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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국 연대와 디리스킹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를 활용하였다고 평가합니다. 즉 경제 및 비전통 안보 분야의 협력을 한일중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한미일이 반중 연대로 작동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중 협력을 활용하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첨단기술 및 무역 통제를 겨냥해 선명한 메시지를 내고, 대만 문제에 대한 한일의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자 했다고 봅니다. 저자는 정상회의 의제가 비전통 안보 분야에 집중되었고 안보 쟁점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한일중 협력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한중일 협력의 특성상 미국 대선 이후 미중관계 변화에 연동되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Ⅰ. 한일중 협력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정책 기조

 

1. 중국의 대미외교와 주변외교의 일환

 

중국의 한일중 협력에 대한 기본 인식과 태도는 중국의 대미외교와 주변국 외교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는 하위 전략으로 설정되어 있다. 우선 중국의 주변 외교의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이 한일중 협력을 추진하는 데 중요하게 상정하고 있는 과제는 첫째 국가 통일, 영토 주권 및 해양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체제 안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접 지역인 동아시아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 특히 한반도에서의 전쟁. 혼란, 급격한 현상 변경 등 안보 불안을 방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인접 지역의 안정 확보와 위기 관리 능력을 강화하려는 조치의 일환으로 기본적으로 미국, 한국, 북한, 일본과의 전략적 소통과 정책 협조를 유지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인접 국가들에서 반중 기조가 조성되고 이로 인해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빌미가 되면서 중국이 안보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동기가 커진다.

 

아울러 중국은 주변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더욱 적극적인 경제 협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반중국 연대 형성을 견제하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탈동조화와 디리스킹에 대응해서 대외개방과 경제 세계화를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매년 연초 제시하는 주요 중국 외교과제에 대외개방과 국제협력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일중 협력을 2021년 7대 외교과제와 2022년 8대 외교과제로 제시하면서 중요시해 오고 있다(王毅 2019; 2020; 2021a; 2021b). 중국은 기본적으로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하면서 비전통 안보 분야, 예컨대 기후 변화, 공중보건, 에너지 안전 분야에서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일중 협력 역시 미국 주도의 탈중국화, 탈동조화, 디리스킹에 대한 대응 협력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는 만큼 한일중 협력에서도 경제협력과 비전통 안보 분야의 협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王迎晖 2023).

 

2. 한미일 협력에 대한 견제

 

중국은 한미일 협력이 북한 위협을 빌미로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협력과 연대라고 인식하고 비판하고 있다(张弛 2023). 중국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인민일보 논평에서 “한미일 삼국 동맹이라 칭하고 이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소(小)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으로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아태지역을 ‘신냉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钟声 2023). 특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대만,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며 중국과 주변국 관계를 의도적으로 이간시키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한 협력 강화에 대한 중국의 비판은 미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즉 미국이 중국과 인접한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 포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미국의 의도와 전략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에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공세를 자제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일본과의 관계 개선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한국 국내 반대가 거세고, 한일관계에 내재한 역사 및 영토 문제 또한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우므로 미국이 의도하는 한일 안보협력 강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성 전망을 하고 있다.

 

요컨대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결국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네트워크 구축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한미일 협력 구도에서 한일관계를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정책 방향이 한일관계에 내재한 다양한 갈등 문제를 부각하고 이를 한미일 협력 강화를 견제하는 데 동원하는 전략과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중국은 한일의 협력은 약화시키는 한편, 일본과 한국 개별 국가에 대해서는 각각 상이한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양자 차원에서 중일 및 한중 협력 공간을 확장하려 할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중국의 관점에서 한미일 연대가 강화되고 동북아 지역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일중 협력을 통한 미국 견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한미일의 반중 연대를 약화하기 위한 기제로서 한일중 협력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예컨대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이 이례적으로 2023년 중국 칭다오에서 개최된 한일중 3국 협력 국제포럼에 참석해 행한 연설 내용은 중국이 한일중 협력에 적극적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즉 왕이는 "중·일·한 3국과 아시아 각국은 개방된 지역주의를 실천하고 포용적인 아시아의 가치를 고취하며, 전략적 자주 의식을 배양하고 지역의 단결과 안정을 유지하며, 냉전 사고의 권토중래를 배격하고 패권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자국과 자기 지역의 운명을 자신의 손에 확실히 잡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王毅 2023).

 

요컨대 왕이는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협력이 사실상 중국 견제용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한국과 일본을 향해 신중하고 자주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한미일 협력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 한일중 협력을 추동하고자 하면서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향해 사실상 우려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3. 북중러 연대와의 균형 모색

 

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응하기 위해 북중러 연대를 모색하는 데는 아직 유보적이다. 북한이 북중러 연대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일단 중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신냉전론에 대해서 부정적이며 심지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냉전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북한과 달리 러시아에 대한 명확한 지지 태도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 지원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 유럽 국가들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비록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쟁의 평화적인 조기 종식을 주창하면서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중재국으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자 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지만, 동시에 접경한 북한에서 야기되는 안보 불안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북한은 핵위기, 미사일 도발, 경제난 등으로 수시로 중국 국경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향해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서 제기하는 이면에는 북한발 안보 불안을 관리하려는 의도도 있다. 북한은 연이은 도발을 통해 북중러의 연대를 견인하고자 한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 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대립이 더 확장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 역시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전략적 부담이 가중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과도하게 밀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북러관계의 밀착을 견제하기 위해서 일정 정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도 안고 있다.

 

최근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안에 기권하는 등 러시아와 공조하여 북한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의 수교 75주년을 맞이하여 양자 간 차원에서 교류와 협력도 빈번해지면서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현재 직면한 복잡한 딜레마로 인해서 북중러 협력 참여와 병행하여 외교적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을 향한 외교적 접근도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한일중 정상회의의 참여도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중국은 아직은 한미일 협력을 견제, 대응하기 위해서 북중러 연대를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북한이 적극적으로 추동하려는 북중러 연대 또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가능한 한 북중러 연대보다는 한일중 협력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에 전면적으로 참여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Ⅱ.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의 중국의 전략과 과제

 

중국이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중점을 두었던 과제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의 삼국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과 공세에 대한 대응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리창(李强) 총리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이견에는 직접적인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원론적인 언급을 통해 관계를 관리하고자 했다. 예컨대 리 총리는 '3국은 예민한 문제와 갈등 이견을 선처하고,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배려'하자고 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상호 신뢰하는 좋은 이웃과 상호 성취하는 동반자'라 했고, 일본을 향해서는 '차이를 적절히 관리해 건설적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제안했다.

 

반면에 리창 총리는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주장은 명확히 제기했다. 예컨대 리창 총리는 ‘집단화와 진영화 반대’, ‘진정한 다자주의의 실천을 통한 동북아의 안정’을 주장하여 미국이 동맹과 소다자 협력을 통한 중국 압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한국과의 정상회의에서도 ‘경제무역 문제의 과도한 정치화와 안보화에 대한 반대와 글로벌 산업망, 공급망 안정 수호’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미국 주도의 첨단기술과 무역에서의 대중국 통제에 대해 견제하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과 일본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첨단기술 및 무역 통제에서 이탈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중국이 한일중 협력을 노골적으로 한미일 협력을 견제하는 데 이용하고자 할 경우 한일중 협력이 유지되는 데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

 

둘째, 대만 문제에 대해서 한국과 일본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앞두고 5월 20일 대만에서 독립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賴清德)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은 대만 문제에 예민해 있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궁극적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고질적인 과제이다. 결국 중국이 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은 대만의 독립을 저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속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 라이칭더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국제 회의인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각인 시키고자 했다. 중국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결국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의 견지’ 라는 반응을 얻어냈고, 일본에게는 ‘1972년 일중공동성명에서 확립한 대만문제에 대한 입장의 견지’라는 응답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얻었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4b,c). 한중 정상회의 이후에는 ‘하나의 중국’과 관련 ‘원칙 견지’와 ‘존중’ 사이에서 표현 차이를 두고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중국은 이 문구를 고집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중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비록 대만 문제에 대한 의도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결국 대만 문제는 미중관계의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향후 미중관계의 갈등이 깊어져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대만 문제에서 중국이 선호하는 원칙적 입장만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셋째, 중국은 북한을 의식하며 북핵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논의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논의 끝에 결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대신에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 지속’이라는 내용을 담는 것으로 타협했다. 합의 내용이 원론적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중국이 일관되게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한일중 정상회의 참여 과정에서 다분히 북한을 의식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결국은 정찰 위성 발사라는 북한의 기습 도발과 그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 조성을 막지는 못했다. 요컨대 중국은 한미일 협력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중 협력에 참여했지만 오히려 그 결과 북한의 도발을 자극하게 되고 다시 한미일 협력의 빌미가 제공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었다.

 

Ⅲ.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의 함의와 과제

 

한일중 세 나라는 25년의 협력 역사를 축적하였고 8차례에 걸친 정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협력 의제나 분야가 정착되지 않았고 뚜렷한 실질적인 협력 성과도 만들지 못했다.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도 산고 끝에 4년 5개월 만에 재개되었지만 한일중 협력이 정착되고 있음을 상징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합의나 협력 성과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삼국 모두 미중 경쟁의 파고와 북한발 한반도 불안정이라는 공통의 외교 안보적 도전과 과제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외교 안보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전략에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함으로써 한일중 협력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공동선언에는 인적 교류, 기후변화 대응, 경제통상, 보건 고령화, 과학기술, 재난구호와 안전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지만 경제와 비전통 안보 분야에 집중되었고 향후 합의한 내용이 실제 협력으로 진전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다(대통령실 2024). 그리고 한중관계에서는 사드 갈등이후 위축된 통상, 문화 및 관광 등 분야에서의 협력과 교류가 재개될 수 있는 출로를 열어 관계 회복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성과가 있었다. 반면에 한일중 삼국이 각각 중요하게 상정한 쟁점과 현안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각자의 주장을 병립하는 타협에 머물렀다. 즉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는데 머물렀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 역시 상호 이견과 갈등을 내재한 한일중 삼국이 오랜 공백을 끊고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회의를 재개했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삼국은 모두 이번 회의에서 갈등과 이견을 자제하고 최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삼국 간 관계 개선의 기초를 다지고 협력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런데 한일중 삼국의 신중한 행보의 이면에는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삼국 공히 미국 대선 이후 전개될 수 있는 미국의 정책 변화. 미중관계의 변화, 그리고 동아시아 정세의 유동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상이한 전략적 판단을 갖고 일단 이번 정상회의에 참여하였고 신중하게 관계 개선을 타진했다. 요컨대 미국 대선 이후 그 결과에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한일중 삼국 협력도 그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요컨대 한일중 협력은 그 자체의 협력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향후 더욱 미중관계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특히 중국은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견제와 미국 주도의 중국 포위 및 압박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일중 협력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북한에 의해 시험대에 올라 있다. 북한은 한일중 정상회의 당일 기습적으로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고 정상회의 종료 후 발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북한은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논의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자주권에 대한 정면도전,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며 즉각적으로 맹비난했다.

 

북한의 도발과 거친 반응은 한편으로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주최하고 북한 비핵화를 제기한 한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중관계는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이하여 ‘친선의 해’를 설정하고 고위급 교류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4a). 그렇지만 북한은 자신이 적극적인 북중러 연대에는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오히려 한일중 정상회의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에 강한 경계와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중국은 국내외에 산적한 과제를 고려할 때 북한발 안보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크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 예컨대 북핵과 북한의 정찰 위성 발사 계획에 대해 한일 정상이 우려와 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함에도 불구하고 리창 총리는 ‘관련 측의 자제 유지와 사태 악화의 예방’이라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면서 안정 유지에 방점을 두었다.

 

과거 한중관계 악화의 주요한 사건이었던 2010년 천안함 사건과 2016년 사드 갈등 모두 그 출발은 북한의 도발에 의해 촉발되었다. 한중관계의 개선을 견제하고 북중러 연대를 견인하기 위해 북한이 향후 더욱 거친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중국은 한일중 협력과 북중러 연대, 그리고 한반도의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요컨대 북한 변수 또한 향후 한일중 협력의 지속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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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 2024c. “李强会见日本首相岸田文雄.” 5月 27日. https://www.mfa.gov.cn/zyxw/202405/t20240527_11311818.shtml (검색일: 2024년 5월 28일)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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