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 기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인공위성 개발 분야에서는 성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합니다. 저자는 북한이 주요 우주 강국과 교류가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기술 협력 차원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북한이 독자적인 우주 개발로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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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이른바 ‘우주개발’, 특히 ‘우주군사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군사정찰위성 설계를 완성”했다며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해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2022년 3월 9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하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는 2022년 3월 10일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며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다목적 위성을 발사할 수 있도록 위성발사장을 확장·현대화해야 한다고도 지시했다.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은 2022년 12월 1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 시험’을 진행한 뒤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4월 18일 딸을 대동한 채 국가우주개발국을 다시 현지 지도하며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러한 최근 동향을 감안해 이 글에서는 북한의 우주개발을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북한의 우주개발 목표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이 인공위성을 처음 발사한 시기는 1998년 8월 31일이다. 북한은 당시 ‘광명성-1호’라는 인공위성을 탑재한 ‘백두산-1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북한 외부에서는 ‘백두산-1호’ 장거리 로켓을 ‘대포동-1호’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포함해 북한은 2016년 2월까지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총 6차례에 걸쳐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렸다. 그렇지만 북한이 발사한 대부분의 장거리 로켓을 한국과 미국 등 북한 외부에서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로 평가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 이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가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때문에 북한 외부에서는 대체로 북한이 ‘우주군사화’에 초점을 맞춰 우주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북한이 우주개발을 통해 추구하는 기본목표 중에서 군사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북한이 우주를 개발하는 기본목표에는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주개발에 필요한 과학기술이 갖는 이중용도(dual-use)적 특성, 즉 경제적 측면과 군사적 측면에서 모두 이용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성격에 기인한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 추진하는 우주개발의 기본목표는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특히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우주개발의 기본적인 목표는 2023년 4월 18일 딸과 함께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주개발이 경제와 안보 모든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우주분야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경제 발전을 위해 기상관측위성,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 등을, 안보를 위해 군사정찰위성 등을 독자적으로 보유·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다양한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도달시키는데 필요한 운반 로켓과 이를 발사할 수 있는 발사장도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의 우주개발 현실과 우주군사화 가능성
북한 외부에서 군사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서 북한의 우주개발 목표를 평가하는 이유는 북한이 우주개발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보여온 행동, 즉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우주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 기술적 역량이 필요한데, 발사체와 인공위성 관련 과학 기술적 역량이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북한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과 기술적 측면에서 대동소이한 발사체 부문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인공위성 부문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인공위성 부문에서 북한이 그동안 거둔 성과를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이 지금까지 시도한 6차례의 인공위성 발사 중에서 4차례는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궤도 진입에 나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2기의 인공위성 역시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이 2022년 2월 27일과 동년 3월 5일 함께 실시했다고 밝힌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에서는 군사정찰위성에 탑재될 촬영장치 등이 시험된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이 시험 직후 공개한 사진 등을 봤을 때 군사정찰위성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발사체와 관련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실패한 4기의 발사체 중에서 2기는 발사된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공중에서 폭발했고, 2기는 3단 분리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이는 모두 2012년 12월 이전의 일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은하-3호 2호기 로켓 발사에, 2016년 2월 7일에는 광명성 로켓 발사에 각각 성공했다. 급기야 김정은 정권은 2013~2017년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국가전략노선으로 추진하고, 2019년 2월 이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노선을 다시 추진하며 광명성 로켓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여러 종류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서 성과를 거뒀다.
북한은 지금까지 주요한 우주개발 선진국과 교류·협력을 거의 하지 않아 왔다. 우주개발 관련 과학기술의 민감성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북한이 주요한 우주개발 선진국과 교류·협력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지금까지처럼 향후에도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한다면 인공위성 부문에서 단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요한 우주개발 선진국은 군사정찰위성 운용을 넘어 인공위성 무기화 및 우주선(spacecraft)을 이용한 공격 등 이른바 ‘우주전(space warfare)’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의 우주군사화가 단기간 내에 실현되거나 주요한 우주개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본 논평은 "North Korea's Space Development: The Gap Between Ideal and Reality"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 장철운_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양대 원자력공학과에서 2004년 학사학위를,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2006년 ‘남북한 핵정책 비교 연구’로 석사학위를,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2014년 ‘남북한 미사일 경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 문제이며, 통일부와 연합뉴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등에서 근무했다.
■ 담당 및 편집;박정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205)| jhpark@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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