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P 연구보고서] 중국 국방비 증가의 현황과 함의
ISBN 979-11-87558-81-1 95340
초록
미중 군사 경쟁 문제 분석에서 중국의 군비 지출 추이는 초미의 관심사다. 주변국 및 경쟁국들의 우려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중국은 인구와 영토, 경제력에 비해 국방비 지출이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으며 가용한 자료와 정보를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자료와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도이다. 국방비의 구체적인 세부항목별 지출 및 변동 현황, 각 군별 지출비율 변화 등 실제로 중국의 군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방비 지출 추이에 관해서는 외부에서 관찰하고 검증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데이터가 여전히 태부족인 실정에서 총액과 대략적인 항목만으로 국방비 지출의 효과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무엇보다 공개된 국방비 자료에서 무기연구개발 비용 및 해외 첨단 무기 도입 비용 등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은 우려할 만한 문제다. 위협요소(경쟁국), 정책의지(국내정치와 지도부), 부담능력(경제력)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고려하면 중국이 당장 국방비를 급격히 증액하거나 변화를 줄 가능성은 적지만 이러한 지출 내역의 불투명성과 낮은 신뢰도로 인해 오히려 안보 딜레마가 가중되고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더더욱 실제 무기 획득 및 군사력 강화를 위한 지출 세목 공개를 꺼리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국 국방비의 절대액은 분명 증가하고 있지만 장기적 추이를 볼 때 증가율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4년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15.1%이다. 이를 각 정부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장쩌민 집권 시기(1990-2002)는 연평균 15.95%이고, 후진타오 집권 시기(2003-2012)에는 14.66%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시진핑 집권 이후(2013-2017)에는 9.52%이다. 중국 국방비 증가율은 중국 부상과정에서 오히려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국방비 증가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시진핑 정부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국방비는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경제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관리되고 있다. 우선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4년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15.1%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5.5%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 국방예산 증가율은 9.6%였다. 이는 국방예산 증가율이 같은 기간 연평균 실질 경제성장률 9.9%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4년의 경우를 보면 당시 국방비는 12.2% 증가했지만 그 해 물가상승률이 3.5%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 국방비 증가율은 8.4%였다. 이는 당시 국민총생산(GDP) 증가율 7.5%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은 실제로 국방예산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연동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국방비 관련 자료의 투명성이 이전에 비해 제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방비의 사용 내역에 대해서 여전히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 예산의 항목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항목이 빠져 있어 국방비의 투명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1998년 국방백서 출간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중국의 국방비 지출 내역을 대략적으로 병력, 훈련, 장비 세 영역으로 분류하여 발표 했다. 중국정부는 2008년 백서까지는 국방비 영역을 별도로 구성하여 지출 내역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일본,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의 국방비와 비교하는 내용도 포함하여 중국의 국방비가 결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중국의 국방비가 이들 국가를 능가하면서부터는 이러한 비교 자료를 더 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 국방비 사용 내역은 인건비(34%), 운영유지비(34%), 전력투자비(32%)로 구성되어 있다는 매우 개략적인 내용이 전부이다. 그마저도 2013년 이후부터는 국방백서가 특정 주제 형식으로 변화하면서 국방비 관련 영역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정부의 방어적 해명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중국이 의도적으로 국방 예산에서 군사력 증강에 소요되는 지출을 축소하거나 감추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군현대화에 핵심적인 요소인 과학기술 연구개발비가 국방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진핑 정부에서 ‘군민 융합발전(军民融合)’ 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15). 이는 공식적으로는 첨단 국방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민간영역 기술 발전과의 접목을 적극 모색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군민 융합발전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국방비에서 포착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국방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증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들은 중국 국방비에 연구개발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국방비에 연구개발비를 추산하여 발표하고 있다."
"국방비 지출내역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쟁점은 시진핑 정부 들어서 해공군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군 예산 배분이 군별로 어떠한 변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중국 군 전투력 증강 현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 해양강국을 지향하고 있고 군 구조 개혁과정에서도 해공군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정책의지라는 측면에서는 시진핑 정부가 경제발전과 군사력 증강, 즉 이른바 ‘강국몽(强國夢)’ 실현을 위해 ‘강군몽(强軍夢)’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둘 것인가 하는 정책선택의 문제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는 다른 강대국에 비해 여전히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책결정자의 정책의지가 반영될 여지가 여전히 적지 않게 남겨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중국이 경제 성장률이 계속 하락할 경우에도 국방비 지출을 확대해 갈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선 중국이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위하여 국방비를 증가해 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향후 국방비 증액을 제약하는 현실적인 경제사회적 요인이 적지 않다. 경제성장률 저하, 경제구조조정의 부정적 결과, 인구 노령화, 복지지출 수요의 증가 등으로 인해 국방비 지출의 감소와 국방산업의 쇠퇴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신성호 2012, 8-10). 중국이 이미 뉴노멀(new normal; 新常態)이라는 중속 성장시대에 진입하고 있고. 특히 현재 중국의 국운이 걸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속성장기에서와 같은 두 자릿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실제 중국은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7%대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직면한 국내적 과제와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에 대한 해공군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과 무리한 군사력 경쟁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중국은 분명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해 ‘강한 군대 건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강군몽은 장기적인 맥락에서 경제발전 우선 전략하에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필요하게 확장시키지 않기 위해 상황을 관리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중국은 강국화의 정책의지는 분명하지만 부상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주변 정세에 대한 판단과 전략적 접근은 중국의 공격적인 국방비 증액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저자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한중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집행위원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 대외관계 및 중국 소수민족, 중국의 민족주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시진핑체제 외교정책의 변화와 지속성,” “China’s policy and influence on the North Korea nuclear issue: denuclearization and/or stabil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중국 미래를 말하다》(편저),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