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이 교수는 지역주의가 여전히 한국 정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PK(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의 민주당 후보 득표율을 통해 지역주의가 사회-경제적 변화에 의해 재구성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저자는 지역주의의 변화가 정치 양극화의 완화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성이 있으며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Ⅰ. 서론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헌정 질서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치러진 이례적 조기 대선이었다. 2024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령 선포 시도는 국내외에 큰 충격을 안겼고, 1987년 체제 아래 발전해 온 한국의 민주주의 정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여파로 한국에서는 또 다시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었고, 이에 따라 원래보다 2년가량 앞당겨진 2025년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었다. 이 같은 비상 국면은 정치적 책임성 확보와 권력 남용에 대한 제도적 견제, 그리고 민주주의 회복을 향한 유권자들의 요구를 더욱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대선은 자연스럽게 이념 지형이나 지역·세대 등 전통적인 정치 균열보다는, 헌정 위기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단일한 정치 의제가 유권자 선택을 좌우하는, 이른바 단일 쟁점 선거(single-issue election)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제기되었다. 정파적 양극화와 진영 대립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 속에서, 지역주의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퇴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기도 하였다.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론과 민주적 가치에 대한 민감성이 지역을 초월한 유권자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실제 선거 과정과 결과는 이러한 기대가 과연 현실화되었는지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시도와 헌정 질서 위기에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 여론과 맞물려 보수 진영이 결집하는 양상이 두드려졌고, 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공유해야 할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반등 추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진보-보수 간 진영 대립 구조와 정파적 양극화가 여전히 유권자 선택에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이 후보 경선에서 계파 갈등과 내부 혼선을 겪었음에도, 야당 후보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던 일부 전망과 달리 보수 유권자들이 다시 결집해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 선거 결과에서도 진보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 세대 및 성별 간의 투표 격차, 그리고 동서 지역 간 전통적인 균열 구조가 일정 부분 재현되었다. 요컨대, 불법 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거에서 익숙한 전통적 정치 지형과 분열 구도가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통적 정치 균열의 지속 가운데, 특히 주목할 점은 집권 여당이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의 결집 정서에 의존하는 선거 전략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21대 대선은 헌정 위기라는 특수한 정치적 환경에서 치러졌으며, 그런 가운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의 결집 정서에 의존하는 선거 전략을 펼쳤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실제 유권자 선택에 미친 효과는 경험적 분석을 통해 신중히 평가될 필요가 있다.

 

사실 지역주의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선거 지형을 규정짓는 핵심적 균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념, 세대, 계층, 젠더 등 다양한 대안적 정치 균열 요인이 부상하면서 지역주의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 시작했다(최준영·조진만 2005; 강원택 2003; Kim, Choi & Cho 2008).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일련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수정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 특히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선전하면서, 영남을 중심으로 지역주의 완화와 정당 재편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기도 했다(정재도·이재묵 2018; 강원택 2019, 윤지성 2023; 도묘연 2024).

 

이러한 지역주의 약화 주장의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영·호남 간 정당별 격차가 점차 줄어든 흐름이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선에서 부산(38.7%)과 울산(38.1%)에서 1위를 차지했고, 경남(36.7%), 대구(21.8%), 경북(21.7%)에서도 선전하며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른 성과를 거두었다. 5년 뒤 열린 제20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부산 38.2%, 울산 40.8%, 경남 37.4%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같은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전북과 전남에서 각각 14.4%, 11.4%를 얻어 두 자릿수 지지를 확보했다. 이번 제21대 대선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이어져, 이재명 후보는 부산과 울산에서 40%를 넘겼고, 출신지인 경북에서도 25.1%의 지지를 얻었다.

 

물론, 지역주의 약화론과는 달리 지역주의가 퇴색했다는 주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견해도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 형성과 정당 선택에서 지역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며, 새로운 균열 요인들과 중첩되어 그 영향력을 지속하고 있다. 즉, 단일 결정 요인으로서의 비중은 줄었더라도, 한국 정치의 다층적 구조 속에서 지역주의는 여전히 의미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대선 이후 한동안 지역별 정당 재편 흐름이 이어졌지만,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사례는 PK 지역의 정치적 유동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주의가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재구성되는 형태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몇 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를 면밀히 살펴보면, 지역주의 투표행태의 지속 효과를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가 여전히 다수 발견된다(윤광일 2012; 김용철·조영호 2015; 문우진 2017; 노기우 외 2018).

 

2025년 조기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시도와 탄핵이라는 전례 없는 정치적 사건에 따른 단일 쟁점 선거로, 기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작동해온 지역주의나 정당 정치 지형 등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선거에서 특히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주의의 공간적 분화와 완화 경향이 관측되어 온 만큼, 이번 선거는 한국 지역주의 투표행태의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여전히 특정 정당에 대한 지역 충성에 기반했는지, 혹은 이념·세대·젠더 균열 또는 계엄 사태와 같은 전국적 의제에 더 큰 영향을 받았는지를 분석하는 일은, 지역주의의 지속성과 변화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의 목적은 2025년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국 유권자들의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여기서 ‘지역주의 투표행태’란 특정 지역의 지배정당이나 전통적 연고 정당에 대해 해당 지역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정치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지역 기반의 편향된 행위는 정당 경쟁의 역동성을 약화시키고 대안 세력의 출현을 저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책임정당제를 토대로 한 대의민주주의의 작동을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지역주의가 약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소멸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다 정교하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변형되어 지속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학문적 과제이자 민주주의 이론을 검증하는 실증적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본 연구는 기존의 지역주의 연구들이 주로 유권자의 출신지나 거주지와 같은 정태적인 문항을 중심으로 지역 연고성을 측정해 왔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향후 특정 정당(특히, 더불어민주당 혹은 국민의힘)을 계속 지지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문항을 활용함으로써, 지역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보다 동태적이고 전망적인 분석틀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단순한 지지율 분석을 넘어, 지역 기반 정당 지지의 정치적 내구성과 장기적 재편 가능성을 함께 탐색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 차별화되는 실질적 기여를 지닌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집권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이었던 만큼, 3년 전 대선과 비교해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다소 완화되는 패턴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어 온 지역주의 투표 행태의 지역적 분화 양상은 이번 특수한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지되었다. 특히 지역주의 강도가 높은 호남, 그중에서도 광주·전라와 대구·경북에서는 전통적 지역주의가 비교적 강하게 온존하였으며, 반면 최근 완화 추세가 지속되어 온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그 변화 경향이 한층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나아가 이번 연구는 영남과 호남 모두에서 향후 정당 지지 성향과 관련해 지역주의 투표 행태에 중대한 변화 가능성이 존재함을 경험적으로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향후 한국 사회에서 지역균열의 완화와 책임 정당 정치의 강화를 위한 정치개혁의 방향에 주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Ⅱ. 한국 선거에서의 지역주의 연구: 변화와 지속성

 

한국 선거에서의 지역주의는 오랫동안 투표행태 연구의 핵심 주제였으며, 그 변화 양상에 대해서는 종종 대비되는 논의가 제기되어 왔다. 일부 연구는 유권자 세대 교체, 정치·사회 변동, 미디어 환경 변화 등을 배경으로 지역주의가 완화되거나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연구들은 특정 지역, 특히 전통적 정치적 기반 지역에서 지역주의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되거나, 형태를 달리하며 재구성되어 온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대립적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지역주의 변화와 지속성을 설명하는 다양한 관점을 비교·분석한다.

 

한국 선거에서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처음 나타난 시점에 대해서는 1971년 박정희와 김대중이 맞붙은 제7대 대선을 기점으로 보는 견해와,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선거인 제13대 대선으로 보는 견해가 공존한다(강명세 2001). 그러나 이러한 ‘지역주의 정초(定礎) 선거’에 대한 견해 차이와 관계없이,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regionalism)가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치·사회적 균열 구조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는 학계의 대체적인 합의가 존재한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와 이듬해 총선에서 드러난 영호남 간 투표행태의 극명한 차이는, 이후 선거에서 지역 기반 유권자가 특정 정당을 장기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패턴을 고착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한국선거학회 2011, 윤지성 2024 재인용). 이러한 지역주의 투표행태는 대의민주주의의 책임성과 대표성을 약화시키고, 정당 경쟁의 역동성을 저해하며, 대안 세력의 등장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역주의의 형성 원인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된다. 첫째, 정치경제적 관점은 권위주의 시기 영남에 대한 경제적 우대와 호남의 상대적 소외가 지역 간 경제발전 격차와 사회경제적 차별 인식을 심화시켜, 지역주의의 구조적 기반을 형성했다고 본다(최장집 1996). 둘째, 엘리트 정치동원론은 민주화 이후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정치엘리트가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선거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지역주의를 제도화·고착화했다고 해석한다(손호철 1996). 셋째, 합리적 선택이론은 유권자들이 자신과 지역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지역 중심 투표를 선택한다고 설명한다(조기숙 2000). 세 관점은 각기 구조적 조건, 엘리트 주도, 유권자 행위라는 분석 단위를 설정하여, 지역주의의 발생과 지속 메커니즘을 이론적·역사적으로 탐구해 왔다.

 

2000년대 이후 일부 연구들은 지역주의의 영향력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세대·이념 등 대안적 균열이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하였다(강원택 2003; 최준영·조진만 2005; Kim, Choi & Cho 2008). 예컨대 강원택(2003)은 2000년대 초반 선거 분석을 통해 지역주의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세대 간 이념 격차가 확대되면서 투표 선택에서 독립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준영·조진만(2005) 역시 17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여, 영호남에서도 세대와 이념 균열이 전통적 지역 균열의 강도를 일부 완화했음을 실증했다. IMF 위기 이후의 이념 균열 부상, 3김 퇴장과 86세대 부상 등 세대 교체를 포함한 2000년대 정치 환경 변화는 지역주의 선거 행태의 완화와 대안적 균열의 부상을 촉진한 주요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에 반해 다른 연구들은 세대, 이념, 계층 등 새로운 정치적 균열이 부상하더라도, 지역주의가 여전히 한국 유권자의 정치 태도와 투표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보여준다. 윤광일(2012, 2013)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데이터를 분석하여 영호남 지역 정당지지가 여전히 강고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김용철·조영호(2015)는 세대·계층 구분과 무관하게 TK(대구·경북)와 호남 등 전통적 지역에서 유권자의 정당 선택이 일관되게 지역적 분할 구조에 좌우되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문우진(2017)은 여론조사와 사회심리 지표 분석을 통해 지역정체감과 내집단 편향성이 집단 간 정치 태도 차이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노기우 외(2018)는 실험연구를 통해 영호남 유권자가 타집단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보이지는 않지만, 자기 지역(내집단)에 대한 정서적 편애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러한 ‘정서적 지역주의’가 투표 상황에서도 유의미하게 작동함을 실증하였다. 종합하면, 최근 대안 균열이 부상했더라도 지역적 배경은 공간적·심리적 수준에서 한국 유권자의 정치 태도와 행태에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지역주의 연구 중 일부는 변화와 지속성 논의와는 다른 시각에서, 지역주의 영향권 내부의 공간적 분화(spatial differentiation)와 지역적 변이(variation)에 주목하였다(정재도·이재묵 2018; 강원택 2019; 도묘연 2024). 공간적 분화 연구들은 영남의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호남의 광주·전남과 전북 간 지역주의 패턴 차이를 분석하였다. 영남의 경우, TK에서는 지역주의가 강하게 지속되는 반면, PK에서는 2000년대 이후 뚜렷한 완화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PK 유권자들의 전통적 보수정당에 대한 정치적 애착은 크게 약화되었으나, 이는 곧바로 진보정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영남 지역주의가 구조적으로 분화되고 있으며, PK에서 정당지지 성향의 탈지역화와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윤지성(2017, 2020)은 이러한 변화를 ‘영호남 대립의 3분화’로 규정하며, TK·PK·호남이라는 세 구도의 재편 속에서 PK의 정치적 유동성이 선거 상황에 따라 수도권이나 타 지역과 유사한 투표 패턴을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하였다.

 

한편, 공간적 분화가 아닌 경계지역에 주목한 연구도 존재한다. 지역적 변이는 기존 지역주의 아성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이웃효과(neighborhood effect)와 밀접히 관련되며, 박정희·이재묵(2023)은 영·호남 행정 경계 읍·면 분석을 통해 지리적 인접성, 생활권 공유, 교류 활동이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함을 실증하였다. 이 연구는 ‘영남 속의 호남, 호남 속의 영남’이라는 현상을 제시하며, 지역주의 완화의 공간적·사회적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다른 측면에서, 지역감정의 측정 방식과 정치·사회 환경 변화, 그리고 사회변동에 따른 집단 정체성 변화는 지역주의의 완화 또는 성격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지역주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한 연구들은 영호남 유권자 간 지역감정이 과거보다 약화되었음을 보고하였다(최준영 2008; 노기우·정민석·이현우 2018). 특히 노기우 외(2018)는 영·호남 지역주의가 배타적 적대감에서 내집단 정서적 편애로 전환되고 있음을 실증하였으며, 세대교체와 함께 부정적 지역감정이 점차 약화될 가능성을 지적하였다. 정치환경 변화 역시 지역주의 완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재묵·김기동(2017)은 SNS와 같은 새로운 매체가 교량형 사회자본을 형성·확산시켜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정체성 변화 연구도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 김기동·이재묵(2022)은 출신지보다 거주지 정체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며,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거주지 정체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격차 심화 속에서 지역주의 성격이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선행연구는 한국 지역주의의 구조적 기원과 고착 메커니즘(정치경제, 엘리트 동원, 합리적 선택)을 규명하는 한편, 2000년대 이후 대안적 균열의 부상, PK 지역의 유동화, 미디어 환경 변화, 정체성 이동 등 약화 가능성도 함께 제시해 왔다. 최근에는 영남 내부의 분화, 경계지역의 완화 효과, 가족사회화와 교차 연고, 거주지 정체성 강화 등 미시적·공간적 요인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며, 지역주의의 변동성과 재구성 가능성에 주목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전통적 지역 균열이 변화하는 정치·사회 환경 속에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경험적으로 검증하고, 그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정치 양극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세대 교체, 디지털 전환 등으로 정치균열의 복잡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지역주의 투표 행태의 지속성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Ⅲ. 제21대 대통령 선거와 지역주의: 20대 대선과의 비교

 

2025년 6월 3일에 실시된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불법 계엄 사태라는 비정상적 정치 상황 속에서 치러져, 선거 전까지는 지역주의보다는 사건·이념 중심의 투표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선거 결과를 보면, PK 지역의 보수정당 지지 약화, 수도권 및 일부 영남 지역에서의 탈지역화 양상 등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지역주의 완화 경향이 일정 부분 지속되었다. 또한 TK와 PK, 호남 간의 공간적 분화 역시 과거와 유사한 형태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와 정치적 위기 국면 속에서 각 지역별 전통 지지 기반이 결집하는 단기적 정치 동원 효과가 발생하였으며, 그 결과 TK와 호남에서는 전통적 정당 편향이 여전히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2025년 대선이 장기적으로는 지역주의 완화와 유동성 확대라는 추세를 보여주면서도, 단기적 정치 상황에 따라 지역주의가 재가동될 수 있는 구조적 잠재력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위의 <그림 1>은 제21대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의 지역별 득표 현황을 3년 전의 20대 대선과 비교해 나타낸 것이다. 특히 PK(부울경) 지역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약진이 눈에 띄지만, 3년 전과 비교해 해당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상승폭이 매우 두드러지지는 않는것도 사실이다. 또한 TK 지역과 호남 지역에서 여전히 견고한 지역주의 투표 행태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여전히 강하게 관찰되었다.

 

<그림 1> 제21대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의 지역별 득표율(20대 대선과의 비교)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영남 지역에서의 지역주의 완화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구·경북(TK)보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민주당은 이번 21대 대선에서 PK에서 약 40%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특히 부산에서는 40.14%를 득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는 최초로 40%를 돌파했다. 이는 20대 대선 당시 부산 득표율(38.15%)을 상회하는 수치로, 부산을 정치적 근거지로 활동한 노무현 전 대통령(16대 대선 29.85%)과 문재인 전 대통령(18대 대선 39.87%, 19대 대선 38.71%)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1]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부산의 낙동강 벨트(강서구, 북구, 사상구, 사하구 등)에서는 강서구(45.75%)를 포함해 보수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앞서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해당 지역이 신도시와 산업단지가 밀집해 젊은 층과 외지인 비율이 높고, 전통적 보수 성향이 약화되는 사회구조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에 구축된 민주당의 지역 기반, 지역균형발전과 신공항 추진 등 맞춤형 공약이 결합해 효과를 발휘했다. 또한 청년 및 이동 인구 증가, 무당층 확대 등으로 정당 충성도가 약화되면서 PK 내 경합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PK, 특히 낙동강 벨트와 신도시·공단 지역에서 기존 보수 일변도의 정치 구조가 구조적·지속적으로 분화되는 ‘탈지역주의’ 경향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후보별 공약 효과, 인구구성 변화, 세대교체, 지역 현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부산의 낙동강 벨트와 유사하게 공업 및 산업 단지가 밀집하여 대표적 노동자 거주 도시로 알려진 울산에서도 이재명 당선자는 42.54%를 득표하여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7.57%)에 단지 5.03%포인트 뒤졌다.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3년 전 20대 대선 후보 때 얻은 40.79%를 뛰어넘어 역대 민주당 후보 최고 수치로 기록되었다.[2]

 

Ⅳ. 21대 대선 유권자 투표 행태 분석: 기술통계(Descriptive Statistics) 분석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 요인이 다른 선거 영향 요인들에 비해 어떠한 독립적 효과를 가지는지, 또한 이념·정당·세대 등 대안적 균열 요인이나 계엄과 탄핵과 같은 이번 선거의 특수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 지역 변수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개인 수준의 미시자료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3]

 

미시적 수준에서 지역주의 투표행태의 변화를 확인해 보기 위해 2025년 제21대 대통령 선거 직후 유권자 설문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 조사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선거 직후인 2025년 6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실시하였다. 표본은 지역·성·연령대별 비례할당 방식에 따라 구성된 온라인 패널 1,50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하여 확보하였다. 총 6,701명에게 조사 요청을 발송하였으며, 그중 1,509명이 응답하여 응답률은 22.5%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이번 조기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 균열의 완화 경향은 앞서 제시한 광역단체별 실제 투표 결과뿐 아니라, 선거 직후 실시된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2022년 대선과 이번 대선에서 각각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가’라는 문항을 분석한 결과, 이재명 후보는 3년 전보다 영남 지역을 포함해 전 지역에서 고르게 득표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영남 지역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2022년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에 비해 다소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그림 2> 거주지역별 투표선택(2022년 대선과 2025년 대선)

 

<그림 2>는 거주 지역별로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이하 20대 대선)와 2025년 제21대 대통령 선거(이하 21대 대선)에서의 후보 선택 분포를 비교한 것이다. 분석에는 “지난 대선(제20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선택하였는가”와 “이번 21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가”라는 두 문항이 각각 활용되었다.

 

그림에서 보이듯, 거주지역별 투표 선택을 기준으로 한 미시적 분석에서도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의 공간적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전통적 지역주의의 양 극점인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의 대비가 뚜렷하게 유지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92.8%)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21대 대선에서도 85.6%로 높게 유지되었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65.6%)와 김문수 후보(21대 대선 54.4%)로 이어지는 보수 정당 지지가 여전히 우세하다.

 

이들 지역과 대조적으로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는 미시적 투표 선택 수준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난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50.8%를 득표했던 것에 비해, 21대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는 49.2%로 소폭 하락하였다. 특히 이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2022년 45.6%에서 2025년 49.2%로 상승하며, PK 지역의 정치적 유동성과 ‘탈지역주의’ 경향을 뒷받침한다.

 

한편,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경우,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각각 51.3%, 59.4%였으나, 21대 대선에서는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각각 48.7%, 40.6%로 하락하였다. 이는 수도권에서 보수 정당의 지지 기반이 약화되고 무당층 또는 진보 지지층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강원·제주와 대전·충청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감지된다. 강원·제주의 경우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60.9%였던 지지율이 21대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 39.1%로 크게 하락하였다. 대전·충청은 상대적으로 변화 폭이 작지만, 보수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감소하고 이재명 후보 지지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전통적 지역주의 구도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는 지역(광주·전남, 대구·경북)과, 점진적으로 탈지역주의가 확산되는 지역(PK, 수도권, 강원·제주)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PK와 수도권에서의 변화는 세대교체, 인구 이동, 정치적 무당층 확대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2025년 대선의 특수한 정치 환경이 결합하여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3> 유권자 거주지별 정치인 호감도(0=매우 싫음, 10=매우 좋음)

 

이어서 <그림 3>의 박스 플롯(box plot)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자에 대한 지역별 호감도를 분석한 결과를 나타낸다. 호감도는 0점(매우 비호감)에서 10점(매우 호감)까지의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5점은 ‘보통’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전통적인 지역주의 구도가 후보자 호감도에도 일정하게 반영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먼저,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의 평균 호감도는 7.57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보수 정당 소속인 김문수 후보(3.66)와 이준석 후보(3.93)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강한 긍정적 평가와 보수계 후보에 대한 낮은 선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에 대구·경북에서는 김문수 후보의 호감도가 6.15로 가장 높았으며, 이재명 후보(5.39)와 이준석 후보(4.83)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TK 지역에서 보수 정당 후보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우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재명 후보가 경북 안동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출신지 연고에 대한 호소가 눈에 띄게 효과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김문수 후보(6.30)와 이재명 후보(6.14)의 호감도가 비슷하게 나타나, TK 지역에 비해 보수·진보 간 선호 격차가 완화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호감도가 PK 지역에서 TK보다 높다는 점은 이 지역의 정치적 유동성과 탈지역주의 경향을 뒷받침한다.

 

요약하면, 양대 정당 대표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를 중심으로 볼 때 영호남 지역주의 투표 정서의 비대칭적 변화가 관찰된다. 호남에서는 여전히 전통적 지역주의 정서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TK 지역에서는 비보수 정치인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완화되는 조짐이 뚜렷하다. 전반적으로 지역별 후보 호감도 분석은 전통적 지역주의 구도가 여전히 잔존하면서도, 특히 PK 지역에서 후보 간 호감도 격차가 축소되는 등 완화 경향이 병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득표율 분석에서 확인된 공간적 분화 및 탈지역주의 양상과도 일관된 결과이며, 향후 특정 지역의 고정적 지지 기반이 약화되고 선거 국면과 이슈 환경에 따라 지지 구도가 유동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림 4> 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 정당 인식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시도와 탄핵이라는 전례 없는 정치적 사건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치러졌다. 이러한 특수한 정치 환경 속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와 책임 인식이 선거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본 연구는 여론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지역별 책임 정당 인식을 살펴보았다(그림 4 참조).

 

분석 결과, 전국적으로는 집권당인 국민의힘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는 계엄·탄핵 사태의 책임 인식에서 지역 간 인식이 상당 부분 일치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보수정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두 정당 모두 책임이 있다’는 응답 비율(29.9%)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TK 지역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 역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는 인식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에 대한 단독 책임 인식은 전 지역에서 낮았으나, TK 지역과 일부 PK 지역에서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TK 지역의 책임 인식이 전통적인 일방향적 정당 편향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양당 모두를 비판하는 다층적 인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평가에서는 강한 보수 지지 기반 지역조차 일정 부분 ‘양당 책임론’을 공유하며, 이는 향후 지역정치 구도의 변화를 예고할 수 있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는 특정 지역 연고를 가진 유권자들을 대안 없는 ‘정치적 볼모’로 묶어 두는 구조적 특성을 지녀 왔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 정당 또는 기존 지역 패권 정당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 정당의 존재를 제약해 왔으며, 결과적으로 양대 정당 간 고정적 지역 대결 구도를 고착화시켰다. 그러나 만약 정당법 개정을 통해 지역 정당 설립이나 기존 지역 패권 정당의 실질적 경쟁 세력 출현이 허용된다면, 현재의 지역주의 구도는 상당 부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이번 조사에 향후 양대 정당에 대한 지지 의향을 묻는 문항을 포함하였다. 이는 기존의 ‘현재 선거에서의 선택’을 묻는 문항과 달리, 장래 지지 가능성을 통해 유권자의 잠재적 정치 재편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향후 민주당/국민의힘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가”를 1점(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4점(매우 그렇다)까지의 4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그림 5> 향후 양대 정당지지 의향(거주 지역별)

 

<그림 5>는 응답자의 거주지역별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향후 지지 의향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강한 광주·전라에서는 민주당 지지 의향이 3.13으로 매우 높고, 국민의힘은 1.63에 그쳐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반대로 대구·경북(TK)에서는 민주당 2.31, 국민의힘 2.26으로 격차가 미미했으나, 민주당이 근소하게 앞선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때 보수정당의 핵심 기반이었던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민주당 지지 의향(2.45)이 국민의힘(2.18)을 웃돌아, 전통적 보수 우위 구도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TK와 PK 모두에서 민주당 지지 의향이 과거보다 확장되고 있으며, 그중 PK에서 변화 폭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원·제주 역시 민주당(2.70)이 국민의힘(1.95)보다 높아 격차가 완화된 모습을 보였고, 수도권(서울, 인천·경기)에서도 민주당이 다소 높은 평균값을 기록했으나, 그 차이는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정리하면, 향후 정당 지지 의향 분석은 영남 지역 지역주의의 변화를 보다 뚜렷하게 보여준다. 특히 PK 지역에서는 두 정당 간 지지 의향의 격차가 크지 않아, 정당 지지 기반이 점차 다원화되고 탈지역화되는 추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변화는 영남 전역에서 전통적인 일방향적 지지 구조가 균열되고, 정치적 선택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서 살펴본 ‘향후 정당 지지 의향’ 분석에서는 일부 영남 지역, 특히 PK와 TK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 격차가 크지 않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장래 정치 환경 변화 시 지역주의 완화 가능성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경향이 실제 세대별 투표 행태에서도 관찰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 연구는 선거 직후 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광주·전라, 부산·울산·경남(PK), 대구·경북(TK) 지역의 세대별 득표율 분포를 분석하였다(<그림 6> 참조).

 

분석 결과, 광주·전라에서는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가 절대적으로 우세했으나, 보다 보수적 성향의 7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 지지가 21.1%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세대별 편차가 존재했다. PK 지역에서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민주당 지지가 높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국민의힘 지지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세대 분할 패턴이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18~29세에서는 민주당(52.6%)이 국민의힘(47.4%)보다 높았으나, 7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이 90.0%로 압도적이었다.

 

한편, TK 지역에서는 여전히 국민의힘 강세가 유지되지만, 18~29세(민주당 53.8%, 국민의힘 46.2%)와 40대(민주당 63.2%, 국민의힘 36.8%)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하였다. 반면 30대, 60대, 7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이 다시 우위를 보였다. 특히 30대(국민의힘 68.8%, 민주당 31.2%)와 70대 이상(국민의힘 72.2%, 민주당 27.8%)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영남 지역 내부에서도 세대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분화되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서는 기존 지역주의 구도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정당 지지 의향’ 분석에서 나타난 양당 지지 격차 축소 현상과 맥을 같이 하며, 장래 정치 환경 변화나 제도 개혁 시 영남 지역주의의 완화 가능성이 세대 교체를 매개로 가속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6> 거주지역에 따른 세대별 투표 선택 결과(광주·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종합하면, 2025년 조기 대선은 정치 양극화와 계엄·탄핵이라는 단일 쟁점이 부각되면서 일부에서는 지역주의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실제 분석 결과, PK 지역을 중심으로 과거와 유사하게 지역주의 완화 경향이 일관되게 나타났으나, 동시에 전통적 지역주의 구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도 확인되었다. 이는 지역주의가 단기적 정치 환경 변화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더라도, 구조적·심리적 기반이 여전히 강고함을 시사한다. 다만, 향후 정치 제도 개혁, 정당 체계 변화, 유권자 세대 교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지역주의 완화가 보다 가속화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수년간의 한국 선거에서는 특히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간적 분화 속에서 지역주의의 변화와 지속성이 일관되게 관측되어 왔다. 동시에 정치·이념적 양극화의 심화, 세대 및 젠더 분화 등 대안적 정치·사회 균열의 부상으로 인해, 향후 한국 유권자들의 지역주의 투표 행태가 과연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주의의 지속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방법은 영호남 지역 유권자들의 이념적 분포가 실제로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남은 보수, 호남은 진보’라는 도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그리고 영남 내부에서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유권자들이 이념적으로 얼마나 유사하거나 다른지를 확인하는 것은 지역 균열의 정치·이념적 구조를 점검하는 유용한 접근이 될 수 있다.

 

<그림 7> 거주 지역별 유권자 이념 성향 분포(대구·경북, 광주·전라, 부산·울산·경남)

준거집단: 서울 지역 거주 유권자들의 이념성향 분포

 

<그림 7>은 서울 지역 유권자를 기준(reference) 집단으로 삼아, 광주·전라(호남),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유권자들의 자기 이념 성향(0=진보, 10=보수) 분포를 비교한 커널 밀도 추정 결과를 제시한다. 분석 결과, 호남은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 쪽으로 분포가 치우쳐 있으며, 대구·경북은 보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은 분포가 좌우로 고르게 확산되어 있어, 특정 이념 스펙트럼에 집중되기보다 다양한 정치 성향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호남과 TK 지역에서 전통적인 이념적 구도가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는 반면, PK 지역에서는 이념 스펙트럼의 다원화와 정치적 유동성이 더 크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Ⅴ. 21대 대선에서의 지역주의 효과에 대한 종합 분석

 

위의 기술통계 분석을 통해 확인한 지역별 투표 행태와 정당 지지 성향의 차이를 보다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본 연구는 세 가지 주요 종속변수를 설정하여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첫째,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후보 선택(민주당 이재명 후보=1,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0)을 종속변수로 한 이항 로지스틱(binary logistic) 분석, 둘째, 두 후보에 대한 호감도 차이를 종속변수로 한 OLS 분석, 셋째,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향후 지지 의향을 종속변수로 한 순서형 로지스틱(ordinal logistic) 분석을 수행하였다.

 

각각의 경험적 분석 모델에는 지지 정당 더미 변수(즉, 정당일체감)과 자기 이념 성향(0=가장 진보, 10=가장 보수)을 핵심 정치적 변수로 포함하였으며, 연령, 성별(여성=1), 교육 수준, 소득 수준 등 주요 사회경제적 변수들을 통제하였다. 또한 20·30대 남녀 간 정치적 성별 격차(gender gap)를 보다 정밀하게 통제하기 위해 연령과 성별의 상호작용항(연령×성별)을 추가하였다. 분석의 초점은 거주지역 변수(광주·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가 각 종속변수에 미치는 독립적 효과를 확인하는 데 두었다.

 

<그림 8>은 ‘이재명 후보(민주당) 투표=1, 김문수 후보(국민의힘) 투표=0’을 종속변수로 한 이항 로지스틱 분석의 계수 추정값과 95% 신뢰구간을 시각화한 결과이다. 분석 결과, 정당일체감 변수의 효과는 압도적으로 컸는데 이는 최근 한국 정치에서 심화되고 있는 당파적 양극화(partisan polarization)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확률이 유의하게 높았으며(양의 방향, p<.001), 국민의힘 지지자는 반대로 김문수 후보 선택 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음의 방향, p<.001). 자기 이념 성향 역시 유의하게 작동하여, 보수 성향이 강할수록 김문수 후보를, 진보 성향이 강할수록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지역 변수 중에서는 광주·전라 거주가 이재명 후보 선택 가능성을 유의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p < .001). 반면,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거주는 모두 음(-)의 계수를 보였지만, 해당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이번 선거에서 이들 지역의 지역주의 효과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정당일체감과 이념 성향이 여전히 후보 선택에 가장 강력한 설명력을 갖는 가운데, 광주·전라 지역에서만 지역 변수의 유의미한 효과가 관측되어, 지역주의의 지속성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지역 거주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과거 선거에서 나타났던 뚜렷한 영남 지역주의는 이번 선거에서는 뚜렷하게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8> 21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유권자 투표 선택(종속변수: 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택)

 

앞선 이항 로지스틱 분석에서 확인된 후보 선택의 결정 요인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기 위해, 본 연구는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호감도 차이를 종속변수로 설정한 OLS 회귀분석을 추가로 실시하였다(<그림 9> 참조). 호감도 차이는 각 후보에 대한 0~10점 호감도 평가값의 차이(이재명–김문수)로 산출되었으며, 양(+)의 값일수록 이재명 후보에 대한 상대적 호감이 높음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정당일체감 변수의 영향력은 투표 선택 모형과 동일하게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김문수 후보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며, 국민의힘 지지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강한 부(-)의 효과를 보였다(p<.001). 자기 이념 성향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쳐, 진보 성향이 강할수록 이재명 후보에 대한 상대적 호감이 높은 반면에 보수 성향일수록 김문수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9> 이재명-김문수 후보 간 호감도 차이를 활용한 OLS 분석 (종속변수: 이재명 호감도-김문수 호감도)

 

지역 변수에서도 투표 선택 모형과 유사한 패턴이 일부 확인되었다. 광주·전라 거주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감도를 유의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는 지역주의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대구·경북 및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김문수 후보에 대한 상대적 호감이 다소 높게 나타났으나, 해당 지역 변수들의 계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이번 대선에서 영남 지역의 지역주의 정서가 호감도 수준에서도 뚜렷하게 작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K보다 PK의 계수 크기가 더 작다는 점은, 영남 내부에서도 지역주의 완화의 정도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반적으로는, 후보 선택뿐 아니라 호감도 평가에 있어서도 정당일체감과 이념 성향이 주요한 설명 변수로 작동하며, 지역 변수는 호남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설명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영남 지역의 지역주의가 이전 선거에 비해 약화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뒷받침한다.

 

<그림 10> 향후 민주당-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의향(순서형 로지스틱 분석)

 

앞선 분석들이 주로 2025년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한 정치 환경에서의 실제 후보 선택과 정치인 호감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본 연구의 가장 독창적인 시도는 현 시점의 선택을 넘어 향후 양대 지역 패권 정당에 대한 지속적 지지 의향을 직접 측정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전통적 지역주의 연구가 주로 과거 선거 결과와 고정적 정당 지지 구조에 기반해 지역주의의 지속·완화 가능성을 추론해온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그림 10>는 향후 민주당(좌측)과 국민의힘(우측)에 대한 지지 의향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를 시각화한 것이다. 통계 분석에는 위와 마찬가지로 정당일체감, 자기 이념 성향, 연령, 성별, 학력, 소득, 거주지역(광주·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해, 20·30대의 성별 격차를 고려한 연령×성별 상호작용항을 포함하였다.

 

향후 정당 지지 의향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분석 결과, 전통적으로 지역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진 광주/전라 및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지역 거주 변수 모두 민주당 또는 국민의힘 지지 의향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주/전라 지역의 경우, 민주당 지지 의향 모델에서 계수 방향은 양(+)의 값을 보였으나,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여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영남 지역(TK 및 PK) 역시 마찬가지로, 두 정당에 대한 지지 의향 모두에서 거주 지역 변수의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후보 선택이나 호감도 평가에서 여전히 지역주의의 일정한 흔적이 감지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향후 지지 정당에 관한 유권자의 태도는 이념 성향, 정당일체감 등 정당정치적 요인들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이 특정 시점의 대선 후보 선택이나 정서적 호감과 달리, 중장기적인 정당 지지에서는 지역보다 정당 일체감이나 이념적 자기정체성이 보다 결정적인 설명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지역주의의 장기적 완화 가능성이 영남뿐 아니라 호남에서도 일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 지역주의의 핵심 기반으로 여겨졌던 광주/전라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 성향이 유의한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지역 기반 정당 지형이 재편될 여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호남 모두에서 기존 지역 기반 패권 정당 외에 새로운 지역 기반 정당의 등장이나, 지역 내 정치적 다원성 확대가 실현된다면, 현재와 같은 지역주의적 정당 대립 구도는 점진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이는 한국 정당체계의 공간적 분화 가능성과 지역주의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중요한 실증적 함의로 평가될 수 있다.

 

종합하면, 세 가지 회귀분석 결과는 정당일체감과 자기 이념 성향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정치 행태 결정 요인임을 일관되게 보여주었으며, 거주지역 역시 이를 통제한 이후에도 후보 선택, 후보 호감도, 향후 정당 지지 의향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TK·PK와 호남 간의 뚜렷한 대조는 전통적 지역주의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PK 지역과 일부 TK 지역 젊은 세대에서 나타난 효과 약화는 지역주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향후 정당 지지 의향 분석에서 실제 선거 결과나 호감도 평가보다 양당 간 격차가 축소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는 점으로, 이는 정치 환경 변화, 제도 개혁, 세대 교체 등이 결합될 경우 지역주의의 구조적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역주의의 현재적 지속성을 일부 확인하면서도, 특히 영남 지역의 공간적 분화와 세대 변화, 그리고 향후 정당 지지 구도의 유동성을 통해 장기적 변화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정치의 지역 구조와 정당 체계 변화를 전망하는 데 의미 있는 함의를 제공한다.

 

Ⅵ. 결론

 

2025년 조기 대통령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시도와 탄핵이라는 전례 없는 정치적 사건에 따른 단일 쟁점 선거로 치러졌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이례적·특수한 정치 환경 속에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일각에서는 지역주의나 정당 정치 지형과 같은 기존 전국 단위 선거의 주요 투표 결정 요인이 이번 선거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선거에서 특히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주의의 공간적 분화와 완화 경향이 지속적으로 관찰되어 온 만큼,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주의 투표 행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를 변화와 지속성이라는 큰 맥락 속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선행연구는 한국 지역주의의 구조적 기원과 고착 메커니즘(정치경제, 엘리트 동원, 합리적 선택)을 규명하는 동시에, 2000년대 이후 대안적 균열의 부상, PK 지역의 정치적 유동화, 미디어 환경 변화, 정체성 이동 등 지역주의 약화 가능성도 함께 제시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영남 내부의 분화, 경계지역의 완화 효과, 가족사회화와 교차 연고, 거주지 정체성 강화 등 미시적·공간적 요인을 아우르는 분석을 통해 지역주의의 변동성과 재구성 가능성에 주목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연구 흐름을 바탕으로, 본 논문은 2025년 조기 대통령 선거라는 특수한 정치 환경 속에서 전통적 지역 균열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경험적으로 검증하고, 그 변화 가능성을 전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정치 양극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세대 교체, 디지털 전환 등으로 정치균열의 복잡성이 증대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기술통계 분석과 회귀분석을 종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주의 투표 행태의 지속성과 변화 양상을 동시에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경험적 분석 결과,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에 실시된 이번 특수한 선거에서도 영호남을 축으로 한 전통적 지역주의 투표 행태가 거시적 수준에서는 여전히 나타나고 있음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특히 영남 지역에서 지역 균열의 약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세는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으며, 이번 선거에서는 부산과 울산 모두에서 4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뿐만 아니라, 미시적 수준에서 개인의 투표행태를 살펴보면, 후보 선택, 후보 호감도 격차, 그리고 향후 정당 지지 의향 등 모든 측면에서 호남 지역과 다르게 영남 지역에서의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전반적으로 완화되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정당 지지 의향 분석에서는 영남 지역 유권자들의 국민의힘 이탈 가능성이 한층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모두에서 연령 집단별로 정당 선택이 다변화·세분화되는 경향이 관찰되었으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세대별 변화는 향후 정당 지지 의향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국민의힘은 영남 지역을 포함한 전국 모든 광역 단위에서 민주당보다 낮은 평균 평가 점수를 기록하였다. 이는 세대 교체와 더불어 영남 지역의 지역주의 투표 행태에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제도 개혁 방향에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요컨대 지역 정당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정당법 개정을 통해 지역 패권 정당의 독점을 완화하고, 동일 연고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지역 정당 또는 대안 정당의 출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지역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대안 선택지를 제공하고, 특정 정당에 대한 구조적 의존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 나아가 세대별·지역별 정치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비례대표제 강화, 선거구 재조정, 정치 신인 진입 장벽 완화 등의 제도 개선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번 분석이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한 정치 환경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주의 변화 추세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대 교체와 정치적 사회화 과정, 지역 간 인구 이동, 온라인·SNS 기반 정치 정보 환경 변화가 지역 균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요구된다. 또한 지역주의 약화가 실제로 정치 양극화 완화와 민주주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검증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2025년 조기 대선을 사례로 하여 전통적 지역주의의 지속성과 영남 지역 내부의 완화 및 재편 경향을 동시에 확인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제도 개혁, 정당 체계 변화, 세대 교체와 맞물릴 경우,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의 구조적 약화를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지역 정치의 민주화와 정당 경쟁의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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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고로 3년 전에 있었던 제20대 대선 이재명 후보의 부산 지역 득표율은 38.15%였다.

 

[2] 참고로 19대와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는 울산 지역 선거에서 38.14%와 39.78%를 각각 득표하였다.

 

[3] 본 연구에서의 지역주의 투표는 출신지 보다는 거주지 연고 기반의 유권자 투표행태를 의미한다.

 


 

저자: 이재묵 _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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