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급식론과 선별급식론은 화해할 수 없나?

 

1. 들어가며 : 선별복지 대 보편복지 양립불가능한가?

 

지난 해 12월 1일 서울시의회가 2011년부터 모든 초등학생에게 급식비를 지원하는‘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조례’를 통과시킨데 대해 오세훈 시장은 복지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며 무상급식 논란이 예정대로라면 8월 23-5일 사이에 치러질 주민투표의 결과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7월 20일 주민투표청구심의회를 열어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가 제출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서명자에 대한 이의 신청을 심의한 결과 41만 8000건을 넘는 52만 여 건의 유효 서명을 확인하고 25일 전후로 정식발의 공고를 낼 예정이다.

 

또한 주민투표청구심의회는 같은 날 그 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주민투표 문안을‘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4년까지의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안(이하 국민운동본부안)’와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2012년)의 전면 무상급식 실시(현행 서울시교육청안)’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확정하였다.

 

그동안 무상급식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시의회가 대립을 해온 것은 이 무상급식이슈가 단순한 정책이슈가 아니라 현재의 여야가 딛고 서있는 복지철학/복지방법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와 현재 야성향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안이 모든 학생들의 보편적 권리(인권)의 실현 차원에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보편복지론의 입장에 서 있다면 오세훈 시장, 한나라당이 추진 제시한 무상급식안은 수혜대상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선별복지론의 입장에 서 있다.

 

그 동안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사회에서 이렇다할 복지철학, 방법론은 물론 구체적인 복지 정책을 두고 이렇다할 논의와 실천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민투표 논란이 유의미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여야의 논쟁구도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부상한 이후‘보편복지론=진보=민주당안’,‘선별복지론=보수=한나라당안’이라는 이분법적 논쟁구도 하에서 더욱 심화 발전하지 못하고 비생산적인 정치쟁점으로 전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자의 입장이 양립불가능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근본 이유는 정치권에서 사안별로 유연하게 복지철학을 적용하기 한나라당은 보편복지론 자체를 복지포퓰리즘으로 불온시하면 모든 사안을 선별복지론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민주당은 사안에 따라 선별복지론이 불가피한 상황을 도외시하고 모든 사안을 보편복지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경직된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논쟁과정의 중심에 있어야 할 유권자들이 정치권의 논란을 수동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정치권의 논쟁과정을 보면 자신들의 논리와 거시적 통계지표들은 동원하면서도 정작 유권자들의 이익과 선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부족했다.

 

본 연구는 여야간 복지철학이 충돌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전반에 대한 서울시민 500명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민들이 무상급식을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그 시각차이에 따라 주민투표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토대로 향후 주민투표의 향방을 전망해보고 여야 정치권이 현재 논쟁에서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을 제기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치권이 무상급식문제를 보편복지, 선별복지의 이분법적 구도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다수 유권자들은 양자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상충적 태도(ambivalent attitude)를 가고 있음을 강조한다. 다수의 유권자들 눈에는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론에 대해 반드시 하나를 취해야 하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두 안이 갖고 있는 고유의 문제의식을 동시에 공감하고 있으며 반대로 각 안이 유발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일면적이지 않은 다차원적이며 복합적인 태도다(Martinez et al. 2005; 김장수 2005; 유성진 2008; 정한울 2011).

 

주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상충적 유권자들 역시 어느 한쪽을 택할 것이고 어느 하나의 안이 선택받겠지만, 정치권에서는 선택받지 않은 다른 안이 갖고 있는 가치와 장점을 어떻게 살리고, 동시에 선택받은 안에 대해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데이터는 7월 23일 동아시아연구원·YTN·중앙일보·한국리서치가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획 여론조사 결과이다.

 

2.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한 여론

 

주민투표 관심도 “관심 있다” 77.1%, “관심 없다” 22.3%, “모름/무응답” 0.5%

 

여야간 첨예한 복지 논쟁의 쟁점일 뿐 아니라 첫 서울시 주민투표라는 점에서 서울시 주민의 주민투표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사는 과반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서울시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7.1%는 이번 주민투표에 관심이 있다(매우 관심있다 29.3%, 약간 관심있다 47.8%)고 답했고 22.3%만이 관심이 없다(별 관심 없다15.9%, 전혀 관심 없다 6.4%)고 답했다([그림1]).

 

[그림 1]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심도 : 서울 시민 500명

 

[표1]에서 계층별로 보면 전 계층에서 과반수 이상의 높은 관심이 있음 보여주고 있지만 세대나 지지정당에 따라 투표 관심도에 차이가 발견된다. 다만 이념성향에서만 별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세대별로 보면 20대가 65.8%로 가장 낮은 반면 무상급식의 직접적인 수혜계층인 30대 (83.0%), 40대(81.2%)에서 투표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78.2%, 60대 이상에서는 77.0%가 투표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정당지지별로 봐도 한나라당 지지층의 82.5%가 관심이 있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74.0%, 군소정당 지지층에서는 74.3%, 무당파층에서는 73.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편 이념집단별로 큰 차이가 없이 높아 진보-보수진영의 최대 쟁점임을 보여주고 있다. 진보층에서 74.9%, 중도층에서 77.7%, 보수층에서 78.0%가 주민투표에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표 1] 계층별 주민투표 태도 차이(%)

 

 

“주민투표 실시 찬성”60.9%, “투표 참여할 것” 63.3%

 

현재 야권에서 주민투표 과정에서의 하자(무효서명) 및 180억여원의 선거비용 등을 근거로 주민투표 실시의 당위성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일단 서울시민은 10명 중 6명 이상(60.9%)이 주민투표 실시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반대는 27.7%,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1.4%에 달했다.

 

세대별로 보면 20대에서 67.2%, 30대에서 59.0%, 40대에선 55.1%, 50대 60.9%, 60대 이상에서 62.5%로 나타났다. 20대에서 주민투표 찬성 여론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정당 지지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71.1%가 주민투표실시에 찬성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56.4%, 군소정당 지지층은 55.0%, 무당파 층에서는 53.2%가 찬성하여 한나라당 지지층에 비해 강도는 약했다. 주민투표 실시여부에 대해서는 이념성향별로 태도의 차이가 확인되었다. 보수층은 67.3%, 중도층과 진보층에서는 각각 57.9%, 55.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

 

[그림 2] 주민투표 실시 찬반 (%) : 서울시민 500명

 

한편 이번 주민투표에 참여할 의향을 물어본 결과,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도 63.3%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 25.3%보다 많았다([그림3]). 11.3%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투표가 예정대로 8월 24일 전후로 실시될 경우 한달 전 조사로 투표율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일반적인 투표 참여 의사 조사의 경우“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응답(socially desirable response)”을 하는 경향으로 인해 실제 투표 여부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성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수치다.

 

주민투표 참여 의향의 경우 일반적인 투표참여율과 비례하여 20대에서 가장 낮고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20대 54.8%, 30대 59.7%, 40대는 53.8%로 나타났지만 50대에선 70.0%, 60대 이상에선 70.1%나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민투표 참여 의향에 있어서도 한나라당 지지층은 73.8%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 지지층은 52.3%, 군소정당 지지층은 58.5%, 무당파의 경우 60.3%로 나타났다. 수층에서는 69.2%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반면 중도층에서는 61.2%, 진보층에서는 56.7%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보수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림 3]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심도 및 투표 참여 의향 : 서울 시민 500명

 

3. 주민투표 프레임 논란과 서울시민 무상급식 선호

 

주민투표 프레임 논란

 

현행 주민투표법 제2장 15조(주민투표의 형식)를 보면 “주민투표는 특정한 사항에 대하여 찬성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두 가지 사항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식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주민투표의 내용이 주민의사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찬반투표 혹은 양자택일형 질문프레임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정으로 놓고 보면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의 서명안은 형식적으로 보면 찬반투표 질문프레임이 아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면적 무상급식안 반대, 소득하위 50% 대상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한 안 찬성”으로 구성된 양자택일형 서명인 셈이다. 현재 서울시는 양자택일형을, 시의회는 찬반형 질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일보 2011/07/17).

 

문제가 되는 이유는 EAI 여론브리핑 제98호 (2011년 5월 30일자)는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질문 형식(프레임)에 따라 응답분포가 달라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전면적 무상급식안”과 “선별적 무상급식론”의 택일형 질문 프레임에서는 선별적 제한급식론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지만(54.7%), 현재 진행되는 무상급식안에 대한 찬반형 질문프레임에서는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반대함으로써 전면적 무상급식을 옹호하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 EAI 5월 조사와 6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 대상으로 양자택일형(선별급식론 대 보편급식론)으로 물어볼 경우 선별급식론 지지가 55.0%로 과반을 넘지만(6월 조사결과) 찬반형(서울시의 무상급식 중단안에 대한 찬반형)으로 물어보면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여론이 과반(54.2%)을 넘었다(5월 조사결과).

 

다만 이들 조사의 경우 최종 결정된 문안이 아니라 본 연구팀이 임의로 작성한 문안으로 심의위원회 최종안과 차이가 있고, 같은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교의 타당성이 약하다. 이에 이번 서울시민 500명 조사에서는 주민투표심의위원회가 결정한 최종안(양자택일형)과 찬반형을 동시에 물어 보았다. 찬반형의 경우도 최종안을 구성하는 “50% 하위소득 대상 2014년까지 단계적 추진안”과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2012년)에 전면 실시하는 안”각각에 대한 찬반형식의 질문을 동시에 진행했다.

 

필자는 현재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국민운동본부의 입장을 <단계적 시행안>, 현재 시의회에서 통과된 안을 <전면적 시행안>으로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양 입장 차이의 본질은 소득기준으로 시혜대상을 선별하느냐, 모든 대상에게 일괄 제공하느냐 하는 데 있지 시행의 절차 즉 단계여부가 두 안을 가르는 핵심적인 차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과정에서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약어가 아닌 심의위원회가 정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실제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은 지난해 8월17일 확정한 무상급식 계획은 심의회가 확정한 문안과 달리‘서울시, 구청과 함께 2011년에는 초등학교, 2012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 2013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2학년, 2014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한다는 안이라는 점에서 주민투표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현재 주민투표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 안과 내용상으로 차이로 인해 투표성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정한 문안을 사용한다.

 

양자택일형 : 선별급식론 우세

 

서울시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20일 정한‘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4년까지의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와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2012년)의 전면 무상급식 실시’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문안을 기준으로 조사해보면 앞서 언급한 동아시아연구원의 5월 조사결과나 2월 조사 결과와 동일하게 선별급식안에 대한 지지가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EAI 6월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하위소득 50%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안(이하 하위소득 50% 시행안)”을 선택한 응답이 53.2%, “소득 구분 없이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 (2012년)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안(이하 소득구분 없는 시행안)”을 택한 응답은 38.1%,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8.7%로 나타났다. 양자택일형으로 물어볼 경우 무상급식안에 대한 지지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와 거의 유사한 문구를 사용했던 6월 조사에서는 서울지역 168명 응답을 보면 “소득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초등학교, 내년 중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에 37.4%, “소득하위 50%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이 55.0%로 이번 조사결과와 유사했다. 지난 2월 조사에서는 서울시민 168명의 조사결과“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한다” 27.1%, “소득을 구분하여 일부학생을 대상으로만 실시해야 한다”58.9%, “무상급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13.5%, “모름/무응답" 0.5% 로 나타난 바 있다. 조사 문안에 차이가 있지만 양자 택일형으로 물어 볼 경우 선별급식안에 대한 지지가 과반을 넘는 다는 점에서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찬반형의 경우 찬반대상에 응답 갈려져

 

그러나 양 입장 중 하나를 택일하여 찬반형으로 물어보면 상이한 조사결과를 보여준다. 심의위원회가 정한 야당측 입장 즉 “소득 구분 없이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 (2012년)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안”을 기준으로 찬반여부를 물어보면 찬성 44.3% 대 반대 46.5%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 지난 EAI 5월 조사에서“서울시의 전면적 무상급식 중단입장에 대한 찬반”으로 물어본 것과는 다른 형식이지만 양자택일형에 비해 현행 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안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로 서울시안 복지포퓰리즘반대 국민운동본부의 안인 “소득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안을 기준으로 찬반질문을 해보면 이 서울시안에 대한 지지가 62.8%, 반대가 27.1%로 현행 야당안에 대한 찬반 질문프레임은 물론 양자택일형 질문프레임에 비해서도 오세훈 시장 및 복지포퓰리즘반대 국민운동본부의 입장에 유리한 결과다.

 

정리하면 오세훈 시장과 국민운동본부의 입장에서는 양자택일형 혹은 찬반형이라도 소득하위 50%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안에 대한 찬반으로 물어보면 유리하다. 찬반형 중 소득구분없이 모든 학생대상으로 실시하는 안에 대한 찬반으로 물어보면 여야간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보편급식안에 대한 찬반 프레임에서 상대적으로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보편적 무상급식의 대안으로서 선별적 무상급식이 대안으로서 고려되지 않고, 무상급식자체의 전면 중단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림 4] 서울시 주민투표청구심의위원회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안 조사결과 (%)

 

[그림 5] 보편급식안 및 선별급식안 각각에 대한 찬반 (%)

 

선별급식론의 우세 원인 : 낙인 효과 우려보다 증세 우려가 커

 

전체적으로 양자택일형, 찬반형 질문에서 현 서울시안을 기준으로 물어보면 오세훈 시장의 입장, 즉 소득하위 50%를 선별하여 지원하는 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우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우선, 무엇보다 양 급식안이 기초하고 있는 복지철학과 방법론과 관련된 보편복지론에 대한 공감보다 선별복지론에 대한 공감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둘 중의 하나를 택하게 될 경우 선별복지론이 우세해지는 요인이 된다([그림6]). “정부가 의료, 보육, 교육 등 복지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보편복지론의 입장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이 65.6%,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2.5%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9%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재정을 고려하여 시급한 분야, 대상을 선별하여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선별복지론의 입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무려 85.6%나 된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2.3%, 모름/무응답은 2.1%에 그쳤다.

 

[그림 6] 보편복지론과 선별복지론 각각에 대한 공감도 (%)

 

또한 무상급식안에 대한 입장으로 좁혀서 봐도 야당측에서 제기하는“낙인효과”즉 수혜 대상을 선별할 경우 수혜를 받는 학생들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어 학교생활 및 교우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보다는 서울시의 주장처럼 모든 학생 대상으로 지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증세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림7]에서 “모든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76.0%가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8%에 그쳤다. 반면 “소득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하면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들이 가난한 학생으로 분류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낙인효과에 대해서는 58.0%가 공감을, 39.0%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소위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도 과반을 훌쩍 넘었지만 증세에 대한 우려보다는 적었다. 이러한 차이가 서울시안을 다수안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7] 보편급식 시 증세 우려와 선별급식 시 낙인효과 우려 (%)

 

4. 서울시민의 무상급식 인식지형

 

위의 분석에서 보편적 복지론의 입장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보다 선별복지론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보다 증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 보다도 주목할 점은 보편복지론에 대한 공감이 65.6%, 선별복지론에 대한 공감이 85.6%로 두 안에 대한 공감이 모두 과반수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반된 가치로 이해되는 양 입장을 모두 공감하는 상충적(ambivalent attitudes) 태도가 다수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시민 무상급식 인식지형 분석 : 새로운 분석틀

 

이렇듯 선별적 복지론자, 보편적 복지론의 이분법에서 탈피하여 상충적 복지인식까지 고려한 서울시민의 복지인식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공감여부 및 선별복지에 대한 공감여부를 교차(2×2)하여 다음과 같은 네 개의 복지인식 유형으로 분류해보고자 한다.

 

(1) 보편적 복지론자 : 보편복지론에는 공감하나 선별복지론에는 공감하지 않는 층

(2) 선별적 복지론자 : 선별복지론에는 공감하나 보편복지론에는 공감하지 않는 층

(3) 상충적 복지론자 : 보편복지론과 선별복지론 동시에 공감하는 층

(4) 反(반) 복지론자 : 보편복지론과 선별복지론 모두 공감하지 않는 층

 

앞서 살펴본 보편적 복지주장과 선별적 복지주장 각각에 대한 조사데이터를 가지고 이번 서울시민 500명 중 각각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 17명을 제외한 483명의 응답을 분석해보면 예상대로 상충적 복지론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는 [그림8]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보편적 복지론자는 10.8%, (2) 선별적 복지론자는 31.9%, (3) 둘다 공감하는 상충적 복지론자가 과반을 넘어 55.5% (4) 둘다 공감하지 않는 반복지론자 유형에 속하는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즉 선별이냐 보편이냐 이분법적 인식구도 하에서 대결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과 달리 유권자들 차원에서는 양자의 문제의식이 공존하는 상충적 태도의 인식유형에 절반이상이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 입장이 공존하는 국민이 다수인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입장을 택하라는 양자택일에서 상당수의 국민들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으며, 둘 중의 한 입장을 택해 찬반을 물어보면 물어보는 방식에 따라 엇갈리는 응답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무상급식과 관련 주민투표 질문 프레임에 따라 응답이 달라지는 근본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보편복지, 선별복지 양 가치가 내적으로 공존하는 상충적 유권자의 경우 무상급식에 대한 태도가 보편적 복지론자, 선별적 복지론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후 양 가치 중 명확하게 하나의 입장을 택일하는 경우보다 이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각각의 세력에 의한 선거운동과 정보가 추가될 경우 입장변화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림 8] 서울시민 복지인식유형 (%)

 

 

누가 상충적 복지론자인가?

 

[표2]를 통해 그럼 각 인식유형별 사회경제적 구성을 통해 어떤 계층에서 어떤 인식유형이 분포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세대별로 보면 상충적 태도가 가장 많은 계층은 2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순으로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65.7%가 상충적 복지론자, 25.3%가 선별적 복지론자, 보편적 복지론자는 8.1%에 불과했다. 30대에서는 상충적 복지론자가 48.2%로 적은 대신 선별적 복지론자는 32.8%, 보편적 복지론자 17.3%로 나타났ㄷ고. 40대의 경우 상충적 복지론자가 60.8%, 선별적 복지론자 25.5%, 보편적 복지론자 12.7%였다. 50대에서는 56.3%가 상충적 복지론자, 선별적 복지론자가 33.3%, 보편적 복지론자는 6.9%에 불과했다. 60대 이상에선 상충적 복지론자가 가장 적은 45.9%, 선별적 복지론자가 다른 세대에 가장 많은 45.9%로 나타났다. 보편적 복지론자는 7.1%에 그쳤다. 박복지론자의 규모는 1~3.4% 수준에 불과했다.

 

학력별로 보면 대졸층에서 상충적 복지론자가 가장 높아 58.5%, 고졸에서 51.4%, 중졸이하 50.0%였고, 반대로 선별적 급식론자는 중졸이하에서 44.7%로 가장 많았고 고졸, 대졸에서는 각각 31.2%, 30.6% 수준이었다. 반면 보편적 복지론자는 중졸이하에서 2.6%로 가장 적었고, 고졸에서 가장 많은 15.9%, 대졸층에서는 9.0% 수준이었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보편적복지론이 진보를 대변하는 양상이지만 실제 서울주민의 진보층의 다수는 오히려 상충적 태도가 가장 많은 58.5%였고, 선별적 복지론 25.5%, 보편적 복지론자 14.9% 수준이었다. 중도층에서 상충적 태도가 57.2%로 가장 높았고, 선별적 복지론자가 28.3%, 보편적 복지론자는 11.8% 였다. 보수층에서도 상충적 복지론자가 54.4%로 가장 많았고, 선별적 복지론자 역시 37.8%로 다른 이념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편복지론자는 6.7%에 그쳤다.

 

정당지지로 보면 보편복지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상충적 복지론자가 가장 많아 64.0%, 다른 정당 59.3%, 한나라당 지지층 51.9%, 무당파 51.2%가 상충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별적 복지론자의 경우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가장 높아 40.3%에 달했고, 무당파 층에서도 38.0%나 되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21.9%, 다른 정당 지지층에서는 11.9%였다. 보편적 복지론자의 경우 진보정당들이 다수 포함된 다른 정당 지지층에서 27.1%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13.2%, 무당파 층에서는 8.5%,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5.5%에 그쳤다.

 

[표 2] 계층별 복지인식지형 분석(%)

 

 

5. 상충적 복지론자의 주민투표 태도

 

상충적 복지론자: 투표관심, 투표의사 높아

 

복지인식유형별 이번 주민투표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면 예상대로 선별적 복지론자들이 주민투표 관심도(81.0%), 주민투표 찬성율(64.9%), 투표참여의사(65.9%)에서 가장 높았다. 반대로 보편적 복지론자들은 가장 소극적이다. 관심도에서 68.6%였고 주민투표 찬성율이 46.2%로 과반수에 못 미쳤고, 투표 참여 의사도 52.9%로 가장 낮았다. 상충적 복지론자들의 경우 선별적 복지론자에는 못 미치지만 보편적 복지론자에 비해서는 주민투표에 대해 상당한 적극성과 호의를 가지고 있다. 선별급식론을 관철하려는 입장에서 보면 서울주민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충적 복지론자의 투표관심은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그림9]).

 

[그림 9] 복지인식유형별 주민투표 태도 (%)

 

상충적 복지론자: 보편급식 증세 우려 못지 않게 선별급식 낙인효과 우려 커

 

그러나 이들의 태도 구체적인 주민투표안에 대한 태도를 보면 상당한 유동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충적 복지론자들의 경우 선별적 복지론자처럼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40.6%)보다 증세우려(81,7%)가 크거나 보편적 복지론자처럼 증세우려(52.9%)보다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76.9%)가 월등히 높지 않고 증세우려(76.9%)와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64.2%)가 상당부분 공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증세에 대한 우려가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느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되는가에 따라 다른 어느 유형보다 입장 변화의 가능성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다([그림10]).

 

[그림 10] 복지인식유형별 각 안에 대한 우려 (%)

 

상충적 복지론자의 급식안 선호 : 하위 50%소득 급식안 50.4% VS. 소득구분없는 급식안 40.0%

 

복지인식 유형별 투표행태를 보면 각 입장별 선호패턴이 투렷하게 엇갈린다. 선별적 복지론자들의 72.4%가 소득하위 50% 대상 2014년 추진안을 선호한 반면 소득구분없이 지원하는 보편급식안에 대해서는 21.1%만이 지지한 반면 보편복지론자들의 경우 반대로 83.3%가 보편급식안에 지지를 표명했고 소득하위50% 선별급식안 지지는 13.3%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충적 복지론자들의 경우 양 입장간 선호가 가장 대등하게 나타났다. 하위소득 50% 지원안이 50.4%, 소득구분없는 보편급식안 지지도 40.0%였다. 모름/무응답 9.6%, 한달여의 선거운동 기간, 본 조사의 오차범위까지 감안하면 전체 서울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충적 복지론자들의 응답분포를 고려할 때 선거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듯하다.

 

[그림 10] 복지인식유형별 주민투표안 선호 (%)

 

6. 남은 변수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오세훈 시장의 보편적 무상급식 중단과 선별급식으로 전환하고자하는 시도에 대한 서울시민의 여론은 우호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우세는 공고한 것일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울시 주민의 55.5%를 차지하고 있는 상충적 복지론자들의 이후 투표 표심 변화가 주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남아 있는 몇 가지 변수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변수1. 각안의 예산 비용 정보 제공시 변동 가능성, 선별급식안 53.2%→49.7%로 감소

 

최근 현재 현행 보편급식안대로 추진할 경우 드는 비용이 4000억, 선별급식안으로 추진할 경우 3000억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언론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시각에 따라서는 그 격차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편급식론에 대한 우려가 예산비용 문제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양 방안간의 예산격차가 크지 않을 경우 여론변동의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시 주민투표청구심사위에서 결정안 투표문안조사 이후에 각안의 예산비용을 주고 다시 물어보니 소득하위50% 학생 대상으로 한 안에 대한 지지가 53.2%에서 49.7%로 줄어든 반면,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 대상으로 시행하는 안에 대한 지지는 38.1%에서 37.4%로 변화하여 양 입장간 격차가 다소 줄어들었다. 대신 잘 모르겠다는 12.8%로 다소 증가했다([그림11]).

 

상충적 복지론자들의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정보제공전 선호와 예산정보를 제공한 후 입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하위소득50% 안에 대한 지지가 50.4%에서 46.6%로 줄어들면서 양 입장간 격차가 정보제공전 10.4%포인트에서 6.3%포이트 차로 줄어들었다([그림12]). 이들 유형의 압도적인 비중을 고려할 때 이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예산관련 논란과 선별급식시 낙인효과에 대한 논란이 심화될 경우 입장변화의 유동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림 11] 보편급식 시 4000억, 선별급식시 3000억 비용 발생 정보 주었을 때 양자택일변화 (%)

 

[그림 12] 보편급식 시 4000억, 선별급식시 3000억 비용 발생 정보 주었을 때 양자택일변화 (%)

 

변수2. 한나라당의 지원의 폭

 

오세훈 서울시장의 일관된 입장에 비해 아직까지 한나라당의 경우 서울시무상급식에 대한 지원은 미온적인 상황이다. 최근 당 내에서 무상급식 싸움은 성전이라고 하면서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김문수 지사나 홍사덕 의원의 비판적인 발언 등에서 보듯이 당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은 향후 주민투표 진행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대선주자들의 반응도 변수다. 당장 한나라당 선두주자인 박근혜 전대표만 하더라도 한국형 복지노선을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복지아젠다에 대응하고 있으며 지난 7.4 당대표 선거에서 친박진영을 대표하여 2위를 한 유승민 최고위원만 하더라도 과감한 복지노선을 약속한 바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입장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쉽지 않은 것은 차기 총선, 대선과 관련하여 현 정부에 대한 심판 및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국민들의 요구와 관심사에 밀착하는 방향으로 당 개혁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EAI 여론브리핑 100호).

 

현재 양극화 완화의 관건이 되는 복지 아젠다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한나라당이 선호하는 선별적 급식론이 복지급식론에 비해 우세하기는 하다. 그러나 양 입장이 공존하는 상충적 태도의 유권자들이 존재하고 투표율 33.3% 기준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오세훈 시장이나 선별급식론을 관철하려는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한나라당이 양극화 완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야권과 복지 논쟁을 둘러싼 정치갈등을 정면으로 전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문제 및 양극화 해소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하는 한나라당 및 유력 대선주자들의 의 입장과 복지철학/방법론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야권과 정면대결을 벌이는 오세훈 시장간의 정치적 입장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후 주민투표 운동과정에서 한나라당 현 지도부 및 유력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변수3. 야권의 보이콧 움직임은 성공할까? “공감하지 않는다” 59.7%

 

다른 변수로는 주민투표법에 의하면 전체 등록유권자의 1/3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투표함 개봉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즉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할 경우 개표자체가 무산된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 180억이 넘는 투표비용과 주민투표서명 절차상의 하자 등을 근거로 주민투표 불참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번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여론이 63.3%에 달하고 있지만 투표 관련 조사의 경우 바람직한 응답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투표율보다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응답만을 가지고 투표 성사여부를 가늠하기 힘들다.

 

이에 실제 야권에서 보이콧 운동을 할 경우 얼마나 파장을 가질 수 있을 지 살펴보기 위해 현재 주민투표 불참하자는 의견에 대해 알아 본 결과 보이콧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33.4%,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9.7%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고 있다. 자칫 충분한 공감대 없이 투표 불참 운동이 전개될 경우 여론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림 13] 주민투표비용 180억/서명절차의 하자로 주민투표 불참하자는 주장에 대한 태도 (%)

 

변수4. 법적 공방의 결과

 

현재 서울시의회 민주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19일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제출한 서명부가 주민투표법과 조례에서 정한 서식과 다르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서울행정법원에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시교육청은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17일 확정한 무상급식 계획은 심의회가 확정한 문안과 달리‘서울시, 구청과 함께 2011년에는 초등학교, 2012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 2013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2학년, 2014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한다는 안이라는 점에서 주민투표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서울시는 무상급식 사무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고 주민투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민투표안이 현재 서울시 교육청에서 계획한 안과 다르다는 시교육청의 주장이 사실이거나 주민투표법 상 본 무상급식 사안이 주민투표의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사법부의 판단으로 나올 경우는 실제 투표자체의 효력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매우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이상에서 정치권에서는 주민투표를 보편복지=진보, 선별복지=보수라는 이분법적인 인식틀로 접근하면서 사생결단의 정치쟁점으로 비화시키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의 다수는 양자 입장 모두에 대해 그 필요성과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는 상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선별급식론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보편급식론에 대한 적지 않은 지지를 고려해야 하며 선별급식시 발생할 수 있는 낙인효과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대로 보편급식론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예산부담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전반적인 여론은 보편적 복지론에 대한 증세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아 오세훈 시장에게 우호적인 여론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종 투표일까지는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서울시민의 과반수가 넘는 상충적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양면적인 문제의식과 우려에 대해 누가 더 설득력있게 다루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는냐에 따라 투표 결과는 유동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승패를 떠나 여와 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양자가 스스로 가둬놓은 정치적 이분법 프레임에서 벗어나 상충적이며, 복합적인 유권자들의 인식프레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이번 주민투표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양자택일, 찬반이라는 단순 일차 방정식을 넘어 양 입장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이차복합방정식의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무상급식 논쟁의 궁극적인 종착지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까지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복지아젠다가 여야간 끝장을 볼 정치 쟁점이 아니라 여야가 협력해서 풀어야 상생의 아젠다가 될 수는 없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제로섬을 넘어 양 자가 양립가능한 복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성숙한 정치력을 여야모두에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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