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국민 담화는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는 것으로 시작해 정부와 군을 믿고 힘을 모아달라는 호소로 끝났다.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이며 "지금은 백 마디 말 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는 대통령의 인식과 당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국회차원의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해놓고도 여야 정치권이 볼썽사나운 책임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민간인까지 공격한 반인륜적 범죄에 공분하고 애국심과 의연함을 보여주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자세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이 정부와 군을 믿음직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이번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대응과정에 국민 여러분의 실망이 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러한 국민의 실망은 일부 여론조사에도 표출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일 전국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24.7%에 불과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72%나 됐다. 또한 정부의 잘못으로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36.5%)와 `북한에 대한 미온적 대응(23.8%)이 많이 지적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정부와 군 당국은 국민의 실망이 회복할 수 없는 불신으로 이어져 국론분열의 화근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부와 군이 흔들림없이 제자리를 지킨 국민들에게 행동과 실천으로 확고한 믿음을 심어줘야 할 때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확실히 하겠다"며 강군(强軍) 육성, 서해 5도에 대한 철동 방위태세 구축, 강력한 국방개혁 추진 등을 제시했지만 역시 급선무는 현재진행형인 북한의 추가도발 위협에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지난 번 천안함 담화에서도 우리 군의 잘못을 인정하고 북한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면서 적극적 억제 원칙을 기조로 하는 안보태세 확립을 약속했지만 즉각적인 자위권 발동 등 실효적인 조치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 6일만에 발표된 대국민 담화에 국민의 안보 불안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이 포함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아 두차례의 실패로부터 값진 교훈을 얻었다는 자세로 심기일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들이 똘똘뭉쳐 유비무환, 임전무퇴의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는 올해에 발생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은 한반도가 여전히 `휴전중'이며 이념과 노선을 떠나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무엇이 돼야 하는가를 새삼 일깨워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