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16호] 교육환경의 변화와 교육소비자의 전략적 선택
[1] 교육문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 전체연구팀 총론
[2] 교육소비자의 전략적 선택, 해외유학 - 임천순 ․ 정일준
[3] 조기유학,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가? - 서소정 ․ 정한울
[4] 차기정부의 교육정책, 다층적 복합대책이 절실하다 - 임천순 ․ 김병국
1. 교육문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 발상의 전환1. 한국사회는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다
교육이 문제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EAI 동아시아연구원(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의 국가인적자원패널팀과 중앙일보와 함께 7월 24일~ 8월 1일까지 7대도시 거주자 성인남녀 1008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교육의 근간이 되는 공교육에 대해 74.7%가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사실 국가의 백년대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한국사회는 평준화 정책 ․ 기여입학제 ․ 사립학교법 개정 등 교육관련 정책들을 중심으로 논쟁을 계속해왔다. 이러한 논쟁은 결국 ‘정부가 주도해서 공교육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 간의 각축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논쟁구도가 야기하는 가장 심각한 폐해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공교육의 문제로 환원시키면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변화와 다양한 문제점을 간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양한 차원에서 문제들이 복합되고 변화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교육문제가 ‘국가 대 시장’이라는 해묵은 이념논쟁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대선국면으로 눈을 돌려보면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의 교육정책을 얼마나 고려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겠다’ 24.8%,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58.4%로서, ‘조금 고려하겠다’ 14.3%, ‘거의 고려하지 않겠다’ 2.5%를 압도하고 있다. 실제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이구동성으로 교육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각 후보들이 생각하는 문제 진단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경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내세우는 교육정책들이 현 정부 하에서 진행되었던 논쟁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 발상의 전환2. 생각을 바꿔야 문제점이 보인다.
세계화 ․ 정보화 ․ 민주화 등 최근 수십년간 국내외적으로 발생한 세기적 변화들이 사회구조 및 사람들의 인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환경변화가 때로는 전사회계층에 동일하게 작용하는가 하면 때로는 계층과 연령, 취향과 능력에 따라 분절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세계화는 한국사회 전반에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부각시키지만 사회계층이나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입시전략이나 취업전략 차원에서 영어교육을 강조할 것이고, 국제네트워크 하에서 일을 하거나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 영어능력 이상의 국제적 감각과 안목을 필요로 한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모든 문제를 공교육 문제로 환원하거나 입시에 올인해서 명문대를 진학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단순논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국 공교육의 문제와 별개로 자녀의 교육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계층이 등장하고 이미 일부계층에서는 국내명문대 대학서열프리미엄에 회의를 갖는 층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변화가 조기유학과 어학연수 붐으로 대표되는 미성년 학생들의 ‘교육엑소더스’ 현상과 3불 정책을 고수하는 상반된 여론을 공존하게 만들고 있다.
□ 발상의 전환3. ‘규제냐 자율이냐’의 이분법은 대안 아니다. 맞춤형 복합정책이 필요하다.
다양해진 교육수요와 기호를 하나의 단일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론’도 ‘시장만능론’도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없다. 둘 중의 하나를 고집해서는 한국교육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 문제를 둘러싼 교육 소비자들의 인식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뿐 아니라 보다 세분화되고 다층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은 교육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교육소비자의 인식변화에는 둔감하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은 방기해온 책임을 인식하는 데 있다.
[그림1] 대선에서 교육정책 고려 여부
주) 모름/무응답 제거 후 계산
[그림2] 한국 공교육 만족도
주) 모름/무응답 제거 후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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