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한국 선거 지형의 전통적 균열 요인인 지역주의가 2000년대 이후로 꾸준히 완화되고 있고,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대구, 경북 지역에서 20% 이상의 유권자 지지를 획득하는 것에서 보듯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저자는 향후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가 지역 요인보다는 세대와 계층, 이념 성향,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정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결정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1. 들어가며: 지역주의의 완화?

 

지역주의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의 선거 지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균열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이념이나 세대 등 대안적 균열 요인들이 부상하면서 유권자 투표 행태에 지역주의의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는 논의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최준영·조진만 2005; 강원택 2003; Kim et al. 2008). 그러나 다수의 연구들이 지역주의가 새롭게 부상한 다른 요인들과 함께 한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태도 및 행태에 여전히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반론을 펼치기도 하였다(윤광일 2012; 김용철·조영호 2015; 문우진 2017; 노기우 외 2018).

 

그런 가운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그리고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2018년)와 21대 국회의원 선거(2020년) 등에서 민주당이 전통적 보수정당의 텃밭이었던 영남(특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지역 득표율에서 선전하는 등 최근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이어 압승하면서 ‘지역주의가 본격 약화되는 것인가’라는 논의들이 나오기도 하였다. 즉, 영남 지역에서 국민의힘(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계승)에 대한 유권자 지지 강도가 다소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면서, 특히 부산, 울산, 경남 등 소위 PK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지역주의의 변화 가능성이 논의되기도 하였다(정재도·이재묵 2018).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고향인 부산 그리고 인접 지역인 울산에서 득표율 1위(각각 38.7%과 38.1%)를 하였으며, 경남(36.7%), 대구(21.8%), 경북(21.7%)에서도 선전하여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른 득표를 하였다. 또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산의 오거돈 후보(55.23% 득표), 울산의 송철호 후보(52.88% 득표), 경남의 김경수(52.81% 득표) 후보가 각각 50%가 넘는 득표를 바탕으로 경남 지역 광역 단체장 선거를 석권하면서 이러한 영남 지역 지역주의 완화는 기정사실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수 정당에 대한 경남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애착심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나 충성심의 강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기에, 영남지역 지역주의 선거의 변화 조짐을 정당 재편성(partisan realignment)보다는 기존의 정파적 성향으로부터의 이탈(dealignment)로 보는 관점이 아직은 좀 더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인다(강원택 2019). 실제로 이번 대선의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2021년 4월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62.67%를 득표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34.42% 득표에 그친 민주당의 김영춘 후보를 상대로 큰 격차로 승리하여 소위 PK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기도 하였다.

 

2. 20대 대통령 선거와 지역주의: 선거 결과 분석

 

이런 배경 하에서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양대 정당의 지역 경쟁 구도를 진단해보자. 지역주의 완화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2000년대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호남 지역 기반의 민주당이 영남 지역 출신의 대선 후보(2002년의 노무현과 2017년의 문재인)를 선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하여 경북 안동이 고향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최초의 TK 출신 대통령 후보임을 내세워 영남 지역 표심을 집중 공략하였지만,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백제불가론”을 언급하였다가 역풍을 맞기도 하였다. 전국 득표율을 고려해 보면 호남 출신 민주당 후보보다는 영남 출신 후보자가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림 1] 2012-2022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지역별 득표율(단위 %)

 

실제 개표 결과를 통해 지역별 득표율을 살펴보면, 전국에서 47.83%를 득표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취약 지역인 대구에서 21.6%, 경북에서 23.8%의 유권자 표를 얻었고, 부산, 울산, 경남에서 각각 38.15%, 40.79%, 37.38%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별 득표율과 비교해 볼 때, 이재명 후보는 대구(21.76%->21.60%), 경북(21.73%->23.80%), 부산(38.71%->38.15%), 울산(38.14%->40.79%), 경남(36.73%->37.38%)등의 차이를 각각 지역별로 보여준 것이다. 광역 단위 선거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이재명 후보가 전국 선거 결과에서 0.73% 차이로 석패하였지만, 적어도 영남 지역 성적표만 놓고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해 경북, 울산, 경남 지역에서는 오히려 더 선전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영남 지역 전체를 놓고 볼 때 5년 전 선거 결과와 비교해 이번 대통령 선거는 지역주의 투표 측면에서 큰 변화를 보여주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즉, 최근 5년 동안 실시된 전국 단위 선거 결과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부산, 울산, 경남 등 소위 PK 지역을 중심으로 40%에 육박하는 안정된 득표율을 이번 대선에서도 보여준 것이다. 호남 지역 득표율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5년 전 문재인 후보의 해당 지역 득표율보다 약 20% 이상 골고루 앞서는 좋은 결과를 나타내지만, 그보다 앞서 있었던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광주 및 전라 지역 득표율에는 다소 못 미치는 득표를 기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광주(30.08%), 전남(30.68%), 전북(23.76%) 등 호남 지역에서 선전하여 민주당 성향 표가 문재인 후보로부터 다소 분산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호남 지역 유권자 투표행태의 변화는 어떠할까?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영남 지역 표심의 변화 움직임에 대응하여 국민의힘은 호남 민심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서진(西進) 정책을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전개하였다. 이준석 당대표는 선거 기간 호남 지역을 자주 방문하였으며, 윤석열 후보는 설 연휴에 호남 지역에 거주하는 230만 명의 유권자들에게 본인의 정책 비전을 호소하는 자필 손편지를 발송하기도 하였다. 또한 국민의힘은 박주선, 김동철 등 호남 지역 중진 출신의 전 의원들을 선대위에 영입하였고, 현역이자 국민의힘 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용호 의원을 공동 선대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윤석열 후보는 보수 정당 대통령 후보 최초로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위치한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도 하는 등 호남 민심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선거 레이스 기간 동안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호남에서도 30%를 넘어서는 지지율을 보여주기도 하여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번에 호남에서 30%에 근접하는 득표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하였다.

 

[그림 2] 2012-2022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지역별 득표율(단위 %)

 

실제 개표 결과를 보면, 비록 국민의힘이 기대했던 30% 득표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윤석열 후보는 호남에서 보수 후보로서는 역대 최고 대선 득표율(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을 기록하였다. 즉, 윤석열 후보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호남 지역에서 기록한 광주 7.76%, 전남 10.00%, 전북 10.46%의 득표 기록을 모두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 후보의 호남 지역별 최다 득표율이라 할 수 있는 광주(2008년 이명박 후보 8.6%), 전남(2012년 박근혜 후보 10%), 전북(1987년 노태우 후보 14.13%)의 기록들도 모두 경신하였다. 민주당이 영남 지역에서 얻은 득표와 비교해 수치상으로는 다소 못 미친다 할 수도 있지만, 호남 지역주의의 향후 변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도 볼 수 있다.

 

3. 20대 대선 유권자 투표 행태와 지역주의

 

이번 대선 기간 전후로 실시한 유권자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미시적 수준에서 지역주의 투표 행태의 변화를 확인해 보자. 본 설문조사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선거 전후로 2회에 걸쳐(1차 조사: 2022년 12일~15일, 2차 조사: 3월 10일~15일) 동일한 패널을 대상으로 하여 전화 면접 조사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응답률은 80.3%(1,374명 접촉, 1,104명 응답), 표집오차는 ±2.9%p 이다.

 

[표 1] 유권자 거주 지역별 투표 선택 및 정치 성향

 

거주지

투표 선택 후보 (%)

이념 성향

진술 동의 여부(0~10점)

이재명

윤석열

진보(10)~보수(10)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

이전 선거 대비
지역주의가 약화

서울

44.9

52.3

5.74

6.02

3.82

인천/경기

45.3

50.5

5.05

5.40

4.18

대전/세종/충청

45.1

50.6

5.11

5.51

3.95

광주/전라

82.8

14.5

4.77

4.15

4.27

대구/경북

27.2

68.4

5.54

6.89

4.30

부산/울산/경남

41.2

53.4

5.31

5.82

4.46

강원/제주

46.5

53.5

5.56

6.25

3.79

 

 

[그림 3] 이재명-윤석열 후보 득표율 차이 (거주지별)

 

우선, 유권자 거주지역별 대선 투표 후보를 살펴보면, 실제 선거 결과와 유사하게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구 경북에서 20% 이상, 그리고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도 약 40%를 넘어서는 선택 비율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 투표 결과 호남에서 12.72%를 득표한 윤석열 후보도 이번 조사에서 광주/전라 지역으로부터 14.5%의 지지를 기록하였다. [그림 3]은 조사 응답 결과를 기반으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를 응답자 거주지별로 나타낸 것이다. 플러스(+) 표시는 이재명 후보가 우세한 지역을 나타내고, 반대로 마이너스(-) 표시는 윤석열 후보가 우세한 지역(이재명 후보가 불리한 지역)을 가리킨다. 참고로 두 후보의 득표율(후보 지지) 격차는 –1에서 +1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후보 선택 비율을 기준으로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대해 다소 앞서 있음을 보여주는 가운데, 호남 지역에서만큼은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율 측면에서 크게 앞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양대 정당 후보 선택 비율을 기준으로 볼 때, 조사 결과는 실재하는 지역주의 표심의 전반적 현황과는 일맥상통하지만, 영호남 지역의 실제 선거 결과보다는 지역주의가 다소 완화된 표심을 보여주고 있다.

 

[표 2] 유권자 출신 지역별 투표 선택

 

유권자 출신지(고향)

투표 선택 후보(%)

이재명

윤석열

서울

39.78

53.04

인천/경기

44.91

49.7

대전/세종/충청

40.00

52.9

광주/전라

73.86

20.45

대구/경북

27.78

61.73

부산/울산/경남

42.64

49.24

강원/제주

43.33

48.33

 

조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호남 지역 거주 유권자들은 평균적으로 다른 지역 유권자들보다 이념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으며,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에도 좀 더 우호적이거나 온건한 입장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호남 유권자들의 지역 기반 정치 성향은 이번 대선을 문재인 정권심판론으로 간주하느냐는 설문 문항에 동조하는 비율로도 재확인되는데, 호남 거주 응답자들은 이 문항에 대해 평균 4.15점으로 (다른 지역 거주 응답자 대비) 가장 낮은 동의 정도를 나타냈고, 특히 이 문항에 대해 높은 동의를 표현한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표심(6.89점)과 큰 대조를 보였다. 관심을 유권자의 현 거주지가 아니라 출신지(고향)로 돌려봐도 앞선 거주지 분석과 유사한 패턴이 관찰되지만, 다만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가 호남 거주자들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이재명-윤석열 후보 득표율 차이 (출신지별)

 

한편, 지역주의 변화 가능성과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분석 결과는 “이번 대선은 지난 대선에 비해 지역주의가 약해졌다”라는 진술에 대한 동의 정도(0~10점)를 묻는 문항에 드러난다. 이 문항과 관련하여 기타 지역 유권자들 대비 영남(대구·경북 및 부울경 포함) 및 호남 지역 거주 유권자들의 동의 수준이 공통적으로 높게 조사되었다는 점이다. 해당 진술에 대한 PK 지역 거주민들의 동의 정도가 4.46점으로 전 지역을 통틀어 가장 높게 조사되었고, 이어서 대구·경북(4.30), 그리고 호남(전남·북, 4.27)이 뒤를 이었다.

 

[그림 5] 거주 지역별 정치인 호감도

 

[그림 6] 거주 지역별 정당 호감도

 

유권자들의 지역주의 정서를 좀 더 깊게 살펴보기 위해 응답자들의 거주 지역에 따라 주요 정치인 및 대선 후보(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윤석열 후보), 그리고 양대 정당의 호감도 지수를 살펴보자. 정치인 및 정당 호감도는 응답자가 조사 대상을 얼마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의 여부를 0(매우 싫다)에서 10(매우 좋다)의 스케일로 답변한 설문 결과를 활용한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과 두 대선 후보에 대한 응답자들의 호감도를 거주지별로 살펴보면, 주된 차이는 역시 대구·경북 지역과 호남 지역에서 발견된다.

 

PK 지역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후보 간 호감도 차이가 각각 4.5와 4.8로 크게 차별화되지 않으며, 이재명 후보의 이 지역 유권자들 호감도 또한 4.2점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해 0.3 그리고 윤석열 후보와 비교해 0.6점으로 큰 격차를 보이진 않는다. 다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호감도 3.7과 3.8을 각각 차지한 문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는 호감도 5.6을 기록한 윤석열 후보에 2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반대로 호남 지역에서는 호감도 2.7점을 기록한 윤석열 후보가 호감도 6.6점과 6.1점을 각각 기록한 문 대통령과 이 후보에 크게 뒤쳐진다.[1] 정당별 호감도 격차도 후보별 호감도 격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패턴을 보여준다. 영호남 지역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호감도는 각각 부산·울산·경남(3.9:4.4), 대구·경북(3.1:5.2), 광주·전라(5.8:2.5)로 그 격차가 주로 광주·전라, 대구·경북 순으로 크게 나타난다.[2]

 

향후 지역주의의 변화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유권자들을 세대 그룹으로 나누어 이번 대선에서의 투표 선택 성향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 격차를 살펴보자.[3] [그림 5]와 [그림 6]에 제시된 후보 지지와 정당 호감도 격차의 경우 앞에서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1에서 +1의 범위 안에 위치하며, +1에 가까울수록 이재명 후보(민주당)가 우세했던 지역·세대 그룹을 의미하며, 반대로 –1에 가까울수록 윤석열 후보(국민의힘)가 우세했던 지역·세대 그룹을 나타낸다. 우선, 서울과 광주·전라를 제외한 전 지역을 통틀어서 20대(18-28세 연령대)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후보 지지 측면에서 근소하게 앞선 것이 확인되며, 이러한 20대 유권자들의 근소한 보수 편향은 정당 호감도 격차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즉, 후보 선택 결과와 마찬가지로 서울과 광주·전라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20대 유권자들의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가 민주당 호감도를 근소하게 앞선다.

 

한편, 영호남 유권자들만 따로 놓고 본다면, 두 후보의 해당 지역 내 세대별 득표율 차이 그리고 세대별 정당 호감도 차이를 통해 우리는 지역주의의 완화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3-40대를 중심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가 윤석열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당 호감도에서도 이러한 PK 지역 3-40대 조사 응답자들에 대한 민주당의 우위가 다시금 확인된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50대 이상 그룹과 비교해 40대 미만 그룹에서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이 다소 감소하고, 이재명 후보의 해당 지역 내 득표율 열세가 20대와 40대 연령 그룹에서 다소 완화되는 것이 확인된다. 그리고 광주·전라 지역의 경우 기타 연령 그룹에 비해 20대에서 민주당-국민의힘 호감도 격차가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광주·전라 지역의 경우 두 정당 간 정당 호감도 격차가 세대 그룹별로 크게 차별화되지는 않는다.

 

결국, 위의 분석 결과를 통해 볼 때, 지역주의 투표 완화 경향은 기존 논의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영호남 지역 대비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더 잘 드러났다 할 수 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PK 지역 표심은 대구·경북이나 광주·전라 지역과 대비해 지역 정당 투표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는 대구·경북이나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50대 이상 기성 세대와 비교하여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향후 지역주의 변동 가능성이 약하게 관찰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7] 이재명-윤석열 후보 지역별 득표차(응답자 거주지별, %)

 

[그림 8] 민주당-국민의힘 정당호감도 격차(응답자 거주지별, %)

 

4. 나가며

 

민주화 이후 한국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 결정 요인으로 간주된 지역주의는 2000년대 이후 대안적 균열의 부상과 함께 그 영향의 완화 조짐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역주의의 변화 가능성이 관찰되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PK 지역에서 약 40%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하여 5년 전 19대 대선에서의 민주당의 득표율과 유사한 수준의 안정적 정당 지지도를 기록하였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같은 영남권의 PK 지역과 비교해 지역주의 성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지만, 그런 TK 지역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이미 5년 전에 득표율 20% 선을 돌파한 바 있으며,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20% 이상의 유권자 지지를 다시 한번 획득하였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출신지(경북)에서는 역대 민주당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23.8%)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호남 지역은 영남 지역에 비해 지역주의의 변화 속도가 더디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는 역대 보수 후보 중 호남 지역에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하였다. 윤석열 후보는 광주·전북·전남에서 모두 두 자릿수 득표를 기록하였으며, 전북에서는 15%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번 대선 결과를 통해 호남에서도 앞으로 지역주의 투표 경향에 어떤 변화가 도래할 것인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향후 지역주의 투표 성향의 변화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영호남 지역 유권자들의 지역별, 세대별 정당 호감도와 정치인 호감도를 살펴보면, 20대 대선 투표 결과와 마찬가지로 지역주의 성향의 강도는 광주·전라, 대구·경북, 그리고 부산·울산·경남 순으로 나타난다. 다만, 광주·전라나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기성세대와 대비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역별 정당 편향의 정도가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관찰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영호남 지역 유권자들을 세대, 계층, 이념 성향,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정치 사회적 배경을 중심으로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향후 이들 지역에서 지역 요인이 계층, 세대, 이념 등의 다른 투표 결정 요인으로 얼마나 대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지역주의의 변화와 지속과 관련된 후속 연구를 위해 이들 지역에 특화된 보다 많은 표본 수의 설문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

 

참고문헌

 

강원택. 2003. 『한국의 선거 정치: 이념, 지역, 세대와 미디어』. 서울: 푸른길.

강원택. 2019. “정당 지지의 재편성과 지역주의의 변화: 영남 지역의 2018년 지방선거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정당학회보』, 18권 2호, 5-27.

김용철·조영호. 2015. “지역주의적 정치구도의 사회심리적 토대: ‘상징적 지역주의’로의 진화?” 『한국정당학회보』 14권 1호, 93-128.

노기우·정민석·이현우. 2018. “영·호남 지역주의의 지속과 변화: 지역감정에 대한 실험연구를 중심으로.” 『21세기정치학회보』 28집 3호, 1-24.

문우진. 2017. “지역주의 투표의 특성과 변화: 이론적 쟁점과 경험분석.” 『의정연구』 23권 1호, 81-111.

윤광일. 2012. “지역주의와 제19대 총선.” 『대한정치학회보』 20집 2호, 113-138.

정재도·이재묵, 2018. “영남 지역주의 투표행태의 변화연구”. 『대한정치학회보』, 26집 4호. 59-92.

최준영·조진만. 2005. “지역균열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경험적 고찰: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나타난 이념과 세대 균열의 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정치학회보』 39집 3호, 375-394.

Kim, HeeMin, Jun Young Choi, and Jinman Cho. 2008. “Changing Cleavage

Structure in New Democracies: An Empirical Analysis of Political Cleavages in Korea.” Electoral Studies 27: 136-150.

 


 

[1] 이러한 대구/경북 그리고 광주/전라 지역에서 주요 정치인들의 호감도 격차는 응답자의 거주지가 아닌 출신지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아도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후보는 광주/전라 출신 유권자들로부터 호감도 3.1점을 얻었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는 대구/경북 출신 유권자들로부터 각각 3.8점과 3.6점의 호감도를 기록하였다.

[2] 대구/경북과 광주/전라 지역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감도 평가 격차는 응답자의 지역 연고를 거주지가 아니라 출신지로 변경시켜도 유사하게 관찰되는데, 민주당은 대구/경북 출신 유권자들로부터 3.3점의 호감도를 얻는데 그쳤고(국민의힘: 5.0), 국민의힘은 이번 조사에서 호남 출신 유권자들로부터 2.7점의 호감도를 얻는데 머물렀다(민주당: 5.6).

[3] 다만, 조사에 포함된 1000여 명의 응답자들을 지역별, 그리고 연령별로 나누게 되면 하나의 지역/세대 그룹에 할당되는 개체 수가 상당히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러한 하위 그룹별 분석을 해석하는 데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저자: 이재묵_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홍보실장, 정치외교학과 BK21 글로벌 민주주의와 인간안보 연구팀장.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University of Iowa)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정치학회 교육이사, 정당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정치행태, 정치과정과 미국정치이다. 최근 편저에는 "정치현장에서 진단하는 한국 정당과 민주주의" (2018, 공저), "미국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정책" (2017, 공저), "도전과 변화의 한미정치" (2014, 공저)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전주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 jhjun@eai.or.kr
 

6대 프로젝트

민주주의와 정치혁신

세부사업

미래혁신과 거버넌스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