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무원칙을 실용으로 포장 땐 외교 레버리지 지킬수 없어"

  • 2025-05-24
  • 중앙SUNDAY (유성운 기자)

[대선 D -10] 신정부 외교정책 대토론회, 주요 대선주자 참모 만나보니

미국발 관세 전쟁, 미·중 경쟁 심화, 대만 해협 위기, 북핵 고도화. 내달 출범할 새 정부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첩첩산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SUNDAY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손열) 주최로 23일 열린 ‘신정부 외교정책 대토론회’에서는 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러한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의견을 나눴다. 이날 참석자 중 양당의 외교 브레인으로 꼽히는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건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새 정부가 맞이할 주요 외교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건 국민의힘 의원

Q : 민주당에선 가치 아닌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고 한다.
A : “과거에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말을 했다. 차이를 인정하되,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도 가입하고 시장경제가 안착하면 자유민주적인 질서를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꿈’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이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맺지만, 서로 다르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셰셰론’을 ‘실용’처럼 포장하는데 무원칙과 실용은 다르다. 실용은 원칙을 실현해가는 방법론에서 유연함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시장경제고,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다. 이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외교를 풀어나가야 한다. 무원칙을 실용이라고 내세우면 국제사회에선 돈과 이익만 따라가는 이기주의나 기회주의로 본다.”
 
Q : 윤 정부에서 대중 관계가 악화했다는 지적이 있다.
A :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원칙을 명확히 하니까 처음엔 중국도 반응이 좋지 않았다. APEC 정상회의에서 미·일 정상은 만나면서 우리는 패스하는 등 ‘길들이기’를 했다. 하지만, 우리가 물러서지 않으니까 결국 중국이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리창 국무원 총리가 한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올해는 시진핑이 방한하기로 했다. 민주당 말대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입장을 바꾸면 ‘레버리지’를 잃게 된다. 한·미 동맹을 튼튼히 해야 중국도 우리를 존중한다.”
 
Q :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 일부가 대만 유사시 불개입 결의안을 발의했다.
A :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게 우리의 국익이다. ‘셰셰’가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는 결단코 반대한다’는 것이다. 불개입에 반대하니까, ‘군사 개입하자는 거냐’며 공격한다. 그런데, 외교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미리 공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상대를 자극해 나쁜 상황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양국이 모험을 하지 않도록 적당히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Q : 일각에선 ‘명청 교체기’와 같다고 한다. 중국을 부상하는 청, 미국을 쇠퇴하는 명나라로 본다.
A : “현실과 맞지 않는다. 최근 ‘포린 어페어즈’에서 나온 기사 중 하나가 미국이 쇠퇴한다는 데, 실제로는 계속 성장했다는 내용이다. 20년 전엔 미국과 일본의 1인당 GDP가 비슷했다. 지금은 2배 가까이 벌어졌다. 미국과 유럽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AI를 비롯해 첨단 산업을 이끌어가는 건 여전히 미국이다.”
 
Q : 관세 압박이나 주한미군 조정 등 양국 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A : “과거에도 닉슨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추진 등 한·미 동맹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더 발전해왔다. 단순한 군사 동맹으로 시작해 이제는 경제 동맹, 과학기술 동맹으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맹으로 바꿔나갔다. 트럼프 2기는 분명히 새로운 도전이다. 제조업 동맹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본사는 한국에 두되, 생산기지를 미국에 두는 것처럼 미국이 바라는 제조업 살리기에 도움을 주면서, ‘퍼주기’ 아닌 ‘윈윈’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Q : 관세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머무른 결과다. 1기 정부 때 대중 관세 압박이 성공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후 서플라이 체인은 보다 국제화됐다. 미국에서 자동차 1대를 만들려고 해도 부품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몇 번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관세를 매겨버리면 서플라이 체인에 엮인 나라를 비롯해 미국 제조업도 같이 죽는 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의 변화를 간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초기에 기세등등하게 나왔다가 지금은 ‘타결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기다리면 해결된다’는 식의 민주당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당장 7월 8일이라는 데드라인이 있지 않나. 협상에 실패해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우리 업계에 큰 피해가 온다. 경제 규모가 중국 정도라면 버티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새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달려들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