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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미중 경쟁 관계와 북한

  • 2017-04-11
  • 황지환

ISBN  979-11-87558-48-4 95340

초록

 

북한의 대외관계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경쟁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제2차 대전 이후 냉전초기에는 미국과 소련의 경쟁관계에 큰 영향을 받아 왔다. 냉전이 종식되고 1990년대 초반 이후 미국의 단극(unipolar) 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하자, 북한 지도자들은 한반도 주변의 세력구도 변화가 북한에게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의 급격한 경제적, 군사적 부상으로 미국의 단극 질서가 미중간의 세력경쟁구도로 변화하자 동북아에서 북한의 안보환경도 새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원하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관계의 변화는 북한의 대외정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은 미중 경쟁관계의 구도가 북한의 대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분석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의 대외정책은 상당히 복잡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미중 경쟁시대에 북한의 대외정책이 냉전시대 미소 경쟁구도 하에서 추구했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핵무기 실험을 감행한 이후 공세적인 정책을 펼쳐 왔는데, 이는 북한이 인식하는 한반도 주변 대외환경이 냉전종식 직후의 미국 중심 단극질서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중 경쟁구도에서 북한의 대외정책은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이 글은 2010년대 들어 진행된 북한의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과정을 통해 북한의 대외정책을 살펴본다.

 

 

 

 

본문 중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언급되었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중국이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를 일부 이행하였지만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북원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원유와 식량 원조를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2013년 중순에도 중국이 대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시 중국은 북한문제의 연착륙(soft landing)을 바라고 있었으며, 북중관계의 안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고 평가된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비롯되는 불안정 요인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대외전략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경계하였다.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북한의 대중정책에는 중국에 연루(entrapment)되지 않고 버림(abandonment)받지 않으려는 동맹의 딜레마(alliance dilemma)가 일정부분 작동하고 있었다(Snyder 1984). 중국은 북한 때문에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반면,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에 압도당하지도 버림받지도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중 경쟁구도를 활용하여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기회로 이용하려 했다. 북한 역시 미중 경쟁관계를 활용하여 대중정책과 남북관계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이용하면서도 일정한 견제장치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결국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 2321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미일의 독자제재를 반대하고 있으며, 북핵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북한 및 관련 각 측이 냉정하고 자제하는 자세로 긴장 국면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추가적 행동도 하지 않기를 촉구하고,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준수 및 이행하여 대화 복원 및 재개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현재 한반도 정세를 관리․통제할 것을 촉구”하였다. 중국 언론들 역시 북한의 핵실험은 비난하면서도, 북핵문제가 북한과 한미 사이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북핵문제보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더 비난해 왔다. 이는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수용할 수는 없지만 평화협상 요구는 받아들인 것으로 중국의 전략이 비핵화-평화협상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성격 변화를 외부에서 강제하는 것이 단기간 내에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일 것 같지만, 실제로 외부적 강제는 외부 환경에서도 큰 반발을 가져오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히 미중관계가 경쟁구도로 지속될 경우 이러한 정책은 실제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북한의 내부 변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시장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시장화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에 더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북한의 대외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화 노력도 필요하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현 상황을 관리하면서 장기적으로 변화의 체제 성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미중경쟁 구도하에서 북한의 변화를 꾀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저자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주립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북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국제관계 및 안보문제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and the North Korean Nuclear Crisis,” “Offensive Realism, Weaker States, and Windows of Opportunity: The Soviet Union and North Korea in Comparative Perspective,” “The Second Nuclear Crisis and U.S. Foreign Policy,” and “Rethinking the East Asian Balance of Power,” 그리고 “전망이론을 통해 본 북한의 핵정책”(200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