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승주 EAI 무역·기술·변환연구센터 소장(중앙대 교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민간용 드론이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경로를 거쳐 전장에 투입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저자는 민간용 드론의 대다수를 공급하는 중국이 전쟁 발발 이후 수출 통제를 강화하였으나, 규제 범위가 협소할 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제3국을 경유하여 드론을 수입하고 있어 통제의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서 민간 및 군사 영역에 겸용되는 드론 기술의 특성과, 수출 통제의 영향을 검토하여 새로운 통제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Ⅰ. ‘드론전’(drone war)의 부상

 

드론은 21세기 전쟁에서 혁명적 변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 변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전”이라고 불리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전장에 투입되는 드론은 단거리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에서 폭탄을 탑재하고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하여 공습하는 장거리 드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구체적으로 바이라크타르(Bayraktar) TB2, 샤헤드(Shahed) 136, 보버(Bober), 올란(Orlan) 10, 랜셋(Lancet) 3 등 군사용 드론뿐 아니라, 마빅(Mavic)과 UJ-22 등 민간용 드론이 대규모로 전쟁에 투입되고 있다.

 

전장에서 드론을 활용한 군사 작전 또한 진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 튀르키예의 대형 드론 바이라크타르 TB2로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자 러시아는 바이라크타르 TB2를 탐지·격추하는 능력을 빠르게 갖추었고, 우크라이나 다시 소형 드론을 사용하는 전술로 변화를 꾀하였다. 그 결과 전쟁 발발 수 개월 후 바이라크타르 TB2가 전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전쟁 초기 러시아가 압도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습을 격퇴 또는 억제하고 장기간의 대치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장거리포, 미사일, 드론을 유기적으로 통합 운용한 결과이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드론 활용 능력에서 우크라이나에 뒤졌으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드론을 군사 작전에 통합하는 데 커다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정찰, 포격 지점 파악, 정밀 포격 능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드론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민간용 드론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탁월하다. 전차를 파괴하는 데 사용되는 드론의 가격은 포탄보다 저렴할 정도로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적군의 고가 무기를 파괴할 수 있는 민간용 드론의 가성비는 우크라이나가 병력, 화력, 장거리 군사 무기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장기간 수행하고, 러시아 또한 드론을 군사 작전에 더욱 긴밀하게 통합함으로써 전쟁을 지속하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민간용 드론 중 경주와 영화 촬영에 사용되는 일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 FPV) 드론은 상대의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1,500~3,000달러에 불과한 DJI의 마빅은 전차 또는 포대 등 표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령관에게 정보를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민간용 드론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주목받고 있다.

 

Ⅱ. 중국의 수출 통제와 민간용 드론의 지속적인 전쟁 투입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RUSI)는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드론이 매월 1만 대 격추되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우크라이나 또한 2024년 1백만 대의 FPV 드론을 운용할 예정이다. 이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포탄 수의 두 배에 이른다. 이는 역설적으로 드론이 지속적으로, 그것도 대규모로 전장에 투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민간용 드론을 대규모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조달하여 전장에 투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드론 수출을 검토해야 한다. 이란과 터키가 대형 군사용 드론을 생산하는 반면, 민간용 드론은 대부분 중국이 공급하기 때문이다. DJI, 이항(EHang), 오텔(Autel) 등 중국의 대표적인 민간용 드론 생산업체들은 세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한다. 실제로 70개에 달하는 중국 업체들이 26개 브랜드의 드론을 수출하고 있다.

 

민간용 드론이 전쟁에 투입된다는 증거가 드러나자,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개전 초기 수출 통제를 강화하여 모든 유형의 드론이 전장에서 쓰이지 않도록 하고 국제 평화와 지역 안정 증진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 부인한 것과 달리 중국 드론이 대규모로 전장에 수출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러시아 재무장관 안톤 실루아노프(Anton Siluanov)가 러시아 의회에서 “러시아의 ‘거의 모든’ 드론이 중국에서 수입되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데서 중국 드론이 러시아에 광범위하게 수입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드론을 전쟁 당사국에게 수출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미국의 대중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드론 수출 통제를 강화하였다. 중국의 첫 번째 드론 수출 통제는 제조사인 DJI가 2022년 4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수출을 중단한다는 발표였다. 이어서 2023년 7월 중국 정부가 한층 강화된 수출 통제를 발표하였다. 중국 상무부, 관세청, 군사용 기술 규제 당국, 군사 장비 개발 부처 등 4개 부처가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였다.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에는 두 가지 모호성이 있다. 우선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가 아니다. 드론 업체들이 수출하려는 제품은 민간용으로 사용된다는 기준을 충족하면 여전히 수출될 수 있다. 군사용으로 사용된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중국 정부가 수출 제한 기준을 협소하게 규정한 것도 드론 수출이 지속되는 요인이다. 적외선 영상기기, 합성 개구 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SAR), 무선 통신기기, 안티 드론 시스템 등 수출 제한 기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민간용 드론은 과거와 큰 차이 없이 수출되어 전장에 투입될 수 있다. 실제로 DJI는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발표 이후 ‘중국 정부의 통제는 겸용 기술 부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자사의 일반 제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Ⅲ.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중국 드론 수입 현황

 

중국 정부와 기업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드론 수출이 지속된다는 점은 중국 해관 데이터로 확인된다. 우선, DJI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거래 중단을 선언한 2022년 4월과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실행된 2023년 9월 이후 중국의 드론 수출 규모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2023년 중국의 드론 수출 총액은 32억 2천만 달러로 2022년 대비 99.9% 수준이다. 중국의 드론 수출이 잇따른 통제 조치에도 실질적으로 감소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중국 드론의 월별 수출 실적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2022년 4월 이후2022년 11월까지 중국의 드론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2023년 7월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발표는 교역 상대국들이 드론 수입을 앞당기는 효과를 초래했고, 그 결과 2023년 9월 중국 드론 수출이 급증하였다. 2023년 10월 이후 중국의 드론 수출이 다소 감소하였으나,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돌아간 것일 뿐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그림 1> 참조).

 

수출 통제의 제한적 효과는 러시아의 중국 드론 수입에서 확인된다. 중국 해관에 따르면,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대중국 드론 수입액은 2023년 6,680만 달러로 2022년 대비 1.8배 증가하였다. 이 가운데 드론 완제품 수입은 59.4%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부품 수입은 무려 383.8% 증가하였다. 이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드론의 유지, 보수를 위한 부품 수요가 증가한 데다, 러시아가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제3국으로 부품을 수입하여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림 1> 중국 드론 수출액의 변화 (2022~2023)

출처: 중국 해관

 

특히, 중국의 수출 통제 이후에도 DJI 드론이 러시아군에 투입되고 있다는 증거는 매우 다양하다. 러시아에 드론을 배급하는 스카이멕(Skymec)은 러시아 내무부, 연방방위청(Federal Protection Service), 응급상황부(Emergency Situations Ministry) 등을 배부처 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있다. 러시아에 공급되는 드론 가운데 중국 제품의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수출 통제가 작동하기는커녕 “아무것도 금지되지 않는 것 같다”는 우려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수출 통제의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22년 대비 2023년 우크라이나의 대(對)중국 드론 수입이 97.9%를 기록한 데서 나타나듯이, 증가세가 현저하게 둔화되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발효된 2023년 10월 이후 2024년 2월까지 우크라이나의 대중국 드론 수입은 전무하다. 수출 통제가 우크라이나에만 작동하는 차별적 효과를 초래한 것이다. 변화의 폭은 우크라이나에서 훨씬 더 크지만, 완제품과 부품 수입에서는 러시아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완제품 수입은 2022년 대비 93.7% 감소한 반면, 드론 부품 수입은 1.39배 증가하였다.

 

Ⅳ.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

 

중국의 수출 통제가 정상 작동하더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중국 드론을 조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드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 수출되기 때문이다. 제3국 또는 환적 지점을 통한 우회 수입, 세관 데이터의 조작(선적 물품의 모호한 설명 또는 수출 물량 축소 등), 대리 민간기업의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이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동원된다.

 

제3국 우회 수입의 경우, 러시아는 홍콩,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카자흐스탄 등 통해 중국 드론을 대규모로 조달한다. 이는 중국 해관 데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우회 수입 경유국들은 2022년 대비 2023년 중국의 드론 수출이 급증하였거나, 중국의 수출 규모 자체가 매우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2023년 중국의 드론 전체 수출액은 2022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다. 반면, 튀르키예의 중국 드론 수입은 2022년 대비 2.23배 급증하였다. 또 다른 우회 수입 경로로 알려진 UAE는 수입 증가율이 1.13배로 높지 않지만 2023년 수입 규모가 7,503만 달러로 매우 커서 우회 수입을 은폐하기에 비교적 용이한 환경이다. 러시아는 UAE를 통해 DJI 드론을 대량 구매하고, 스베르은행(Sberbank)이 UAE에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우회 수입 경유지인 홍콩에 대한 2023년 중국의 드론 수출 규모는 2022년 대비 1.55배 증가하였다. 러시아가 홍콩 소재 에이피오 그룹(APIO Group)과 쉔웨이 기술 홍콩(Shenwei Technology HK)를 통해 드론을 수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기업들은 법인 설립 대리인(company formation agent)의 주소를 사용한 점을 고려할 때, 드론의 우회 수출을 위해 임시 설립된 것으로 보인다. 구매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지만, 상용 드론의 가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우회 수입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심지어 EU 국가를 통해 중국 드론이 우회 수출되기도 한다. 네덜란드 당국이 수출 통제를 위반하여 드론을 러시아에 수출하였다는 이유로 Woerd-Tech BV의 소유주 드미트리 알렉세이비치 쿠드리아프체프(Dmitri Alexeievitch Koudriavtsev)를 기소한 것은 단지 한 사례에 불과하다. 제3국에 수출된 드론 부품을 재조립하여 러시아로 수출하는 경로도 있다. 해체된 DJI 드론이 카자흐스탄으로 수출된 후 러시아로 재수출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Ⅴ. 시사점

 

이상으로 드론, 특히 민간용 드론이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전장에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현상을 검토하였다. 이로부터 도출되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겸용 기술로서 군사적 전용의 가능성이 높음에도, 민간용 드론 수출 통제가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DJI는 전쟁 당사국과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혔음에도, “사용자들이 다른 국가에서 드론을 구매하여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로 선적하는 것을 방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한 바 있다.

 

수출 통제의 주체가 미국으로 바뀌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미국 국방부가 2022년 10월 DJI 등 13개 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이후에도 러시아에 대한 드론 수출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미국의 중국산 드론 수입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미국과 EU의 대러시아 수출 통제에 허점이 있다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겸용 기술 통제의 어려움은 군사용 드론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 9월 우크라이나 정부가 G7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드론에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 일본, 폴란드 등 서구 진영 국가들에서 생산된 부품이 포함되었다. 순항 거리 2천 km와 순항 속도 180km인 샤헤드(Shahed) 131과 146에 사용된 서구 기업의 전자 부품의 수가 52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부품들은 튀르키예, 인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코스타리카 등을 통해 이란으로 유입되었다. 이는 겸용 기술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수출 통제 체제의 수립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둘째, 수출 통제가 드론 무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과 다양한 우회 경로를 체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출 통제가 모든 국가에 균등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쟁의 향방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차별적으로 적용되었다. 2023년 러시아의 중국 드론 수입은 증가한 반면, 우크라이나의 중국 드론 수입은 정체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수입은 2023년 5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반면 러시아의 중국 드론 수입이 2024년 4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의 경우, 수출 통제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9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 것이다. 이는 전쟁의 양상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한편, 수출 통제의 간접적 효과는 더욱 복잡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중국 드론을 경유국을 통해 여전히 우회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국가의 드론 부품 수입이 빠르게 증가한 데서 나타나듯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수출 통제를 우회하여 제3국 또는 국내에서 드론 조립과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승주_EAI 무역·기술·변환연구센터 소장,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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