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문 대통령은 2021년 9월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에 의거하여 북한과의 외교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화가 전제조건없이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타이밍, 순서, 조건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북한이 비핵화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현 상황의 종전선언은 주한미군의 지위가 위험해지고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오히려 방치게 되는 결과를 나을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 약화, 유엔의 행정기관으로서의 법적지위 문제 등의 우려 속에서 미국이 이에 대해 호의적일 이유는 없을 것으로 저자는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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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에 의거하여 북한과의 외교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화가 전제조건(precondition)없이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실무협상 시작 전에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기 충돌하면서 북미회담의 가능성은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한국정부가 내놓은 안은 종전선언이었다. 즉, 트럼프 시절 북미 싱가포르 합의 때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당시 싱가포르에서 북미 양국은 두 개의 이면합의를 이루어냈다. 즉,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종전선언이다. 싱가포르에서 양국은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에 대해 합의하였으며, 이를 위해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대해 합의하였다. 올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판문점선언을 공동성명에 담았는데, 판문점 선언에는 종전선언 내용이 들어가 있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종전선언에 동의하였던 것이다.

 

한국은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었으며, 이것이 주한미군이나 유엔사 등과는 연계가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해서 미국도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였다. 또한, 한국은 꽉막힌 북미 간 대화를 풀어내기 위한 비핵화 입구론으로써 종전선언을 미국에게 요구하였다. 즉, 종전선언을 선언적으로 북한에게 해주면, 적대정책 폐기를 요구해왔던 북한도 이를 수용할 것이며 따라서 북미 간 실무협상을 시작하여 모든 사안들에 대해 협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종전선언에 조건을 달기 시작했다. 북한은 종전선언과 관련된 실질적 조치로써 세 가지를 요구하였는데, 연합훈련 중단, 민생관련 제재해제, 광물수출 허용 및 석유수입 허용 등이었다. 북한은 실무협상을 재개할 의지가 없어보인다. 실제로 미국과의 실무협상은 북한으로써는 수용하기 힘든 지난한 게임이다. 즉, 실무협상을 통해 미국은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할 것이고, 첫 단계의 동결 역시 북한입장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verification)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란 핵협상이 1년반동안 지속되었던 것을 보면,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통해 통큰 딜을 기대했던 김정은은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협상 이전에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생각인 것이다.

 

북한이 조건을 달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종전선언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설리번 안보보좌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타이밍, 순서, 조건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첫 번째로, 한국이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입구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반해,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진행되는 것에 따라 종전선언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종전선언 이후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는 데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종전선언이 비핵화 목표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미측은 한국이 기대하는 것처럼 비핵화 입구의 역할을 종전선언이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단순히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앉히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종전선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비핵화 목표달성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공정성을 잃은 이중기준과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철폐될 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러한 북한에 대해, 미국의 적대정책 폐기 조치를 종전선언의 실질적 조치로 부각시키면서 북미 간 상호 군축을 주장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받으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두 번째로, 미국은 한미동맹 약화에 우려한다. 현재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이 제기한 연합훈련 중단이 이것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에게 적대시정책 폐기를 요구할 것이며, 이는 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의 감축 내지는 철군이 될 것이다. 미국은 현재 지속적인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전략무기 실험을 통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의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할 경우, 주한미군의 지위가 위험해지고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오히려 방치게 된다고 본다. 종전선언이 미국의 억지력을 약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미동맹을 중국견제의 목적으로 강화시키고 싶어하는 미국은 한미동맹 강화가 더욱더 절실한 상황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쿼드, 오커스, 한미일 3자협력 등 다양한 소다자주의에 기반하여 전개되고 있으며, 한미동맹은 이러한 기재들을 구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향후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과의 무력충돌 또는 대중국 군사적 억지를 위해서 동맹국들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군사력은 매우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향후 미국이 동맹국들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여 중국을 견제하려 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세 번째로, 미국에게 유엔사령부는 여전히 가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전력제공(force provider)의 기반이 된다. 종전선언은 유엔사령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현재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준수 및 집행을 책임지는 유엔의 행정기관으로서의 법적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경우 이 같은 유엔사의 존재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종전선언 이후 유엔사 및 후방기지의 폐기를 주장해왔다. 물론, 미국이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더라도 유엔사의 군사력을 지속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반도의 정전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유엔사에 대표를 파견하고 있는 17개국의 군사적 지원은 끊어지게 되며, 이는 미국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종전선언은 한미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 채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미국의 반대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열망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라는 숙제를 주고 있으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한미 간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한미간 갈등을 원하지 않으며, 따라서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저자: 김현욱_국립외교원 교수이자 미주연구부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 브라운대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및 한반도 정책 전망(2020)’,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성과 및 과제(2019)등이 있다. 주로 한미동맹, 북미관계, 동아시아 안보 분야를 연구하였다.

 


 

담당 및 편집: 민지윤_EAI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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