주식시장의 구제에 맞춰졌다. 이런 문제들은 빈부격차, 인종 갈등, 사회 불안을 악화시켰다. 미국은 미국우선주의를 고집함으로써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포기하였다. 해외여행을 통제하지 않아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데 기여하였으며, 백신 민족주의를 추구하여 국제협력을 저해하였다.

 

이 보고서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武汉病毒研究所)에서 바이러스가 발원했다는 주장도 반박하였다. 중국은 코로나 19 전염병과 유사한 독감이 2019년 미국에서 유행했으며, 코로나 확진자가 이르면 2019년 12월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미시시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주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여부의 확인을 위해 중국은 2019년 7월 폐쇄되기 전까지 생화학 무기를 연구했던 육군전염병의학연구소(USAMRID)와 텍사스대학 실험실에 대한 사찰을 요구하였다(Chongyang Institute for Financial Studies 2021, 20-22).

 

2. 권위주의

 

미국에서는 중국의 방역 성공을 국가능력보다는 권위주의로 설명하고 있다. 정책결정이 공산당과 정부가 주도하였으며 그 방식도 하의상달보다 상명하달이라서, 위기대응에 민간의 자발적 협조와 지역의 특수한 사정이 제대로 고려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중국식 위기관리 거버넌스는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한 중국의 권위주의적 위기관리 거버넌스가 다른 국가에 참고할 수 있는 국제기준이나 모범규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Wright 2020; Huang 2021).

 

권위주의의 한계는 위기 발생 초기부터 인지되었다. 사스 위기 이후 개선된 전국 방역체계가 이번 위기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중앙-지방 관계에 배태된 파편화된 권위주의의 관료주의적 관성이다. 우한에서 코로나 19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중앙정부에서 인지하기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시-성-중앙 행정체계가 보고를 지연시킨 것이다. 중앙에서 사실을 인지한 후 우한에 파견되었던 사찰관도 그 심각성을 파악하는 데 1주가 걸렸다. 처벌을 두려워하는 관리들의 은폐 시도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당시 양회에 참석하고 있던 공산당 간부와 지방정부 관리들은 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관료주의적 관성은 민주주의도 존재한다. 공론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에서 사실의 은폐는 아주 일시적으로만 가능하다. 반면, 언론이 통제되어 있는 권위주의에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사실이 감춰질 수 있다(Swaine 2020a; 조영남 2021).

 

권위주의는 중국식 위기관리의 전파 가능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von Carnap et al. 2020; Swaine 2020b). 첫 번째 문제는 위기의 발원지라는 비판이다. 이 비판은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기원했던 간에 중국이 초동 대처를 잘했다면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중국 통계의 신뢰도에 있다. 중국이 위기 발생 이후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초동 대응 문제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중국의 자체 평가에 대한 시기와 방식이다. 중국은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었던 2020년 6월 위기를 극복했다는 백서를 발간하였다. 이 백서는 위기의 원인, 대응 및 결과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중단시켰다. 적어도 중국 내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 이외의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산 백신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개발한 시노백과 시노팜 백신 중 시노팜 백신만이 세계보건기구(WHO)으로부터 2021년 5월 7일 긴급 사용 허가를 승인받았다(Scissors et al. 2021).

 

중국의 권위주의는 국제공조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의 반대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을 못하고 있다. 양안 관계가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대만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란 이름을 가진 옵서버 자격으로 세계보건총회(WHA)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 비판적인 민진당 정권이 등장한 이후 중국은 대만의 참가를 계속 거부하였다. 올해에는 G7까지 대만의 참석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지만, 지난달 열린 74차 WHA에서 대만에 배정된 자리는 없었다. 따라서 대만은 방역을 위한 국제공조에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Lu and Chung 2020).

 

3. 민주주의와 국가능력의 결합 가능성: 한국과 대만 사례

 

중국과 달리 한국과 대만은 민주적 방식으로 정부가 방역을 선도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 두 국가에서는 정부가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억압하는 봉쇄보다는 시민과 시장의 자발적 협조를 유도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방역에 성공하였다. 민주주의와 국가능력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이 두 국가는 중국의 권위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간주되고 있다(국회입법조사처서2020; Ahn 2020; Cha 2020a; Klingner 2020; Wong 2020; Rowen 2020; Yen 2021).

 

한국과 대만의 국가주도 위기관리에 대해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확진자를 추적하고 격리하는 과정에서 개인 신상 정보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암호화했으며 일정 기간 후 자동 삭제된다고 하지만 개인 신상 정보를 정부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공지하는 것은 사생활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집단 감염이 발생한 특정 종교, 사회 집단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편견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Lee 2021).

 

또한 2021년 중반 한국과 대만은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국의 경우 3차 유형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증가하였다. 대만 역시 2021년 초 200일 이상 확진자가 등장하지 않았던 대만에서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집단 감염이 5월 초 발생한 이후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5월 22일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723명까지 급증하였으며, 6월 4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그 결과 한국과 대만에 대한 국제적 평판은 상당히 떨어졌다. 「코로나 19 회복력 지수」에서 대만의 순위가 5월 5위에서 15위로 무려 10계단 하락하였다.

 

낮은 백신 확보율은 대만 정부의 판단 착오와 중국의 방해 공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만에서는 백신을 빨리 접종해야 할 시급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차이잉원 정부는 백신 확보를 위한 국제 경쟁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보다는 자체 백신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중국의 훼방도 대만의 백신 확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에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는 백신을 대만에 직접 판매하지 않고 중국·홍콩·마카오 판권을 가진 중국 제약사 푸싱(復星)의약을 통해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이 배후에서 대만의 백신 구매를 막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였다(Chi 2021).

 

IV. 맺음말

 

코로나 19 전염병 발생 직후 국가주도 위기대응을 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방역에 비교적 성공하였다. 특히 보건의료체제에서 열등한 중국이 강력한 통제를 통해 확진율, 사망률, 백신 접종률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가장 우수한 의료 기술과 방역 제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던 미국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세계 최대였다. 이런 점에서 위기관리에서 국가능력의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국가능력이 위기관리에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차원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첫째, 「코로나 19 회복력 지수」순위가 몇 달 동안 급등락을 반복했다는 사실은 방역의 성과를 단기간에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집단면역 달성을 통한 전염병 통제는 적어도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어느 특정 시점에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단기간에 이뤄진 성과에 도취하게 되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문제를 소홀히 취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가-사회-개인 관계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왜 어떻게 동아시아에서 방역의 주체와 책임이 개인이나 사회가 아니라 국가에게 부과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인 분석이 없다. 국가주도 산업화를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국가 유산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이 있다. 또한, 사스와 메르스의 피해를 받은 후 전염병 방역 체계를 개선했다는 점도 중요한 유사성이라고 할 수 있다(World Health Organization 2017). 그러나 중국과 나머지 국가들은 정치경제체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개인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서 전혀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유사점과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비교해야만 동아시아에서 국가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가능력이 왜 어떻게 위기관리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정책이다. 국가주도의 방역에 내재된 권위주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향후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시장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국가능력의 권위주의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코로나 19 위기 이후 국가능력에 대한 논란은 거버넌스 논쟁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유행한 신자유주의는 국가보다는 시장을 중시하였다. 이 이념에 따르면, 최선의 거버넌스 큰 시장, 작은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위기 이후 동아시아 국가 사례는 큰 국가, 작은 시장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반론에 새로운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 위기의 결과에 따라 신자유주의 거버넌스가 재평가될 것이다(Stiglitz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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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왕휘_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국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미중 경제관게 및 기업·국가 관계이다. 저서로는 《바이든 시기 중국의 다자외교 전망》(2021)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South Korea, Taiwan, Hong Kong, Singapore and Covid-19〉 (2021),〈중국의 신세계전략: 중국경제의 부상과 일대일로전략〉(2021), 〈코로나19 위기 이후 미중 관계의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2021)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윤하은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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